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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7204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정치자금법위반][공2008하,1402]
판시사항

[1]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경우, 위 청탁·알선행위가 정치자금을 받은 자의 직무 범위에 속하거나 정치자금법에 따라 기부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사정 등으로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위반죄의 죄책을 면하는지 여부(소극)

[2] 국회의원이 사실상 지배·장악하거나 지정한 후원회에 기부된 후원금을 국회의원 본인이 기부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간접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 타인의 의사를 부당하게 억압할 것을 요하는지 여부(소극)

[4] 정유회사 경영자의 청탁으로 국회의원이 위 경영자와 지역구 지방자치단체장 사이에 정유공장의 지역구 유치와 관련한 간담회를 주선하고 위 경영자는 정유회사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위 국회의원이 사실상 지배·장악하고 있던 후원회에 후원금을 기부하게 한 사안에서, 국회의원에게는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위반죄가, 경영자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간접정범이 성립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서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을 수 없으므로 그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이상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위반죄가 성립하고, 그 청탁 또는 알선행위가 당해 정치자금을 받은 자의 직무활동 범위에 속한다거나 나아가 그 청탁 또는 알선의 내용이 위법 또는 부당한 것이 아니라는 사정 또는 그에 관한 정치자금 기부행위가 정치자금법이 정한 절차와 한도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그 죄책을 면할 수 없다.

[2] 국회의원의 후원회가 정치자금법이 정한 단체의 실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이거나 단체의 실질은 갖추었더라도 국회의원이 직접 또는 보조자를 통하여 후원회의 후원금 입·출금을 포함한 후원회의 회계를 사실상 지배·장악하여 관리하고 있는 경우에는, 비록 형식적으로는 후원금이 후원회에 기부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회의원이 직접 후원금을 기부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국회의원이 지정한 후원회는 정치자금을 모아 국회의원에게 전달하는 데 그 존립 목적이 있어 정치자금의 최종 귀속자 내지 독립된 제3자라기보다는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을 관리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후원회가 위 법이 정한 단체의 실질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독자적인 회계처리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에도, 원래 기부자의 후원회에 대한 후원금 기부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의원이 후원회로부터 기부받은 후원금액은 원래의 기부자로부터 직접 기부받은 것과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

[3]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유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범죄를 실현한 자는 형법 제34조 제1항 이 정하는 간접정범의 죄책을 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의사를 부당하게 억압하여야만 간접정범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4] 정유회사 경영자의 청탁으로 국회의원이 위 경영자와 지역구 지방자치단체장 사이에 정유공장의 지역구 유치와 관련한 간담회를 주선하고 위 경영자는 정유회사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위 국회의원이 사실상 지배·장악하고 있던 후원회에 후원금을 기부하게 한 사안에서, 국회의원에게는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위반죄가, 경영자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간접정범이 성립한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황진호외 7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

가. 정치자금법(2006. 3. 2. 법률 제78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말하고, 현행 정치자금법에서도 전체적인 취지 및 조문체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정치자금법’이라고만 한다)은 제1장부터 제5장까지 같은 법이 허용하는 정치자금의 종류를 당비, 후원회에 대한 후원금, 기탁금, 국고보조금 등으로 나누어 명시하고 각 정치자금 종류별로 기부 한도와 절차 등에 관하여 상세하게 규정한 다음, 제6장에서 일정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정치자금의 기부가 제한됨을 명시하여, 외국인과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는 물론,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하는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제31조 ),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 지방의회 의장·부의장 등을 선출하는 일,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 국가·공공단체 또는 특별법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과의 계약 등 특정행위와 관련한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32조 ), 고용관계 등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정치자금 기부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33조 ).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데 그 입법 목적이 있는바, 이러한 입법 목적과 아울러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정치자금법 규정의 내용 및 체계를 종합하면, 정치자금법 제6장의 기부제한에 관한 규정은 그 제1장부터 제5장에서 허용하고 있는 절차와 한도에 따른 정치자금의 기부행위라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특별히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이고, 특히 같은 법 제32조 는 비록 정치자금의 수수가 위 법이 정한 절차와 한도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위 법조항이 정하는 특정행위와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공직선거,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 공법인 등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되거나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보아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그러한 정치자금의 수수를 금지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서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을 수 없으므로 그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이상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위반죄가 성립하고, 그 청탁 또는 알선행위가 당해 정치자금을 받은 자의 직무활동 범위에 속한다거나 나아가 그 청탁 또는 알선의 내용이 위법 또는 부당한 것이 아니라는 사정 또는 그에 관한 정치자금 기부행위가 정치자금법이 정한 절차와 한도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그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나. 정치자금법은,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를 목적으로 설립·운용되는 단체인 후원회를 지정하도록 하고, 후원회는 회원과 사무소를 기초로 활동한 결과로 모금한 후원금에서 모금에 직접 소요된 경비를 공제한 후 지체없이 국회의원에게 기부하도록 하는 한편,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직접 정치자금을 기부받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여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치자금법의 입법 목적 및 그 규정내용 등을 종합하면, 국회의원의 후원회가 위 법이 정한 단체로서의 실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이거나 단체로서의 실질은 갖추었더라도 국회의원이 직접 또는 보조자를 통하여 후원회의 후원금 입·출금을 포함한 후원회의 회계를 사실상 지배·장악하여 관리하고 있는 경우에는, 비록 형식적으로는 후원금이 후원회에 기부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회의원이 직접 후원금을 기부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이 지정한 후원회는 정치자금을 모아 국회의원에게 전달하는 데에 그 존립 목적이 있어 정치자금의 최종 귀속자 내지 독립된 제3자라기보다는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을 관리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후원회가 위 법이 정한 단체로서의 실질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독자적인 회계처리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에도, 국회의원이 후원회로부터 기부받은 후원금액은 원래 기부자의 후원회에 대한 후원금 기부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래의 기부자로부터 직접 기부받은 것과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

다. 한편, 형법 제34조 제1항 은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유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범죄를 실현한 자는 위 법조항이 정하는 간접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의사를 부당하게 억압하여야만 간접정범에 해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라. 원심 및 제1심의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의하면, 에쓰오일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겸 회장인 피고인 2가 위 회사의 제2공장을 서산시에 신설하는 것과 관련하여 그곳 지역구 국회의원인 피고인 1의 주선으로 서산시장 등과의 간담회를 가지고 피고인 1에게 도시계획변경 및 일반지방산업단지지정에 관하여도 서산시장의 협조를 구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후원금을 제공하기로 마음먹고, 위 회사의 경영진과 조직을 통하여 전국에 산재한 위 회사 지점 및 영업소 직원들에게 피고인 1을 소개하면서 그에 대한 후원금 기부를 권고하고 후원한 직원들의 명단까지 파악하는 등 후원금 기부를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이전에는 피고인 1에 대한 후원금 기부를 생각조차 하지 않던 전국 각지의 위 회사 직원들 중 무려 542명으로 하여금 불과 14일 동안 10만 원씩 모두 5,420만 원의 후원금을 피고인 1의 후원회에 집중적으로 기부하도록 함으로써 피고인 2 및 위 회사 임원 등의 후원금을 합하여 합계 5,560만 원을 기부한 사실, 피고인 1의 후원회는 형식적으로는 위 피고인과 별도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나, 그 활동이 미미하고, 후원금 관리계좌가 위 피고인 명의로 개설되어 있으며, 그 통장 및 도장을 위 피고인의 변호사사무실 여직원 겸 국회의원 정치자금 회계책임자가 위 피고인의 국회의원 정치자금 통장 및 도장과 함께 보관하면서 위 피고인의 국회의원 보좌관 겸 후원회 회계책임자의 구체적 지시·감독 아래 이를 관리하여 왔고, 위 피고인은 그 보좌관 겸 후원회 회계책임자로부터 위 통장의 입·출금 내역 등 관리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아 왔으며, 이 사건 후원금 입금에 관하여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보고받고 그 직후 피고인 2에게 직접 감사하다는 취지의 인사말까지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형식적으로는 위 후원금이 후원회에 기부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후원회의 회계를 사실상 지배·장악하고 있던 피고인 1 본인이 바로 후원금을 기부받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가 금지하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이라 할 것이고, 피고인 2는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여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구성하지 않는 직원들의 기부행위를 유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범죄를 실현한 것이어서 간접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마.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1의 간담회 주선과 서산시장에의 의견제시는 국회의원 본래의 직무범위에 속하여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위와 같은 행위를 부탁하고 그와 관련한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관련한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1이 적극적으로 정치자금의 기부를 요구하거나 피고인들 사이에 그에 관한 사전의 의사연락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단지 후원회의 인적 구성이나 운영실태가 제1심 판시와 같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 1이 형식상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하기 어려우며, 피고인 2가 그 직원들의 의사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어 피고인 2에게 간접정법의 죄책을 물을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치자금법의 관련 규정 및 간접정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다만, 원심판결 중 제1심이 그 이유에서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유지한 결론은 기록에 비추어 수긍할 수 있어, 이 부분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에 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국회의원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한 금품을 수수하면서 후원회를 통하는 방식을 취하였을 때, 국회의원의 후원회가 정치자금법이 정한 단체로서의 실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이거나 단체로서의 실질은 갖추었더라도 국회의원이 직접 또는 보조자를 통하여 후원회의 후원금 입·출금을 포함한 후원회의 회계를 사실상 지배·장악하여 관리하고 있는 경우라면 비록 형식적으로는 후원회 명의로 후원금을 기부받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국회의원이 바로 후원금을 수수한 것과 같이 보아야 할 것임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앞서 본 사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은 그 보좌관 겸 후원회 회계책임자 등을 통하여 후원회의 회계를 사실상 지배·장악하여 관리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피고인 1이 형식적으로는 후원회를 통하여 이 사건 금원을 기부받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1 본인이 바로 이 사건 금원을 수수한 것과 같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 금원이 후원회에 입금된 이상 피고인 1이 이를 피고인 2로부터 수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죄에 있어서의 금품수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판결은 구성요건 및 사안을 달리하는 이 사건에 원용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3. 결 론

그러므로 검사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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