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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7. 27. 선고 98다23447 판결
[설계비][공1999.9.1.(89),1741]
판시사항

건축설계계약의 잔금지급에 관한 약정이 불확정기한부 약정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건축설계계약시 잔금은 공사착공시 지급하고 다만 공사착공이 건축허가일로부터 6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허가일로부터 6개월 내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잔금지급 약정의 경위와 계약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계약체결 당시 계약이나 잔금지급채무의 효력을 공사착공 또는 건축허가의 성부에 의존케 할 의사로 위와 같이 약정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단지 잔금지급채무를 장래 도래할 시기가 확정되지 아니한 때로 유예 또는 연기한 것으로서 잔금지급채무의 시기에 관하여 불확정기한을 정한 것이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한정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전)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상돈)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건축설계계약시 잔금은 공사착공시 지급하고 다만 공사착공이 건축허가일로부터 6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허가일로부터 6개월 내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은 건축설계계약이나 잔금지급채무에 대하여 건축허가를 받을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인데 그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였으니 원고의 잔금지급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건축설계계약의 잔금지급에 관한 약정의 경위에 관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와 같은 잔금지급약정의 경위와 이 사건 계약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는 계약체결 당시 계약이나 잔금지급채무의 효력을 공사착공 또는 건축허가의 성부에 의존케 할 의사로 위와 같이 약정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단지 피고의 잔금지급채무를 장래 도래할 시기가 확정되지 아니한 때로 유예 또는 연기한 것으로서 잔금지급채무의 시기에 관하여 불확정기한을 정한 것이지, 건축허가를 조건으로 붙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잔금지급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피고 및 소외 주식회사 부건(아래에서는 소외 회사라고 한다)을 위하여 건축허가에 관련된 업무를 대행함에 있어서 교통영향심의결과에 따른 도로확장 없이는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에게 도로가 확장되기 전에는 건축허가신청을 하지 말도록 조언하여야 할 성실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소매점 개설허가에 관하여 행정구제절차를 밟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건축관련 업무를 중단하겠다는 피고에게 도리어 대규모소매점 개설허가조건과 건축허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우선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공사를 하고 그 사이에 도로확장이 되면 대규모소매점 개설허가도 가능할 것이라고 하면서 실시설계를 강행하였으니 적어도 실시설계에 대한 보수지급채무는 면책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의 의사와는 달리 실시설계를 강행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및 소외 회사는 대규모소매점의 개설허가를 받기 위하여 교통영향평가와 심의를 의뢰한 결과 주변도시계획도로가 확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받아 도로확장이 되지 아니하면 대규모소매점의 개설허가는 물론 건축물의 건축허가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았다고 할 것이고, 실제로 대규모소매점의 개설허가를 신청하였다가 그와 같은 이유로 개설허가를 받지 못함으로써 위 건축물에 대한 건축허가를 신청하더라도 건축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 객관적으로 분명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소외 회사는 그 후 도로확장에 필요한 비용을 시행청에 기탁하겠다고 제안하기까지 하였다.) 무리하게 건축허가신청을 하고,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건축허가신청에 필요한 실시설계도면의 완성이라고 하는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으니, 그와 같은 채무를 지고 있는 원고에게 피고의 위 요구를 거절하고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에서는 피고에게 약정된 설계보수 전액의 지급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한 다음 그와 같은 사정 등을 참작하여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설계보수는 그 30%를 감액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나타난 모든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인정한 감액 정도는 수긍할 수 있고 그 정도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가벼워 불합리하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감액의 정도에 대한 상고이유 제3점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성(재판장) 박준서 신성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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