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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3078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의 도주운전죄가 성립하기 위한 상해의 정도

[2] 사고 관련 차량의 충돌 부위와 충격의 정도, 피해자들의 상해 부위와 정도 등에 비추어 형법상 ‘상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에 정한 도주운전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3]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의 취지 및 사고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의 정도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점에 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이 정하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고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 도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생명·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형법 제257조 제1항 에 규정된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391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차량이 2차로로 진행하다가 1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뒤에서 진행해 오던 피해차량과 충돌한 것인데, 피해차량이 가해차량과 충격된 부분을 촬영한 사진의 영상에 의하면 그 충격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공소외 1은 이 사건 사고 직후 완주경찰서에 사고신고를 하면서 담당 경찰관에게 몸이 아프다고 호소한 적은 없고, 다만 “위 사고로 제 차가 약간 흠집이 났고 제 부상 정도는 조금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던 점, 피해자들의 병명은 각 “목뼈의 염좌 및 긴장, 허리뼈의 염좌 및 긴장”으로 공소외 1은 전치 1주, 공소외 2는 전치 2주의 각 진단을 받았는데, 피해자 공소외 2는 1심법정에서 “몸을 못 움직여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안 아픈 사람도 병원에 있으면 더 아픈 것 같은 느낌 정도는 들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던 점, 피해자들을 치료한 참조은병원의 진료기록부 및 방사선사진에 근거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피해자들은 경추 및 요추부 동통을 호소하는 외에 특이 소견 없는 환자들이었기 때문에 컴퓨터 단층 촬영 등의 정밀 검사는 실시된 바 없고, 당시 피해자들의 상태는 불편함을 줄 수는 있으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들이 받은 치료는 근육 이완제 성분의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는 정도에 불과하였고,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각 25일에 걸쳐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입원 기간 동안 집에 가서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적도 있는바, 통원치료의 필요성조차도 의문스러워 보이는 상태였음에도 피해자들이 의도적으로 장기간의 입원생활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사고 전부터 공소외 1은 어깨의 통증 및 근육파열의 기왕증이 있었고, 공소외 2는 이 사건 사고 발생 7~8개월 전에 요추 4, 5번 허리 수술을 한 병력이 있는 점, 그 외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들의 연령과 건강상태, 이 사건 사고 후의 피해자들의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들이 이 사건 사고로 각 신체의 완전성이 손상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왔다거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어 형법상 ‘상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도로교통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전북 (번호 1 생략)호 세피아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인바, 2006. 11. 4. 13:10경 위 차를 운전하여 전북 완주군 봉동읍 구만리 소재 굿모닝주유소 앞 편도 2차로 도로를 전주 방면에서 봉동 방면을 향하여 그 도로의 2차로를 따라 시속 약 70km로 진행함에 있어 진행방향 좌측 1차로로 차로를 변경하게 되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는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여 그 진로변경을 예고하고 전후좌우의 교통상황을 잘 살피면서 차로를 변경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좌측으로 차로를 변경한 과실로 때마침 1차로를 따라 진행 중인 피해자 공소외 1 운전의 (번호 2 생략) 그랜져 승용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피고인 운전의 승용차 좌측 뒤 범퍼 부분으로 공소외 1 운전의 승용차 우측 앞 범퍼 부분을 충격하여 위 그랜져 승용차를 수리비 427,588원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해차량의 앞 범퍼 우측 모서리 부분에 가해차량 범퍼의 페인트가 약간 묻어난 외에 외견상 가해차량 및 피해차량에 찌그러지는 등의 파손 부위는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차량 수리비로 427,588원(부가세 포함)이 들었는데, 이는 앞 범퍼 도장 보수비용이었던 점, 가해차량이나 피해차량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파편물이 도로상에 비산되지 아니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에 있어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이 경우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2001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장소에서 피고인 차량을 시속 약 70km로 운전하여 편도 2차선 도로 중 2차로에서 1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면서 1차로에서 진행하던 피해차량을 충격하고 이를 알았던 사실, 당시 피해차량에는 운전자 외 조수석에도 사람이 탑승하고 있었던 사실, 피해차량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수리비 427,588원이 들도록 앞범퍼 등이 손괴된 사실, 피고인은 사고 직후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였고, 이에 피해차량의 운전자가 약 1km 이상 피고인 차량을 추격하다가 전방 삼거리 교차로의 정지 신호로 인하여 추격을 중단한 사실, 이 사건 사고장소는 편도 2차선의 도로이고, 사고시각은 낮으로서 차량들의 흐름이 적지 않았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피고인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즉시 정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진행하였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도주하는 피고인을 약 1km 이상 추격함으로써 새로운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초래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비록 위 사고로 인하여 피해차량이 경미한 물적 피해만을 입었고 파편물이 도로상에 비산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시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교통사고가 경미한 접촉사고에 불과하여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할 당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도로교통법 제148조 , 제54조 제1항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안대희 양창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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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전주지방법원 2008.3.28.선고 2007노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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