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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다39418 판결
[손해배상(자)][공2000.2.15.(100),380]
판시사항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한 합의의 해석

[2]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합의할 당시 후유장애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 후유장애로 인한 일실수익 및 위자료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부적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합의가 손해발생의 원인인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합의할 당시 후유장애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 후유장애로 인한 일실수익 및 위자료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부적법하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4인

피고,상고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건웅 외 9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1에 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에 대한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 1에 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 1이 1994. 6. 15. 이 사건 사고차량의 보험을 인수한 피고로부터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금 1,650,000원을 받고 이후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면서 앞으로 민·형사상의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합의는 원고 1의 치료비와 위자료에 관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원고 1에게 후유장해가 남을 것을 예상하면서 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합의에 배치되는 이 사건 청구가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을 배척하고 있다.

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그 합의가 손해발생의 원인인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가 원고 1의 치료비와 위자료에 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1은 1994. 4. 3. 이 사건 교통사고 직후 영주기독병원에서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슬관절부 및 좌측 하퇴부 타박상과 좌측 전박부 찰과상, 뇌진탕의 상해를 입었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같은 해 4. 17. 다시 향후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슬관절부 내측인대손상을 추가로 진단받아 그 치료를 받은 다음, 이 사건 사고를 당한 때로부터 2개월 10일 남짓 경과한 후인 같은 해 6. 15.에 이르러 사고운전자 소외인의 위임을 받은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합의를 하기에 이르른 사실, 제1심의 신체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원고 1은 양 슬관절부 동통 및 불안정성 상태(인대손상)로 인한 관절염이 후유장해로 남아 도시일용노동자로서의 노동능력을 약 6% 상실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는 원고 1이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내측인대손상의 진단을 받고 그 치료를 받은 때로부터 약 2개월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원고 1이 손해의 범위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 1이 입은 후유장해는 위 합의 당시 알고 있었던 내측인대손상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그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이 비교적 중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 1로서는 그와 같은 후유장해가 발생할 것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합의는 원고 1의 후유장해로 인한 손해에 관하여도 그 효력이 미친다고 할 것이므로, 후유장해로 인하여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손해배상금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그 일실수익 및 위자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 1의 이 사건 소는 위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의 본안전 항변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하고 본안에 나아가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손해배상의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2. 피고는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에 대하여도 상고를 제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고이유서에 위 원고들에 대한 상고이유의 기재는 전혀 없고, 따로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으며, 상고장에도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그러므로 원고 1에 대하여는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는 모두 기각하고, 상고기각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조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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