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이 자동차부품상을 경영하는 을로부터 물품대금 상환채무의 담보를 위한 보증보험계약의 연대보증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험계약자란이 공란으로 되어 있는 보증보험약정서의 연대보증인란에 직접 서명날인하고 본인 발급의 인감증명서를 을에게 교부하였는데, 실제 보증보험계약은 을이 아닌 을의 동업자 병 명의로 체결된 사안에서, 갑의 표현대리책임을 부인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자동차부품상을 경영하는 을로부터 물품대금 상환채무의 담보를 위한 보증보험계약의 연대보증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험계약자란이 공란으로 되어 있는 보증보험약정서의 연대보증인란에 직접 서명날인하고 본인 발급의 인감증명서를 을에게 교부하였는데, 실제 보증보험계약은 을이 아닌 을의 동업자 병 명의로 체결된 사안에서, 갑의 표현대리책임을 부인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상고인
한국보증보험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정수)
피고,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 인정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1996. 12. 10. 제1심 공동피고 1과 사이에, 제1심 공동피고 1이 소외 기아자동차서비스 주식회사(이하 '기아자동차'라 한다)로부터 구입하는 물품에 대한 물품대금 상환채무의 지급보증을 위하여 피보험자 기아자동차, 보험금액 5,000만 원, 보험기간 1996. 9. 21.부터 1998. 9. 20.까지로 하는 내용의 이행(상품판매대금)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만일 제1심 공동피고 1이 기아자동차에 대한 물품대금 상환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가 기아자동차에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원고에게 그 지급보험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상환하기로 약정하였다.
나. 위 이행보증보험 약정서에는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위 보증보험계약상의 구상금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인으로 피고를 비롯하여 제1심 공동피고 2, 같은 제1심 공동피고 4 3인의 서명날인이 되어 있었다.
다. 그 후 제1심 공동피고 1이 기아자동차에 대한 위 물품대금 상환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는 1997. 11. 6.경 기아자동차에 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라.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는 자신의 매제인 제1심 공동피고 4로부터 그가 기아자동차로부터 물품을 구입함에 있어 그 물품대금 상환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원고와 사이에 보험금액을 3,000만 원 내지 5,000만 원으로 하는 내용의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데에 연대보증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후, 부동문자로 기본 양식만 인쇄가 되어 있고 보험계약자 및 연대보증인, 보험금액란에 아무런 기재가 없는 이 사건 이행보증보험약정서 및 주채무자란이 공란으로 되어 있는 보증보험 계약관련 중요내용 설명문의 연대보증인란에 각 서명날인한 다음, 사용용도란이 공란으로 되어 있는 본인 발급의 인감증명서 1통을 제1심 공동피고 4에게 교부하면서 연대보증계약 체결을 위임하였다.
마. 위 약정서 제13조에는 '본인과 보증인은 앞면의 이행보증보험청약서에 기한 보증보험계약내용과 관련된 이 약정서의 모든 조항을 충분히 이해하고 약정서 및 약정서의 주요내용인 보증보험약정서 중요내용설명문을 교부받았음을 확인한다.'라는 내용의 특약사항을 본인과 보증인이 확인하고 서명날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오른쪽 여백에도 피고가 날인하였으나, 위 약정 당시 첨부된 이행보증보험청약서에는 약정서와 마찬가지로 보험계약자, 보험가입금액, 보험기간 및 보증계약내용이 모두 공란으로 되어 있었다.
바. 제1심 공동피고 4는 위와 같이 피고의 서명날인이 되어 있는 이 사건 보증보험약정서 및 피고의 인감증명서를 기아자동차측에 교부하면서 원고와의 연대보증계약 체결을 다시 위임하였다.
사. 그런데 기아자동차측과 원고가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주채무자가 제1심 공동피고 4가 아닌 제1심 공동피고 1로 기재되게 되었고, 원고의 직원인 소외 1이 이 사건 보증보험약정서의 보험가입금액란에 '오천만원', 위 약정서에 첨부된 보증보험청약서의 보험금액란에 '50,000,000원', 보험기간란에 '1996. 9. 21.부터 1998. 9. 20.까지', 보증내용란에 '외상물품 판매대금 지급보증', 특기사항란에 '500-207-95-2645, 2591에 의거 발생된 채무 중 지급기일이 갱신보험계약기간 안에 도래하는 채무에 대하여도 담보하며 구증권의 효력은 상실됨'이라고 각 기재하고, 특별약관란에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보험계약자가 보험기간 안에 발생시킨 채무 중 지급기일이 보험기간 종료일 다음날부터 90일 이내에 도래하는 채무에 대하여도 보증한다는 내용의 약관이다)의 내용이 적용됨을 표시하였다.
아. 한편, 제1심 공동피고 1은 제1심 공동피고 4와 공동으로 자동차부품 도소매업체인 우남상사를 경영(사업자명의는 제1심 공동피고 1)해 오던 중, 1995. 9. 21., 1995. 10. 23. 두 차례에 걸쳐 원고와 사이에 주채무자 제1심 공동피고 1, 연대보증인 제1심 공동피고 4로 하는 내용의 이행보증보험계약을 체결(증권번호 500- 207-95-2591, 2645, 보험금액은 각 금 2,000만 원, 보험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각 1년, 2년이고,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과 마찬가지로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이 적용되었다.)한 적이 있었는데 그 보험기간이 만료되자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자.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이 위와 같은 내용으로 체결되는 과정에서 보험금액 및 보험계약자, 특별약관 및 특기사항란의 내용에 관하여 원고나 기아자동차측으로부터 전혀 설명이나 통지를 받지 못하였다.
차. 한편,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 체결 당시 적용되던 한국보증보험 주식회사의 영업지침은 "연대보증인이 자연인인 경우에 징구하는 인감증명서는 인감증명서 '사용용도'란에 보증보험약정서상에 연대보증인으로 입보한다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표명되고, 그 용도 문구 말미에 연대보증인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것이어야 한다. (예) 보증보험 연대보증용, 보증보험 보증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가 제1심 공동피고 4에게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구상금 채무에 대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의 체결을 위임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가 제1심 공동피고 4가 아니라 제1심 공동피고 4로부터 다시 연대보증계약 체결권한을 위임받은 기아자동차측과 사이에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나 제1심 공동피고 4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금액과 보험계약자, 보증내용 등을 기재하게 된 점,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 체결에 사용된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의 사용용도란에 아무런 기재가 없었음에도 당시 시행되던 영업지침에 위반하여 이를 연대보증인에게 확인하지 않았던 점, 위 계약의 체결로 피고가 부담하게 될 책임의 범위가 금 5,000만 원으로 거액이고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이 적용되는데다가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 사이에 체결된 바 있던 2건의 보증보험계약에 의해 발생된 채무 중 지급기일이 갱신보험계약기간에 도래하는 채무에 대하여도 담보한다는 내용의 특약이 적용되는 등 책임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그러한 사실을 연대보증계약 체결 과정에서 전혀 피고에게 통지하거나 특약 또는 약관내용에 관하여 설명하지 않은 점,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연대보증인으로는 피고 외에도 제1심 공동피고 4, 제1심 공동피고 2가 있으나, 제1심 공동피고 4는 입보회수가 초과되어 있는 상태였고, 제1심 공동피고 2는 제1심 공동피고 4의 아버지로서 77세의 고령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자력이 있는 연대보증인은 피고뿐이었다 할 것인데 약정서에 기재된 피고의 이름 옆에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어 연락이 매우 용이했음에도 계약내용에 대하여 피고에게 확인 또는 설명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기아자동차측이 피고의 인감증명서, 피고의 서명날인이 기재되어 있는 백지의 이 사건 보증보험약정서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만으로 위 기아자동차에게 피고를 대리할 적법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 및 원심판결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보증보험회사의 직원이 연대보증인 본인에 대하여 직접 보증의사를 확인하고 서명날인을 받도록 하는 업무지침이나 실무관행은 없는 사실,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 체결에 사용된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는 다른 사람이 대리인으로 발급받은 것이 아니라 피고 본인이 발급받은 것이며 이 사건 이행보증보험약정서와 설명문의 연대보증인란에도 피고가 자필로 서명하고 날인한 사실, 제1심 공동피고 4와 피고는 처남매제 사이이고 제1심 공동피고 4와 제1심 공동피고 1은 기아자동차의 부품 대리점을 동업하고 있었으며 이를 원고측(원고의 대리점 경영자인 소외 2)이 알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 체결 당시 제1심 공동피고 4가 피고에게 주채무자를 제1심 공동피고 1로 한다는 사실을 통지하지는 않았지만 피고가 그렇게 알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하였을 정도로 주채무자가 제1심 공동피고 4와 제1심 공동피고 1 중 누구인가가 보증의 핵심요소는 아니었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상황에서라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직원이 피고 본인에게 직접 보증의사를 확인하거나 그 내용을 설명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유만으로 대리권의 존재를 믿었음에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보증보험회사는 신속하게 대량으로 거래하기 위하여 연대보증인으로부터 연대보증계약 체결권한을 위임받은 자(이 사건과 같은 경우 기아자동차측)와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고 그 연대보증인이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금액과 보험계약자, 보증내용 등을 기재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위 인감증명서는 피고도 보증보험회사에 대한 보증용으로 사용할 의사로 발급받아 교부하였고 실제로도 그러한 용도로 사용되었으므로(단지 제1심 공동피고 4의 채무에 대한 보증인지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에 대한 보증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사용용도란에 아무런 기재가 없었다는 점을 중시할 것이 아닌 점(인감증명법시행령이 1993. 12. 28. 개정되어 인감증명서의 사용용도란의 기재가 필수적이 아닌 것으로 되었다.), 기아자동차와 제1심 공동피고 1·제1심 공동피고 4 사이의 거래규모에 비추어 금 5,000만 원을 거액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은 흔히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 사이에 체결한 바 있던 2건의 보증보험계약에 의해 발생된 채무 중 지급기일이 갱신보험계약기간에 도래하는 채무에 대하여도 담보한다는 내용의 특약이 적용되더라도 이 사건 보험금이 5,000만 원으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피고의 책임범위가 그 원리금을 초과하여 확대되지 않는 점, 피고 이외의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연대보증인인 제1심 공동피고 4, 제1심 공동피고 2의 연령과 입보회수만으로는 그들이 자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력이 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연대보증인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의 여부는 원고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스스로 결정할 사항이지 피고의 이익을 위하여 고려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는 점, 이행보증약정서에 기재된 연대보증인의 전화번호는 보증의사의 확인보다는 차후 연락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앞서 본 인정 사실에 이와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본다면,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의 직원으로서는 피고가 자필서명하고 직접 날인한 보증보험약정서와 피고의 인감증명서를 소지한 기아자동차 직원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제1심 공동피고 1을 위한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수여되어 있는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의 사정만으로 원고의 직원이 대리권의 존재를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표현대리의 성립을 부정하였으니, 거기에는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표현대리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