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증인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항소심이 뒤집을 수 있는 경우
[2] 흉기인 과도를 피해자의 복부를 향해 들이대면서 협박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은 항소심의 조치에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8조 [2] 형사소송법 제308조 ,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정중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경우에는,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제1심이 증인의 진술에 대하여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한다 (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지하철 6, 7호선 태릉입구역 7번 출구 앞 노상에서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1과 함께 토스트 노점을 하는 자로서, 2008. 8. 16. 11:00경 위 장소에서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이혼한 기간 동안 공소외 1과 내연의 관계에 있던 옆 노점상인 고소인 공소외 2가 공소외 1과 말다툼을 하자 화가 나 평소 노점설치용으로 소지하고 있던 전체길이 18cm, 칼날길이 7.5cm의 흉기인 과도를 피해자의 복부를 향해 들이대면서 ‘야, 이 새끼야. 난 살만큼 산 사람이고 넌 아직 젊은 놈이니까 아쉬움 없이 죽어. 너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라고 하면서 고소인을 위협하여 협박하였다”는 것인데, 피고인은 수사 초기부터 일관하여 포장마차에서 칼을 들고 작업을 하고 있던 중 3m 정도 거리를 둔 채 공소외 2와 말다툼을 한 것일 뿐 고소인의 복부를 향해 칼을 들이대고 위협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반하여, 고소인과 목격자들은 수사기관 및 제1심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협박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으나,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직접 시행한 제1심은, 피고인은 60세 가까운 노인으로서 음주운전과 도박으로 인한 벌금형 전과 2회만이 있을 뿐이고 폭력전과는 없는 점, 고소인은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1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하여 피고인 부부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과장된 주장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공소외 3, 4, 5(이하 ‘ 공소외 3등’이라 한다)은 고소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하면서 목격자로 지목한 사람들로서 평소 공소외 2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고소인, 공소외 3등의 각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추가 증거조사 없이 제1회 공판기일에 바로 변론을 종결한 다음 이미 이 사건 수사 및 제1심 과정에서 거론이 되었던 사정들 즉,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박스에 풀어놓았던 가스총을 허리에 차고 있었던 점, 피고인은 당시 상황을 목격한 목격자가 공소외 3등 외에 10명도 더 있었다고 진술하였는데, 당시 상황을 지켜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 사정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다급한 상황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점, 공소외 3등은 모두 제1심법정에서 피고인이 고소인을 칼로 위협한 위치에 관하여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는 점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협박을 하였다는 고소인과 공소외 3등의 제1심 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제1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위 사실을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고소인과 공소외 3등의 제1심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그러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지적한 사정들은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마친 수사기록과 증인신문 결과에 기초하여 수사 및 제1심 과정에서 이미 지적이 되었던 사정들로서 제1심이 고소인과 공소외 3등의 제1심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함에 있어 이미 고려했던 여러 정황들 중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니, 원심이 고소인과 공소외 3등이 제1심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은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결국, 원심에는 제1심 증인들이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여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