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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법 2007. 8. 22. 선고 2007노129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정치자금법위반] 상고[각공2007하,2656]
판시사항

[1] 국회의원이 정책결정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정책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가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의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그 판단 기준

[2] 국회의원이 정유공장의 지역구 유치와 관련하여 정유회사 경영자와 지역구 지방자치단체장의 간담회를 주선하고 단체장에게 정유공장 건립 예정 부지에 대하여 조속한 용도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국회의원의 정당한 정책제안에 해당하므로, 위 경영자가 이와 관련하여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은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가 금하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관련한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3] 국회의원이 형식상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것이어서 국회의원 본인이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의 의미

[4] 국회의원의 후원회가 국회의원 본인의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국회의원의 보좌관이 후원회 회계책임자를 겸직하고 국회의원의 피용인이 후원회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처리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위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받았지만, 대다수 후원회의 운영실태 등에 비추어 국회의원 본인이 직접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5] 정유회사 소속 직원들이 회사의 권유 또는 독려에 따라 자신의 출연으로 특정 국회의원의 후원회에 소액후원금 형태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안에서, 위 정유회사의 경영자에게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위반행위에 대한 간접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회의원은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시킬 책임을 지는 국민의사의 중개자이므로 널리 국민의 의사를 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범위에 속하고, 그러한 범위 내에서 국회의원의 직무활동은 관계 정책당국이나 담당 공무원의 정책결단에 관한 의사결정이나 정책집행에 불가분 관련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정책결정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정책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가 언제나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가 정하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에 해당되어 금지되는 것이라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다만, 그와 같은 의견의 제시가 국회의원의 정당한 직무범위에 속하는 정책제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첫째 내용면에서 정책에 관한 의견 그 자체가 건전한 사회통념상 객관적인 합당성을 결하여 누구라도 이러한 정책에 선뜻 찬동하기 곤란한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둘째 동기면에서 국회의원의 의도가 국민 전체 또는 그와 관계되는 지역구 주민의 공익에 배치됨을 인식하면서도 특정인 또는 단체에 대한 이권에 개입하려는 데만 있어서는 아니 되며, 셋째 의견제시의 방식면에서 부당한 압력, 부정한 대가 제시나 정치적인 영향력을 이용하여서는 아니 되고, 넷째 관련 행정절차면에서 제시된 의견에 따른 정책의 입안과정이나 실시과정에서 해당 정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미리 예정되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절차가 당해 국회의원 등에 의하여 위법 또는 탈법적인 방법으로 형해화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

[2] 국회의원이 정유공장의 지역구 유치와 관련하여 정유회사 경영자와 지역구 지방자치단체장의 간담회를 주선하고 단체장에게 정유공장 건립 예정 부지에 대하여 조속한 용도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국회의원의 정당한 정책제안에 해당하므로, 위 경영자가 이와 관련하여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은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가 금하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관련한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3] 국회의원이 공무원의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 그의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게 한 경우, 형식상 후원회를 통하여 받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를 국회의원 본인이 기부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형식상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받은 경우란 국회의원이 적극적으로 정치자금의 기부를 요구하거나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사람들 사이에 그에 관한 사전의 의사연락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4] 국회의원의 후원회가 별도의 사무실과 소속 직원을 두지 않은 채 국회의원 본인의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국회의원의 보좌관이 후원회 회계책임자를 겸직하고 국회의원의 피용인이 위 회계책임자의 지시를 받아 후원회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처리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위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받은 경우, 정치자금법이 후원회의 인적구성에 관하여 국회의원 보좌관의 회계책임자 겸직을 금지하지 않고 있고, 현실의 운영실태 면에서도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위와 유사한 형태로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단지 형식상으로만 후원회를 통한 것이 아니므로 국회의원 본인이 직접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5] 정유회사 소속 직원 500여 명이 회사의 권유 또는 독려에 따라 자신의 출연으로, 위 회사 정유공장을 지역구에 유치하기 위한 정책제안활동을 한 국회의원의 후원회에 세액공제가 되는 소액후원금 형태로 합계 5,000만여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안에서, 위 직원들이 위와 같이 정치자금의 기부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하여 잘 인지하고 있었고 정유회사의 경영자가 직원들의 의사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한 것도 아니므로, 위 경영자에게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위반행위에 대한 간접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들 및 검사

검사

김선규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영선외 6인

주문

제1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피고인 1

(가) 사실오인

피고인 1은 피고인 2로부터 서산시장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적이 없다.

(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이 사건 정치자금은 피고인 1의 후원회에 기부된 것이고, 피고인 1의 후원회는 피고인 1과 별개의 실체이므로 피고인 1이 형식상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고 볼 수 없다.

(다) 양형부당

(2) 피고인 2

(가) 사실오인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서산시장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한 적이 없다.

(나) 법리오해

정치자금법 제32조 위반의 처벌대상은 ‘정치자금을 기부한 자’에 국한되고, ‘기부하게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은 별도로 두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피고인에게 피고인 아닌 제3자가 기부한 후원금에 대하여 같은 법 위반의 책임을 지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이 간접정범이론에 의하여 피고인이 제3자가 기부한 정치자금에 대하여도 죄책을 진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② 이 사건 기부행위와 관련 있는 ‘특정한 청탁 내지 알선행위’가 무엇인지 공소사실에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

(다) 양형부당

나. 검 사

(가) 사실오인(정치자금법 위반의 점에 대한 이유무죄 부분)

피고인들은 이 사건 공장신설에 있어 각종 인·허가문제 등 사항에 관하여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서도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것이다.

(나) 법리오해(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에 대한 이유무죄 부분)

피고인 1이 피고인 2로부터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교부받았다고 하더라도 정치자금법에 의하여 후원회에 기부된 후원금은 결국 피고인 1에게 기부되므로 피고인 1은 후원금의 형식을 빌어 피고인 2로부터 금원을 수수한 것이다.

(다) 양형부당

2. 판 단

가.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에 관하여

(1) 피고인들 사이에 서산시장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관련하여 기부행위가 없었다는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하여

(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거에 의해서 선출된 선거직공무원으로서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므로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활동하여야 하지만, 전체 국민의 이익을 위한 활동과 상충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는 자신의 지역구 주민의 이익을 위하여도 활동할 수 있다.

또한, 국회의원의 주된 직무는 입법권을 담당하는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국회의원의 직무가 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지 아니하는 이상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시킬 책임을 지는 국민의사의 중개자로서 널리 국민의 의사를 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하는 것도 국회의원의 직무범위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검사도 이 법원에 제출한 2007. 7. 13.자 의견서에서 국회 외에서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는 국회의원이 행할 수 있는 직무의 범위가 어떻게 될 것인지 여부는 결국, 대의제의 일반원칙으로 돌아가 국회의원이 전 국민의 대표자로서 그 이익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라 할 것이고, 그 범위도 광범위하게 인정하여야 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피고인 1이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 2를 만나 에쓰오일의 제2공장의 부지로 대산지역을 추천하고 서산시장과의 간담회를 주선한 후 서산시장을 설득하여 공장유치에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게 만든 것이 그것 자체만으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범위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이 점을 인정한다. 다만, 검사는 피고인 1이 서산시장에게 조속한 용도변경을 촉구한 행위는 서산시장이 담당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행위에 해당하여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보고 가사 이러한 행위까지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범위에 속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면 국회의원의 정당한 직무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법원은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사건에 돌아와 본다.

① 제1심은,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 1이 2005. 8. 초순경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연히 피고인 2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에쓰오일 제2공장을 지역구인 서산 대산지역에 유치하겠다고 말한 사실, 그 후 피고인 2의 부탁으로 피고인 1이 공소외 1 서산시장에게 전화하여 에쓰오일이 제2공장을 대산지역에 신축할 의향이 있으니 만나보라고 권유함으로써 2005. 8. 22. 서산시청 시장실에서 공소외 1과 피고인 1, 2 및 에쓰오일 관계자, 서산시청 담당 직원들이 참석한 간담회가 개최된 사실, 간담회에서 서산시청측에서는 에쓰오일이 제시한 지역 중 일부를 그 인근 지역으로 대체하여 자연녹지 약 33만 평(도시관리계획 기본계획상으로 공업지역이었기 때문에 용도변경이 가능하다)이 포함된 약 70만 평을 제2공장 신축부지로 제시하였고, 당시 위 자연녹지지역의 도시계획변경 문제가 언급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공소외 1 서산시장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사실, 피고인 2가 2005. 8. 25. 제2공장 신설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회의에서 피고인 1과 도시계획변경 문제를 결부하여 말하였고, 2005. 9. 23.에는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일 만찬 석상에서 피고인 1을 만나 ‘도시계획을 변경하여야 한다더라’는 취지로 말하여 피고인 1로부터 ‘그럼 해결해야지요’라는 취지의 답변을 들은 사실, 그 후 피고인 1이 2005. 10. 5. 피고인 2에게 전화하여, ‘사업을 계속하여 추진하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피고인 2는 이를 피고인 1이 공소외 1 서산시장에게 도시계획변경과 관련한 말을 해둔 것으로 받아들인 사실, 피고인 2는 일반지방산업단지 지정신청이 임박한 2005. 10. 말경 공소외 2에게 피고인 1을 만나보라고 지시하여 공소외 2가 2005. 11. 3. 제2공장과 관련한 사업계획서 등을 가지고 피고인 1의 사무실에서 피고인 1을 만나 제2공장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곧 일반지방산업단지 지정신청을 할 것인데 신청을 하면 잘 좀 되게 협조 부탁드린다고 말한 사실, 피고인 2는 일반지방산업단지 지정신청서가 서산시청에 제출된 2005. 11. 7. 피고인 1에게 전화하여 위 제출사실을 알리고 신경 써 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사실, 그런데 서산시는 2005. 11. 11. 위 지정신청에 대하여 관계 법령상 자연녹지지역에 대하여는 일반지방산업단지 지정신청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지정신청서의 접수를 거부한 사실, 이에 에쓰오일은 일반지방산업단지지정신청을 위하여는 위 자연녹지지역의 용도변경이 선결과제임을 인식하고, 그 직원들이 서산시장이나 서산시청 담당 직원들을 방문하여 조속한 용도변경을 요청하였으나, 서산시장이나 서산시청 담당자들은 그 무렵부터 대산지역 번영회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하여 조직적으로 일기 시작한 제2공장의 대산지역 입주를 반대하는 여론을 의식하여 그 민원문제부터 해결할 것을 요구한 사실, 이에 에쓰오일은 그 무렵부터 대산지역 이장 등 여론에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접촉하고, 지역주민의 동향을 파악하였으며, 서산지역 출신의 직원 공소외 3을 서산시에 상주시키기도 하였으며, 대산지역 영세민들에게 난방유를 공급하는 등 민원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시작한 사실, 한편 공소외 1 서산시장은 2005. 12. 2. 전화로 피고인 2에게 용도변경을 서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사실, 그런데 에쓰오일은 2005. 12. 22. 서산시청에 위 자연녹지지역의 용도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2006. 1. 6. 공소외 2가 서산시장을 방문하여 용도변경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였는데, 공소외 1이 서두르지 말라고 한 사실, 서산시는 2006. 1. 16. 용도변경은 주민제안사항이 아니라고 통보하여 사실상 에쓰오일의 조속한 용도변경 요구를 거부한 사실, 그 후 에쓰오일은 제2공장 신축 예정부지 중 공업지역인 약 37만 평에 대하여만 먼저 일반지방산업단지지정신청을 하기로 방침을 변경하여, 2006. 2. 8. 그러한 취지의 일반지방산업단지지정신청서를 서산시청에 제출한 사실, 한편 에쓰오일로서는 제2공장 신설을 추진함에 있어 그 무렵 국제원자재 값이 상승하고 있었고, 제2공장의 신설을 위한 중요기자재 중 일부는 발주로부터 그 제작기간이 30개월 이상 걸리는 점에서 시급히 행정절차를 밟아야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부지 매수 작업 및 위 중요 기자재의 발주 등의 후속절차를 진행시킬 필요가 있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에쓰오일측으로서는 도시계획변경절차나 일반지방산업단지지정절차가 조속히 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비록 서산시장이 이에 대하여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였다고 하나 서두르고 있지는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인 1을 통하여 그와 정치적 동지의 관계에 있는 서산시장 공소외 1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기대하면서 이를 부탁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2나 공소외 2가 피고인 1과 도시계획변경 및 일반지방산업단지지정신청과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고 나아가 협조를 부탁한 것은 도시계획변경 및 일반지방산업단지지정과 관련하여 서산시장에게 협조를 구해달라는 청탁 또는 알선 요청을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것은 정치자금법 제32조 가 금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② 그러나 위와 같은 제1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회의원이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시킬 책임을 지는 국민의사의 중개자로서 널리 국민의 의사를 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직무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면, 그러한 범위 내에서의 국회의원의 직무활동은 관계 정책당국이나 담당 공무원의 정책결단에 관한 의사결정이나 정책집행에 불가분 관련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국회의원이 정책결정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정책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가 언제나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아래에서는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가 정하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에 해당되어 금지되는 것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다만, 그와 같은 의견의 제시가 정책결정과정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시키려는 것으로서 국회의원의 정당한 직무범위에 속하는 정책제안에 해당하는지 여부, 바꾸어 말하여 그러한 국회의원의 의사표시나 직무활동이 이 사건 조항이 정하는 청탁 또는 알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지 여부는 아래와 같은 요건을 검토하여 판단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책제안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합당한 이익을 얻는 특정한 국민이나 단체가 그와 같은 국회의원의 정책제안과 관련된 정치활동에 찬동하여 지지를 표명하고 더 나아가 법이 허용하는 정당한 방식으로 공개적 검증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당해 국회의원의 정당한 직무활동과 정치적 행위를 조력하고자 하는 취지에 입각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은 우리의 대의제 민주정치제도하에서 당연히 예정된, 그리고 나아가 장려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만일 그러한 기부가 이 사건 조항이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하여 항상 금지되는 것이라면 이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에 이른다(이것은 가령 국회의원의 특정한 입법활동에 의하여 이익을 받는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그러한 입법활동을 촉구하고 그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조항이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정책결정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정책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가 국회의원의 정당한 직무범위에 속하는 정책제안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첫째 내용에 있어서 정책에 관한 의견이 그 자체가 건전한 사회통념상 객관적인 합당성을 결하여 누구라도 이러한 정책에 선뜻 찬동하기 곤란한 것이어서는 아니되어야 하고, 둘째 동기에 있어서 국민 전체 또는 그와 관계되는 지역구 주민의 공익에 배치됨을 인식하면서도 국회의원이 특정인 또는 단체에 대한 이권에 개입하려는 의도만이 있을 뿐이어서는 아니될 것이며, 셋째 의견제시의 방식에 있어서 부당한 압력, 부정한 대가 제시나 정치적인 영향력이 이용되어서는 아니 되고, 넷째 관련 행정절차에 비추어 제시된 의견에 따른 정책의 입안과정이나 실시과정에서 해당 정책의 타당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는 절차가 미리 예정되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절차가 당해 국회의원 등에 의하여 위법 또는 탈법적인 방법으로 형해화될 우려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의 행위가 이 사건 조항이 정하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관련한 기부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1) 우선, 피고인 1이 의견을 제시한 이 사건 공장신설부지의 용도변경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장신설부지가 도시관리계획 기본계획상 공업지역이기 때문에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당초에 서산시장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사안으로서 그 내용 자체가 건전한 사회통념상 객관적인 합당성을 결하여 누구라도 이러한 정책에 선뜻 찬동하기 곤란한 것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서산시장이 그 후 용도변경을 서두르지 말라고 하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조속한 용도변경이 부정하거나 무리한 것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선거를 앞두고 해당 지역의 민원발생을 우려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2) 둘째로, 피고인 1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적절한 공장부지를 찾지 못하면 중국으로 갈 수도 있는 국내기업의 정유공장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여 국내기업의 해외유출을 막는 한편 자신의 지역구의 발전도 도모하기 위하여 그 경영자와 지역구 시장과의 간담회를 주선하고 그 이후의 원만한 행정절차의 진행을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공장신설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서 피고인 1이 국민 전체 또는 그와 관계되는 지역구 주민의 공익에 배치됨을 인식하면서도 에쓰오일의 이권에 개입하려는 의도만으로 위와 같은 의견제시를 하였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3) 셋째로, 제1심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 1이 서산시장에게 조속한 용도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있어서 부당한 압력, 부정한 대가 제시나 정치적 영향력을 부당하게 이용하였다는 점이 기록상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4) 넷째로, 용도변경과 관련된 행정절차는 아래와 같은바, 이러한 행정절차에 비추어 볼 때 서산시장의 권한 행사만으로 용도변경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서산시장이 정책을 입안하면 그 정책의 타당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는 절차가 미리 예정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절차가 피고인 1 등에 의하여 위법 또는 탈법적인 방법으로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용도변경과 관련된 행정절차]

산업단지개발 구상(개발구상 및 타당성 조사, 유치업종 선정) → 토지 및 권리조사, 문화재지표조사 → 산업단지 개발계획 수립(기본계획, 사전환경성 검토, 사전재해영향검토 포함) → 주민공람, 관련 실과와의 협의 → 시장이 도지사에게 산업단지 지정승인신청 → 관련 기관, 관련 실과, 관계 부처와의 협의, 충청남도 지방산업단지심의회, 충남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 도지사가 산업단지 지정 승인, 고시 → 산업단지실시계획 수립 →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에너지 사용 계획, 지구단위계획 수립 → 시장이 도지사에게 실시계획승인신청 → 관련 기관, 관련 실과 협의 → 도지사가 실시계획 승인 →공사착공

이상의 점을 종합할 때, 피고인 1이 피고인 2 및 서산시장과의 간담회를 주선하고 서산시장에게 조속한 용도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시킬 책임을 지는 국민의사의 중개자로서 일련의 정책결정과정 중 정책입안과정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시키려는 정책제안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국회의원 본래의 직무범위 내에 속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이익을 얻는 에쓰오일의 경영자인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위와 같은 행위를 부탁하고 그와 관련한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이 사건 조항이 금하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관련한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제1심이 이와 달리 피고인들의 행위가 이 사건 조항이 금하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관련한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이 사건 조항이 금하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관련한 기부행위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피고인들은 대산지역 주민들의 에쓰오일 제2공장 입주반대 여론의 해결문제(이하 ‘민원문제’라고 한다)와 용도변경 등의 행정조치에 관한 문제를 구별하여 피고인들은 민원문제 해결을 위하여 도움이나 조언을 주고받았을 뿐 용도변경 등의 행정조치에 관한 문제에 관하여 청탁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제1심은 이를 쟁점으로 삼아 대산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가시화될 무렵인 2005. 11. 이전과 이후를 나누어 유무죄를 달리 판단하였다. 그러나 민원문제와 행정조치에 관한 문제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를 구분하여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없고 피고인 2는 위 시점 전후의 모든 기간 동안 양자의 문제에 관하여 부탁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그와 같은 부탁이 정책제안에 관한 부탁에 불과하여 국회의원 본연의 사무에 관한 것으로서 공무원이 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이 부분 피고인들의 항소이유는 이유 있다.

(2) 이 사건 정치자금은 피고인 1의 후원회에 기부된 것이고, 피고인 1의 후원회는 피고인 1과 별개의 실체이므로 피고인 1이 형식상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가) 국회의원이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 그의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게 하였다 하여도 형식상 후원회를 통하여 받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를 국회의원 본인이 기부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 1998. 6. 9. 선고 96도837 판결 참조).

(나) 제1심은 현행 정치자금법상 후원회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수수할 수 없음에도,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적어도 그 후원회의 인적구성, 운영실태 등에 비추어 정치인 본인이 그 후원회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후원회가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비록 정치자금이 후원회 후원금으로 후원회에 기부된 다음 후원회가 이를 정치인에게 기부하는 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정치인 본인이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전제한 다음,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 1의 후원회는 그 사무실을 피고인 1의 서산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점, 위 후원회는 그 소속 직원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 회계책임자인 공소외 4는 피고인 1의 보좌관이며, 후원회의 실질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공소외 5는 피고인 1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직원으로서 피고인 1의 정치자금 회계책임자임과 동시에 피고인 1의 변호사 사무실의 직원으로 등록되어 피고인 1의 변호사 업무까지 보조하고 있는 점, 공소외 5가 후원회 통장과 피고인 1의 정치자금통장을 함께 보관하고 있고, 그 각 통장의 입·출금에 관하여는 공소외 4의 지시를 받는 점, 공소외 4가 수시로 후원금의 현황뿐만 아니라 정치자금의 현황까지도 피고인 1에게 보고한 점 등의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인 1의 후원회는 피고인 1과 별개의 실체를 가지고 독립되어 있다기보다는, 형식상 존재하고 있는 데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 1이 피고인 2 등으로부터 제1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 정치자금 5,560만 원을 기부받았다고 인정함이 상당하고,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위 정치자금의 기부를 요구한 적이 없다거나, 그에 관한 사전의 의사연락이 없었다고 하여도 이와 달리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인 1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위와 같은 제1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할 수 없다.

우선, 제1심은 피고인 2 및 공소외 2, 6, 7, 8이 피고인 2의 사무실에서 피고인 1에게 100만 원 또는 10만 원씩을 직접 지급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취지로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 등도 피고인 1에게 후원금을 직접 지급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1의 후원회 계좌로 송금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점을 전제로 살펴본다.

후원회는 정치자금법에 의하여 국회의원이 지정하고, 모금한 후원금을 당해 국회의원에게 기부하기 위하여 설립, 운영되는 단체로서 후원회장을 따로 두는 한편 정치자금법에 따라 독립된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고, 정치자금법이 후원회의 인적구성 등에 관하여 당해 국회의원의 보좌관 등이 후원회의 회계책임자나 직원을 겸직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점과 현실적으로도 비용절감을 위하여 2005년 말일 기준 86.9%의 국회의원이 별도의 후원회 사무실을 두지 않고 국회의원회관 또는 지역구 사무실을 후원회 사무실로 운영하고 2006. 12. 22. 기준 49.5%의 국회의원이 국회에 등록된 국회의원 보좌진을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겸직시키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볼 때(제1심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피고인 1의 후원회의 인적구성, 운영실태 등이 제1심 판시와 같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1의 후원회가 형식상 존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점에서 형식상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받은 경우란 국회의원이 적극적으로 정치자금의 기부를 요구하거나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사람들 사이에 그에 관한 사전의 의사연락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이 사건 정치자금의 기부를 요구한 적이 없고 그에 관한 사전의 의사연락이 없었음은 제1심이 인정하는 바와 같다), 단지 후원회의 인적구성이나 운영실태가 제1심 판시와 같다는 사정만으로 국회의원 자신이 형식상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받은 경우라고 볼 수 없다.

제1심이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 1이 형식상 후원회를 통하여 피고인 2 등으로부터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고 판단한 것 역시 사실을 오인하거나 형식상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피고인 1의 항소이유는 이 점에서도 이유 있다.

(3) 제3자가 기부한 정치자금에 대하여 피고인을 간접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피고인 2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가) 제1심은 피고인 2에 의하여 도구로 이용되었음이 인정되는 자들의 기부행위에 대하여는 피고인 2에게 간접정범으로서 죄책을 물을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그 판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제1심 판시 에쓰오일 직원들이 피고인 2의 도구로 이용된 점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이 기부한 정치자금에 대하여 피고인 2를 간접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피고인 2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제1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이 사건 조항은 특정행위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으므로 이를 위반한 정범으로 처벌하기 위하여는 피고인 자신이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이거나 적어도 피고인 자신이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정치자금을 기부한 에쓰오일의 직원들은 회사의 권유 또는 독려로 인하여 기부행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만, 그들의 의사에 의하여 그들의 출연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인 이상 직원들 자신이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 2가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정치자금의 기부를 이유로 한 세액공제의 대상은 직원들이고 이들이 세액공제 받은 금액을 피고인 2에게 교부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리고 피고인 2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한 것이라면 정치자금법 제33조 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겠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또한, 간접정범에 해당하려면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자신의 도구로 이용하여 범죄를 실행할 것이 요구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1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대다수의 직원들은 피고인 1이 서산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에쓰오일의 제2공장을 서산에 유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잘 인식한 상태에서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 피고인 2가 직원들의 의사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한 것이 아닌 이상 직원들이 피고인 2에 의하여 도구로 이용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따라서 에쓰오일 직원들이 기부한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 2에게 간접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고, 제1심이 이 부분에 대하여도 피고인 2를 간접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 것은 간접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피고인 2의 항소이유는 이 점에서도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나머지 항소이유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제1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나.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하여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 판시 제1항 범죄사실과 같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후원금의 형식을 빌어 합계 5,560만 원을 수수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를 위반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정치자금법이 후원회를 두고 있는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후원회에 납입된 후원금은 일단 위 후원회에 귀속되었다가 해당 국회의원에게 기부되는 것이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가 정하는 알선수재죄에는 제3자 취득규정 또한 없으므로, 이 사건에서 후원회 계좌로 입금된 후원금이 결국 피고인 1에게 정치자금으로 기부되었다고 하여 이를 피고인 1이 피고인 2로부터 재물을 취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 1998. 6. 9. 선고 96도837 판결 참조), 이 부분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제1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제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이 부분 검사의 항소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사실 중 일부 이유무죄 부분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이 2005. 11.경 에쓰오일이 서산시에 자연녹지지역 33만 평이 포함된 70만 평에 대해 일반지방산업단지 지정신청을 접수하였으나 서산시로부터 위 공장 예정부지에 자연녹지가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위 신청 요청 서류를 반려 받은 때로부터 다음해인 2006. 1.경까지 에쓰오일이 위 용도 변경 문제가 해결되어 조속히 일반지방산업단지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서산시청 등을 상대로 다각도로 노력하였고, 공장신설에 있어 각종 인·허가문제 등 사항에 관하여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 피고인 2로부터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는 부분과 피고인 2가 이와 관련하여 판시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 다만,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나 그것이 위에서 본 정책제안에 불과한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회의원 본래의 직무범위 내의 행위로서 이 사건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제1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이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적절치 아니하나 무죄로 판단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이 부분 검사의 항소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피고인들의 나머지 항소이유 및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이유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별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바,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별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김상준(재판장) 신동헌 손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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