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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청주지법 2009. 4. 13. 선고 2009고정255 판결
[모욕] 항소[각공2009상,896]
판시사항

[1]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의 의미 및 형법 제20조 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

[2] 피고인이 대학교 전체 공용 게시판에 작성·게시한 글 중 일부의 표현은 모욕적 언사로 볼 여지가 있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형법 제20조 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글이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을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살펴보아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 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2] 피고인이 대학교 전자결재시스템 전체 공용 게시판에 게시한 글 중 피해자에 대해 ‘막무가내로 학교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거나 ‘추태를 부렸다’고 표현한 부분은,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 언사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글을 올리게 된 동기와 게시판의 사용 목적 및 접근의 제한성, 피해자와의 순차적 의견개진 경위, 모욕적 표현이 전체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수준 등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이 게시판에 의견을 표현함에 있어 자신의 판단과 의견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필요하여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여, 형법 제20조 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안재훈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8. 5. 12.경 청주시 (이하 생략)에 있는 ○○대학교에서 ○○대학교 전자결재시스템 전체 공용 게시판에,

1. “ 피해자 교수를 비롯하여 일부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막무가내로 학교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 피해자 교수가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막말과 교수로서의 품격을 의심케 하는 행동을 한다”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함으로써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고,

2. “ 피해자 교수가 비아냥거린다, 피해자 교수가 치기 어린 내용이 많은 글을 올린다, 피해자 교수가 2. 19. 추태를 부렸다, 피해자 교수가 학생들도 교수들의 추태를 다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누군가 계속해서 그 내용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거나 다운받게 해 주었다는 말이고, 피해자 교수가 이를 시인하는 것은 분명하다, 피해자 교수가 게시판의 내용을 ◇◇게시판에 옮기겠다고 하는 것은 범죄행위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함으로써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판 단

1.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대학교 전자결재시스템 전체 공용 게시판(이하 ‘이 사건 게시판’이라 한다)에 게시한 사실은 인정하나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판 단

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바, 어떤 글이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을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살펴보아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 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1433 판결 등 참조).

나. (1) 살피건대, 피고인이 게시한 글 중 특히, 피해자에 대해 ‘막무가내로 학교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거나 ‘추태를 부렸다’고 표현한 부분은 그 게시글 전체를 두고 보더라도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 언사라고 볼 여지는 있지만, 다른 한편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피해자 교수는 ○○대학교에 함께 재직중에 있고, ○○대학교 내부의 문제로 인해 교수들이 ‘교수회’와 ○○대학교 안정을 바라는 교수 모임(줄여서 ‘안교모’라 부른다)로 나뉘어 갈등이 있어 온 사실, 피고인은 ‘안교모’의 간사로 활동해 온 사실, 2008. 2. 19. 청주시 (이하 생략)에 있는 (주점 명칭 생략)라는 주점에서 동료 교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꺼지라는 취지로 말하며 욕설을 한 사실, 피고인은 같은 달 28. 교수, 직원, 조교가 열람할 수 있는 이 사건 게시판에 피해자에게 위 주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자초지종을 밝히고 사과하라는 취지의 글을 게재한 사실, 그러자 피해자가 그 다음 날 “스토커가 사과를 요구한다”는 제목하에 “피고인이 저의 이름을 거명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올려 부득이 대응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또 다시 낚시질에 걸려든 꼴이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사실,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가 답글 형식으로 수차례 위 게시판에 상대방의 글을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사실, 피해자는 2009. 3. 1. 위 게시판에 “ 피고인 교수가 그 자리에 왜 왔습니까? (1) 피해자 만나러, (2) 술을 좋아해서, (3) 손금 삭제하러, … 피고인 교수는 피해자 스토킹을 이 정도로 끝내 달라, 피고인 교수는 온라인상으로 계속 스토킹을 하고 술자리까지 쫓아 다니면서 괴롭힌다, 피고인 교수는 그 날 욕 얻어먹은 정도는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데 이어, 같은 달 6.에는 위 게시판에 “ 피고인 교수는 국어 실력이 그 정도이냐, 피고인 교수의 낚시질에 걸렸다, 피고인 교수가 먼지를 의혹으로 변질시켰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의 글이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면서 수사기관에 피해자를 고소하여 피해자에 대해서는 2008. 12. 24. 이 법원 2008고약2 ◇◇호로 모욕죄로 벌금 500,000원의 약식명령이 발령되어 2009. 3. 18.경 확정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2)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가 2008. 5. 9. “또 낚시당하고 말았군요”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에 대한 반박으로 2009. 5. 12. “ 피해자 교수님께”라는 제목으로 위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였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이 포함된 내용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4. 소위 “사과”요구 관련

- 안개모를 통한 제반 활동에 대하여 전체 구성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 당일 자신이 행한 무례한 행동에 대하여 사과하면,

- 나는 여전히 사과할 일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사과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음

위 내용은 교수님이 쓰신 글 맞지요? 첫 줄이 저에게 욕설을 퍼부으신 이유인가 봅니다. 글 내용으로 보면 분명히 맞지요? 그렇다면 제가 당일 교수님께 무례한 행동을 해서 욕설을 하신 것이 아니라 안교모 간사로서 피해자 교수님을 비롯한 일부 교수님들이 중심이 되어 막무가내로 학교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것 을 저지하는 것에 대해서 평소에도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그 자리에서 맞닥뜨리게 되니까 울분이 폭발하여 욕설을 퍼부은 것이 됩니다.

둘째, 제가 올린 글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보십시오. 그 날 제가 교수님께 무례하게 행동했습니까? 교수님이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어 대셨습니까?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기록하여 올린 제 글에 대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으면 수정하여 다시 올리십시오. 아니면 본인 스스로 당일의 상황을 상세하게 기록하여 자초지종을 밝히십시오.

셋째, 여전히 사과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시는데, 왜 사과를 하셔야 합니까? 아마도 또 적극적으로 ‘검토’만 하실 생각이신가 보군요. 사과란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피해자 교수님이 전체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하신 ‘막말’과 교수로서의 품격을 의심케 하는 행동들 은 저와 교수님 사이에 발생한 2. 19. 사건과는 별개입니다. …

(3) 피해자가 2008. 5. 9. “경사 났군요. 경사.....”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 게시판에 게시한 글에 대해 피고인이 같은 달 12. “[답장] 경사 났군요. 경사.....”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은 다음과 같다.

원본 메시지는 그대로 두고 그 글에 대해서 답글을 드리는 방식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모처럼 대꾸해 주니까 이렇게들 좋아시네요.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이니 꿈 깨세요.

→ 이렇게 서로 비아냥거리는 모습이 보기 좋으십니까? 피해자 교수님이나 또 다른 김교수님이나 저나 명예가 훼손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이미 본 게시판을 통해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교수님이 올리신 글을 읽다보면 이런 치기어린 내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게시판이 진흙탕 싸움터가 된 것입니다.

하나만 물읍시다. 이번에 두 분이 올린 글(제 글과 함께) ◇◇게시판으로 전재해보는 것이 어떠신지? 여기 200명 넘는 분들은 읽어도 되고 학생들 읽으면 안됩니까? 그 점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200여 명이 읽을 수 있는 글은 더 이상 비밀이 될 수 없지 않나요? …

→ 이런 글을 널리 알리는 것이 무슨 득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교수 전용 게시판’에만 글을 올렸었습니다. …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게시판에 글을 올렸겠지요. 만약, 2. 19. ‘추태’에 대해서 제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랬다면 피해자 교수님이 지금도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실 수 있으셨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게시판에 이 글들을 퍼 나를 것이 아니라 ‘교수들 사이의 문제는 교수 전용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교수들의 ‘추태’를 학생들에게까지 보여주지 않고자 하는 생각에서 가능하면 1대1 메일이나 교수 전용 게시판을 이용하자고 제안하였는데, 두 분은 저한테 메일 보내지 않으셨죠? 교수 전용 게시판도 외면하셨죠? 바로 이 공간을 활용하는 까닭은 직원-조교 선생님들까지 다 읽으시라는 뜻 아닌가요? 이제 교수들의 추태를 학생들도 다 알게 되었으니 굳이 숨길 필요는 없어졌고...

→이런 추태를 학생들도 다 알게 되었다는 말씀은 누군가 계속해서 그 내용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거나 다운받게 해 주었다는 말씀이 되는군요. 그것을 시인하시는 것 분명하시죠. 저는 단 몇 건만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으로 알았더니 아주 전부 보여주셨나 봅니다. …

이런 저의 판단이 옳다면 두 분의 모든 글을 ◇◇게시판으로 그대로 옮겨도 무방할 것 같은데, 내 글은 물론이고, 동의하신다면 옮겨 나르는 수고는 제가 아끼지 않겠습니다. 괜찮겠지요?

→저는 교수회 일부 교수님들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행태에 대해서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체 공용 게시판도 안 되니까 이제는 ◇◇게시판까지 진출하여 별별 글을 다 쓰고 계십니다. ◇◇게시판에 반드시 써야만 되는 글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올라 온 글을 보면 무책임한 글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린 범죄행위를 피해자 교수님 스스로 앞장서시겠다니 참으로 걱정이 됩니다. 제가 만약 동의하여 이 글들이 ◇◇게시판에 올라가면 가장 걱정되는 몇 분이 계십니다. 제가 아니라..... …

다. 위와 같이 인정된 사실에 기록에 나타나는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 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된 동기는 ○○대학교 내부의 문제로 인하여 교수들 사이에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는 과정에서 교수, 조교, 교직원만이 볼 수 있는 이 사건 게시판에 피해자와 피고인이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순차적으로 게시해 온 것으로, 그동안 ○○대학교 교수들간의 갈등 양상과 2008. 2. 19.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해 한 행동, 피해자가 피고인의 글에 대한 답글로 게시한 글의 내용에 비추어 “피해자가 교수들을 대상으로 막말과 교수로서의 품격을 의심케 하는 행동을 한다”는 표현, “피해자가 비아냥거린다, 치기 어린 내용이 많은 글을 올린다, 2월 19일 추태를 부렸다”라는 표현이 합리적인 판단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피고인의 입장에서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 ‘추태’라는 표현은 피해자의 견해에 항목별로 답변을 하면서 피해자가 쓴 표현을 인용하여 사용된 점, 또한 피해자가 이 사건 게시판에 게시된 글을 일반 학생들이 볼 수 있는 ‘ ◇◇게시판’으로 옮기자는 취지로 올린 부분에 대해 피고인이 교수들 간의 문제는 교수들만의 전용게시판에 게시하도록 하자며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이 사건 게시판에 있는 글을 ◇◇게시판으로 옮기는 행위가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공소사실에 나타난 내용이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도 그동안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게시판에서 논쟁을 벌인 내력과 수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경미한 수준의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위 글의 게시 장소도 ○○대학교의 교수, 교직원, 조교들 사이에서 서로 정보교환, 학교의 운영에 대한 의견교환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게시판으로 2005. 12. 말경부터 교수들이 ○○대학교의 미래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고 토론을 벌여 온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판에 의견을 표현함에 있어 자신의 판단과 의견의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필요하여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여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만으로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위 행위는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가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손천우

주1)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인용된 내용을 밑줄로 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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