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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다37185 판결
[사해행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2]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있어서 제척기간의 기산점인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의 의미

[3]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그 소의 제척기간의 도과 여부가 당사자 사이에 쟁점이 된 바가 없음에도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석명권을 행사함이 없이 제척기간의 도과를 이유로 사해행위 취소의 소를 각하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

원고, 상고인

대한생명보험 주식회사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4항 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증명하지 아니한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 법률적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 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을 범한 것이 된다 (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다17109 판결 , 2002. 1. 25. 선고 2001다1105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채권자취소권 행사에 있어서 제척기간의 기산점인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이라 함은 채권자가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안 날, 즉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사해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단순히 채무자가 재산의 처분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알았다고 하기에 부족하고,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는 것 즉,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거나 이미 부족상태에 있는 공동담보가 한층 더 부족하게 되어 채권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없게 되었으며 나아가 채무자에게 사해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 것을 요한다 (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435 판결 , 2003. 12. 12. 선고 2003다4028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직권에 의한 판단으로,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소외 1에 대한 이 사건 대출금 채무의 연대보증인인 소외 2가 2002. 10. 1.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인 이 사건 부동산을 위 소외 1의 모친인 피고에게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준 사실, 피고가 2003. 2. 26. 위 대출금의 채권자인 원고에게 ‘피고가 소외 1을 대신하여 이자를 갚을 것이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사해행위 취소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로부터 위 확인서를 작성·교부받을 무렵 원고는 이미 소외 2가 그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에게 양도한 사실 뿐만 아니라, 소외 2에게 사해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음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위 확인서를 작성한 2003. 2. 26.으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된 이 사건 사해행위 취소의 소는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부적법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였다.

그런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당사자 사이에는 소외 2의 이 사건 부동산 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소외 2와 피고에게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만 다투어졌을 뿐, 위 확인서를 작성할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이 소외 2의 유일한 부동산이었음을 원고가 알고 있었는지 및 이 사건 소의 제척기간이 도과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고 원심도 그에 대하여 원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한 바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원고가 사해행위 취소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피고가 그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피고로부터 작성·교부받았다는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은, 소외 2의 이 사건 부동산 처분행위가 채권의 공동담보를 부족하게 하거나 이미 부족상태에 있는 공동담보를 한층 더 부족하게 하는 행위, 즉 사해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원고가 의심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자료는 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소외 2의 위 부동산 처분행위가 위와 같은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원고가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기록상 달리 원고가 이를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설사 원심이 변론종결 당시까지 제출된 증거자료에 의하여 원고가 위 약정서를 피고로부터 작성·교부받을 당시 소외 2의 이 사건 부동산 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알고 있었다는 심증이 들었다고 할지라도, 원심으로서는 이를 재판의 기초로 삼기에 앞서 마땅히 원고에게 이 점에 대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고, 과연 위 약정서 작성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이 소외 2의 유일한 부동산이었음을 원고가 이미 조사하여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좀더 자세히 심리해 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그 때까지 당사자 사이에 쟁점이 되지 아니하였던 위와 같은 사유를 들어 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이 사건 사해행위 취소의 소를 각하하고 만 것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예상 외의 재판으로 원고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약정서 작성 당시 소외 2의 이 사건 부동산 처분이 원고 등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원고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이강국 손지열(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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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광주지방법원 2005.6.15.선고 2004나12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