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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463 판결
[폭행치사][미간행]
판시사항

[1] 목격자의 진술 등 직접증거가 전혀 없는 사건에 있어서 유죄 인정의 방법

[2] 피고인이 둔기로 피해자를 폭행하여 쓰러뜨리고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에 대하여 피고인이 아닌 제3자에 의하여 폭행을 당하였을 가능성마저 합리적인 의심 없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성룡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국선변호인과 사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1. 7. 10. 01:20경부터 01:35경까지 사이에 충북 청원군 내수읍 마산리에 있는 소태골 식당에서 친구인 피해자 , 다방 여종업원인 이현숙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그 직전에 피해자 , 이현숙 및 이현숙의 동료 종업원인 안미숙과 노래방에서 어울려 놀다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피해자 가 안미숙의 뺨을 때린 것과 관련하여 대화하던 중 피고인이 피해자 , 이현숙 사이의 말다툼에 관여하려고 하는 데 대하여 이현숙이 '아저씨하고는 말하기 싫다'고 면박을 주는데다가 피해자 가 화가 나 소주병을 바닥에 집어던져 깨뜨렸다는 이유로 불쾌한 감정을 갖게 된 후 피해자 와 함께 식당에서 나와 부근을 걸어가면서 위 일련의 상황에 관하여 말다툼하다가 왼쪽 주먹으로 술에 만취된 피해자 의 오른쪽 머리부위를 때리고 그 상의를 잡아당겨 땅바닥에 넘어지도록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 를 폭행하여 피해자 로 하여금 땅바닥에 머리를 충돌하면서 뇌좌상 등을 입고 치료받던 중 같은 달 18. 17:50경 청주성모병원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그 채택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하였다.

(1) 피고인은 2002. 7. 10. 01:00경 혼자서 소태골 식당에 와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고, 약 15분 후에 피해자 가 도착하여 함께 술을 마셨는데, 뒤따라 들어 온 다방 여종업원 이현숙이 피해자 에게 그 직전에 위 3인 및 동료 종업원인 안미숙이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며 어울려 놀다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피해자 가 안미숙의 뺨을 때린 문제를 따지던 중 참견하려는 피고인에게 '나는 아저씨와 말하기 싫다'며 말을 자르자 기분이 상하여 탁자를 쳐 빈 소주병을 바닥에 떨어뜨려 깨뜨렸고, 이에 피해자 는 이현숙에게 '그만 가라'고 말하는 한편 피고인에게 '너 그러면 안 돼'라며 나무라는 투로 말하였다.

(2) 이현숙이 나간 다음에도 피고인은 피해자 와 계속 술을 마시다가 얼마 후 함께 소태골 식당을 떠났고 그로부터 약 10분 후 식당 문을 닫고 야식을 먹으러 가던 위 식당의 주인 이규석 부부는 위 식당으로부터 약 40m 떨어져 있는 한사랑 약국 앞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 를 발견하였는데, 이규석은 코를 골고 있는 피해자 가 술에 취하여 자는 것으로 생각하고 피해자 의 신발로 머리를 받쳐 준 다음 그 장소를 떠났다.

(3) 한편 피고인은 같은 날 01:35경과 01:45경 두 차례에 걸쳐 친구인 박복래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 중 한 차례만 통화가 이루어졌는데 이때 피해자 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고 알렸고 이에 박복래는 02:00경 소태골 식당 앞에서 피고인을 만나 그가 가리키는 한사랑 약국 앞에서 피해자 를 발견하고 피해자 의 처에게 연락하여 집으로 옮기게 하였다.

(4) 피해자 는 발견될 당시 왼쪽 이마가 까지고 오른쪽 턱과 귀 사이가 부어 있었으며 평소 착용하던 안경도 없이 티셔츠와 러닝셔츠가 찢어진 상태로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워 있었다.

(5) 피해자 는 집에 옮겨졌다가 다시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약 8일 뒤인 같은 달 18. 사망하였는데 피해자 에 대한 부검결과에 의하면 피해자 는 두개골골절, 뇌좌상, 뇌출혈 등 고도의 두부손상으로 사망하였고 오른쪽 턱에 광범위한 피하 및 근육간 출혈이, 오른쪽 귀 뒷부분에 피하출혈이, 좌측 두정골·후두골 봉합부위에서 시상봉합을 따라 전두골까지 선상골절이 각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피해자 의 두부손상은 전도에 따른 대측충격손상으로 보이는 반면 오른쪽 턱 및 오른쪽 귀 뒷부분은 위와 같은 전도에 따른 손상이라기보다는 직접 외력에 의한 손상으로서 손상을 입힌 물체의 크기나 형상은 둔기로 추정된다.

(6) 피고인은 어릴 때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아래 부위를 절단당한 지체장애인이다.

나. 원심은 위 인정사실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근거로 비록 직접증거는 없지만 피해자 를 둔기로 폭행하여 쓰러지게 한 가해자는 피고인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범죄의 증명이 있다고 하여 피고인을 폭행치사죄로 처단하였다.

(1)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 가 쓰러진 지점이 피고인과 술을 마셨던 소태골 식당에서 불과 40m 떨어진 지점이고, 피고인이 피해자 가 쓰러진 사실을 알리고자 박복래에게 통화를 시도한 시점이 피해자 가 피고인과 함께 위 식당을 나온 시점 및 피해자 가 이규석에 의하여 발견된 시점과 시간상 매우 근접하여 있으며, 만일 제3자가 피해자 를 때렸다면 박복래에게 전화 당시 이를 알렸을 터인데도 단순히 피해자 가 술을 먹고 쓰러져 있다는 취지로만 이야기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와 함께 위 식당을 나간 시점부터 피해자 가 쓰러진 시점까지 피고인 아닌 제3자가 나타나 피해자 를 폭행하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2) 한편 만취상태의 피고인은 소태골 식당에서 자신을 나무란 피해자 에게 감정이 남아 있었는데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 를 폭행할 동기로 작용하기 충분하다.

(3) 피해자 가 폭행당한 얼굴 오른쪽 부위는 피고인이 피해자 와 마주보며 왼손으로 폭행하였을 경우의 예상부위와 서로 일치한다.

(4) 피고인은 수사를 받을 때 "…그 친구( 피해자 )가 넘어지고 내가 박복래에게 전화를 해서…"라고 진술(수사기록 69쪽)함으로써 피해자 가 넘어지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재판과정에 이르기까지 확실하게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할 뿐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목격자의 진술 등 직접증거가 전혀 없는 사건에 있어서는 적법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간접사실들에 논리법칙과 경험칙을 적용하여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정도로 추단될 수 있을 경우에만 이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할 수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형사소송의 대원칙이다 (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0도271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따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해자 가 피고인과 소태골 식당에서 나온 뒤 얼마 되지 아니하여 길에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된 점과 피고인이 박복래를 전화로 불러내고 박복래가 나온 뒤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간 것을 보면 비록 피고인이 술에 많이 취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와 위 식당에서 나온 뒤에 일어난 일에 관하여 단편적인 기억이나마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고 여기에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를 더하면 피고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여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를 폭행하여 쓰러지게 하고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의심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우선 피고인이 피해자 를 폭행할 동기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와 30년 이상 친하게 지내온 친구 사이로서 이 사건 발생 전에 재산문제나 기타 다른 문제로 인하여 그들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고 볼 자료는 없고, 위 다방 여종업원들이나 노래방 주인의 진술에 따르면 소태골 식당에 가기 전에 들른 노래방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는 싸운 일이 없고 대화의 분위기도 좋았으며, 위 식당 주인 부부의 진술에 따르면 비록 다방 여종업원 이현숙이 들렀을 때 술병을 깨는 등의 작은 소란은 있었으나 피고인과 피해자 는 서로 싸우거나 언성을 높인 일이 없었고 오히려 식당을 나가면서 서로 술값을 계산하겠다고 할 정도로 우호적인 분위기였음이 분명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해자 가 식당 안에서 피고인을 잠시 나무라는 듯한 투의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오랜 친구를 둔기로 때려 쓰러뜨리게 할 만한 동기로 작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피해자 의 상처가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피해자 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얼굴 몇 군데에 심한 상처가 생기고 옷이 찢어지며 안경이 벗겨질 정도로 폭행을 당하였던 반면 당시 피고인에게는 무슨 상처가 있었다거나 복장에 다른 사람과 싸운 흔적이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고 오히려 박복래가 보기에 당황하거나 허둥대는 기색도 없었는데, 오른팔을 쓸 수 없는 피고인이 피해자 와 마주보는 상태에서 양팔을 쓸 수 있는 피해자 로부터 아무런 반격을 당하지 아니하고 일방적으로 피해자 를 폭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 의 상처 부위가 왼팔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편, 피고인이 소태골 식당을 나와 피해자 가 쓰러질 때까지 피해자 과 함께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피고인과 피해자 는 위 식당을 나와 잠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이 위 식당 주인 이규석에 의하여 목격되기는 하였지만, 피고인과 피해자 는 노래방에서 위 식당에 올 때에도 각자 따로 왔고 피고인과 피해자 의 승용차가 서로 다른 곳에 주차되어 있었으며 피해자 가 위 식당을 나서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기까지 약 10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그 사이에 피고인과 피해자 가 계속 함께 있었다고 단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또한, 피고인이 경찰에서의 수사과정에서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은 진술을 하기는 하였으나 "…기억이 나는 것은 피해자 가 … 한우리 약국 앞에 쓰러져 있어서 저 혼자 감당할 수 없어서 친구인 박복래에게 … 전화를 하여 …"라고 진술하거나(수사기록 30쪽), "…얼핏 기억이 나는 것은 한우리 약국 앞에 피해자 가 쓰러져 있어서 깨우다가 저 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워서 친구인 박복래를 부른 것은 기억이 나는데…"라고 진술하기도 하였고(수사기록 32쪽), 박복래도 "피고인이 '종열이가 술이 많이 취해 저쪽 약국 앞 길에서 쓰러져 자고 있다'고 하였다"라고 진술하고 있는데(공판기록 52, 135면), 이러한 진술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위 식당을 나와 피해자 가 쓰러지는 순간까지 함께 있었다기보다는 잠시 떨어져 있다가 피해자 가 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술에 취해 잠을 자는 것으로 오해하고 박복래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피해자 가 제3자로부터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하여 박복래에게 그러한 말을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아니하다.

나아가 피해자 가 피고인이 아닌 제3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였을 가능성에 관하여 살펴보면, 소태골 식당에서 피해자 가 쓰러져 있던 곳까지는 약 40m 정도밖에 되지 아니하여 술에 취한 사람이라도 걸어서 1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이므로 피해자 가 위 식당을 나가 쓰러진 채 발견되기까지 약 10분 정도의 시간은 피해자 가 제3자와 우발적으로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하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보이고, 피해자 가 쓰러져 있던 곳 부근은 평소 5일장이 설 정도로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인데다가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늦은 시간에도 위 소태골 식당뿐만 아니라 그 근처의 기원이나 야식을 파는 식당이 영업을 할 정도여서 인적이 전혀 없는 곳이라고 볼 수 없으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의 상처 등이 피고인의 일방적인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있고, 피해자 를 폭행하는 데 사용된 둔기나 피해자 가 쓰고 있던 안경이 현장에서 발견되지 아니하였는데 술에 취한 피고인이 이를 의도적으로 치웠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 가 피고인이 아닌 제3자와 우발적으로 시비가 붙어 싸우다가 둔기로 폭행을 당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피해자 가 폭행을 당하여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의 진술 등 직접증거가 전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인정한 간접사실들에 논리법칙과 경험칙을 적용하여 보면 피해자 가 피고인이 아닌 제3자에 의하여 폭행을 당하였을 가능성마저 합리적인 의심 없이 배제되지 않으므로 비록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이 둔기로 피해자 를 폭행하여 쓰러뜨리고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논리법칙이나 경험칙 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들은 이유가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윤재식 강신욱(주심) 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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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전고등법원 2003.5.30.선고 2002노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