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67619 판결
[손해배상(기)등·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처분문서의 증명력

[2] 감정인의 감정 결과의 증명력

[3] 계약의 해제원인의 존부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계약해제권을 주장하는 자) 및 이미 발생한 계약해제권의 소멸 등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상대방)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김진규)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인 담당변호사 이영범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각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 준비서면, 참고서면, 답변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함께 판단한다.

1.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기재 내용대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 대법원 1994. 10. 11. 선고 93다55456 판결 등 참조),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4다70420, 7043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 그 해제원인의 존부에 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그 계약해제권을 주장하는 자가 이를 증명하여야 하나 ( 대법원 1977. 3. 8. 선고 76다2461 판결 ), 이미 발생한 계약해제권이 다른 사유로 소멸되었거나 그 행사가 저지되는지 여부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주장하는 상대방이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2002. 11. 22.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와 인쇄회로기판가공기계인 피씨비 라우터(PCB-Router)(모델명: SR-600RM) 2대를 대금 3억 8,0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 이하 같다)에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 이 사건 계약 당시 피고는 위 피씨비 라우터(PCB-Router) 중 1대(이하 ‘이 사건 1호기’라 한다)를 2002. 12. 31.까지, 나머지 1대(이하 ‘이 사건 2호기’라 한다)를 2003. 2. 20.까지 각 원고의 사업장에 설치하기로 약정하였고, 원고는 매매대금 중 계약금 8,000만 원은 계약체결시, 1차 중도금 1억 1,000만원은 이 사건 1호기의 설치완료시, 2차 중도금 1억 1,000만 원은 이 사건 2호기의 설치완료시, 잔금 8,000만 원은 검수완료시에 각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원고는 2002. 11. 28. 계약금 8,8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약속어음 3장으로 지급하였고, 위 약속어음 3장은 2003. 2. 28. 정상적으로 결제된 사실, 그 후 피고는 2003. 1. 11. 이 사건 1호기를 원고의 사업장에 설치하였는데, 2003. 1. 30. 시운전중 이 사건 1호기 내부의 형광등 배선 단락으로 인하여 정방기 및 스핀들(Spindle)이 파손되는 등의 사고로 위 기계의 가동이 중지된 사실, 이에 피고는 2003. 2. 3. 이 사건 1호기를 피고의 사업장으로 가져가 수리를 마친 후 2003. 2. 28. 원고의 사업장에 다시 설치하기로 약정하였으나, 피고가 2003. 2. 18. 수리를 마치고 시운전을 하는 도중에 일본 산요(SANYO)사의 서보 모터(Servo Motor)가 손상되어 위 기계의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어, 2003. 2. 19. 원고에게 위와 같은 사실과 함께 일본 산요(SANYO)사의 서보 모터(Servo Motor)는 재고가 없어 엘지 오티스(LG-OTIS)사의 제품으로 교체하고 볼 스크류(Ball Screw)도 교체, 수리하여 2003. 2. 28. 다시 납품하겠다는 통지를 보냈다가, 2003. 2. 25. 원고의 요청에 따라 트리밍 가공 작업이 가능한 상태로만 보완하여 이 사건 1호기를 원고의 공장에 다시 설치한 사실, 한편 피고는 2003. 3. 5.에야 이 사건 2호기를 원고의 사업장에 공급, 설치하였는데, 이 사건 2호기는 2003. 3. 6. 시운전 당시부터 볼 스크류(Ball Screw) 등의 하자로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아니한 사실, 이에 원고와 피고는 2003. 3. 11. 이 사건 2호기의 볼 스크류(Ball Screw) 교체, 인버터 트러블과 스핀들 관련 오류 수정, 기계 내부의 엑스(X)축을 해체 후 라벨링 재조정 등 하자 보수를 2003. 3. 15.까지 마치고, 원고의 제품생산에 문제가 없도록 설비를 완벽하게 보완하되, 2003. 3. 15. 이후에도 피고의 귀책사유로 문제가 발생하여 제품생산이 지연될 시에는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파기하여도 피고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정한 사실, 그러나 2003. 3. 18. 시운전시 이 사건 2호기에 가공형상 불량의 하자가 발생한 사실, 이에 피고는 2003. 3. 21.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기계들에 존재하는 ① 설비가동 중 컴퓨터시스템 다운 현상(이 사건 2호기), ② 비트(Bit, 공구) 스테이션 포지션(Station Position) 오류 발생(이 사건 1, 2호기), ③ 비트 측정시 오류 발생(이 사건 1, 2호기), ④ 가공형상 불량 발생(이 사건 1, 2호기), ⑤ 엑스(X)축 위치 정도 불량 현상(이 사건 1호기) 등의 하자 중에서 ①, ②, ③의 하자는 2003. 3. 26.까지 반드시 보완조치를 완료하고, ④, ⑤의 하자는 위 보완조치 완료시 재협의하되, 피고가 2003. 3. 26.까지 위 보완조치를 이행하지 못하여 원고의 생산활동이 정상화되지 못할 때에는 원고가 피고의 귀책사유를 원인으로 이 사건 계약을 파기할 수 있고, 위 보완조치를 완료한 이후라도 추가로 중대결함이 발생하여 원고의 정상적인 설비가동 및 생산활동이 불가능할 때에는 원고가 피고의 귀책사유를 원인으로 이 사건 계약을 파기하여도 피고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정한 사실, 피고는 2003. 3. 26. 오후에 원고의 사업장에 직원을 보내 이 사건 기계들에 대한 수리작업을 한 사실, 그러나 원고는 2003. 4. 2. 피고에게 이 사건 1, 2호기의 인도가 지연되고, 이 사건 기계들을 점검한 결과 이와 같은 하자들이 제대로 보완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안전센서 작동시 비상정지, 프로그램 미리보기 지정시 화면 깨짐 현상, 집진 실린더 오작동, 비트체크 에러 발생시 툴 포스트에 반납 못하는 현상 등의 문제가 추가로 발견되는 등 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정상적인 설비가동 및 생산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였고, 위 통지가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한 사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외에 이 사건 계약체결일에 원고와 사이에 집진기를 5,000,000원에 제작·공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집진기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2003. 1. 11. 이 사건 1호기와 함께 집진기를 인도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가 주장하는 하자들은 2003. 3. 26. 수리가 완료되었고, 이 사건 1, 2호기의 인도가 지연된 것은 원고가 양해한 부분이며, 이 사건 1, 2호기에 본질적인 결함이 있어 상당한 기간 수리를 하여도 계약목적 달성에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는 정도의 하자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해제권 행사는 그 효력이 없고, 이 사건 계약 및 이 사건 집진기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피고 사이의 위 2003. 3. 21.자 약정은 그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볼 때, 이 사건 1, 2호기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계약의 해제권을 인정하는 전제 아래 최종적으로 2003. 3. 26.까지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가능하도록 조치한다면 원고가 계약해제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볼 것이고, 위와 같은 약정에 이르게 된 데에는 제1심과 원심에서 당사자들 사이에 쟁점으로 대두되었던 위 약정 이전의 여러 사정들, 즉 이 사건 1, 2호기의 납품과정에서 피고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자재 샘플을 교부하지 않음으로써 원고가 제작할 공정의 자재 특성을 이 사건 기계들에 반영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이 사건 1호기가 설치될 당시 원고가 검수를 하였고 원고의 주 납품업체인 엘지전자 주식회사에서 적합판정을 하였는지 여부, 원·피고가 이 사건 1호기를 일단 트리밍 작업이 가능한 상태로 설치한 다음 2003. 4. 말까지 나머지 하자를 보완하기로 약정하였는지 여부 등이 모두 고려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1, 2호기의 납품시기를 상당히 넘긴 2003. 3. 21.까지도 원고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위와 같이 원고의 해제권을 확인한 이상, 원고의 해제권 행사를 저지할 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점은 피고가 이를 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위 약정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의 해제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1, 2호기에 본질적인 결함이 있어 상당한 기간 수리를 하여도 계약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2003. 3. 26.까지 별다른 하자 없이 원고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가능하도록 조치하였다는 것도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이다.

그런데 제1심에서의 이 사건 1, 2호기에 대한 감정 결과 및 감정인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위 감정 당시 이 사건 1, 2호기에 전체적으로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의 구조적 문제점은 없으나, 공구정렬장치 및 측정센서, 주축의 상하 위치센서, 공구고정용 콜렛장치 등에 결함이 있고, 제어시스템의 구간 에러가 발생하며, 제어불량에 따른 형상불량이 나타나는 등의 하자가 있어 정상가동될 수 없는 상태였으며, 이를 수리하기 위해 2,800만 원 상당의 비용이 예상된다는 것이고, 감정에서 드러난 하자의 내용 또한 원고가 해제사유로서 주장하는 하자의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하자들이 원고의 귀책사유 또는 기계의 장기간 방치로 인하여 2003. 3. 27. 이후에 발생하거나 확대된 것이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위 감정의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있다는 점이 전제되지 않는 한, 피고가 2003. 3. 26.까지 보완하기로 한 하자들이 그때까지 모두 보완되었고 원고가 주장하는 추가적인 하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위 감정 결과에 반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위와 같은 하자의 내용이나 예상되는 수리비 등에 비추어 볼 때 2003. 3. 26. 당시 이러한 정도의 하자가 존재하는 상태를 두고 원고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에 문제가 없었음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며, 나아가 위와 같은 하자가 존재함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면 이에 부수하여 체결된 계약으로 보이는 이 사건 집진기 계약 또한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가 주장하는 하자와 감정 결과 확인된 하자의 내용 및 그로 인하여 정상가동이 불가능할 정도였는지 여부나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피고가 2003. 3. 26.까지 보완하기로 한 하자들은 그때까지 모두 보완되었다고 단정하고,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추가적인 하자들은 이 사건 1, 2호기에 본질적인 결함이 있어 상당한 기간 수리를 하여도 계약목적 달성에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는 정도의 하자로 볼 수 없다고 속단하여,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본소청구를 전부 배척하는 한편, 이 사건 계약 및 이 사건 집진기 계약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반소청구를 일부 인용하면서 피고에게도 지체상금과 하자보수비 및 하자보수의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의사표시의 해석과 증명책임의 분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원고와 피고의 각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김능환(주심) 차한성

arrow
심급 사건
-대전고등법원 2006.9.13.선고 2005나11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