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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3두10732 판결
[증여세부과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출처 불명의 재산 취득자금을 증여로 추정 과세하기 위한 판단 기준 및 입증책임의 소재(=과세관청)

원고,상고인

조정희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병민)

피고,피상고인

역삼세무서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는 1994. 12. 13. 서울 강남구 역삼동 626-22 대 367.5㎡(이하 '이 사건 대지'라고 한다)를 낙찰받아 1995. 1. 16.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그 낙찰대금은 원고 명의의 조흥은행 삼풍지점계좌(950-32-001228, 이하 '이 사건 예금계좌'라고 한다)에서 인출되어 지급된 사실, 피고는 2000. 8. 12. 원고가 이 사건 예금계좌에서 인출한 대지 취득자금 482,693,600원은 남편인 도승희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증여세부과처분을 한 사실, 이 사건 예금계좌는 1993. 12. 6.경 개설되어 1996. 2. 29.경까지 총 72회에 걸쳐 합계 1,809,546,400원이 입금되었는데, 그 입금액 대부분이 수표로 입금되었다가 1996. 3. 21. 잔액 847,886,942원이 전액 현금으로 인출된 후 해지된 사실, 원고의 남편인 도승희는 국회의원 황낙주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자기 명의의 예금계좌와 비서인 윤정 명의의 예금계좌 등을 이용하여 상당한 금액의 정치자금을 관리하여 온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룸카페를 운영한 사실과 일본인 사업가 고니시로부터 코스모스전자 주식회사에 대한 채권회수를 위임받는 등 상당한 경제적인 도움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나아가 원고가 내세우는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일본에서 4억 원 상당의 엔화를 반입하였다든지 또는 룸카페 운영에서 얻은 수입과 코스모스전자 주식회사에서 회수한 채권이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돈의 원천이 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그 밖에 달리 원고가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돈의 출처나 내역에 대하여 별다른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원고의 남편인 도승희는 국회의원 황낙주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자신 또는 비서 명의의 예금계좌를 이용하여 상당한 금액의 정치자금을 관리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도승희에게 이 사건 낙찰대금을 증여할 만한 재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예금계좌는 도승희가 정치자금을 입금하기 위하여 원고 명의를 빌려 개설한 예금계좌인 것으로 추정되고, 따라서 여기에서 인출된 이 사건 대지 취득자금은 원고가 도승희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증여세의 부과요건인 재산의 증여사실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입증할 사항이므로, 재산취득 당시 일정한 직업과 상당한 재력이 있고, 또 그로 인하여 실제로도 상당한 소득이 있었던 자라면, 그 재산을 취득하는 데 소요된 자금을 일일이 제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의 취득자금 중 출처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 부분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일정한 직업 또는 소득이 없는 사람이 당해 재산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자금출처를 대지 못하고, 그 직계존속이나 배우자 등이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취득자금을 그 재력있는 자로부터 증여받았다고 추정함이 옳다고 할 것인데 ( 대법원 1997. 9. 26. 선고 96누9874 판결 , 1997. 11. 14. 선고 97누923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증여를 추정하기 위하여는 수증자에게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이 없다는 점 외에도 증여자에게 재산을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다는 점을 과세관청이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

그러므로 피고 주장대로 원고가 남편인 도승희로부터 이 사건 대지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기 위하여는 도승희에게 이를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다는 점을 피고가 먼저 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피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대지 취득 당시 도승희에게 다른 재산이나 부동산은 없고 단지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돈이 도승희가 관리하던 정치자금으로 유일한 재산이라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돈이 원고의 소유가 아니라 도승희의 소유라는 점을 피고가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돈이 원고의 소유라는 점에 관하여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원고는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돈의 출처나 내역에 대하여 구체적인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도승희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자신 또는 비서 명의의 예금계좌를 이용하여 상당한 금액의 정치자금을 관리하여 온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돈은 도승희가 관리하던 정치자금이 입금된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증거들에 의하면, 당초 서울지검에서 황낙주의 정치자금이 입금된 계좌라고 통보한 계좌에는 도승희의 비서인 윤정, 서은희의 예금계좌와 도승희의 전처인 김애숙의 예금계좌는 포함되어 있지만, 예금액이 더 많고 도승희의 처로서 보다 가까운 관계에 있는 원고 명의의 이 사건 예금계좌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사실, 또 도승희와 윤정 명의의 예금계좌에는 다수인으로부터 수백만 원 단위로 현금으로 입금되었다가 입금된 즉시 출금된 반면에, 이 사건 예금계좌에는 수천만 원 단위로 그 입금액 대부분이 수표로 입금되어(대부분의 입금은 원고 본인이 직접 입금한 것이다) 장기간 예치되어 있었던 사실, 피고가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수표의 배서인들을 모두 추적하여 보았으나 특별히 정치자금이라고 볼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하였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돈은 도승희와 윤정 명의의 예금계좌에 입금된 정치자금과는 그 입금액, 입금방법, 입금자, 출금방법 등에 있어서 확연히 구별되어 이를 정치자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오히려 원고가 사채업을 하면서 만기 전의 어음을 할인하였다가 만기에 추심한 어음금을 수표로 찾아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또한, 도승희와 원고의 경제적 자력을 비교하여 보더라도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과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그 재산조성경위가 비록 음성적이라고 할지라도 룸카페 운영으로 얻은 수입, 일본인 사업가 고니시로부터 동거에 대한 위자료 명목으로 채권회수위임을 받아 수령한 금전 등을 밑천으로 사채업을 영위하여 상당한 재산을 축적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많은 반면에, 도승희는 그 경력이나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특별히 재산이나 소득을 얻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의 남편인 도승희가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정치자금을 관리하였다는 점만에 터잡아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돈이 도승희가 관리하던 정치자금이라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증여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이용우 이규홍(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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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3.8.26.선고 2002누12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