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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5다60369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회사 임직원이 대규모 분식회계에 가담한 행위와 금융기관이 회사채 지급보증 등의 방식으로 위 회사에 여신을 제공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2] 당사자가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의 증거상 효과

[3] 구 회사채의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기업체가 신 회사채를 발행하고, 구 회사채에 대하여 지급보증을 한 금융기관이 신 회사채에 대하여 다시 지급보증한 경우, 위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구 회사채채무가 소멸하였다면 두 번째 지급보증으로 금융기관에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불법행위소송에서 항변이 없어도 직권으로 과실상계를 해야 하는지 여부(적극)

[5] 상법 제401조 에 정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10년)

원고, 피상고인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민병일외 4인)

피고, 상고인

피고 1외 9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 태평양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2, 3, 4, 5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피고 1, 6, 7, 8, 9, 10의 상고를 기각한다. 피고 1, 6, 7, 8, 9, 10의 상고비용은 같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 기간 동안 피고 1이 주식회사 고합(이하 ‘고합’이라고만 한다) 및 고합물산 주식회사(이하 ‘고합물산’이라고만 한다)의 이사로 재임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

2. 피고 2, 3, 4, 5, 6, 7, 8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 기간 동안 위 피고들이 고합 또는 고합물산의 각 이사로 재임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원심이 사실상의 이사에 대하여도 상법 제401조 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아니므로, 사실상의 이사는 상법 제401조 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요지의 위 피고들의 주장은 원심판결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전제로 하는 주장이어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기업체의 재무제표 및 이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 결과를 기재한 감사보고서는 대상 기업체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서 증권거래소 등을 통하여 일반에 공시되고 기업체의 신용도와 상환능력 등의 기초자료로서 그 기업체가 발행하는 회사채나 기업어음의 신용등급평가와 금융기관의 여신 제공 여부의 결정에 중요한 판단근거가 된다. 따라서 기업체의 임직원 등이 대규모의 분식회계에 가담하거나 기업체의 감사가 대규모로 분식된 재무제표의 감사와 관련하여 중요한 감사절차를 수행하지 아니하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는 경우에는, 그로 말미암아 기업체가 발행하는 회사채 등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적정한 신용등급을 얻었고 그에 따라 금융기관이 그 회사채 등을 지급보증하거나 매입하는 방식으로 여신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28082 판결 참조).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증거들에 의하여 원고가 그 판시와 같이 분식결산된 재무제표를 믿고 고합물산 발행의 제34회 및 제41회 회사채와 고합 발행의 제179회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분식결산과 지급보증 사이의 인과관계 판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다. 당사자가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원은 상대방의 그 문서에 관한 주장, 즉 문서의 성질, 내용, 성립의 진정 등에 관한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지 그 문서에 의하여 입증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주장사실까지 반드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 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다15991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가 원심의 문서제출명령을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원심이 자유심증에 의하여 위 피고들의 주장에 배치되는 원고 주장사실을 인정한 데에 문서제출명령을 준수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법률효과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라.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라고 할 것인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여 과거에 발행한 구 회사채를 자체 자금으로 상환할 수 없는 기업체가 그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동일한 규모의 신 회사채를 발행하는 때에 구 회사채에 대하여 지급보증하였던 금융기관이 신 회사채에 대하여 다시 지급보증하고, 신 회사채의 발행으로 마련된 자금에 의하여 구 회사채채무가 소멸된 경우에는 , 금융기관은 기업체의 구 회사채에 대한 상환능력 결여로 구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채무가 현실화되어 대위변제의무를 실제 이행하여야 할 상황에 놓였다가 신 회사채의 발행으로 마련된 상환자금에 의하여 구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채무가 소멸되고 대신 신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채무를 부담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비록 구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채무와 신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채무가 법률적으로 동일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실질적·경제적으로 볼 때 전자는 신 회사채의 발행에 의한 구 회사채의 상환이 없었더라면 대위변제의무를 이행하여야 하였을 금액의 범위 내에서 후자로 대체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위 내에서는 신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인하여 금융기관에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52259 판결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고합물산의 제34회 및 제41회 회사채는 각 종전에 원고가 지급보증하였던 고합물산의 제18회 및 제20회 회사채의 상환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환사채이었던 사실을 알아볼 수 있으므로, 만약 그 당시 고합물산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여 과거에 발행한 제18회 및 제20회 회사채를 자체 자금으로 상환할 수 없어서 그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제34회 및 제41회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라면, 제34회 및 제41회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차환사채를 발행할 당시 고합물산의 자금 사정 및 차환사채의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의 실제 사용처 등을 심리하지 아니한 채 위 제34회 및 제41회의 회사채 발행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말미암아 원고에게 그 대위변제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차환사채의 지급보증과 손해 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피고들 중 고합물산 발행의 위 제34회 및 제41회 회사채와 관련된 피고 2, 3, 4, 5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마. 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배상할 손해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과실상계 항변이 없더라도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야 하는 것이고 ( 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다카473 판결 참조), 한편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고합 및 고합물산을 비롯한 고합 그룹 계열사의 분식회계는 1989년경 이후부터 누적적으로 이루어져 온 사정이 엿보이는데도 원고는 고합 및 고합물산이 발행하는 거액의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수차례 행하여 오는 과정에서 고합의 분식회계 여부 및 정확한 신용상태에 관하여 철저한 평가를 행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점이 인정되고, 이러한 원고의 과실과 피고들의 임원으로서의 재직기간, 직위 및 업무집행의 구체적인 태양, 위 분식회계, 회사채 발행 및 지급보증 등에 대한 관여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위 피고들의 책임을 어느 정도 제한할 만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과실을 전혀 참작하지 아니한 것은 위법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제한의 정도는 앞서 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피고들의 책임을 10% 이하로 제한할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원심이 그 판시 대위변제액 상당의 손해액 중 원고가 그 일부로서 구하는 약 10% 상당액의 지급을 명하는 데에 그친 이 사건에 있어서는, 직권으로 과실상계를 하더라도 그 금액 이하로까지 책임을 제한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결국 원심의 위 잘못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할 수 없어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 들일 수 없다.

바. 원고가 고려종합화학 주식회사(이하 ‘고려종합화학’이라고만 한다) 등 고합 그룹 계열사와 사이에 기업개선약정을 체결한 후 허위 선하증권과 관련한 손해배상채권을 일반대출채권으로 전환하였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채무 소멸의 효과는 고려종합화학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 대하여 부진정연대채무를 부담하는 피고 8에 대하여 미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피고 8의 채무 소멸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사. 상법 제401조 에 기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상법이 인정하는 특수한 책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 불법행위책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은 적용될 여지가 없고, 일반 채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 에 따라 그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며 (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다63354 판결 참조), 제3자가 상법 제401조 에 기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만을 묻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있어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7항 이 정하는 단기 소멸시효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의 시효기간이 10년이라고 한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이어서 정당하고, 거기에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아. 상고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 때에만 할 수 있는 것인바( 민사소송법 제423조 참조), 1997년의 외환위기를 초래한 위정자들의 잘못을 봉급생활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요지의 피고 6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피고 9, 10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의 직원이 검찰의 조사를 받을 무렵인 2000. 9. 20.경 비로소 원고가 허위의 선하증권 발행으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고, 또한 판시 편취행위와 관련하여 피고 10에게 상사로부터의 강요행위가 있었다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의 사실 인정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2, 3, 4, 5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며, 피고 1, 6, 7, 8, 9, 10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 1, 6, 7, 8, 9, 10의 상고비용은 같은 피고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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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5.9.14.선고 2004나6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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