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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다1205 판결
[사해행위취소][공2003.8.1.(183),1583]
판시사항

기존 금전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다른 금전채권을 양도한 경우 사해행위의 성립 여부(한정 소극)

판결요지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구하는 것은 그의 당연한 권리행사로서 다른 채권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이것이 방해받아서는 아니되고 채무자도 채무의 본지에 따라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어 다른 채권자가 있다는 이유로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지는 못하므로, 채무자가 채무초과의 상태에서 특정채권자에게 채무의 본지에 따른 변제를 함으로써 다른 채권자의 공동담보가 감소하는 결과가 되는 경우에도 그 변제는 채무자가 특히 일부의 채권자와 통모하여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사를 가지고 변제를 한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기존 금전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다른 금전채권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교원나라상호저축은행 (구 상호 : 주식회사 교원나라상호신용금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류홍섭 외 6인)

피고,상고인

조규옥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임수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1995. 5. 15. 소외 전방산업 주식회사(이하 '채무자 회사'라 한다)와 어음거래약정을 체결한 후, 그에 기하여 1998. 4. 13. 채무자 회사 발행의 액면 10억 원, 지급기일 같은 해 5. 13.로 된 약속어음, 그리고 같은 해 5. 4. 역시 채무자 회사 발행의 액면 5억 원, 지급기일 같은 달 20.로 된 약속어음을, 각각 할인 취득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하여 주었는데, 위 약속어음들이 각 지급기일에 모두 지급거절된 사실, 채무자 회사가 1998. 5. 15. 자신의 다른 회사들에 대한 판시 매출대금 채권들(이하 통틀어 '이 사건 채권'이라 한다)을 양도하고, 같은 날 이 사건 채권의 채무자들에게 내용증명 우편으로 양도의 통지를 한 사실, 채무자 회사는 1998. 12. 31. 당시를 기준으로 447억 2,712만여 원의 자산을 보유한 반면, 578억 6,920만여 원의 부채를 부담하고 있어 약 130여 억 원의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던 사실, 채무자 회사의 대주주인 소외 1은 피고의 친구의 형으로서 20여 년 전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금전거래를 하여 왔고, 1994. 9. 1.에는 공동으로 운산환경엔지니어링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피고는 대표이사를, 채무자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2는 감사를, 소외 1은 이사를 각 맡아 위 회사를 운영한 사실, 피고는 1994. 4. 1.부터 1996. 5. 17.까지 채무자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였고, 또한 2001. 4. 2. 소외 1이 대주주 겸 이사로 있는 소외 전방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재직하기도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사정이 위와 같다면 피고는 이 사건 채권을 양도받을 당시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던 채무자 회사와 통모하여 자신의 채무자 회사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우선적으로 회수하기 위하여 그 변제에 갈음하여 채무자 회사로부터 이 사건 채권을 양도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채권양도는 다른 채권자인 원고에 대하여 사해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가.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구하는 것은 그의 당연한 권리행사이므로 다른 채권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이것이 방해받아서는 아니되고 채무자도 채무의 본지에 따라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어 다른 채권자가 있다는 이유로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지는 못하므로, 채무자가 채무초과의 상태에서 특정채권자에게 채무의 본지에 따른 변제를 함으로써 다른 채권자의 공동담보가 감소하는 결과가 되는 경우에도 그 변제는 채무자가 특히 일부의 채권자와 통모하여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사를 가지고 변제를 한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인바 ( 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다66034 판결 등 참조), 기존 금전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다른 금전채권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

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소외 1의 부탁을 받고 1997. 9. 1. 5억 원, 같은 해 11. 27. 2억 원을 채무자 회사에 송금하였고(피고는 위 각 송금한 돈을 대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1998. 2. 26.경 채무자 회사가 소외 우풍상호신용금고로부터 10억 원을 대출받을 때에도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소외 운산산업 주식회사 소유의 대지와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여 물상보증을 하였으며, 그 후 1998. 7. 8.경부터 이듬해 1. 22.경 사이에 그 피담보채무의 원금과 그에 대한 해당 기간의 이자를 모두 채무자 회사에 대신하여 변제하기까지 한 사실, 소외 1은 위 1995. 5. 15.자 어음거래약정이 체결될 당시 채무자 회사의 원고에 대한 어음할인대출금 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실, 소외 1은 소유한 부동산들만으로도 공시지가로 계산하여 320여 억 원(이 사건 채권양도 당시 부동산들에 설정된 근저당권과 전세권 총액은 220여 억 원이었고, 가압류나 압류의 기입등기는 없었다.)에 달하는 등 거액의 재산을 보유한 자로서, 이 사건 채권양도를 전후하여 이른바 경제 5단체의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고, 그 외에 이 사건 채권을 포함하여 대물변제로 양도받아 추심한 채권액이 위에서 본 송금액 및 물상보증에 따른 변제금 총액의 40% 정도에 불과한 점, 피고가 위 물상보증의 피담보채무에 대한 이자를 계속 납부하여 왔고, 나아가 원금까지 변제한 것은 위와 같이 대물변제로 채권양도를 받은 이후인 점, 피고는 이 사건 채권이 양도되기 2년 전에 이미 채무자 회사의 이사를 사임하였고, 이사로 등재되어 있던 기간에도 소외 운산환경엔지니어링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등 자기 사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채무자 회사에 상근하거나 기타 그 업무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소외 1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비추어 피고의 이 사건 채권 양수 당시 피고는 채무자 회사의 대주주이자 연대보증인인 소외 1이 원고 금고에 어음할인대출금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을 개연성이 큰 점,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로서 자기 사업을 하고 있던 피고가 자금이 매우 궁색하였을 것이어서, 채무 변제를 강하게 독촉함에 따라 원고가 이에 응하여 위 채권양도를 하기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두루 감안해 보면, 비록 피고가 대물변제로 위 채권양도를 받아간 시점이 채무자 회사의 부도를 전후하여 근접한 시점이고 피고가 채무자 회사의 이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채무자 회사의 대주주 및 대표이사와 절친한 관계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채무자 회사의 대표이사가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한 채권양도 행위를 채권자인 피고와 통모하여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사를 가지고 한 사해행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설시의 사정만을 근거로 채무자 회사가 이 사건 채권을 기존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피고에게 양도함에 있어 원고 등 채권자들을 해할 의사로 피고와 통모하였다고 단정한 데에는 대물변제에 의한 사해행위의 성립요건인 수익자와 채무자 간의 통모 유무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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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2.11.28.선고 2002나9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