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위법소득 여부의 판단 기준 및 수산업법상의 무면허 어업행위에 의한 수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위법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애초에 면허를 받을 수 없는 공단지정지역 내에서의 무면허 어업행위는 위법성의 정도가 강하므로 그로 인한 수입은 위법소득으로서 일실손해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한 사례
[3]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 규정된 유류오염손해에 정신적 손해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범법행위를 계속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른바, 위법소득은 손해액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는 없으나, 위법소득인지 여부는 법이 금하고 있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이를 위법소득으로 볼 것이 아니고 그 법규의 입법취지와 법률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의 정도 특히, 그 위반행위가 가지는 위법성의 강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수산업법상의 무면허 어업행위에 의한 수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곧 위법소득에 해당된다고는 볼 수 없다.
[2] 어촌계가 특별한 시설 등을 갖출 필요 없이 면허를 받아 어업행위를 할 수 있었음에도 절차상의 이유 등으로 면허를 받지 못한 채 무면허 공동어업을 해 온 경우와는 달리, 애초에 면허를 받을 수 없는 공단지정지역 내에서의 무면허 어업행위는 위법성의 정도가 강하므로 그로 인한 수입은 위법소득으로서 일실손해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한 사례.
[3] 1969년 유류오염손해에대한민사책임에관한국제협약에서는 제1조 제6호에서 유류오염손해를 "유출 또는 배출의 발생 장소에 관계없이 선박으로부터의 유류의 유출 또는 배출로 인한 오염에 의하여 유류를 운송하는 선박의 외부에서 발생한 손실 및 손해를 말하며, 예방조치의 비용 및 예방조치에 의하여 야기된 그 밖의 손실 및 손해를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유류오염손해의 배상범위에 관하여는 따로 규정을 하지 않고, 1971년 유류오염손해보상을위한국제기금의설치에관한국제협약에서는 유류오염손해에 관한 정의나 그 배상범위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위 민사책임협약상의 유류오염손해를 원용하여 제4조 제1항에서 "유류오염손해를 입은 자가 다음의 사유로 인하여 손해에 대하여 충분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기금은 그 오염손해의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위 조약상 유류오염손해와 그 배상범위에 관하여는 법정지법인 우리 나라의 일반 손해배상법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할 것인데, 우리 민법은 제751조 와 제752조 에서 정신적 손해를 규정하고 있으나, 위 조항에 열거된 사항에 한하지 않고 정신적 손해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 에 의하여 위자료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법리이므로 위 협약 및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 규정된 유류오염손해를 경제적, 재산상 손해로 제한하여 해석할 이유는 없다.
원고,상고인
신촌어촌계 외 35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만제 외 5인)
피고,피상고인
유류오염손해보상을위한국제기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경 담당변호사 최종현 외 3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이 원고 9, 26, 27, 29, 35에 대하여 인용한 금액은 피고가 위 원고들의 손해액으로 인정한 금액에 미달하지 않음이 기록상 명백한바, 원심판결에 변론주의 위배의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계산상 착오에 기한 것으로서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 9, 26, 27, 29, 35의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이 사건 선박으로부터 유출된 벙커씨유의 일부가 방제작업시 살포된 유화제에 의하여 분산되어 복잡한 조류를 따라 떠다니다가 위 원고들의 양식장 또는 공동어장에 도달하여 이들이 양식하거나 채포할 수 있는 해양생물의 생육에 영향을 줌으로써 위 원고들이 일정기간 동안 어업에 종사할 수 없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위 원고들이 입은 손해는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제2조 제4호 소정의 유류오염손해로서 피고는 위 원고들이 입은 유류오염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다음, 위 원고들이 구하는 공동어업 또는 바지락 양식업에 관한 휴업손해에 대하여, 피고가 1998. 3. 17.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그 기재와 같은 내용의 위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의 발생 부분은 인정하고 있으나, 피고가 인정하는 재산상 손해 부분을 초과하는 휴업손해의 발생에 관하여는 이 사건 전기록을 통하여 보아도 이 사건 유류오염사고에 따른 해양생물의 폐사나 발육장애, 판매부진 등으로 위 원고들의 소득이 어느 정도 감소하였는지를 산출할 만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고(원고 1, 3 내지 8, 34의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도 추가적으로 위와 같은 이유로 배척함), 원고 2, 10 내지 25, 28, 30 내지 33, 36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는 위 원고들이 경영하는 공동어장에 이 사건 유류오염사고로 인하여 유류 등이 도달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는바, 관계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및 심리미진에 의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 1, 3 내지 8, 34가 이 사건 유류오염사고로 인하여 자신들의 공동어업 또는 바지락 양식업의 휴업손해 등을 입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국제협약에서 정하고 있는 피고 국제기금의 특수한 지위와 유류오염손해의 개념에 대한 제한적 해석이 국제적인 기준에 근접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원고들이 수산업법 소정의 면허 없이 바지락 등의 양식·채취업에 종사한 이상 이는 위법소득으로서 일실손해액 산정에 포함되어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위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범법행위를 계속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른바, 위법소득은 손해액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는 없으나, 위법소득인지 여부는 법이 금하고 있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이를 위법소득으로 볼 것이 아니고 그 법규의 입법취지와 법률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의 정도 특히, 그 위반행위가 가지는 위법성의 강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 대법원 1986. 3. 11. 선고 85다카718 판결 참조) 수산업법상의 무면허 어업행위에 의한 수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곧 위법소득에 해당된다고는 볼 수 없다 .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위 원고들이 경영하는 어장은 여천공단지역의 지정으로 인하여 수산업법상의 공동어업 또는 양식어업의 면허를 받을 수 없는 지역 내에 속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설령 위 원고들이 이 사건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관할관청으로부터 특별한 제지를 받음이 없이 위 원고들이 주장하는 어업행위를 해왔다고 하더라도, 어촌계가 특별한 시설 등을 갖출 필요 없이 면허를 받아 어업행위를 할 수 있었음에도 절차상의 이유 등으로 면허를 받지 못한 채 무면허 공동어업을 해 온 경우와는 달리, 애초에 면허를 받을 수 없는 공단지정지역 내에서의 무면허 어업행위는 그 위법성의 정도가 강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무면허 어업행위로 인한 위 원고들의 수입은 위법소득으로서 일실손해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의 설시가 다소 미흡하기는 하나, 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소득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 9, 26, 27, 29, 35의 위자료청구에 대하여, 1990년의 미국의 해양기름오염방지법은 배상의 대상이 되는 손해로서 정신적 손해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일본의 유탁손해배상보장법(유탁손해배상보장법)도 '유탁손해(유탁손해)'의 의미에 대하여 오염손해와 방지조치비용·손해로 나누어 규정하면서 정신적 손해의 인정 여부는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1993. 8. 10. 국제해법회 초안에서는 유류손해의 개념을 유류에 의하여 물건에 발생한 물리적 손실 또는 손해로 생긴 재정적 손실의 결과인 손실과 물리적 손실 또는 손해 이외의 재정적 손해를 의미하는 순수한 경제적 손해(pure economic loss)를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는 등의 판시 제반 사정과 정신적 손해의 배상에 대하여 영미법계와 대륙법계 사이에 통일된 법리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그 배상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이나 범위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상황에서, 유류오염으로 인한 배상의 범위에 관한 해석은 유류오염배상에 관한 민사책임협약과 국제기금협약의 체약국과의 사이에 법적용에 있어서 최대한 불균형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여기에 피고 기금의 설치가 가지는 국제적인 특수성을 참작하면,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상 오염손해에는 그 규정이 열거하고 있는 바와 같은 경제적, 재산상 손해만이 포함되고, 손해를 입은 자는 이에 한정하여 피고에게 배상을 구할 수 있으며, 피고가 국제기금으로서 배상할 수 있는 유류오염손해의 개념에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위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를 배척하였다.
1969년 유류오염손해에대한민사책임에관한국제협약에서는 제1조 제6호에서 유류오염손해를 "유출 또는 배출의 발생 장소에 관계없이 선박으로부터의 유류의 유출 또는 배출로 인한 오염에 의하여 유류를 운송하는 선박의 외부에서 발생한 손실 및 손해를 말하며, 예방조치의 비용 및 예방조치에 의하여 야기된 그 밖의 손실 및 손해를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유류오염손해의 배상범위에 관하여는 따로 규정을 하지 않고, 1971년 유류오염손해보상을위한국제기금의설치에관한국제협약에서는 유류오염손해에 관한 정의나 그 배상범위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위 민사책임협약상의 유류오염손해를 원용하여 제4조 제1항에서 "유류오염손해를 입은 자가 다음의 사유로 인하여 손해에 대하여 충분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기금은 그 오염손해의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위 조약상 유류오염손해와 그 배상범위에 관하여는 법정지법인 우리 나라의 일반 손해배상법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할 것인데, 우리 민법은 제751조 와 제752조 에서 정신적 손해를 규정하고 있으나, 위 조항에 열거된 사항에 한하지 않고 정신적 손해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 에 의하여 위자료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법리이므로 위 협약 및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 규정된 유류오염손해를 경제적, 재산상 손해로 제한하여 해석할 이유는 없다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에 있어서 위 원고들은 자신들이 경영하는 어장이 유류로 오염됨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나, 어촌계 또는 부락인 위 원고들로서는 자신이 경영하는 어장이 유류로 오염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위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는 결국, 이유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의 설시가 다소 부적절하기는 하나, 위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를 배척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유류오염손해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결 론
그러므로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