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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0도15765 판결
[명예훼손·협박〕][미간행]
판시사항

[1] 증인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항소심이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피고인이 “무당년(갑)이 널어놓은 옷을 다 훔쳐갔다. 도둑년이다.”라고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갑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증인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 판단을 뒤집어 무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돌을 들고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협박의 점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된다 (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7917 판결 ,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3846 판결 참조).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명예훼손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9. 3. 25. 14:00경 서귀포시 서귀동에 있는 ○○○여관 앞 노상에서, 사실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옷을 절취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민 공소외 1 등 2명이 듣고 있는 가운데 ‘무당년(피해자)이 널어놓은 옷을 다 훔쳐갔다. 도둑년이다’라고 소리침으로써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비록 공소외 1, 2가 제1심 법정 또는 수사기관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기는 하나, 이 사건 당시 도난신고를 받고 출동하였던 경찰 공소외 3이 원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무당이 옷을 훔쳐간 것 같다고 말하지는 않았고, 도둑년이라는 말도 안 했던 것 같다’고 진술한 점, 2009. 5. 4.자 수사보고(현장출동 경찰관 진술)에도 ‘출동 당시 피고인이 경찰관에게 2008년 중순경에도 자신의 집에 문을 따고 들어와 그 안에 있는 재피나무 잎을 전부 따간 사실이 있었는데, 옆에 사는 무당이 이사 오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가 그 무당이 이사 온 후로부터 계속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여 너무 신경이 쓰여 머리가 아프다라고 말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인 점, 당시 작성된 도난발생보고서 등에서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범인이라고 직접적으로 지목하였다는 취지의 기재를 찾아볼 수 없는 점,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가 피고인의 말을 오해하였거나 잘못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달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말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제1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옷을 널어두었는데 무당년이 가져갔다. 도둑년이다.”라고 소리쳤다고 진술하였고, 이는 수사기관 이래 일관된 진술이었으며, 공소외 2 역시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위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한 반면, 도난신고를 받고 출동하였던 경찰 공소외 3은 제1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한 말 중에 “무당년이 널어놓은 옷을 다 훔쳐갔다. 도둑년이다.”라는 말이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 “단정적으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은 것 같다. 도둑년이라는 말도 안 했던 것 같다.”고 진술하였는데, 제1심은 공소외 1, 2의 각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공소외 3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원심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공소사실에 반하는 공소외 3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아니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공소외 1, 3이 제1심 법정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공소외 1, 3이 제1심 법정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공소외 1, 3이 제1심 법정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하여 제1심과 판단을 달리하는 사유로 판시한 사정들은, 위 공소외 3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내용에 불과한 것이거나, 공소외 3이 당시 출동상황과 피해자의 언동을 개괄적으로 기재한 것일 뿐 공소사실 기재 발언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이 아닌 2009. 5. 4.자 수사보고(현장출동 경찰관 진술)나 도난사건의 발생사실 자체를 기재한 것에 불과한 도난발생보고서로서 제1심이 그들 진술의 신빙성을 심사함에 있어 이미 고려했던 여러 정황들 중의 일부에 불과한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할 만한 사정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공소외 1, 3이 제1심 법정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달리한 다음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이 부분은 피고인의 나머지 범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능환(주심) 안대희 이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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