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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3. 8. 23. 선고 2012누34671 판결
[경기민요보유자추가인정거부처분취소][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단천 담당변호사 구자희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문화재청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주교 외 2인)

변론종결

2013. 7. 5.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2. 2. 14. 원고들에 대하여 한 중요무형문화재 제57조 경기민요 보유자 추가인정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피고는 1978. 2. 23. 구 문화재보호법(1982. 12. 31. 법률 제364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에 따라 경기민요를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로 지정하고, 같은 조 제2항 에 따라 소외 1, 소외 2, 소외 3을 그 보유자(이하 ‘보유자’라고 한다)로 인정하였다가, 1997. 11. 11. 소외 3이 사망하자 그 제자인 소외 4를 보유자로 인정하였고, 2005. 4. 20. 건강 악화로 정상적인 전수 교육이 불가능해진 소외 1을 명예보유자로 인정하였다.

나. 한편 피고는 1990. 10. 10.부터 2001. 11. 30. 사이에 구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소외 3의 제자들인 원고들과 소외 1의 제자인 소외 5, 소외 2의 제자인 소외 6, 소외 7을 전수교육 조교로 각 선정하였다.

다. 피고는 2011. 1. 28. ‘2011년 중요무형문화재 지정(보유자 인정 등) 조사계획’을 수립하면서 경기민요 보유자 추가인정 조사도 여기에 포함하여 실시하기로 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들을 포함한 위 전수교육 조교들 5명으로부터 이력서, 주요 전승활동, 전승교육 활동 내역 등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개인 기량평가(독창) 및 면담조사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조사’라고 한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2. 1. 27.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회(이하 ‘문화재위원회’라고 한다)에 부의하여 경기민요 보유자 추가인정 타당성 여부를 심의한 결과, 문화재위원회는 ‘경기민요는 현재 유파를 인정하지 않고 2명의 보유자가 있어 전승 단절의 우려가 없으므로 보유자를 추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결을 하였다.

마. 이에 피고는 2012. 2. 14. 원고들에게 위 의결의 내용으로 경기민요 보유자 추가인정이 부결되었음을 각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 1, 2, 3, 6,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원고들은 보유자의 추가인정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원고들에게 한 각 통지는 이 사건 조사 결과를 알려주는 회신에 불과하여 원고들의 권리·의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국민의 적극적 신청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려면,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 국민에게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부처분의 처분성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요건이 되는 신청권의 존부는 구체적 사건에서 신청인이 누구인가를 고려하지 않고 관계 법규의 해석에 의하여 일반 국민에게 그러한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는가를 살펴 추상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고, 신청인이 그 신청에 따른 단순한 응답을 받을 권리를 넘어서 신청의 인용이라는 만족적 결과를 얻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국민이 어떤 신청을 한 경우에 그 신청의 근거가 된 조항의 해석상 행정발동에 대한 개인의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이면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아야 하고, 구체적으로 그 신청이 인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본안에서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다(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두20638 판결 등 참조).

한편 문화재보호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4조 제1항 , 제2항 에 의하면, 피고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무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중요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고, 해당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를 인정하여야 하며, 같은 조 제3항 , 제5항 은 이미 인정한 보유자 외에 해당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를 추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중요무형문화재의 지정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사항 및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명예보유자의 인정기준과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제1호 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의 인정기준으로 ‘중요무형문화재의 기능 또는 예능을 원형대로 체득·보존하고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 에서 피고는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를 인정하려면 문화재위원회의 해당 분야 분과위원회의 위원이나 전문위원 등 관계 전문가 3명 이상에게 필요한 조사를 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위와 같은 관계 법령에 따르면 보유자 추가인정 및 그 조사의 여부는 피고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고, 보유자 추가인정 신청 및 그 절차 등에 관한 명문규정은 없다.

그러나 행정청에 재량권이 인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행정청으로서는 재량에 관한 처분을 함에 있어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하지 않고 그 한계를 준수할 법적 의무를 지고, 그에 대응하여 개인은 행정청에 대하여 처분권을 부여한 법규의 목적·취지에 비추어 행정청으로 하여금 적정한 절차에 따른 재량 행사를 하도록 요구하는 권리 내지 법적 이익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무형문화재 보유자 추가인정 권한에 기하여 원고들을 포함한 경기민요 전수 교육 조교들에 대하여 이 사건 조사를 실시하였고, 원고들은 보유자로 추가인정을 받기 위해 피고에게 신청서 또는 보유자 인정 자료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보유자 추가인정신청을 하였으며, 그에 따라 피고가 실시한 각종 평가에 적극적으로 임하기까지 한 이상, 피고로서는 원고들을 경기민요 보유자로 추가인정할 의무는 없다고 하더라도, 조리상 보유자 추가인정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하지 않는 재량권을 행사하여 절차를 진행한 후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들어 그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에 대응하여 원고들로서도 재량권의 한계일탈이나 남용이 없는 적법한 응답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원고들은 위와 같은 응답신청권에 기하여 재량권의 한계일탈 내지 남용의 위법한 거부처분에 대하여는 항고소송으로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소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거부처분에 대한 소송이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1) 피고가 경기민요의 유파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다음, 이 사건 조사를 실시하였으면서도 결과적으로 유파가 없다는 동일한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여 원고들의 신뢰를 위반한 점 및 보유자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어 보유자를 추가인정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보유자 추가인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원고들의 명예, 직업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하여 비례원칙을 위반한 점에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한 것이다.

2) 피고는 원고들이 보유자로 인정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이전에 심의할 내용을 30일 이상 관보에 예고하여야 하나, 위 예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절차상 위법이 있다.

나. 인정사실

1) 피고는 소외 1이 명예보유자가 되어 경기민요 보유자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자 2005년경부터 보유자 추가인정 논의를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2) 그런데, 각 보유자별로 경기민요 유파가 존재하여 그 유파별로 보유자를 선정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논란이 계속되자, 피고는 2009. 7.경 한국국악학회에 경기민요 유파 인정 여부에 관한 학술연구용역을 의뢰하여 ‘경기민요는 유파별 전승계보가 뚜렷하지 않아 전승과 관련이 없는 종목’이라는 내용의 용역결과를 받았다.

3) 피고는 위 용역결과를 문화재위원회에 보고하였고, 문화재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경기민요에 유파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결을 하였다.

4) 이에 따라 피고는 2011. 6. 13.경 이 사건 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원고들을 포함한 위 전수교육 조교 5명 모두에게 보유자 추가인정 조사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원고들은 위 요청에 따라 이력서를 포함한 신청서 또는 자료보고서를 제출한 다음, 2001년부터 2010년까지의 활동 실적 내역을 피고에게 제출하였으며, 2011. 6. 21. 경기민요 중 세 곡을 선정하여 실연하는 방식으로 실기평가를 받았다.

5) 피고는 2011. 10. 14. 문화재위원회에 부의하여 경기민요 보유자 추가인정 여부를 심의하였다. 그러나 심의과정에서 유파를 인정해 달라거나 조사 대상자 중 일부의 개인적인 신상에 관한 민원이 수차례 제출되자 문화재위원회는 위 개인적인 신상에 관한 민원을 조사·검토하기 위해 논의를 연기하였다.

6) 그러나 문화재위원회는 위 개인적인 신상에 관한 민원을 조사한 결과 그 사실 여부에 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2012. 1. 27. 다시 심의를 하였고, 결국 ‘경기민요는 현재 유파를 인정하지 않고 2명의 보유자가 있어 전승단절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보유자 추가인정을 부결하였다.

7) 한편, 피고는 ‘2011년 중요무형문화재 지정(보유자 인정 등) 조사계획’을 수립하면서 보유자 추가인정 조사 종목으로 경기민요 외에 판소리(수궁가), 발탈(재담), 장도장(장도), 악기장(북제작)을 선정하여 조사를 실시하였고, 경기민요를 제외한 나머지 4개의 종목은 모두 보유자 추가인정이 이루어졌다.

【인정근거】 갑 제4, 5호증, 갑 제9호증의 5, 을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증인 소외 8의 증언

다.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응답으로서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피고는 경기민요 보유자 1인을 추가로 인정하기 위해 2005년경부터 이를 추진하였고, 2009년경 경기민요 유파 존부에 관한 논란을 정리하여 경기민요에는 유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원고들을 포함한 전수교육 조교 전원에 대하여 이 사건 조사를 실시하게 된 것이므로 경기민요에 유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고려될 수 없다.

2) 또한 유파가 인정되지 않아 보유자 2명만으로도 전승 단절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보유자를 추가인정 할 필요가 없다면, 피고로서는 애초부터 이 사건 조사를 실시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2011년 중요무형문화재 지정(보유자 인정 등) 조사계획’을 수립한 2011. 1. 28.부터 약 1년 동안에 걸쳐 이 사건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두 차례의 심의를 진행하여 이 사건 처분에 이른 것이므로 보유자 2명만으로도 전승 단절의 우려가 없다는 사유 역시 적법한 처분사유로 보기 어렵다.

3) 이 사건 조사 결과 전승능력(창법·연주법의 전통성, 가락·장단의 정확도, 창법·연주의 구사력 수준 등)과 전승환경(전승자의 건강상태, 전승자의 의지)에 관한 항목별 평가점수 및 평가근거가 도출되었고, 문화재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보유자 추가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에 이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적법하지 않은 처분사유를 들어 이 사건 조사의 결과에 부합하지 않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고, 그 외에 달리 납득할 만한 처분사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다만 피고는 이 사건 소 계속 중 문화재위원회가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어 투서와 민원이 난무하고, 조사 대상자들의 실력이 대동소이하여 보유자 추가인정을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심의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지는 않았다).

4) 이 사건 조사는 단순히 자료제출을 넘어서 실기평가, 면담평가 등 구체적인 평가의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원고들로서는 위와 같은 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 보유자로 추가인정될 수 있다는 상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 사건 처분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적법한 처분사유가 될 수 없는 사정들만을 그 이유로 들고 있으므로 원고들의 응답신청권에 적법하게 부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들을 경기민요 보유자로 추가인정할 의무는 없다고 하더라도, 보유자 추가인정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하지 않는 재량권을 행사하여 절차를 진행한 후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들어 그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를 위반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처분을 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관계법령 생략]

판사 조영철(재판장) 여운국 권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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