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언론매체의 표현행위가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그 표현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2]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표현행위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 사유
참조조문
[1] 형법 제309조 [2] 민법 제751조 , 헌법 제21조 제1항 , 제4항 , 형법 제310조
원고,상고인
김태현 외 9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우식)
피고,피상고인
한겨레신문 주식회사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송두환 외 4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수사와 보도의 경위에 대한 원심의 사실인정
(1) 김부전은 1999. 7. 13. 서울중앙지방검찰청(당시 서울지방검찰청, 이하 '서울지검'이라 한다)에 대검찰청 범죄정보담당관실에 근무하는 박대만(직급 : 주사보)이 변호사법을 위반하였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고소 사실의 요지는 김부전의 남편 김석중이 1998. 10. 26.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서울지검 강력부에 구속되자 위 박대만이 김부전에게 김석중의 피의 사실을 축소하고 석방되도록 도와준다며 금품을 요구하여 1998. 10. 27. 김용현을 통하여 2,000만 원(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20장), 1998. 11. 4. 김용현, 최대성을 통하여 2,000만 원(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20장) 등 모두 4,000만 원을 교부하였음에도 제대로 사건 처리를 하여주지 않았으니 박대만을 엄벌하여 달라는 것이다. 김부전은 당시에 증거자료로서 돈을 인출한 통장사본, 박대만의 전화를 받고 최대성에게 2,000만 원을 교부하였다는 내용의 김용현이 작성한 진술서와 박대만의 지시로 2,000만 원을 찾아 김용현에게 주어 김용현이 2,000만 원을 박대만에게 건네주었다는 내용의 조명호가 작성한 진술서를 첨부하였다.
(2) 고소사건을 접수한 서울지검은 위 고소장을 접수한 1999. 7. 13. 사건을 형사4부에 소속된 원고 차유경에게 배당하였으나 원고 차유경은 그로부터 20여 일이 지난 1999. 8. 3. 고소인 김부전을 상대로 진술조서를 받고 그가 제출한 김석중에 대한 형사 제1심 판결문을 제출받았을 뿐, 피고 회사가 1999. 8. 12. 이 사건에 관하여 보도하기까지 고소장에 첨부된 진술서를 작성한 김용현, 조명호는 물론 박대만에 대하여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아니하였다.
(3) 한편, 1999. 7. 24. 당시 피고 회사 사회부 기동취재팀에 근무하던 피고 김태경은 토요일 당직근무를 하고 있던 중, 이 사건에 대한 제보전화를 받고 데스크에 보고한 뒤 취재를 시작하였는데, 같은 달 26. 오전 서울지검 사건과에서 김부전이 박대만을 고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김부전의 집으로 찾아가 고소내용을 취재하면서 고소장을 복사하였다.
그 후 피고 김태경과 당시 서울지검 출입기자이던 피고 김창석은 함께 1999. 8. 초경 이 사건 주임검사이던 원고 차유경을 만나 수사진행 상황에 대해 취재하면서 원고 차유경으로부터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고 이른바 '배달사고'의 가능성도 있으니 보도에는 신중을 기해 달라는 말을 들었으나 그 후 수사에 진전이 없자 위와 같은 취재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하여, 1999. 8. 12. "한겨레" 사회면(15면)에 '뒷돈 챙긴 대검 직원, 공돈만 챙긴 변호사'라는 제목의, 같은 달 17. "한겨레" 사회면(14면)에 '피의자 등친 대검직원 계좌 압수수색'이라는 제목의 각 기사가 보도되었다.
(4) 위와 같이 이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기에 이르자 원고 차유경은 1999. 8. 12. 곧바로 김부전과 김석중의 각 예금계좌에 대하여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 받아 계좌추적을 실시하여 1998. 10. 27. 김부전의 계좌에서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20장이, 같은 해 11. 4. 김석중의 계좌에서 역시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20장이 출금된 것을 확인하고, 1999. 8. 25.부터 위 각 수표의 최종 사용자로 나타난 사람들을 소환하여, 손연희(공만식의 경리) 등 11명을 조사하였다. 그러나 박대만 및 이 사건의 중요 참고인들로 지목된 김용현, 최대성 등은 "한겨레"의 1999. 8. 12.자 첫 보도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1999. 8. 30. 이후 서울지검에 출석하여, 김용현, 조명호, 조승만에 대하여는 1999. 8. 30., 공만식에 대하여는 1999. 9. 6., 범호균에 대하여는 같은 달 7., 최대성에 대하여는 같은 달 8., 유희준에 대하여는 같은 달 9. 각 첫 조사가 실시되었고, 박대만에 대하여는 같은 달 13.에 이르러서 신병이 확보되어 첫 조사가 실시되었다.
(5) 원고 차유경은 위 참고인들 조사 직후 참고인들이 입을 맞추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형사 4부 부장검사인 원고 김태현과 위 문제를 상의하면서 위 박대만의 신분,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점을 고려하여 형사 4부 검사 전원을 수사에 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1999. 9. 13. 형사 4부에서는 원고 김태현이 사건을 총괄하고, 주임검사인 원고 차유경은 박대만에 대한 조사를, 원고 신경식과 박성수는 적용법조에 대한 법리검토를, 원고 최해종은 공만식에 대한 조사를, 원고 김호정은 최대성에 대한 조사를, 원고 김선철은 공만식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원고 김용남은 김부전에 대한 조사를, 원고 이봉상은 김용현에 대한 조사를, 원고 이종근은 박대만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하였다.
(6) 위 수사 결과 원고 차유경은 애초 김부전이 고소하였던 내용과는 달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즉, 김부전은 1998. 10. 27. 남편 김석중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되자 검찰에서 일이 빨리 해결되도록 할 목적으로 조명호를 통하여 김용현에게 2,000만 원을 교부하면서 이를 박대만에게 전달하라고 하였으나, 김용현은 위 돈을 박대만에게 전달하지 아니한 채 그 돈 중 100만 원은 조승만에게 경비조로, 100만 원은 그 날 저녁 술값으로 각 지급한 후 나머지 1,800만 원은 공만식에게 전달하였으며, 그 후 1998. 11. 4. 김용현이 김부전으로부터 받은 2,000만 원을 보관하다가 그 중 100만 원은 술값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900만 원을 최대성을 통하여 공만식에게 전달하였는데, 위와 같이 2차례에 걸쳐 모두 3,700만 원을 전달받은 위 공만식은 위 돈을 김용현과 마신 술값으로, 최대성의 경비조로, 피해자 범호균의 치료비 및 생활비조로, 피해자 유희준과의 합의를 위한 경비조로, 기타 변호사 비용조 등으로 모두 소비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위 수사과정에서 원고 차유경은 박대만에 대하여는 그가 범호균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5,000만 원의 채권을 회수할 목적으로 김석중과 범호균 간의 합의를 알선하였고 1998. 11. 28. 범호균이 김석중으로부터 합의금으로 8,500만 원을 받게 되자 그 가운데 2,000만 원을 자신의 채권으로 회수한 사실을 밝혀 내어 이를 토대로 1999. 9. 13. 박대만, 김용현, 최대성, 공만식을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구속한 후 1999. 9. 21. 기소하였다.
(7) 검찰의 수사 결과가 애초 김부전의 고소 내용과 달리 나오자, 1999. 9. 16. "한겨레" 사회면(15면)에는 위 사건에 관해서 "검찰 '자기 식구' 싸고돌기?"라는 제목과 "돈 받은 혐의 대검계장 조사 한 달 보름 뒤 체포", "입맞추기 시간 충분 … 뒤늦게 다른 혐의로 구속"이라는 소제목하에, "구속된 피의자 부인에게 잘 봐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한 혐의로 고소된 대검찰청 직원 등을 긴급체포해 조사한 검찰이 고소된 혐의는 밝혀내지 못한 채 다른 수뢰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축소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같은 달 22. 서울지검 형사 4부에 배당했으나 고소인 조사를 마친 뒤 한 달 보름이 훨씬 넘은 지난 13일에서야 박씨와 사채업자 공씨 등을 긴급체포했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부인 김씨가 4천만 원을 박씨에게 전달했다는 고소내용은 밝히지 못한 채 이를 중간에서 공씨 등이 가로챈 것으로 결론 내면서, 폭행사건의 피해자 범씨에게서 2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새롭게 밝혀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결과적으로 박씨와 공씨 등이 사전에 입을 맞추고 증거 등을 없앨 충분한 시간을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로 박씨는 검찰의 본격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구속된 김씨 가족들을 여러 차례 만나 사과하는 등 사건을 무마하려 한 바 있다."는 내용으로 피고 김창석, 김태경이 작성한 원심 판시 별지 제1 기사내용과 같은 기사(이하 '이 사건 기사'라 한다)가 보도되었다.
(8) 위와 같은 보도가 나간 후, 원고 김태현이 피고 회사에 위 보도 내용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자 그 이후에는 원심 판시 별지 제2 기사내용과 같이 수정된 기사가 보도되었다.
(9) 한편, 위와 같이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대만, 김용현, 최대성, 공만식은 제1심인 서울지방법원에서 1999. 10. 26. 각 공소사실이 전부 유죄로 인정되어 박대만은 벌금 1,000만 원, 김용현과 최대선은 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공만식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박대만은 이에 대하여 항소하여 서울지방법원 항소심에서 2000. 2. 1. 형 및 추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나. 신문 등 언론매체의 어떠한 표현행위가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 그 표현이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인가, 또는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이라면 그와 동시에 묵시적으로라도 그 전제가 되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아니한가의 구별은, 당해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독자가 보통의 주의로 기사를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기사에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기사의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참조).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판시 이 사건 기사의 제목 중 "검찰 '자기 식구' 싸고돌기?", "입 맞추기 시간 충분…", 내용 중 "...축소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결과적으로 박씨와 공씨 등이 사전에 입을 맞추고 증거 등을 없앨 충분한 시간을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는 부분(이하 '이 사건 쟁점 부분'이라 한다)은 전체적으로 보아 구속된 피의자 부인에게 잘 봐 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한 혐의로 고소된 대검찰청 직원을 뒤늦게 체포한 위 원고들이 당초의 범죄 혐의를 밝혀 내지 못하고 그보다 가벼운 혐의 사실로 기소한 것은 결과적으로 보아 관련자들이 사전에 입을 맞추고 증거 등을 없앨 시간을 주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고, 이는 결국 검찰이 검찰직원에 대하여 엄정하게 수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피고들의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위의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정당하여 수긍이 가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 또는 의견의 표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민사상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 즉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은 사실을 적시하는 표현행위뿐만 아니라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표현행위에 의하여도 성립할 수 있을 것인바, 어떤 사실을 기초로 하여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관계되고, 그 목적이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일 때에는 그와 같은 의견 또는 논평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전제가 되는 사실이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표현행위를 한 사람이 그 전제가 되는 사실이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 (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31356 판결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쟁점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기사는 모두 기소·불기소를 결정할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수사기관인 검찰이 그 소속 직원을 상대로 한 수사가 일반인이 납득하기 쉽지 아니하게 진행된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으로서 외부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공적인 사안에 관한 것이므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관계되고, 피고들이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한 것은 그 목적이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쟁점 부분과 같은 의견의 전제가 되는 사실로서 위에서 인정한 사실, 즉 이 사건 고소 내용은 검찰청에 근무하는 직원이 사건 청탁과 관련하여 거액의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것이고, 특히 고소인이 증거자료로서 통장사본과 관련 참고인의 진술서까지 제출하였음에도 사건을 배당받은 후 20여 일이 지난 1998. 8. 3. 고소인 조사를 하였으며, 피고 회사가 1998. 8. 12. 이 사건에 관하여 보도한 뒤에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 김부전과 김석중의 예금계좌에 대한 계좌추적을 실시한 점, 김용현, 최대성 등을 비롯한 중요 참고인들이 자취를 감추었다가 1999. 8. 30. 이후 검찰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게 되었고 박대만에 대하여도 1999. 9. 13.에야 조사가 이루어진 점, 박대만이나 참고인들의 진술이 번복되었다는 점 등은 모두 진실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쟁점 부분이 포함된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한 행위는 그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쟁점 부분이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의견 표명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그 설시에 있어 미흡하기는 하지만 피고들의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의견 표명과 위법성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 김창석이 피고 회사에게 송고하였다는 기사(또는 그 기사가 담겨 있는 파일)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위 기사가 이 사건 기사의 진실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심이 종결된 변론을 재개하여 위 기사에 대한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거기에 주장과 같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