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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0.12.23. 선고 2020고합418 판결
업무방해
사건

2020고합418 업무방해

피고인

A

검사

이용건(검사직무대리, 기소), 김은경(공판)

변호인

변호사 이남주(국선)

판결선고

2020. 12. 23.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평소 B당원들이 불순한 의도로 C 지킴이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여 B정당에 대하여 불만을 품고 있던 중, 2020. 1. 1. 11:50경 서울 종로구 D에 있는 E 내에서 피해자인 B당원 20여명 등이 모여 B정당에서 주최하는 'F'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당 대표가 누구냐, 당신이 대표냐'는 등 고성을 지르며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던 성명불상의 B당원의 마이크를 빼앗을 듯이 손을 뻗으며 달려들고, 주위에 있던 경비경찰들이 피고인을 제지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피해자들을 향하여 고함을 지르며 소란을 피우는 방법으로 약 10여 분간 위력으로 피해자들의 기자회견 업무를 방해하였다.

2. 판단

가. 이 사건 F의 법적 성격

1) 집회에 해당하는 여부

가) 관련법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보장 및 규제의 대상이 되는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하고, 옥외집회는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 여는 집회'를 말한다(집시법 제2조 제1호), 집시법이 옥외집회에 관하여 신고제도를 둔 취지는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는 등 공공의 안녕질서를 함께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자 하는데 있으므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는 옥외집회가 집시법상 신고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도16885 판결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①) 피해자는 당원 및 연대 시민단체 회원 등 30여명과 함께1) 불특정 다수(일반 시민)에게 개방된 노상에서 깃발 3개, '미군철거!' 내지 'G정부 규탄한다'는 문구 등이 기재된 피켓과 'F'이라고 쓰인 대형현수막 1개를 들고 약 40여분 동안 'F'기자회견(이하 '이 사건 행사'라 한다)을 진행하면서, 노래 제창, 구호, 각 대표의 발언, 결의문 낭독 등을 한 점, ② 이 사건 행사 장소는 차도와 보도가 함께 있었고, 당시 현장에는 일반 시민들과 차량이 동행하고 있었던 점, ③ 이 사건 행사 장소에서 이 사건 행사를 촬영하고 있던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 1대와 휴대폰 카메라 1대 정도였고, 인터넷 신문에 등록된 H에서 기자 1명이 와서 촬영을 하고 있었으나, 위 기자는 정식적으로 등록된 기자가 아니였던 점(증인 I의 법정진술), ④ 이 사건 행사는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이 없었던 점, ⑤ 이 사건 행사 당시 그 주변에 혹시 모를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고자 경비경찰이 배치되어 있었고,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이 고함을 치자 바로 경비경찰이 피고인을 제지하여 피해자 측과 분리하였던 점 등 및 이 사건 행사 장소의 현황, 참여자의 수, 진행방식 및 시간, 피케팅과 구호제창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행사는 단순히 피해자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아니라 집시법상 사전 신고 대상이 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형법상 업무방해죄에서 보호하는 업무인지 여부

가) 관련법리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은 업무를 통한 사람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보호하려는 데 있으므로, 그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고, 여기서 '사무' 또는 '사업'은 단순히 경제적 활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널리 사람이 그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일체의 사회적 활동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행사는 집시법상의 집회에 해당하므로, 피해자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전달하기 위한 일시적인 집회를 형법상 업무방해죄에서 보호하는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피해자의 표현의 자유의 일종인 집회의 자유와 피고인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자유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에 이 사건 범행의 장소가 누구나 통행할 수 있는 노상일 뿐 피해자가 이를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각 표현의 자유 중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행사한 위력의 정도, 그 시간과 피해자측의 수, 발언방식, 이 사건 행사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사를 형법상 업무방해죄에서 보호하는 업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집시법 제3조, 제22조2)에 의하면,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집회를 방해한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바, 위 집회를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업무로 보아 '위력으로써' 집회를 방해한 경우까지 업무방해죄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사람이 그 사회적 지위에 있어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는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즉,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하거나 희생시키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집회'를 형법상 업무방해죄에서 보호하는 '업무'라고 볼 수 없다.

나. 피고인의 행위를 업무방해죄의 위력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즉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무렵 길을 지나가다가 이 사건 행사를 보게 된 점, ② 이 사건 행사의 전체 40여분 중 피고인은 약 38분이 지나갈 무렵 "야"하고 소리치며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하여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던 발언자 앞으로 다가갔고, 피고인이 다가가 팔을 들자 사회자 옆에 있던 이 사건 행사 참여자 중 한명이 들고 있던 피켓을 피고인을 향해 아래로 내려쳤던 점, ③ 피고인은 곧바로 이 사건 행사 현장 부근에 있던 경비경찰의 제지를 받고 (이 사건 행사 현장과) 일정 거리를 두고 격리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행사 현장의 동영상에서 피고인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여성의 목소리가 간혹 들리기는 하나, 마이크, 앰프 및 노래 제창 등으로 인해서 그 내용이 분간되지 않고, 이 사건 행사의 뒤편으로 차량이 통과하고 있어, 이 사건 행사에는 어느 정도의 소음이 지속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점, ⑤ 피고인은 경비경찰에 의해서 제지된 이후에도 피해자 측을 향해서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하였다고 하나, 이 사건 행사는 예정된 순서로 마무리 되었던 점 등이 인정된다.

2) 관련법리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고, 또한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인원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의 실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와 장소, 동기와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115 판결 참조).

3)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위 법리 및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이 사건 행사의 발언자를 향해 다가가면서 소리를 지르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30여명이고, 발언자는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하여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피고인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은 이 사건 행사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에 소리를 지른 것이고, 곧바로 경찰에 의하여 제지를 당했던 점, ③ 피고인은 여성 혼자 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이 사건 행사를 목격한 후 이 사건 범행 현장으로 갔고,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지는 않았던 점, ④ 피고인이 소리를 지르며 발언자 앞으로 다가가면서 손을 들긴 하였으나 그와 동시에 피해자 측에서 피켓으로 피고인을 향해 내리쳐 피고인이 먼저 물리적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⑤) 당시 경찰이 이 사건 행사 현장을 지켜보면서 이 사건 행사가 방해되지 않도록 조치하고자 대기하고 있었던 점, ⑥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행사를 (예정했던 절차대로) 마무리하였고, 단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힘차게 진행하고 마무리를 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기세를 하나로 모아야 되는데 그것에 찬물을 끼얹었다'라고 진술한 점, ⑦) 피고인이 위 행위에 이른 목적, 경위, 행위의 범위와 기간 및 피고인이 특별히 폭력행위를 수반한 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위력을 행사하였다.

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그와 같은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조성필

판사김미경

판사김재승

주석

1) 증거기록 제13쪽

2) 제3조(집회 및 시위에 대한 방해 금지)

①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2조(벌칙)

① 제3조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군인 ·검사 또는 경찰관이 제3조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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