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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2017.12.1. 선고 2017노92 판결
강도살인
사건

(전주)2017노92 강도살인

피고인

A (개명 전 이름: B)

항소인

피고인과 검사

검사

김형길(기소), 최한얼(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CD 담당변호사 CE, CF

변호사 C.

판결선고

2017. 12. 1.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가 운전하는 택시에 승차하지 않았고, 따라서 피해자를 살해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원심은 M의 참고인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 O 등의 원심 법정진술 등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와 신빙성 없는 증거에 근거하여 이 사건 강도살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1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피고인이 저지른 이 사건 강도살인죄는 돈을 빼앗기 위해 무고한 생명을 침해한 중대한 범행인 점, 피고인이 사전에 범행도구를 준비한 계획적 범행이고, 흉기인 식칼로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12회에 걸쳐 찔러 그 범행수법이 잔인한 점, 피고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면서 유족들의 피해 회복을 위하여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이 범행 당시 성인과 다름없는 나이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증거능력과 관련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M의 경찰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 중 M이 직접 경험한 사실에 관한 진술기재 부분

가) 변호인의 주장

(1) M을 조사한 경찰관 J, K은 관내에서 발생한 택시강도 사건을 수사하다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자 그 타개책으로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하여 속칭 짜맞추기 수사를 전개하였고, 증거물인 녹음기록 등도 보존하지 않았으며, M을 사실상 긴급체포하였음에도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하지 않았고, 녹음파일을 외부에 유출시키고 2차 이후의 녹음파일은 보존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러한 점들은 M에 대한 회유나 강압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므로, 경찰관 J, K의 원심 법정진술은 M의 이 부분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나 자료로 삼을 수 없다.

(2)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원진술자가 사망 등의 사유로 공판기일에서 진술할 수 없는 경우 원진술자가 법정에 출석하여 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을 부인할 것이 예상되는 때에는 적용될 수 없는바, 경찰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한 M의 최종적인 의사는 번복 전진술의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것이므로, M의 이 부분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

(3) J과 K은 원심법정에서의 진술과 달리 2003. 6. 5. 수사보고를 작성하면서 AD에 대한 수사기록을 첨부하는 등 AD에 관한 수사기록에 나타난 범행방법, 칼에 찔린 횟수와 부위를 파악한 상태에서 피고인과 M을 조사하였다. J 등은 피고인을 신문하면서 피해자를 칼로 찌른 부위와 횟수에 관한 진술을 유도하고, 피고인이 실제 범행상황과 상이한 대답을 할 경우 실제 사건의 내용을 암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발언을 정정하게 하여 이를 피고인이 자연스럽게 대답한 것처럼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거나, 실제로 피고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임의로 추가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들은 피고인이 범인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객관적으로 조사하지 않았고, 피고인과 M의 자발적인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이 아니므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M의 진술은 그 내용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없다.

(4) M과 피고인의 진술은 범행도구에 관한 내용과 사건 직후 상황에 대한 진술이 서로 다르고, 이 사건 당일 N을 자신의 집 앞에서 돌려보냈다는 M 진술은 N이 2003. 6. 7.자 경찰조사에서 한 진술(M의 집에 간 시기는 AD이 구속된 이후이고, M의 방에 들어가 20분간 있었다)과 배치되는 등 M의 진술에는 허위가 개입되었을 여지가 있다.

나) 판단

(1)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M의 경찰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따라 원진술자인 M이 사망하여 공판기일에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면 증거로 삼을 수 있는바, 원심은 그 판시(원심판결문 제6쪽 제15행부터 제8쪽 제20행까지)와 같이 M이 수사기관에서 한 이 부분 진술내용에 그 진술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을 자세히 설시하였고, 이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검토해 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므로, M의 이 부분 진술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다고 인정된다. 그리고 원진술자가 사망한 경우로서 원진술자가 법정에 출석하여 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을 부인할 것이 예상되는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한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법률상 근거가 없으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K 등 경찰은 2003. 6. 5. M을 임의동행한 사실이 인정되고(경찰은 피고인을 긴급체포하면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였다), J 등이 당시 수사 중이던 택시강도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여 그 타개책으로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하였다거나 속칭 짜맞추기 수사를 전개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며, 2003. 6. 5. 당시 사법경찰관리가 참고인진술 또는 피의자신문 과정을 녹음하여야 한다는 법령의 규정이 없었고(J 등은 M을 조사하면서 그 진술의 임의성을 증명할 목적으로 진술과정 일부를 녹음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모든 진술과정에 대하여 녹음을 하지 않았다거나 녹음물을 모두 보존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J 등의 원심 법정진술을 특신상태 인정의 자료로 삼은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

(3) 2003. 6. 5.자 수사보고에는 AD에 대한 수사기록 중 송치서 사본만이 첨부되어 있을 뿐이고 그 작성자도 J, K이 아니라 AO과 AQ이고, 설령 J이 AD에 대한 수사기록에 나타난 범행 방법과 피해자가 칼에 찔린 횟수와 부위 등을 파악한 상태에서 M을 조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참고인 조사를 하기 전에 피해자의 부검결과 등을 숙지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적법한 조치이고, M이 참고인으로 진술하게 된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은 M의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배척할 사유가 될 수 없다. J 등이 피고인을 신문하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부위와 횟수에 관한 진술을 유도하고, 피고인이 실제 범행상황과 상이한 대답을 할 경우 실제 사건의 내용을 암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발언을 정정하게 하여 이를 피고인이 자연스럽게 대답한 것처럼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거나, 실제로 피고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임의로 추가하기도 하였다는 주장은 피고인의 자백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사정에 해당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이 부분 주장에 관하여는 아래 나.4)자)①에서 살펴본다], M의 이 부분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외부적인 정황에 관한 것은 아니다.

(4) 변호인이 M의 이 부분 진술내용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든 점들은 M의 진술내용이 피고인이나 N의 진술과 달라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일 뿐[이 부분 주장에 관하여는 아래 나.1)과 나.4)자)⑤에서 살펴본다], M의 진술내용에 허위가 개입될 만한 외부적 사정에 관한 것이 아니다.

(5) 따라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2) M의 경찰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M의 진술기재 부분

가) 변호인의 주장

M의 수사기관에 대한 이 부분 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정하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지지 않았고, 원진술자인 M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진술하지 아니하여 316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피고인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나) 판단

M의 이 부분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피고인 아닌 자의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전문진술조서에 해당한다. 이러한 전문진술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314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함은 물론 나아가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조건을 갖춘 때(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고,_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에서 말하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란 그 진술을 하였다는 것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5948 판결 등 참조).

M이 수사기관에서 한 이 부분 진술이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규정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심은 그 판시(원심판결문 제8쪽 제21행부터 제10쪽 제11행까지)와 같이 피고인이 M에게 한 진술내용에 그 진술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을 자세히 설시하였고, 이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므로, 피고인의 진술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원진술자인 M이 사망하여 공판기일에서 진술할 수 없거나 피고인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법률상 근거가 없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3) I, L, N, O, P, Q, R, S, T, U, V, W의 진술 중 M으로부터 들은 부분

가) 변호인의 주장

M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진정성립을 부인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까지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할 수 없고, M의 진술 내용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있어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지지 않았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나) 판단

L, O, Q의 원심 법정진술(I, N, P의 원심 법정진술에는 M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M으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이 없다) 중 M이 직접 경험한 사실에 관한 부분(M이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에 관한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부분은 재전문진술로서 증거능력이 없다)은 전문진술로서 그 증거능력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에 의하여 인정되고(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M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진정성립을 부인할 것이 예상되는지 여부를 논할 필요가 없다), R(T, S, U, V, W에 대한 수사기관 작성의 진술조서에는 M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들었다는 부분이 없다)에 대한 수사기관 진술조서 중 M이 직접 경험한 사실에 관한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기재(M이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에 관한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부분은 재전문진술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전문진술조서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규정(진정성립의 인정) 및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조건(원진술자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을 갖춘 때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바, 원심은 그 판시 (원심판결문 제11쪽 제18행부터 제13쪽 제19행까지)와 같이 M이 L, O, Q, R에게 직접 경험한 사실에 관하여 한 진술내용에 그 진술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을 자세히 설시하였고, 이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므로, M의 이 부분 진술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L, O, Q의 원심 법정진술 중 M이 직접 경험한 사실에 관한 부분 및 R에 대한 수사기관 진술조서 중 M이 직접 경험한 사실에 관한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기재는 모두 증거능력이 있으므로,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그 밖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과 변호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원심은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항목에서 이에 관한 판단을 자세히 설시하여 그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일 새벽에 피 묻은 옷을 입은 채 식칼을 가지고 M의 집에 간 사실

피해자는 2000. 8. 10. 02:07~02:10경 G 택시를 운전하여 익산시 CG에 있는 구 버스정류장 앞에 이르러 택시 안에서 범인으로부터 칼로 오른쪽 가슴 부위 등을 수회 찔렸다. 택시가 정차한 장소는 M의 집으로부터 약 400m 떨어진 곳으로 걸어서 약 5분, 뛰어서 약 2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M은 2003. 6. 5. 경찰 참고인 조사 및 제1회부터 제4회까지의 피의자신문(이하 '번복전 진술'이라 한다), 2003. 6. 20. N과의 대질조사에서는 물론 피고인의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진술을 번복한 이후인 2003. 6. 23. 원광대학교병원 CH과 담당의사와 면담하면서도 "이 사건 당일 새벽 친구인 N의 집에 있다가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 N과 함께 집에 와서 피고인을 만나 바로 N을 돌려보냈다"고 말하였고, 번복 전 진술에서 "그날 피고인이 피 묻은 옷을 입고 피와 지방이 묻어 있는 끝이 휘어진 식칼을 가지고 집에 왔다"고 진술하였다.

N은 2003. 6. 7. 경찰조사, 2003. 6. 20. 경찰조사, 2015. 7. 13. 검찰조사, AD에 대한 재심사건(광주고등법원 2013재노3호) 법정진술, 이 사건 원심 법정진술에서 일관하여 "이 사건 무렵 새벽 시간에 집에서 M과 함께 있다가 M이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고 자신의 집에 가자고 하여 M과 함께 M의 집에 갔다가 M이 자신의 친구를 만나 그냥 가라고 하여 혼자 돌아온 적이 한 번 있었고, 당시 M의 친구가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았던 것 외의 인상착의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러한 진술은 M의 위 진술과 일치한다. 한편 N은 원심법정에서 "당시 3층에 있는 M의 방안에 들어갔던 기억(2003. 6. 7. 및 2013. 6. 20. 경찰조사 당시 진술)과 입구에서 그냥 돌아온 기억 중 어느 것이 정확한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하였고, N은 2003. 6. 7. 경찰조사에서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있은 후 평소 알고 있던 AD이 범인으로 잡혀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에 M의 집에 갔다"고 진술하였지만, 2003. 6. 20. 경찰조사에서는 "AD이 잡혀간 기억이 너무 뚜렷하여 그 후 M의 집에 갔다고 진술한 것 같은데 M의 집에 간 것이 먼저인지 나중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는바, N이 당시 M의 방안에 들어갔다는 진술과 AD이 구속된 후에 M의 집에 갔다는 진술은 이 사건 당일로부터 2년 10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강렬한 사건에 의해 기억이 왜곡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진술이 있다는 점만으로는 앞서 본 M의 진술에 부합하고 일관된 진술 부분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다.

피고인도 2003. 6. 5. 경찰에서 한 자백진술을 번복한 이후인 2003. 6. 20. N과의 경찰 대질조사와 검찰 피의자신문에서 이 사건 당일 저녁 M의 집에 함께 있던 중 의경이 공원 쪽을 수색하는 광경을 보았고, M의 아버지로부터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났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으며, 이러한 진술은 M의 아버지 T가 2003. 6. 20. 경찰에서 한 진술("이 사건 당일 저녁 무렵 M의 친구가 옆에 있는 가운데 M에게 이 앞에서 살인사건이 났으니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말하였다")과도 일치한다. 위와 같은 진술을 모두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시간 무렵 피 묻은 옷을 입은 채 피와 지방이 묻은 휘어진 식칼을 가지고 M의 집에 간 사실은 분명하다.

2) 이 사건 범행이 택시강도인 사실

피해자는 위 일시경 택시를 운전하여 구 H 버스정류장 앞에 이르러 차량 내 무전기로 "H 강도야"라고 소리쳤고, 그 무렵 칼에 수회 찔렸다. 2003. 6. 5. 피고인을 신문한 경찰관 J은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운전하던 택시 뒷좌석에 앉아 돈을 빼앗기 위해 칼로 위협하였는데 택시기사가 차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칼로 피해자의 쇄골 부분을 1회 찌르고 계속하여 피해자를 여러 번 찔렀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자백한 범행 내용은 피해자의 무전 내용과 일치한다.

3) 이 사건 범행이 단독범의 소행인 사실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의 우측 어깨부와 흉부에 자창(찔린 상처) 및 자절창(찌르고 벤 상처) 8개, 우측 안면부에 자창 1개 및 우측 견갑부, 액와부, 우측 3, 4, 5 손가락의 배면에서 각 절창(벤 상처)이 1개씩 있는바, 이러한 손상은 피해자의 뒤에서 예기에 의하여 순간적이고 일방적으로 이뤄진 공격에 의한 것이고, 주로 찔린 부위는 오른쪽 목 밑 쇄골부분으로 보인다. 우측 어깨와 우측 흉벽, 우측 얼굴 등에만 손상이 집중 혹은 제한된 것은 택시 뒷자리에 탄 범인이 운전석에 앉은 피해자에게 손상을 가하는 상황에 가장 부합된다. 그런데 피고인과 M은 번복 전 진술에서 "피고인이 택시 뒷좌석에 타서 택시가 정차한 다음 피해자의 목에 칼을 대고 돈을 내놓으라고 하자 피해자가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였고, 뒷자리에 앉은 상태로 왼팔로 피해자의 왼쪽 어깨를 잡아 피해자를 제지한 뒤 칼로 쇄골 부위를 찔렀고 몇 번 더 여러 부위를 찔렀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자백진술은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처와 그에 대한 법의학 전문가의 평가와 일치한다.

나) 한편 변호인은 다음과 같은 점을 근거로 피고인이 단독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피해자가 2인 이상의 범행에 의해 살해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운전하던 택시가 정차한 도로 건너편에서 피해자를 목격한 AA는 피해자가 "'악' '악' 소리를 내면서 허리를 구부리고 오른팔로 배를 움켜잡고 운전석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택시 안으로 들어갔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는 택시 운전석에 앉은 채로 좌측 발을 창문에 올린 채로 발견되었으므로, 택시 안에 있던 범인은 택시 밖으로 나가려는 피해자의 상체를 조수석 쪽으로 당겼을 것으로 보이는데, 유도로 단련된 78kg의 피해자를 피고인 혼자서 잡아 당겨 상체를 조수석까지 끌고 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 피해자가 차문을 열고 나가려 하였으므로 왼쪽 어깨가 차 문을 바라보는 상태가 되었을 것인데, 피고인이 뒷좌석에서 피해자의 왼쪽 어깨를 왼손으로 잡아 피해자를 시트에 똑바로 앉힌 후 반복하여 우측 흉부 부위를 공격하는 동안 피해자의 반항을 완전히 제압하여 그 자세를 계속 유지하게 하기는 어렵고, 피해자의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였을 것임에도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공격을 받았다고 상상하기 어렵다.

㉢ AD은 피해자의 택시를 발견하기 전에 H 방향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진행하던 중 AJ아파트 후문으로 들어가는 부분에 이르러 불상의 남자 2명이 옆을 지나 AJ아파트 방향으로 뛰어가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키 약 177~178㎝, 몸무게 약 77~78kg이었고, 당시 택시의 뒷좌석에서 운전석 밖으로 나가려던 피해자의 왼쪽 어깨를 붙잡아 제지하면서 순간적이고 일방적으로 10여 곳의 자창과 자절창이 생기도록 쇄골 부분 및 가슴 부위 등을 칼로 여러 번 찔렀으며, 이에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며 차 문을 열고 나가자 피고인도 도주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입은 상처 중 우측 견갑부, 액와부, 우측 3, 4, 5 손가락의 배면에 난 절창은 범인의 칼을 손으로 잡거나 팔로 막으려는 과정에서 생긴 방어 흔적인 점에다가 앞서 본 피해자의 상처와 그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를 더하여 보면, AA의 피해자 목격진술이나 피해자가 발견되었을 때의 자세, AD의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는 피고인 아닌 2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피고인이 식칼로 피해자를 찌르는 과정에서 칼끝이 휘어졌고, 칼에는 피와 지방이 묻어 있었던 사실

가) 이 사건에 관한 법의학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피해자는 키 168cm, 몸무게 78kg의 남성으로 과체중이었고, 피해자의 흉부에 있는 2개의 자창 중 위의 것은 우측 제2, 3번 늑골을 지나 우폐 상엽을 관통하여 심낭에 도달하였고, 아래 것은 우측 제2, 3번 늑골과 우폐 상엽을 지나 우폐 중엽에 도달하였는바,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우측 제2, 3번 늑골이 예기에 의하여 절단되었고, 위 자창 위치가 골화가 된 딱딱한 부분이므로 물리적으로 뼈의 저항이 있어 칼날의 휘어짐 등의 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경우 가해자로서는 칼이 뼈에 걸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택시 뒷좌석에서 피해자를 찔렀다면 흉부의 찔린 상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위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혈액에 의해 범인의 의복에 혈흔이 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피해자와 같이 과체중인 사람을 칼로 찌를 경우에는 칼에 피와 함께 지방이 묻어나올 수도 있다. 지방은 행주 같은 것으로 잘 닦아야 지울 수 있을 정도로 잘 씻기지 않기 때문에 옷을 입고 있는 경우에도 충분히 지방이 묻어나올 수 있다. 끝이 휘어진 칼로 사람을 찌를 경우 칼끝에 지방이 묻어나올 수 있고 그러한 지방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며 7일 이상 경과하더라도 말라비틀어진 조직 흔적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끝이 휘어진 칼로 흉부에 있는 자창을 만들었다면 칼끝 부위에 지방덩어리가 붙어 있을 수 있다.

나) J은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체격이 좋아 보여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칼로 여러 번 찔렀는데, 찌르니까 무언가 딱 걸리는 느낌이 났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은 피해자의 늑골이 절단되었을 때 범인이 느꼈을 감각과 일치한다.

다) M은 번복 전 진술에서 "이 사건 범행일 새벽에 방에 들어 온 피고인의 상의 앞 부분에 피가 묻어 있었고, 피고인이 종이 재질의 상자 안에서 꺼내 보여준 칼은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칼끝이 휘어져 있었고 칼날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었으며 돼지비계 모양의 지방이 칼날 부분에 묻어 있었고, 칼이 든 종이상자를 방안의 침대매트리스 밑에 보관하였으며, 피고인은 10여 일 동안 집밖을 나가지 않았고, 칼을 침대매트리스 밑에 숨겨두었다가 2~3개월 후에 피고인이 가져갔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구체적인 진술내용을 M이 허위로 만들어냈을 가능성은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

라) M의 여자친구이자 M의 집에서 생활하기도 하였던 O는 수사기관과 원심법정에서 "2000년 8월 말경이나 9월 초경 M의 방 안 침대에서 자다가 좋지 않은 꿈을 꾸었다고 M에게 말하자, M이 침대매트리스 밑에서 종이 재질 상자 안에 들어 있던 칼을 보여주었는데, 칼은 일반 가정용으로 칼날에 거무스름한 피와 탁한 흰색의 지방이 묻어 있었다. M은 칼을 보여준 다음 다시 매트리스 밑에 넣었고, 그로부터 4~5일 후 친구인 P에게 식칼을 꺼내어 보여주면서 피고인이 이 칼로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 다음 칼을 다시 침대매트리스 밑에 넣어두었고, 그로부터 7~10일 후 M에게 칼을 치워달라고 말하자 M이 그 식칼을 수납장에 넣어두었다가 며칠 뒤에 M이 칼을 버렸다고 말하기에 수납장을 확인해보니 칼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마) P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2000. 8. 31. 당시 주택은행을 퇴사한 후 2000. 9. 초 중순경에 O를 만나러 익산에 갔다가 M의 집에 갔는데, O가 침대 밑에서 칼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일반 가정용 식칼이었고 칼에 검붉은 색의 피와 지방이 많이 묻어 있었다. 칼은 직사각형의 종이상자에 보관되어 있었다. O가 칼을 다시 침대 매트리스에 넣었다"고 진술하였다.

바) Q은 수사기관과 원심법정에서 "이 사건 발생 3~4일 후 M으로부터 '피고인이 피가 묻은 옷을 입고 집에 왔는데, 끝이 휘고 피와 하얀 것이 묻어 있던 칼을 가져와 이를 침대매트리스 밑에 넣어두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R도 2003. 6. 12. 경찰진술에서 "2000년 여름 새벽 이 사건 발생 1~2일이 지난 날 M의 방안에서 피고인과 함께 있을 때 M은 '피 묻은 칼이 침대 밑에 있다'고 말하면서 보여주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L도 원심법정에서 "M으로부터 피고인이 자기 집으로 옷에 피가 묻은 체로 칼을 가지고 도망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사) 위와 같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에 옷에 피를 묻히고 찾아 온 피고인으로부터 건네받아 침대매트리스에 보관한 식칼은 끝부분이 휘어져 있었고 피와 지방이 묻어 있었다는 M의 진술은 피해자가 입은 흉부 자창 등과 늑골 골절의 상황 및 그로 인하여 칼끝이 휘어지고 칼에 피와 지방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법의학 전문가의 평가와 일치할 뿐 아니라, 피와 지방이 묻어 있던 식칼을 M의 방안 침대매트리스 밑에서 보았다는 O, P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 및 M으로부터 식칼의 보관 사실과 위와 같은 칼의 형태나 특징에 관한 말을 들었다는 Q, R, L의 진술과 일치하므로 그 신빙성이 매우 높다.

아) 한편 피고인은 검찰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뒤 M의 집에 가서 칼을 보여주고 건네주었는데, 그 칼은 아버지의 닭 도축공장에서 가져온 것으로 피와 닭기름이 묻어 있었고, 칼끝이 휘어져 있었으며, M이 그 칼을 O에게 보여주었을 수도 있고, M이 그 칼을 침대매트리스 밑에 보관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이와 같이 피고인은 비록 다른 곳에서 가져온 칼이라고 주장하기는 하였으나, M에게 피와 지방이 묻고 끝이 휘어진 칼을 주어 침대 밑에 보관하였다는 점만큼은 부정하지 못하였다.

자) 이 부분과 관련된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① 변호인은 경찰관 J이 피고인을 긴급체포한 2003, 6. 5. 이전에 AD에 대한 수사기록을 열람하여 피해자가 칼에 찔린 부위와 횟수 등을 숙지하였는바, 피고인을 최초로 신문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처음에 칼로 피해자를 세 번 찔렀다고 진술하자, 피고인이 약 10회 찔렀다는 사실과 그 찌른 부위를 알려주었고, 피고인이 당시 긴팔을 입고 있었다고 먼저 알려주었으며, 피고인이 먼저 말하지 않았음에도 "뭔가 딱딱한 게 걸리는 것 같았어? 뼈가?"라고 물어 피고인으로부터 "예"라는 답변을 끌어내는 등 이 사건 범행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피고인에게 제공 또는 암시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자백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J이 AD에 관한 수사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범행에 관한 정보를 숙지하고 M을 조사한 후에 피고인을 신문하는 것은 피의자를 신문하는 수사관으로서 적법하고 자연스러운 조치라 할 것이고, 피고인도 범행 순간에 극도로 긴장하여 당황하였거나 범행 후 약 2년 10개월이 경과하여 칼로 몇 번을 찔렀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J이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칼에 찔린 부위와 당시 피고인이 착용한 의복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진술이 수사관의 암시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변호인이 이 법원에서 제출한 녹취서(2003. 6. 5. 피고인에 대한 제1회 피의 자신문 당시의 녹음물을 녹취한 것)에 "J: -- 뭔가 딱딱한 게 걸리는 것 같았어? 뼈가?"라는 기재가 있는바, 위 기재 중 "--" 부분은 녹음 내용이 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보이는 점, 위 녹취서의 전체 내용을 보면 피고인이 대체로 범행의 경위와 동기, 범행방법과 결과, 범행 후의 행동에 관하여 스스로 말하고 J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특히 피고인은 정확하게 어디를 찔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제가 기억하는 거는 할 때 탁!"이라고 말하였고, 이에 J은 "뼈에 걸리는 느낌" 이라고 말하고, 피고인이 "네"라고 말한 점, "뭔가 딱딱한 게 걸리는 것 같았어? 뼈가?"라는 언사는 발언 상대방의 말을 확인하는 어법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기재만으로는 J이 먼저 위와 같은 내용을 암시하거나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② 변호인은, M은 2003. 6. 6.(수사보고서 기재) 피고인이 범행에 사용한 식칼의 끝 부분이 칼날 몸체에 거의 붙을 정도로 휘어져 있었다고 진술하였는바, 칼끝이 그 정도로 휘어졌다면 그 칼이 피해자의 우측 가슴 제2, 3번 늑골 사이로 19㎝나 들어가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범행 초기 쇄골 부근을 찌를 당시 갈비뼈에 칼끝이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면, 피해자의 몸에 있는 휘어지지 않은 칼로 인한 상처와 휘어진 칼로 인한 상처가 다른 형태를 띠었어야 할 것임에도 법의학 전문가 CI은 "부검감정서 상에는 범행에 사용된 칼이 손상된 채 사용되었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다"고 회신하였으므로, 피고인과 M의 번복 전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수사보고서가 작성될 당시 M이 진술한 내용만으로는 식칼의 끝부분이 어느 정도 휘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19cm 깊이의 자창이 휘어진 칼에 의한 것인지도 명확히 알 수 없으며, 부검감정서에는 휘어진 칼로 인한 상처와 그렇지 않은 상처를 구별한 내용을 찾을 수 없고, 위 CI은 흉부 자창 2개 중 한쪽 자창의 경우 휘어진 칼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회신하고 있으므로, 변호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③ 변호인은 O가 2003. 6. 25. 경찰 참고인조사 당시 J 등으로부터 M이 경찰에서 최초로 진술하였던 내용을 전해 듣거나 M의 진술조서 등을 본 후에 위와 같은 진술을 하였으므로 실제 경험한 바와는 다른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2003. 6. 25. 경찰 진술조서 말미에서 O가 "M이가 모든 것을 처음 진술했던 것처럼 솔직히 얘기해주었으면 좋겠고"라고 말한 사실은 있으나,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변호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O가 J 등으로부터 M의 진술내용을 숙지한 상태에서 진술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설령 O가 M의 번복 전 진술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O의 진술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주요부분에서 일관되어 있고, P, L, Q, R의 진술과 대체로 일치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점만으로 O가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진술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우므로, 변호인의 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④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수회 찔러 다량의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면 칼을 들고 있던 피고인의 오른손에 피해자의 피가 많이 묻었을 것이고, 피고인이 도주 중 칼을 다시 종이 재질의 칼집에 넣었다면 칼집에도 피가 묻었을 것이므로, 칼집이 들어 있던 침대매트리스 및 침대보에서 피해자의 유전자형과 같은 혈흔이 발견되었어야 함에도 침대매트리스와 침대보에서 피해자의 유전자형과 같은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는바, 칼집을 매트리스 밑에 보관하였다는 M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2003. 6. 14. 의뢰된 침대매트리스와 침대보에 대한 혈흔감정결과, 침대매트리스의 세 부위에서 남성유전자형이 검출되고, 두 부위에서 여성 유전자형이 검출되었는데 남성유전자형은 피해자의 유전자형과 일치하지 않고, 침대보에서는 혈흔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본 범행수법에 비추어 피고인의 오른손에 피가 많이 묻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상의에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는 M의 진술에 비추어 피고인이 손에 묻은 피를 상의에 닦았을 가능성이 높아 도주 중 칼을 칼집에 넣는 과정에서 칼집 표면에 피가 묻지 않을 수 있으며, 칼집 표면에 피가 묻었다고 하더라도, 감정의뢰 시점인 2003. 6. 14.은 이 사건 당시로부터 2년 10개월이 지난 때이어서 범행일부터 그때까지 사이에 세탁이나 다른 사정으로 인해 혈흔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침대매트리스와 침대보에서 피해자의 유전자형과 같은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정이 M의 위 진술을 믿을 수 없는 유력한 근거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⑤ 변호인은, M은 피고인이 범행 후 칼을 종이상자에 넣어 가지고 왔고, 자신이 칼을 침대매트리스 밑에 숨겼으며, 피고인이 돈을 가져오지는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이 칼을 숨겼다고 진술하였고, Q은 M으로부터 피고인이 피 묻은 칼을 옷에 말아서 M의 집에 왔고 현금 12만 원을 가지고 도망쳐 왔다고 들었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으므로 M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칼이 종이상자에 들어 있었던 사실을 목격한 M과 O, P의 진술이 일치되어 있고, 피고인의 범행 직후 상황을 직접 목격한 M의 진술이 더 진실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은 점, Q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Q이 M으로부터 들었다는 이 부분 진술내용은 기억상의 한계이거나 왜곡일 가능성이 높고, 피고인이 가져온 칼을 누가 침대매트리스 밑에 숨겼는지 여부는 중요 부분이 아니어서 범행일로부터 2년 10개월여 지난 시점에 범행 당시를 회상하는 피고인과 M의 기억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면이 있으므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⑥ 변호인은, M은 "피고인이 범행 후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은 후 창문을 열고 집 앞 공원을 바라보니 의경들이 공원주변을 맴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는바, M의 진술대로라면 당일 새벽 02:30경~03:00경 사이에 의경들이 공원 주변을 순찰하였어야 할 것이나, 그 시간대에 의경의 순찰은 전혀 없었으므로, M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사보고(지휘내용에 대한 수사)에 의하면, 이 사건 당일인 2000. 8. 10. 02:23경 BI파출소 소속 경찰 2명과 02:25경 익산경찰서 AV계 소속 경찰 4명이 이 사건 현장에 도착하여 현장보존 및 주변공원과 인도를 수색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M이 사건 당일로부터 2년 10개월여 지난 시점에 당시를 회상하면서 경찰관을 '의경'이라고 표현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위 증거에 의하면 2000. 8. 10. 당시(심야) 경찰관 총 40명이 출동하고, 2000. 8. 10. 주·야간에 경찰관 48명, 방범순찰대원 63명이 현장주변을 수색하는 등 수사에 동원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M이 시기를 착각하여 진술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⑦ 변호인은, M은 2003. 6. 5. 참고인 진술조사에서 "이 사건이 있은 후 3일째 되던 날 CJ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니까 H 살인사건에 대하여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고 피고인이 저희 집에 있는 동안 내내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하면서 생활하였다"고 진술하였고, 같은 날 피의자신문에서 "피고인이 10일 후 집에 가려고 하기에 식칼도 가져가라고 하자, 피고인이 가는 도중 검문에 걸릴 수도 있으니 나중에 가져간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이 사건 발생 3일 후에 AD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구속되었다고 보도되었고, 피고인이 위 뉴스를 보았다면 이미 AD이 체포된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어서, 피고인이 "가다가 검문에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을 하였을 리가 없으므로, M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수사보고(증거기록 제489쪽)에 의하면, CJ 인터넷 방송은 2001. 4. 20. 개통하였지만 회사 내 직원들만 볼 수 있었고, 2001.11. 30.경에야 비로소 일반인도 뉴스 등을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게재하였으며, 2000. 8. 13. "CK"라는 제목으로 방송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M이 이 사건 3일 후 CJ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여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진술은 이 사건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CJ 뉴스나 다른 방송사의 보도를 본 기억이 중첩되거나 왜곡된 결과에 따른 것일 수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이나 그 다음날 피고인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가 검문에 걸릴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러한 염려가 피고인이 10일 후 집을 나갈 때 상황에 대한 M의 기억을 왜곡하였을 가능성도 충분하므로, M의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 이 사건 범행의 주요 부분에 관한 M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다.

⑧ 변호인은 이 사건 범행 현장에서 피고인에 대한 지문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한 경찰조사에서도 범행 당시 자신의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을 착용하였다는 등의 진술은 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바, 범죄현장지문감정결과회신(증거기록 제1267쪽)과 범죄현장지문감정 결과회신(증거기록 제1500쪽)에 의하면, 버스승강장 기둥에서 채취하여 2003. 6. 9. 의뢰된 장문이 피고인의 것이 아니고, 버스승강장 기둥 및 피해자가 운전한 택시에서 채취하여 2000. 8. 20. 의뢰된 지문전사판 17장과 지문사진 2장 중에서 감정 가능한 지문은 6개인데, 그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지문 2개(버스승강장 기둥)는 피고인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피해자 운전의 택시 등 이 사건 범행 현장에서 피고인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우연한 사정일 뿐이고, 피고인이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하면서 장갑 등의 착용 여부를 진술하지 아니한 점이 그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므로, 변호인이 들고 있는 사정은 피고인이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5)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사실에 부합하는 다른 증거들

가) 피고인의 동생 I은 2003. 6. 5. 경찰조사에서 "이 사건이 있은지 약 10일 후 형이 집에서 진지하게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나) O는 원심법정에서 "2003. 6. 15. BX의 이 사건 관련 프로그램('CL')을 시청한 다음 M에게 전화하여 '솔직히 얘기하라, 네가 있는 그대로 다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M이 '내가 이것을 밝히면 나도 범인은닉죄로 처벌받기 때문에 죽어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 후 AF에서 M과 대질조사를 받을 때(2003. 6. 26.)도 둘이 있을 때 '솔직하게 애기하라'고 말하였는데, M은 '범인은닉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O는 2003. 6. 24. SBS 'CM' 담당피디에게 앞서 본 것과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였다.

한편, 변호인은 O가 한 원심법정에서의 위와 같은 진술과는 달리 2003. 6. 25. 경찰 진술에서는 위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한 다음 M과 통화하였을 때 M이 "나 아니다, 애들에게 장난친 것이 그렇게 된 거야"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을 뿐 범인은닉죄 등에 관하여 말하였다는 내용은 진술하지 않았으므로, O의 원심법정에서의 위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O는 위 경찰 진술 다음날인 2003, 6. 26. M과 대질조사를 받을 때도 M이 범인은닉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2003. 6. 25. 조사에서 그와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O의 위 진술을 신빙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 Q은 원심법정에서 "피고인과 M이 2006년 무혐의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M으로부터 피고인이 사건 당일 피 묻은 옷을 입은 채 피와 지방이 묻고 끝이 휘어진 칼을 가지고 왔다고 여러 번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R는 원심법정에서 M이 "2011년~ 2012년경 안산에서도 '피고인이 사람을 죽였고 다른 사람이 잡혀 들어가 있다, 니들도 알고 있지 않느냐'라는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3.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식칼을 미리 준비하고 범행 대상을 물색하여 택시강도 범행에 나아가 피해자를 10여 회 넘게 찔러 참혹하게 살해하였다. 흉기를 준비하는 등 강도범행을 계획하였고, 범행방법이 잔인하다.

살인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의 회복이 불가능한 중대한 범죄이다. 더욱이 강도살인은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범죄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할 수 없다.

평범한 40대 남성으로 처와 두 자녀를 부양하던 피해자는 새벽에 택시 운전을 하던 중 불의의 공격을 받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고 불시에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유족들 역시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살아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유족들의 피해 회복을 위하여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피고인은, 범인이 아닌 나이 어린 소년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쓰고 징역 10년의 형을 대부분 복역하고 나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항소심인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자신의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에 이 사건과 같은 흉악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하여야 할 사회 방위적 필요성이 높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그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반면에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피고인은 중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가 건설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 가출하고, 어머니는 채권자들을 피해 가출하여 그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이모의 집에서 이모 식구들과 외할머니 및 두 동생들과 함께 살았다. 피고인의 부모는 피고인과 동생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전혀 하지 못하였고 연락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청소년 시절 대부분 기간 가정과 학교, 사회로부터 충분한 돌봄과 관심을 받지 못하여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하여 긍정적인 전망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M의 아버지가 하는 계란 도소매업을 M과 함께 도와주고 M으로부터 돈을 받아썼는데, 이 사건 범행 전 2~3주간은 돈이 전혀 없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정환경과 경제적 곤궁은 피고인이 강도범행을 계획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당초 피해자를 칼로 위협하여 돈을 빼앗으려고 하였을 뿐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19세의 소년으로 사리분별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였던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전 소년보호사건을 포함하여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었고, 이 사건 범행 이후에도 아무런 범죄전력 없이 살아왔으며, 2003년 긴급체포되었을 때와 석방된 후에도 며칠간은 수사기관에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잘못을 뉘우치면서 피해자와 그 유족 및 누명을 쓰고 징역형을 복역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였는바,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피고인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교화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에게는 2010. 4. 25. 개정되기 전의 구 형법이 적용되므로,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다음 위와 같은 유리한 사정을 고려하여 작량감경을 하면 법률상 처단형이 징역 7년 이상 15년 이하가 되는바, 원심의 선고형은 처단형의 상한에 해당한다.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 가족관계,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범행의 동기, 범행의 수단과 결과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황진구

판사 송호철

판사 안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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