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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6도2718 판결
[선물거래법위반][공2009상,43]
판시사항

[1] 시세조종 등의 금지에 관한 선물거래법 제31조 제1항 제4호 에 정한 ‘선물거래를 유인할 목적’과 ‘당해 선물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선물거래의 시세를 고정 또는 변동시키는 거래행위’의 의미 및 그 판단 방법

[2] 시세조종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선물거래법 제95조의14 제1항 , 제31조 제1항 위반죄에서 시세변동 가능성에 대한 증명의 정도 및 이익의 실현을 요하는지 여부(소극)

[3] 국채선물시장에서 시장지배력과 정보력·자금력을 갖춘 투자회사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그 거래 내역이 공개되는 범위인 현재가의 아래 위 5단계 내의 호가에 대량의 허수주문과 취소를 지속적으로 반복한 행위가 선물거래법 제31조 제1항 의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선물거래법 제31조 제1항 제4호 에 정한 ‘선물거래를 유인할 목적'이란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여 시세를 변동시키면서 투자자에게는 그 시세가 선물거래시장에서의 자연적인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하여 형성된 것으로 오인시켜 선물 매매거래에 끌어들이려는 목적을 말한다. 이러한 목적은 다른 목적과의 공존 여부나 어느 목적이 주된 것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하며, 투자자의 오해를 실제로 유발하였는지 여부나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등도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위 제4호 에서 말하는 ‘당해 선물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선물거래의 시세를 고정 또는 변동시키는 거래행위’란 본래 정상적인 수요·공급에 따라 자유경쟁시장에서 형성될 시세 및 거래량을 시장요인에 의하지 아니한 다른 요인으로 인위적으로 변동시킬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말한다. 그로 인하여 실제로 시세가 변동될 필요까지는 없고, 일련의 행위가 이어진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그 행위로 인하여 시세를 변동시킬 가능성이 있으면 충분하다. 이상의 각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가 이를 자백하지 않더라도 해당 선물의 성격과 현물과의 관계, 거래의 동기와 태양, 선물 및 현물의 가격 및 거래량의 동향, 전후의 거래상황,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 및 공정성 등의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2] 시세조종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에 따라 구성요건의 차등을 두어 가중처벌하고 있는 선물거래법 제95조의14 제2항 위반의 범죄와는 달리, 시세조종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같은 조 제1항 , 제31조 제1항 의 범죄는 시세를 변동시킬 가능성에 대한 입증만 있으면 충분하므로 어느 정도의 가격변동이 실제로 발생하였는지를 개개의 거래마다 엄밀하게 증명할 필요는 없다. 또한, 이익의 실현 여부 역시 구성요건과 무관하므로 시세조종이 이루어진 기간 전체로 볼 때 실제로는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여도 죄책의 성립에 지장이 없다.

[3] 국채선물시장에서 시장지배력과 정보력·자금력을 갖춘 투자회사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그 거래 내역이 공개되는 범위인 현재가의 아래 위 5단계 내의 호가에 대량의 허수주문과 취소를 지속적으로 반복한 행위가 선물거래법 제31조 제1항 의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들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상고이유의 적법성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을 뿐 피고인들은 항소하지 아니하였음이 분명하므로 이와 같은 경우 피고인들로서는 그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이나 법령위반 사유를 들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으나(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도1561 판결 , 대법원 1990. 10. 10. 선고 90도1688 판결 , 대법원 1991. 2. 26. 선고 90도2276 판결 등 참조), 다만 직권으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의 주장에 관하여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2. 상고이유에 대한 직권 판단

가.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의 금지에 관한 선물거래법 제31조 제1항 제4호 는 ‘단독 또는 타인과 공동으로 선물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당해 선물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선물거래의 시세를 고정 또는 변동시키는 거래행위’를, 제6호 는 ‘기타 공정한 선물거래를 해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행위’를 각 금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당시 시행중이던 구 선물거래법 시행령(2007. 12. 20. 대통령령 제204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에서는 “ 법 제31조 제1항 제4호 의 행위를 위탁하거나 수탁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속한 씨제이자산운용 주식회사(이 사건 당시의 상호는 제일투자신탁운용 주식회사였다, 이하 ‘제일투자신탁운용’이라고 한다)는 선물거래 자격이 있는 거래소 회원이 아니며, 외환선물 주식회사 등 선물거래소 회원사에 선물거래용 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를 통하여 매매거래를 위탁(주문)하는 방식으로 거래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일련의 행위는 ‘거래행위’가 아니라 그 거래행위의 ‘위탁’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같이 거래소 회원에게 매매거래의 주문을 하는 행위는 선물거래법 제31조 제1항 제4호 가 아닌 같은 항 제6호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에 의하여 금지·처벌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은 법령적용에서 선물거래법 제31조 제1항 제4호 를 거시한 잘못은 있으나, 어느 쪽이든 법정형이 동일하므로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같은 이유로, 선물거래법은 실제로 체결된 매매거래만을 처벌할 뿐 체결되지 아니한 주문행위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전제에 선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이 사건 국채선물시장에 있어서의 시세조종행위를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2항 제1호 에서 규정한 시세조종행위와 달리 해석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 즉, 선물거래법 제31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선물거래를 유인할 목적’이라 함은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여 시세를 변동시킴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에게는 그 시세가 선물거래시장에서의 자연적인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하여 형성된 것으로 오인시켜 선물 매매거래에 끌어들이려는 목적을 말하며, 이러한 목적은 다른 목적과의 공존 여부나 어느 목적이 주된 것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하며, 투자자의 오해를 실제로 유발하였는지 여부나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등도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당해 선물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선물거래의 시세를 고정 또는 변동시키는 거래행위’라 함은 본래 정상적인 수요·공급에 따라 자유경쟁시장에서 형성될 시세 및 거래량을 시장요인에 의하지 아니한 다른 요인으로 인위적으로 변동시킬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말하는 것일 뿐, 그로 인하여 실제로 시세가 변동될 필요까지는 없고, 일련의 행위가 이어진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그 행위로 인하여 시세를 변동시킬 가능성이 있으면 충분하다 할 것이며, 이상의 각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가 이를 자백하지 않더라도 해당 선물의 성격과 현물과의 관계, 거래의 동기와 태양, 선물 및 현물의 가격 및 거래량의 동향, 전후의 거래상황,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 및 공정성 등의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도1256 판결 ,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도606 판결 ,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3도432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주문의 취소는 모든 투자 주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며, 잦은 주문행위와 잦은 취소가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거래 전략이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단지 주문의 취소가 잦다는 이유만으로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체결가능성이 적은 최우선 3~6단계의 호가에 200계약 내지 1,000계약(1계약 단위의 금액은 1억 원)에 달하는 허수주문을 한 후 그 주문 전부를 취소하거나 정정하는 행위를 빈번하게 하였고 체결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최우선 1~2단계 호가에 속하는 주문을 제시한 후 즉시 취소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등 주문 잔량의 변동을 심화시켜 매매거래를 유인하였으며 허수주문 후 가격이 상승(하락)하면 소량의 매도(매수)주문을 체결시키고 허수성 주문은 모두 취소하는 행위를 반복하였다는 것이고, 여기에 뒤에서 보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에게 유인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로 처단한 것은 정당한 판단으로 수긍이 간다.

원심판결에는 이에 관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서 논리칙이나 경험칙을 위반한 위법이 없다.

다. 그리고 앞서 본 법리에 의할 때, 시세조종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에 따라 구성요건의 차등을 두어 가중처벌하고 있는 선물거래법 제95조의14 제2항 위반의 범죄와는 달리, 시세조종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같은 조 제1항 , 제31조 제1항 의 범죄에 있어서는 시세를 변동시킬 가능성에 대한 입증만 있으면 충분하므로 어느 정도의 가격변동이 실제로 발생하였는지를 개개의 거래마다 엄밀하게 증명할 필요는 없다 할 것이고, 또한 이익의 실현 여부 역시 구성요건과 무관하므로 시세조종이 이루어진 기간 전체로 볼 때 실제로는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도 죄책의 성립에 지장이 없다.

이 점을 다투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라. 한편,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채선물시장이 고도로 경쟁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이며, 특정 거래자가 상당 기간 시세를 변동시켜 이를 유지하는 것, 즉 유가증권 시장의 일부 종목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전형적인 시세조종행위가 빈발한다는 것은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 할지라도, 그러한 특성들이 실제 거래의 모든 측면에 걸쳐 모든 순간에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가정도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상황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거나 그에 관한 정보의 진실성 판단을 방해함으로써 시세조종이 가능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보면,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의 전체 거래량 대비 거래 비중이 큰 당사자가, 그러한 지위를 이용하여 거래의 공백상태나 침체상태, 미묘한 균형상태 등을 틈타 순간적인 충격이나 거래상황에 관한 허위정보를 가함으로써 가격결정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마저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고,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라면 시세를 인위적으로 변동시킬 가능성이 있는 거래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기록상 공소외 1, 2에 대한 각 검찰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등 이 사건에서 원심이 제1심판결을 원용하여 들고 있는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속한 제일투자신탁운용 주식회사(현 상호 : 씨제이자산운용 주식회사)는 당시 국채선물시장에서 거래량 기준 1위의 투자 주체였고, 2002. 6. 19. 부터 9. 17.까지 피고인들이 근월물인 KTB209(2002. 9.물) 거래에 동원한 계좌는 7개로서 위 기간 중 시장 전체 주문량의 12.6%, 체결량의 5.1%를 차지하였으며, 일자별로는 시장 주문량 대비 최대 32%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점,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현재가의 아래 위로 5단계 호가 범위 내의 매수 및 매도 주문 물량이 각 호가별로 공개되며 시장 참여자들이 사용하는 국채선물매매용 프로그램은 그 호가창에 위 정보가 실시간으로 현출되도록 구성되어 있는 점, 피고인들은 위 호가창에 나타나게 할 수 있는 5단계 호가 범위 내의 허수주문을 주로 시도하였는데, 해당 허수주문 수량이 시장에 공개되는 총 주문수량(5단계 호가)에서 차지하는 비율(5단계 호가 범위 내의 주문관여비율)이 20.1% ~ 71.7%에 이르고 있었으며, 피고인들의 주문 회수 대비 취소 비율이 평균 34.5%로 높게 나타났고, 그 중에서도 특히 500계약 이상의 대량주문의 취소비율이 72.6% ~ 100%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었던 점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이 5단계까지 호가 잔량을 공개하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 상황에 관한 정보를 시장 참여자 누구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하여 시장 참여자들의 가격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인바(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허수주문을 일상적으로 함으로써 호가 잔량이 아무런 기능도 할 수 없다면 공개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체결할 의사 없이 위 범위 내의 호가에 대량의 허수주문을 하였다가 체결 직전에 취소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 상황에 관하여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다만, 시가로부터 5호가 범위 내의 주문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순간적으로 체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어서, 비록 단기간 내에 취소할 의도였다 할지라도 대량의 허수주문을 하는 데에는 주문자 자신도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게 되므로, 허수주문이 일부 체결되더라도 만회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극히 일부 투자자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시장 참여자들에게 자체억제요인을 갖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의 경우 그러한 주문행위를 체결 의사 없는 주문이라 단정하는 것도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사건에 있어서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5호가 범위 내의 대량 주문을 단순한 허수주문으로 단정할 수 없는 요인이 될 여지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허수주문이 상당한 정도의 시장지배력과 정보력·자금력을 동시에 갖춘 투자 주체만 가능한 것이라면, 대부분의 경우 해당 주문이 허수주문인지 아닌지는 허수주문을 한 해당 주체만 알 수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투자 주체들은 그것이 허수주문인지 아닌지를 그때마다 판단하여 거래에 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보의 불균형도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여 보건대, 피고인들의 행위는 이 사건 국채선물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하여 시세를 변동시킬 가능성이 큰 행위로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국채선물시장의 효율성으로 말미암아 허수주문으로 인한 시제조종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 그 외의 상고이유의 주장들은 모두 단순한 사실오인의 주장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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