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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도2605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공1999.2.15.(76),322]
판시사항

[1] 자백의 신빙성 유무의 판단 기준

[2] 야간에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는 자의 주의의무

[3] 야간에 선행사고로 인하여 전방에 정차해 있던 승용차와 그 옆에 서 있던 피해자를 충돌한 사안에서 운전자에게 고속도로상의 제한최고속도 이하의 속도로 감속운전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이 법정진술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는 그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할 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 소정의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와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야간에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는 자는 주간에 정상적인 날씨 아래에서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것과는 달리 노면상태 및 가시거리상태 등에 따라 고속도로상의 제한최고속도 이하의 속도로 감속·서행할 주의의무가 있다.

[3] 야간에 선행사고로 인하여 전방에 정차해 있던 승용차와 그 옆에 서 있던 피해자를 충돌한 사안에서 운전자에게 고속도로상의 제한최고속도 이하의 속도로 감속운전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본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하종면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98. 2. 7. 22:45경 청주시 흥덕구 수의동 소재 경부고속도로 서울기점 120.3km 상행선상을 대전방면에서 서울방면으로 차량을 운전하면서 가던 중 카오디오를 조작하려다가 전방주시를 태만히 한 과실로 인하여 선행사고로 전방에 정차해 있던 프라이드 승용차와 그 옆에 서 있던 피해자 신상용을 뒤늦게 발견하고 신상용과 프라이드 승용차를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신상용과 프라이드 승용차에 타고 있던 배오수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라는 요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후,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즉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사고 당시 카오디오를 조작하려고 전방주시를 태만히 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황봉일의 경찰 및 검찰에서의 각 진술에 대하여, 황봉일이 구체적 근거도 없이 막연히 피고인이 전방주시를 태만히 하였고 시속 120km의 속력으로 과속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황봉일은 이 사건 사고에 앞선 선행교통사고를 야기한 자로서 피고인의 무과실이 판명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인 점, 자신이 프라이드 승용차를 충격한 뒤 피해자 배오수가 손짓을 하였다는 등 석연치 않은 진술을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황봉일의 진술은 단순한 추측이거나 자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진술로 보여져 믿기 어렵고, 또한 이 점에 부합하는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중의 피고인의 진술에 대하여, 피고인이 경찰초등수사 당시는 물론 검찰 제1회 조사시까지도 검찰 제2회 조사시와 같은 진술을 한 바 없고 제1심 법정에서도 검찰 제2회 조사시의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사고지점은 좌로 굽은 길을 돌아 막 직선도로가 펼쳐지는 지점으로서 전방 가시거리가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고 직전에 2차로상을 피고인과 같은 속력으로 주행하던 황봉일도 정차해 있던 프라이드 차량과의 추돌을 피하지 못한 점, 피고인이 고속도로의 굽은 길을 지나갈 때 전방주시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카오디오를 조작하려 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통상적인 운전상식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검찰 제2회 조사시의 진술은 수사기관의 피고인의 과실점에 대한 집요한 추궁에 견디다 못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지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위 각 증거를 배척하고 그 밖에 유죄의 증거들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한 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카오디오를 조작하느라고 피해자 등을 미리 발견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사고지점은 좌로 굽은 길을 지나 막 직선도로로 이어지는 편도 3차선 고속도로의 1차로상이었고, 당시는 야간이었으며, 피해자들은 그 곳에 후행차량을 위한 삼각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은 채 도로에 그대로 서 있거나 차량등이 완전히 꺼져 있던 승용차에 타고 있었으며, 차량의 전조등 불빛이 미치는 거리가 통상 시속 100km로 주행할 경우의 안전거리인 100m에는 미치지 못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지점의 지형조건(굽은 길)으로 인한 시야장애, 피해자 등의 삼각표지판 미설치 및 차량등 소등상태 등으로 인하여 아무리 전방주시를 철저히 하였다 하여도 즉시 감속하거나 급제동하여 충돌을 면할 수 있는 안전거리에서 피해자 등을 미리 발견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발생의 원인이 될 만한 다른 과실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2. 채증법칙 위배의 점에 대하여

가. 검사 작성의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의 신빙성에 대하여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이 법정진술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는 그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할 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 소정의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와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도1587 판결, 1995. 10. 12. 선고 95도1957 판결, 1998. 3. 13. 선고 98도15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피고인에게 사고 당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과실이 있었음을 자백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이 그 후 법정에서의 진술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는 그 자백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 없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제1심 법정에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의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공판기록 제1면, 제34면),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당시에 피고인이 그와 같이 자백을 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비교적 소상하게 진술을 하고 있으며(수사기록 제96면), 그 후 피고인이 제1심 법정에서 위 자백이 허위임을 주장하면서 그와 같은 허위자백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같이 조사받던 성명불상의 사람이 끝까지 버티면 나쁘게 보니 다 시인하라고 하여 허위자백을 하게 된 것이다."라고 진술하고 있으나(공판기록 제34면), 검사의 제2회 피의자신문 당시 피고인은 카오디오 조작으로 인하여 뒤늦게 피해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부분은 자백하면서도 경찰에서 자백하였던 내용인 피고인이 시속 120km로 과속운전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를 부인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제96, 97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제1심 법정에서 진술하고 있는 피고인이 허위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한 진술내용은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원심이 피고인의 위 자백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근거로 들고 있는 사유들도 수긍하기 어렵다. 즉 원심이 들고 있는 이 사건 사고지점이 좌로 굽은 길을 돌아 막 직선도로가 펼쳐지는 지점으로서 전방 가시거리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검사 작성의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에만 그러한 취지의 기재가 있을 뿐이고(수사기록 제88면), 그 밖의 실황조사서(수사기록 제4, 6, 7면), 검증조서(제13, 18면), 검사 작성의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수사기록 제95면) 등에는 모두 사고지점이 직선도로라고만 되어 있을 뿐이고, 이와 같이 좌로 굽은 길이 끝나고 직선도로가 시작되는 곳부터 사고지점까지의 거리가 얼마인지의 점에 대하여는 이를 판단할 만한 자료를 기록상 발견할 수 없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황봉일 운전의 엑셀 승용차는 고속도로 2차로상을 앞서 가던 소형화물차량(또는 승용차)의 뒤를 따라 갔기 때문에 전방에 프라이드 차량이 정차해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시야장애가 있었으며 위 소형화물차량이 3차선으로 급차선변경을 함으로써 뒤늦게 프라이드 차량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프라이드 차량과의 추돌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임에 반하여(수사기록 제28면의 이면 및 제128면), 피고인 운전 차량은 그 진행하던 1차로상에 앞서 가던 차량이 없어 위와 같은 시야장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수사기록 제95면)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황봉일의 차량이 프라이드 차량과의 추돌을 피하지 못하였다는 점은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인의 위 자백의 신빙성을 배척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피고인은 황봉일의 경우보다 사고지점에서 더 먼 거리(못 미친 거리)에서 프라이드 차량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사고지점 30m 전방에서야 비로소 프라이드 차량을 발견하게 된 것은(수사기록 제42, 95면) 피고인이 카오디오를 조작하느라고 전방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피고인의 자백은 합리성이 있어 보인다. 다음 원심이 들고 있는 고속도로에서 굽은 길을 지나갈 때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카오디오를 조작하는 것이 통상인의 운전상식에 반한다는 점은 위 자백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자백이 합리성이 있어 보이고 자백을 하게 된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만한 사정을 기록상 찾아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력한 증거가 되는 피고인의 위 자백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나. 황병일의 경찰 및 검찰에서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자백이 신빙성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이 전방주시를 태만히 하였다는 취지의 황병일의 경찰 및 검찰에서의 진술 또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원심이 그 신빙성을 배척하는 근거로 들고 있는 그 판시와 같은 사유들은 수긍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위배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도 이유 있다.

3.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날씨는 당일 내렸던 눈이 녹으면서 노면이 약간 미끄러운 상태였고(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급제동하였으나 스키드마크는 새겨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록 제87면 참조), 피고인 차량의 전조등 불빛이 미치는 거리가 시속 100km로 주행할 경우의 안전거리인 100m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인바, 그와 같은 사정이라면, 야간에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주간에 정상적인 날씨 아래에서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것과는 달리 노면상태 및 가시거리상태 등에 따라 고속도로상의 제한최고속도 이하의 속도로 감속·서행할 주의의무가 있다 고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1975. 9. 23. 선고 74도231 판결, 1981. 12. 8. 선고 81도180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그와 같이 감속운전하였더라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였거나 적어도 피해자들의 피해의 정도가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좌로 굽은 커브길이 끝나고 직선도로가 시작되는 곳부터 사고지점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의 점에 대한 원심의 심리가 없었던 이상, 그와 같은 지형조건으로 인하여 원심 판시와 같이 시야장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발생의 원인이 될 만한 다른 과실도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업무상과실치사에 있어 과실의 개념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거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도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정귀호 이용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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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청주지방법원 1998.7.16.선고 98노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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