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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09. 4. 8. 선고 2008나18502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인 담당변호사 박봉환외 1인)

피고, 피항소인

피고 1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웅지)

변론종결

2009. 3. 18.

주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 2 주식회사(대법원 판결의 소외 1 주식회사), 3(대법원 판결의 피고), 4(대법원 판결의 소외 3)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 2 주식회사, 3, 4는 각자 원고에게 73,053,657원 및 이에 대하여 2003. 2. 28.부터 2007. 11. 2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피고 1(대법원 판결의 소외 2)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4. 원고와 피고 2 주식회사, 3, 4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은 같은 피고들이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1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73,053,657원 및 이에 대한 2003. 2. 28.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1. 5. 26. 피고 4가 대표이사인 피고 2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와 사이에 보험기간을 2002. 5. 26.까지로 하여 원고가 피고 회사 소유의 (선박이름 및 호수 생략) 선박에 승선한 선원들에게 생긴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피고 회사가 부담하는 손해를 보상하여 주는 선원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 1은 2001. 5. 29. 위 선박에 2등 항해사로 승선하였는데, 선장이던 피고 3이 2001. 9. 24. 아프리카 기니국 영해에서 조업 중이던 위 선박의 조타실에서 불상의 경위로 소지하고 있던 엠16 소총을 조작하다가 오발사하여 당시 조타실에서 조타업무를 보고 있던 피고 1에게 왼쪽 정강이 총알 관통상을 입게 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이 사건 사고 이후 피고 3, 4는 피고 1이 이 사건 보험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이유로, 피고 3은 피고 1이 2001. 9. 24. 11:20경 아프리카 기니국 영해에서 어로작업을 하다가 그물에 연결된 와이어로프가 터지는 바람에 그물을 확인하고 있던 피고 1이 왼쪽 발에 연결체인을 맞고 발목 약 10cm 위쪽 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입었다는 허위 내용의 환자발생보고서를 작성하여 피고 4에게 제출하고, 피고 4는 피고 회사 명의로 원고에게 피고 1에 대한 보험금청구를 하면서 그 사고경위에 대해서는 피고 3의 위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하였으며, 피고 1은 사고 경위를 묻는 원고 회사 직원에 피고 3, 4와 미리 의논한 대로 위와 같이 어로작업 중 발생한 사고라고 대답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보험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피고 1에게 2003. 2. 28.까지 그 치료비로 41,053,657원을, 재해보상 합의금으로 32,000,000원을 각 지급하였다.

마. 이 사건 보험에 적용되는 원고의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 보통약관 제6조에서는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로, ‘계약자, 피보험자(법인인 경우에는 그 이사 또는 법인의 업무를 집행하는 그 밖의 기관)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의 고의나 법령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들고 있다.

[인정근거: ① 피고1, 3에 대하여 갑1, 2, 3, 4의 각 1, 2, 갑5의 1, 2, 3, 4, 갑6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② 피고2, 4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150조 에 의한 의제자백]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① 피고 3이 타국의 영해를 침범한 채 조업을 하던 중 경비정의 추격 소식을 듣고 불법적으로 소지하고 있던 총기를 가지고 무력으로 항거할 목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 3의 개인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것일 뿐 원고가 이 사건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② 보험계약자인 피고 회사의 법정대리인이자 선장인 피고 3의 총기불법소지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원고는 위 면책약관에 따라 피보험자인 피고 회사는 물론 피해자 본인인 피고 1에 대하여도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한다.

그런데 피고들은 공모하여 이 사건 사고를 정상적인 어로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바꾸어 보험금지급을 청구하여 피고 1이 원고 회사로부터 보험금 73,053,657원을 지급받을 수 있게 하였다.

피고 1은 원고를 기망하여 보험금 상당액을 부당이득하였고, 피고 3은 피고 1에 대한 손해배상채무가 원고의 지급보험금 상당액만큼 소멸되는 부당이득을 하였으며, 피고 4는 피고 3과 공모하여 원고에게 지급보험금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고, 피고 회사는 피고 1에 대한 업무상 재해보상금 지급채무 및 불법행위자인 피고 3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채무가 원고의 지급보험금 상당액만큼 소멸하여 부당이득 하였으니,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 지급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피고 3이 타국의 영해를 침범한 채 조업을 하던 중 경비정의 추격 소식을 듣고 불법적으로 소지하고 있던 총기를 가지고 무력으로 항거할 목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 3의 개인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것일 뿐 원고가 이 사건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보험약관 제5조에 의하여 원고가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 그 자체로 인하여 발생한 재해뿐만 아니라 업무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발생한 재해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것인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피해자인 피고 1이 조타업무 중 상해를 입은 점, 해적 출몰이 빈번하고 그로 인한 피랍 사고가 잦은 최근의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해외 조업에 나서는 선박의 선장으로서는 안전을 위한 자위수단을 마련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보험에 적용된 원고의 약관에서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이 고의나 법령위반으로 일으킨 손해에 대해서 원고가 면책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 이와 같은 약관규정은 상법 제659조 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에 들었다는 이유로 고의로 보험사고를 일으키거나 중대한 과실로 보험사고가 발생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일종의 도덕적 해이에 속하며, 이와 같은 보험사고는 인위적인 사고로 불확정적인 위험의 합리적인 분산이라는 보험목적에 반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보험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보험사의 면책이 인정되는 것이므로, 위 면책이 허용되는 범위는 보험사고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이득을 보거나 배상책임을 면하는, 즉 도덕적 해이에 빠질 우려가 있는 자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에게 단순히 고용된 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손해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8. 4. 28. 선고 97다11898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피고 3이 위 선박의 선장으로 선박소유자를 대리하여 선적항 이외에서 항해에 필요한 재산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지 그를 피고 회사의 대표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 볼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위 피고가 보험사고와 관련하여 직접적인 이익을 본다거나 배상책임을 면하는 지위에 있지도 않아 관련하여 도덕적 해이의 위험이 있다고도 인정되지 않으므로(오히려 갑1의 2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3 역시 이 사건 보험에서 부보한 근로자 중의 한명에 불과한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 3의 행위를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그의 법정대리인의 행위로 보아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다.

2) 나아가 위 면책약관에서 정한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나 법령위반으로 인한 손해’의 의미는, 위 면책약관의 조항을 문언 그대로 법령을 위반하여 발생한 모든 사고를 아무런 제한 없이 면책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중대한 법령 위반이 아닌 사소한 법령 위반이나 과실로 인한 법령위반의 경우에도 보험자는 면책이 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고 할 것이어서, 법령위반 행위가 보험사고의 발생 혹은 증가의 개연성이 극히 큰 경우와 같은 ‘중대한 법령 위반’이 있고, 이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저지른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한다.

살피건대, 선장이 주변 해역의 정치상황이 불안정하고 반군이나 해적이 출몰할 가능성이 높은 수역에서 조업하면서 자위수단으로 총기를 소지하는 것이 중대한 법령위반행위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위와 같은 총기소지행위를 업무상 재해를 일으킬 위험을 높인 행위로 본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인 피고 회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피고 3의 총기소지를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는 이상, 원고가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면책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그렇다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위 면책약관에 따라 피고 1에 대한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 또한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갑 7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4는 피고 1에 대한 치료보상 및 피고 3의 하선으로 인한 손실을 막고, 피고 3은 형사처벌 및 피고 1에 대한 치료비지급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피고 1이 양망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상해를 당한 것으로 보험사인 원고에게 신고하기로 공모하고, 위와 같은 허위 내용의 환자발생보고서 및 상해보험금청구서를 작성·제출한 사실, 이에 속은 원고는 2001. 11. 14.경부터 2003. 2. 28.경까지 22회에 걸쳐 보험금 명목으로 73,053,657원을 교부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여기에 제 1.항에서 본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회사, 피고 3, 4는 공모하여 원고에게 허위의 환자발생보고서 등을 제출하고 원고로 하여금 위 허위 내용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믿게 하여 위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였으므로, 피고 회사, 피고 3, 4는 각자 원고에게 위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고, 위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원고가 지급한 보험금 상당액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 회사, 피고 3, 4는 각자 원고에게 위 보험금 상당액인 73,053,65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2)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인 피고 1 또한 피고 회사, 피고 3, 4의 위 공동불법행위를 방조한 자로서 위 피고들과 연대하여 원고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민법 제760조 제3항 의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바(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35850 판결 등 참조), 갑 2 내지 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 1이 고의 또는 과실로 피고 회사, 피고 3, 4의 위 불법행위를 방조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 회사, 피고 3, 4는 각자 원고에게 73,053,657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위 각 보험금의 최종지급일인 2003. 2. 28.부터 위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최종송달일인 2007. 11. 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 회사, 피고 3, 4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피고 회사, 피고 3, 4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같은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같은 피고들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여 위에서 인정한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피고 1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일주(재판장) 박숙희 조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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