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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7. 23. 선고 96다21706 판결
[주식및경영권양도계약무효확인등][공1999.9.1.(89),1705]
판시사항

[1] 재무부장관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에 관한 행정지도를 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사전에 대통령에게 보고·지시를 받는 것이 위법한지 여부(소극) 및 그 행정지도가 통상의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실상 지시하는 방법으로 행하여 진 경우, 그 행정지도는 위헌인지 여부(적극)

[2] 회사의 주거래은행이 그 회사가 갱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재무부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그 회사를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침을 정하는 한편, 정부도 대통령의 결재를 거쳐 제3자 인수방식으로 그 회사를 정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채권금융단의 담보 주식에 대한 담보권 실행의 방법으로 그 회사의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국가의 공권력 관여가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3] 법률행위의 성립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이 사용됨에 불과한 경우, 그 법률행위가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국가의 공권력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하고 통상의 행정지도의 한계를 넘어 부실기업의 정리라는 명목하에 사기업의 매각을 지시하거나 그 해체에 개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나, 원래 재무부장관은 금융기관의 불건전채권 정리에 관한 행정지도를 할 권한과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하여 중요한 사항은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을 수도 있으므로, 기업의 도산과 같이 국민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재무부장관이 부실채권의 정리에 관하여 금융기관에 대하여 행정지도를 함에 있어 사전에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지시를 받는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다만 재무부장관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정부의 방침을 행정지도라는 방법으로 금융기관에 전달함에 있어 실제에 있어서는 통상의 행정지도의 방법과는 달리 사실상 지시하는 방법으로 행한 경우에 그것이 헌법상의 법치주의 원리, 시장경제의 원리에 반하게 되는 것일 뿐이다.

[2] 회사의 주거래은행이 그 회사가 경영정상화를 통하여 갱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재무부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그 회사를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침을 정하는 한편, 정부도 대통령의 결재를 거쳐 제3자 인수방식으로 그 회사를 정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채권금융단의 담보 주식에 대한 담보권 실행의 방법으로 그 회사의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대통령이나 재무부장관이 사적인 보복이나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대가 기타 위법한 목적을 위하여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고, 주거래은행의 주식매각 권유의 목적이 채무 기업의 경영부진으로 도산 위기에 처하였기 때문에 이를 제3의 기업이 인수하도록 함으로써 대외적 신용 저하의 방지, 고용의 안정, 관련 기업의 보호 등 국민경제상의 공공이익을 도모하는 데 있었으며, 나아가 이러한 목적으로 행한 행정지도가 바로 채무 기업의 주주들에 대하여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 채권자인 은행에 대하여 행하여졌고, 그 후 은행 스스로의 판단으로 이러한 지도를 받아들여 채권금융단들과의 협의를 거쳐 채권금융단의 담보권 실행 의사에 따라 제3자에 대한 주식 매매계약이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은 국가 공권력의 관여 방법 및 정도만으로 이를 통상의 행정지도의 한계를 넘어서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된다고 하거나 위 주식 매매를 무효로 만들 사유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본 사례.

[3]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그 법률행위에 사회질서에 반하는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격을 띠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하지만, 이상의 각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단지 법률행위의 성립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이 사용된 데 불과한 때에는, 그 불법이 의사표시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하자를 이유로 그 효력을 논의할 수는 있을지언정,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현 외 1인)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한솔상호신용금고 외 16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박우동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변호사 김정현의 상고이유 제1의 각 점 및 변호사 문형식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판단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상호 변경 전 대한선주 주식회사(1988. 3. 7. 주식회사 대한상선으로 상호 변경되었다가, 다시 같은 해 12. 3. 주식회사 한진해운으로 상호변경되었는바, 이하 대한선주라고 한다)는 해운업 등을 경영하는 법인으로서, 1987. 3. 당시 자본금은 금 14,070,632,000원, 발행주식수는 액면 금 500원인 보통주식 28,141,264주이다.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서주종합산업 주식회사(이하 서주종합산업이라고 한다), 원심 공동원고 합병 전 주식회사 서주(그 후 정리절차 개시 전의 서주산업 주식회사에 흡수합병되었는바, 이하 서주라고 한다), 원심 공동원고 정리절차 개시 전의 서주산업 주식회사(1988. 7. 11.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었는바, 이하 서주산업이라고 한다)는 대한선주의 주식 중 24,398,475주를 보유하고 있던 대주주들로서, 원고 1은 대한선주의 대표이사로, 원고 2는 그 이사로 경영에 관여하였던 한편, 원고 서주종합산업, 위 서주 및 서주산업은 대한선주의 계열회사로서 원고 1이 그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던 회사들이다.

위 원고들과 위 서주, 서주산업은 피고 주식회사 한솔상호신용금고(이하 한솔상호신용금고라고 한다), 피고 대한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대한생명이라고 한다), 피고 주식회사 충북은행(이하 충북은행이라고 한다), 피고 경수종합금융 주식회사(이하 경수종합금융이라고 한다), 피고 영남종합금융 주식회사(이하 영남종합금융이라고 한다), 원심 공동피고 주식회사 경기은행(이하 경기은행이라고 한다), 피고 주식회사 한일은행(이하 한일은행이라고 한다), 피고 주식회사 한국상업은행(이하 상업은행이라고 한다), 피고 주식회사 서울은행(이하 서울은행이라고 한다) 등(이하 위 피고 한솔상호신용금고 등을 채권금융단 피고들이라고 한다)으로부터 위 서주산업 등의 기업자금을 조달함에 있어서, 위 피고들에게 위 대한선주 주식 24,398,475주 중 20,434,200주를 담보로 제공하였는데, 대한선주의 주거래은행인 피고 외환은행이 1987. 5. 12. 채권금융단 피고들로부터 담보권 실행의 외형으로 대한선주 주식 20,404,200주를 양도받았다가, 같은 해 11. 7. 합병 전 주식회사 한진해운(이하 합병 전 한진해운이라 한다), 피고 주식회사 대한항공(이하 대한항공이라고 한다), 피고 주식회사 한진(이하 한진이라고 한다), 피고 한진건설 주식회사(이하 한진건설이라고 한다), 피고 정석기업 주식회사(이하 정석기업이라고 한다), 피고 주식회사 한국항공(이하 한국항공이라고 한다), 피고 한국공항 주식회사(이하 한국공항이라고 한다), 피고 18(이하 합병 전 한진해운 및 위 피고들을 인수기업단 피고들이라고 한다)에게 이를 양도하였다.

(2) 그런데,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원고 1과의 사이가 원만하지 아니하던 중 위 원고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요구를 거절하자 한진그룹 소외 7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수수하면서 대한선주를 한진그룹에 인수시키기로 마음먹고, 당시 재무부장관인 소외 1, 은행감독원장인 소외 2에게 대한선주를 한진그룹에 인수시킬 것을 지시함으로써, 그들이 직권을 남용하여 피고 외환은행과 채권금융단 피고들에 대하여 지시를 하거나 강요, 권고 또는 조정을 함으로써 대한선주를 한진그룹이 인수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나, 이러한 원고들의 주장 사실에 부합하거나 일부 부합하는 듯한 증거는 받아들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다만 1983년경 소외 3이 소외 4에 대하여 투서를 한 이른바 소외 3 투서사건이 일어나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후 위 소외 3에 대한 자금을 추적하거나 증여세 등에 관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울지방국세청이 1983. 5. 2.부터 같은 해 5. 26.까지 위 소외 3의 사위인 원고 2가 대표이사이던 대한선주에 대하여, 같은 해 7. 13.부터 같은 해 8. 6.까지는 계열기업인 서주산업에 대하여, 1984. 7. 21.부터 같은 해 8. 14.까지 대한선주 등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하였던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전두환이 원고 1과의 사적인 감정으로 대한선주를 한진그룹에 인수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한편 대한선주는 1950. 1. 1. 설립된 대한해운공사가 상호변경된 회사로서 소외 5가 대주주로 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원고 1을 중심으로 한 원고들이 1978. 5.경부터 위 소외 5로부터 주식을 인수하고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하여 위 회사의 발행주식 중 60% 가량을 취득함으로써 위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1980.경 그 상호를 대한선주로 변경하여 이를 경영하여 왔다. 원고 1은 대한선주뿐만 아니라, 원고 서주종합산업, 위 서주, 서주산업의 대주주로서 위 각 회사를 경영하였고, 원고 2는 원고 1의 동생이며 대한선주의 주주로서 그 대표이사로 재직하였으며, 원고 1의 친인척인 원고 3, 원고 4는 대한선주나 원고 서주종합산업 등의 주주 또는 임원으로 그 경영에 참여하였는데, 1987. 3. 당시 대한선주의 총발행주식수는 28,141,264주(주당 액면금 500원)이었고, 원고들의 보유주식수는 24,398,475주로서 총발행주식의 86.7%에 해당하였다.

그런데, 대한선주는 이 당시 선박 28척(총톤수 900,000t)을 소유하면서 미국 서해안과 유럽 각국의 풀콘테이너정기선항권, 미국, 중동, 동남아 각국 항구 간의 재래선항권 등을 보유하여 연간 미화 4억 달러 가량의 운임실적을 올리고 있던 국내 굴지의 해운회사이었으나, 1982. 말경부터 국제적 해운경기가 불황국면에 접어든 이래 종합해운경기운임지수가 1980.의 371에서 1983.에는 271, 1984.에는 207, 1986. 2.에는 190, 1986. 9.에는 130으로 계속하여 폭락하는 등 장기간 동안 회복되지 아니함으로써 우리 나라는 물론 세계각국의 해운회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게 되었고, 대한선주 또한 이러한 해운경기의 장기적 불황으로 인하여 극심한 경영압박을 받음으로써 그 부채 규모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되어 1986. 말의 부채는 8,275억 원에 이르게 되었다.

한편, 정부는 1984. 6. 제1차 해운산업합리화 정책을 세우고 해운선사들에 대한 통폐합시책을 단행하였고, 이에 따라 대한선주는 진양해운을 인수하게 되어 이를 흡수합병하였는데, 당시 대한선주의 부채는 4,095억 원이었고, 선박 15척을 보유하고 있던 진양해운의 부채는 1,291억 원이었으므로, 합병 후 대한선주의 부채는 5,386억 원에 이르렀는바, 정부는 위 부채 중 1,047억 원에 대한 상환기한을 2년 6개월 연기하여 주도록 조치하였으나, 정부와 해운선사들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 및 물동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종합해운경기운임지수가 계속하여 급격히 폭락함으로 인하여 운임수입이 오히려 감소하는 등 해운경기가 전혀 회복되지 아니함으로써 해운선사들의 경영이 호전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되었다.

해운선사들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막대한 부채가 있던 터에 이와 같이 적자가 누적됨으로 인하여 새로 조달한 차입금으로 부채와 적자를 변제하거나 충당할 수밖에 없게 됨으로써 결국 그 부채는 더욱 증가하여 대한선주의 경우에는 1986. 말 그 부채가 8,275억 원에 이르러, 진양해운을 인수한 때부터 불과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2,889억 원(8,275억 원-5,386억 원)이나 되는 막대한 부채가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원양해운회사들의 선박들은 비교적 노후하여 선령 15년 이상인 선박이 20% 가량이나 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설사 해운경기가 다소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아니하는 한 해운회사들의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었으므로, 정부에서는 이러한 해운업계의 현황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고심중에 있었다.

그런데, 대한선주는 위와 같은 해운산업의 전반적인 불황 등 경영 외적인 요인이나, 막대한 부채 규모 및 이에 따른 금융비용의 부담 가중, 노후 비경제선의 과다 보유 등 경영 내적 요인 이외에도, 그 경영주인 원고 1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국민당 부총재직을 맡는 등 정계에서 활동하느라고 경영에 전념하지 못한 점이나 당시 사장이던 원고 2가 1984. 7.경 미국으로 건너가 장기간 체류하였던 점 등도 그 경영이 더욱 어려워진 사정으로 작용하였다.

그리하여 대한선주는 1986. 7.경 주거래은행인 피고 외환은행에게 신규 운전자금의 지원 및 기존 대출금의 상환유예 등 추가 금융지원을 요청하게 되었다. 이에 위 피고는 대한선주에 대하여 3,000억 원 가량의 채권자로서 위 회사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채권을 보전하고 그 정상화 대책을 모색하기 위하여 같은 해 8. 16. 대한선주와 관리계약을 체결하고 관리단을 파견하여 그 자금관리 및 경영에 참여하면서 대한선주의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기에 이르렀던바, 1986. 6. 30.을 기준으로 한 재무제표상으로는 자본금 141억 원, 자산 5,506억 원, 부채 5,816억 원으로서 비록 자본금은 전부 잠식되었으나 부채초과액이 31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사실은 자본금 141억 원, 자산 3,015억 원, 부채 7,778억 원으로서 부채초과액이 무려 4,763억 원에 이를 뿐만 아니라, 1985년도의 당기 순손실액이 1,280억 원이나 되는 등 매년 막대한 적자가 누적됨에도 불구하고 그 경영이 호전될 전망이 보이지 아니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러한 회사의 경영상태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당시 해운산업의 심각하고도 장기적인 불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할 때 위 회사가 경영정상화를 이루어 갱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더 이상 자금지원을 계속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한편 위 피고가 대한선주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경우에 회사는 도산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1,700여 명이나 되는 종업원의 실직, 관련 기업의 연쇄도산, 위 피고를 비롯한 채권자들의 채권회수불능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국책산업인 해운산업이 지니는 국가경제적 위상이나 국제적인 신용문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부작용이나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대한선주를 정상화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형편이었고, 대한선주에 대한 처리방안으로는, 회사정리절차에 의한 법정관리, 제3자에 의한 자산·부채의 분할인수, 제3자에 의한 기업인수, 부도처리에 의한 도산정리 등이 강구되었으나, 부도처리에 의한 도산정리 방안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1,700여 종업원의 실직문제나 관련 기업의 연쇄부도 등 우리 나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클 뿐만 아니라, 국제 해운업계 등에서의 우리 나라의 위상 등과 관련하여 취할 방안이 못되었고, 법정관리 등 다른 방안들도 적절치 아니하여 모두 취할 바가 못되었으며, 다만 제3자에 의한 기업인수 방안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한편 피고 외환은행은 구 한국외환은행법(1966. 7. 28. 법률 제1800호로 제정되었다가 1989. 12. 30. 법률 제4170호로 폐지되었다)에 의하여 외국환거래와 무역금융의 원활을 기하기 위하여 설립된 특수은행으로서 재무부장관의 업무감독을 받고 재무부장관에게 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하는 등(위 법률 제24조, 제26조 참조)의 지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대한선주는 우리 나라 굴지의 해운선사로서 그 경영이나 채권회수 등에 관한 문제는 단지 대한선주나 피고 외환은행 등에 직접 관련된 문제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을 감안하여 1986. 10.경 재무부장관에게 위와 같은 대한선주에 대한 경영실태 파악 결과 및 그 처리방안에 관한 내용을 요약하여 보고하였고, 이에 재무부장관 소외 1은 그 보고 내용을 검토하고 위 피고 은행장인 소외 6과 협의한 끝에 주거래은행인 위 피고의 의견대로 대한선주를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하여 같은 해 11. 24. 이러한 내용의 대한선주 정리방침을 결정하여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

그 후 정부는 1987. 2. 19. 위와 같이 장기적인 불황에 허덕이는 해운산업 전반에 대한 대책으로 해운산업합리화보완대책안을 발표하였는데, 그 주된 내용은 원양해운선사들의 자력구조계획을 전제로 금융 및 조세지원을 한다는 것이고, 대한선주는 갱생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어 별도로 정리하기로 한다는 것이었으며, 이에 따라 피고 외환은행은 대한선주의 인수자 선정기준으로 자본력이 있는 계열기업을 보유한 업체, 기존 해운선사를 보유한 업체, 채권보전이 유리한 업체 등 3가지 기준을 정하고, 그러한 기준에 비교적 적합한 합병 전 한진해운과 소외 조양상선 주식회사로부터 인수조건을 제시받아 이를 검토한 끝에, 위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의 계열회사로서 자산규모가 커 채권보전에 유리한 점 등에서 보다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재무부장관에게 그러한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재무부장관은 1987. 3. 24. 한진그룹을 대한선주의 인수자로 정하고 대통령의 결재를 받았다.

그러나, 원고 1 등이 위와 같은 정리 방침에 적극 반대하여 그들 소유의 주식 및 경영권의 양도를 거부하자, 재무부장관은 1987. 3. 30.경 피고 외환은행 전무, 대한선주관리단장, 피고 서울은행 은행장, 은행감독원 여신관리국장, 재무부 이재국장 등이 참석한 고위대책회의를 개최하여 채권금융단 피고들이 담보주식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하여 이를 피고 외환은행에게 양도하고, 위 피고는 이를 다시 한진그룹에게 양도함으로써 그 인수절차를 마치기로 결론을 내리고, 이에 따라 피고 외환은행, 서울은행, 소외 재무부, 은행감독원 등의 실무자들은 같은 날 실무자대책회의를 열고, 피고 외환은행이 채권금융단 피고들에 대하여 담보권을 실행하여 그 주식을 모두 위 피고에게 양도하도록 요청하되, 채권금융단 피고들이 위 요청을 이의 없이 수락하도록 은행인 피고들에 대하여는 은행감독원이,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는 재무부가 권유 또는 조정하기로 방침을 정하였고, 각 중앙행정기관에서 추진하는 개별적인 산업시책과 정부의 전체적인 산업정책과의 일관성 및 종합성을 확보하고 산업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당시 경제기획원에 두었던 산업정책심의회는 같은 해 4. 4. 이러한 대한선주 처리방침을 의결하였으며, 이를 위하여 당초에 있어서는 기한의 이익 상실을 목적으로 가압류절차를 거쳤으나, 1987. 4. 30. 피고 외환은행, 상업은행, 한일은행, 서울은행, 충북은행, 위 경기은행의 부장 등 실무자들은 그 여신담당상무회의에서 위 기한의 이익 상실사유를 어음거래약정서상 기한의 이익 상실규정 중 '채권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10일 이내에 원고들이 담보로 제공한 대한선주 주식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하여 수의계약으로 피고 외환은행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고, 피고 외환은행, 대한생명, 영남종합금융, 경수종합금융, 한솔상호신용금고는 같은 해 5. 1. 위와 같은 내용의 합의를 한 다음, 채권금융단 피고들은 이에 따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 및 서주, 서주산업에게 각 그 대출금을 같은 해 5. 6. 내지 5. 11.까지 변제할 것을 최고하는 내용의 최고서를 발송하였다가 그 채무변제가 없자 그 담보권을 행사하여 각 같은 해 5. 12. 피고 외환은행에게 대한선주 주식 20,404,200주를 그 전날의 증권거래소 종가인 1주당 금 419원씩에 각 양도하였고, 이를 양도받은 피고 외환은행은 같은 해 11. 7. 인수기업단 피고들에게 이를 1주당 금 419원씩에 양도하였다.

한편, 대한선주의 채무는 대략 피고 외환은행 3,207억 원, 소외 한국산업은행 1,957억 원·피고 상업은행 910억 원, 서울은행 643억 원, 한일은행 338억 원, 소외 주식회사 대구은행 237억 원, 조흥은행 221억 원, 제일은행 179억 원, 신한은행 112억 원, 장기신용은행 69억 원, 원심 공동피고 경기은행 65억 원 등 7,938억여 원의 은행채무와 영업에 관련된 일반채무 1,060억 원 등이 있었던 한편, 그 실사 결과에 따른 일반자산은 1,060억 원, 가용자산 452억여 원으로, 결국 손실액이 7,485억 원이나 되었다.

(4) 결국 피고 외환은행으로서는 대한선주의 주거래은행으로서 3천억 원이 넘는 막대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당시 대한선주의 경영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 있어 그 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시 해운산업의 심각하고도 장기적인 불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할 때 설사 추가 금융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위 회사가 경영정상화를 이루어 갱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더 이상 자금지원을 계속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그 처리방안을 강구함에 있어 종업원의 실직, 관련 기업의 연쇄도산, 위 피고를 비롯한 채권자들의 채권회수불능으로 인한 손실,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업이 지니는 국가경제적 위상 또는 대외신용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제3자에 의한 기업인수방안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재무부장관과 협의한 끝에 위와 같은 대한선주 정리방침을 결정하는 한편, 정부에서도 위와 같이 장기적인 불황에 허덕이는 해운산업 전반에 대한 대책으로 해운산업합리화보완대책을 수립함에 있어 해운선사들의 자력구조계획을 전제로 금융 및 조세지원을 하되 그 재무구조나 경영상태상 갱생 가망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대한선주는 주거래은행인 피고 외환은행의 방침에 따라 산업정책심의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결재를 거쳐 이를 제3자 인수방식에 의하여 별도 정리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이에 따라 그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키는 등 절차를 거쳐 담보권 실행으로 1987. 5. 12. 채권금융단 피고들과 피고 외환은행 간의 위 주식양도양수계약이 체결되었고, 이어서 같은 해 11. 7. 피고 외환은행과 인수기업단 피고들 간의 위 주식양도양수계약이 체결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를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나.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과 대한선주와의 관계 및 그 주식을 채권금융단 피고들에게 담보로 제공한 경위, 당시 대한선주의 경영상태와 자금사정, 특히 1986. 6. 30.경 부채 초과액이 회사측에서 작성한 제무제표상으로는 310억 원이나 사실은 4,763억 원이었으며, 그 후 최종 손실액이 7,485억 원이나 되었던 사정, 해당 금융기관의 금융지원 내용, 정부가 1986. 말부터 1987.에 걸쳐 부실 해운기업을 정리하게 된 배경과 근거, 대한선주의 정리에 개입하게 된 경위와 그 내용, 대한선주의 정리 방안으로 담보권 실행에 의한 제3자 인수방안을 채택한 경위 및 그 실행으로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이 체결된 과정 등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달리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사실오인 또는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나머지 사실오인의 주장은 원심의 적법한 사실확정이나 이 사건의 결론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사항에 관한 사실관계를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다. 그리고 앞에서 본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주식 매매는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이 원고 1 등에 대한 사적인 보복을 목적으로 하여서 한 것이거나 한진그룹 소외 7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서 위 소외 7과 부정담합하여 행한 것이 아니고, 대한선주의 주거래은행인 피고 외환은행이 주도하여 정부와의 협의하에 부실기업으로 판명된 대한선주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채권금융단 피고들과의 협의를 거쳐 담보권 실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시하여, 이 사건 주식 매매의 동기나 목적 등에 관하여 판단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이나 사실오인 또는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기록에 의하면, 피고 외환은행은 당초 대한선주의 대주주들인 원고들로부터 직접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을 취하기로 하고 그에 따라 가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그 후 위와 같이 담보권을 실행하는 방법으로 바꾸어 위 피고가 채권금융단 피고들로부터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을 취하였던 것으로 인정되는바, 그렇다면 당초 작성한 위 가계약서의 위조 여부는 그 후 위 가계약서와 관계없이 다른 경위로 이루어진 이 사건 주식매매의 효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사유가 되지는 못하는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이 점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이나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

마. 나아가 기업의 주식 대부분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양도대상 기업에 관계되는 종업원의 동요, 그에 따른 생산성의 저하, 피인수자의 자금 유출의 우려 등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채권 은행의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그 실사에도 어려움이 있으며, 나아가 인수자로 하여금 빠른 시일 내에 인수 기업체의 경영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경영의 안정을 기하는 것이 국민경제의 관점에서나 채권은행의 처지에서도 타당하다 할 것이므로, 채권 은행이 부실기업을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을 취하였다고 하여 이를 부당한 계약방식이라고 할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실기업임이 분명한 대한선주의 주거래은행으로서 채권자인 피고 외환은행이 부도 직전의 대한선주에 계속적으로 무한정 자금을 대여할 수도 없고, 또한 이미 거액의 자금이 묶이게 되어 대한선주가 도산할 경우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자신마저도 부실화될 위험에 처하게 된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든지 대한선주의 정상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채권자로서 당연한 조치라고 할 것이며, 외환은행이 위와 같은 목적 아래 채권의 원만한 변제를 바라는 채권금융단 피고들과의 협의하에 담보권을 실행함에 있어 주식을 제3자에게 일괄적으로 인수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만으로 그 주식매매를 무효라고 할 것은 아니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제3자 인수를 통한 담보권 실행이 적법한 이상 그 인수업체로 어떤 기업을 선정할 것이며, 그 인수기업체의 부실 정도가 어떠한지, 인수기업체에 인수의 대가로 어떤 특혜를 주었는지의 여부 등은 인수대상 기업 주식의 보유자들이 문제삼을 바가 아니다.

바. 다만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피고 외환은행과 채권금융단 피고들의 위와 같은 방침결정이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재무부장관이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여 위 방안을 채택하도록 강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데에 있다.

살피건대, 국가의 공권력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하고 통상의 행정지도의 한계를 넘어 부실기업의 정리라는 명목하에 사기업의 매각을 지시하거나 그 해체에 개입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함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원래 재무부장관은 금융기관의 불건전채권 정리에 관한 행정지도를 할 권한과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하여 중요한 사항은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며, 한편 이 사건 대한선주의 도산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재무부로서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므로, 재무부장관이 부실채권의 정리에 관하여 주거래은행에 대하여 행정지도를 함에 있어 사전에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지시를 받는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다만 재무부장관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정부의 방침을 행정지도라는 방법으로 피고 외환은행에 전달함에 있어 실제에 있어서는 통상의 행정지도의 방법과는 달리 사실상 지시하는 방법으로 행한 경우에 그것이 헌법상의 법치주의 원리, 시장경제의 원리에 반하게 되는 것일 뿐이다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앞에서 이미 본 바와 같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재무부장관이 사적인 보복이나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대가 기타 위법한 목적을 위하여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아니하고, 원고에 대한 주식매각 권유의 목적은 요컨대 대한선주가 경영부진으로 도산 위기에 처하였기 때문에 이를 제3의 기업이 인수하도록 함으로써 대외적 신용 저하의 방지, 고용의 안정, 관련 기업의 보호 등 국민경제상의 공공이익을 도모하는 데 있었으며, 나아가 이러한 목적으로 행한 위 행정지도(매각 권유의 지시)가 바로 원고들에 대하여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 채권자인 외환은행에 대하여 행하여졌고, 그 후 피고 외환은행 스스로의 판단으로 이러한 지도를 받아들여 채권금융단 피고들과의 협의를 거쳐 채권금융단 피고들의 담보권 실행의사에 따라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이 최종적으로 성사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 인정과 같은 국가 공권력의 관여 방법 및 정도만으로 이를 통상의 행정지도의 한계를 넘는 것이어서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된다고 하거나 이 사건 주식매매를 무효로 만들 사유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정이 이와 같은 이상 그 과정에서 법률에 근거 없는 기관인 산업정책심의회의 의결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주식매매를 무효로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에 헌법 및 민사법의 기본적인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는 이와 다른 견해에서 원심의 판단을 나무라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사.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그 법률행위에 사회질서에 반하는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격을 띠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하지만, 이상의 각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단지 법률행위의 성립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이 사용된 데 불과한 때에는, 그 불법이 의사표시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하자를 이유로 그 효력을 논의할 수는 있을지언정,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다7719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와 앞에서 본 사실관계, 그리고 뒤에서 보는 것처럼 이 사건 주식에 대한 담보권 실행의 요건이나 절차에도 아무런 위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주식 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피고들 간의 법률행위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그 밖에 논리의 모순이나 비약, 판단유탈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에 관한 판례 위반 내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2. 변호사 김정현의 상고이유 제2의 각 점 및 변호사 문형식의 상고이유 제2점, 제3점, 제4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 외환은행은 원고 3을 상대로 한 서울지방법원 87카15218호 가압류사건에 의하여 원고 3의 피고 서울은행에 대한 대한선주 주식 1,000,000주의 반환청구권을 가압류하는 절차를 마쳤으나 그 가압류의 대상주식은 원고 3이 담보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 서주가 담보로 제공한 1만주권 100매[(번호 1 생략) 내지 (번호 2 생략), (번호 3 생략) 내지 (번호 4 생략)]인 사실, 한편 피고 서울은행은 1987. 4. 30.자 위 여신담당 상무회의에서의 합의에 따라 1987. 5. 1. 서주산업 등에게 어음거래약정서상 제7조 제2항 제4호 소정의 '채권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의 사유에 의거하여 1986. 9. 16.자로 대출한 금 1,500,000,000원을 같은 달 7.까지 변제할 것을 최고하였다가 그 이행이 없자 피고 외환은행에게 대한선주 주식을 모두 양도하였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의 경우 피고 서울은행은 1987. 4. 30.자의 위 합의에 따라 위 제7조 제2항 제4호 소정의 '채권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를 그 사유로 들어 위 인정과 같이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고 있는바, 정부와 피고 외환은행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경위 및 이유로 대한선주를 제3자에게 인수시키기로 결정하고 그 대주주이며 경영주인 원고 1 등에게 그 주식 및 경영권을 인수기업단 피고들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위 원고 등이 이를 거절하자, 마침 채권금융단 피고들이 대한선주의 주식을 담보로 보유하고 있음을 이용하여 대한선주 주식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받아 이를 취득하려고 피고 서울은행에게 그 협조를 요구하였던 것이고, 위 피고의 처지에서도 그 주식을 담보로 취득하고 있는 대한선주가 도산함으로써 손해를 입는 것보다는 그 담보권을 행사하여 당시의 거래시세에 따라 이를 처분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 아래 이에 응하여 위 절차를 취한 이상, 피고 서울은행이 위 제7조 제2항 제4호의 사유를 들어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킨 절차를 취한 것은 위 기한이익상실약관에 따른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은 '가압류'가 있음을 이유로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었다고 한 것이 아니라 '채권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었다고 인정한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가압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이 제정, 시행되기 전에 체결된 위의 기한이익 상실의 약정에 대하여 위 법률조항에 위반하는 사항이 있다는 점을 들어 그 무효를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아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당시 대한선주의 도산이 임박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피고 서울은행으로서는 대한선주가 도산하게 되면 주된 담보로 확보하고 있던 이 사건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변하여 결국 채권을 변제받지 못할 처지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하여 이 사건 주식을 미리 처분하여 채권을 보전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대출금에 대한 일부 이자가 선납되어 있다고 하여 달라질 것이 없다 할 것이며, 또한 위 인정과 같은 채권보전의 긴급성에 비추어 이 사건 최고기간이 비록 단기간이기는 하나 이 사건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킨 조치를 무효로 돌릴 만한 사유가 되기는 어려우므로, 같은 취지에서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 것으로 인정하여 담보권 실행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약관 또는 법률행위의 해석을 그릇하거나, 신의칙, 권리남용, 반사회적 법률행위 또는 담보권 실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관련 판례를 위반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 여러 종류의 담보를 확보하고 있는 경우에 그 중에서 어느 것을 처분할 것인지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의 자유에 맡겨져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 서울은행 등이 그 담보 가운데 이 사건 주식만을 처분하였다 하여 거기에 무슨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서울은행 등이 이 사건 주식만을 처분하고 그 후에도 거래를 계속해 온 것은 오로지 정부나 주거래은행의 요구에 따라 대한선주의 탈취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는바, 기록과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각 주식에 관하여 채권금융단 피고들에게 질권을 설정하여 담보로 제공함에 있어, 채권자가 질권을 실행할 수 있는 경우에는 법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전통지 없이 일반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 시기, 가격 등에 의하여 위 주식을 처분할 수 있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바, 채권금융단 피고들과 위 서주산업 등 간의 상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이 사건 질권의 경우에는 상법 제59조에 의하여 유질계약이 허용되므로 위와 같은 약정은 그대로 유효할 뿐 아니라, 앞서 인정한 이 사건 주식처분의 경위, 시기, 방법 및 그 가격이 증권거래소에서의 종가에 의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질권의 실행방법 및 절차 등에도 아무런 위법이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의 이 부분 판단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특약 내용의 해석을 그르치거나, 신의칙, 권리남용, 선관의무 또는 입증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서주산업과 채권금융단 피고들이 지급보증계약을 체결할 때 원고들이 위 서주산업의 위 피고에 대한 위 지급보증계약상의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는데, 이 때 작성된 지급보증약정서 중 사전구상에 관한 규정인 제10조는 "① 본인이 다음 각 호의 1에라도 해당하는 경우에는 귀행으로부터의 통지, 최고 등이 없더라도 당연히 귀행이 보증하고 있는 금액에 대하여 사전의 상환채무를 담당하며 곧 변제하겠음 1. 가압류, 압류나 경매의 신청 또는 파산, 화의개시나 회사정리절차개시의 신청이 있을 때 또는 청산에 들어간 때(2, 3, 4호 생략), 5. 귀행에 대한 채무의 일부라도 기한에 변제하지 아니한 때 ②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귀행의 청구에 의하여 전항과 같은 상환채무를 부담하며 곧 변제하겠음 1. 본인이 이 약정 기타 귀행과의 모든 거래약정의 일부라도 위반한 때, 2. 보증인이 전항 각 호의 1에라도 해당한 때, 3. 기타 채권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라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 피고 외환은행이 1987. 4. 3. 서울지방법원 87카15220호 가압류사건으로 피고 충북은행의 원고 1에 대한, 소외 선주통운 주식회사가 1987. 4. 16. 서울지방법원 87카17010호 가압류사건으로 피고 충북은행의 원고 서주종합산업에 대한, 각 대한선주 주식의 반환청구권을 가압류하는 등으로 각 가압류를 한 사실, 이에 위 피고 등은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었다면서 그 채무이행을 최고하였다가 그 담보권의 실행으로 위 주식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규정에서 정한 사전구상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 등이 위 가압류를 그 기한의 이익 상실 및 사전구상 사유로 들어 채무의 이행을 최고하였다가 그 담보권을 실행한 것은 위와 같은 약관에 따른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위와 같은 사전구상에 관한 약정의 취지는 주채무자가 경제적 신용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증인인 위 피고 등으로 하여금 그 구상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는 것이라고 풀이되는바,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인정한 위의 '가압류'는 주채무자가 경제적 신용을 잃게 되었다고 볼 사유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가압류절차가 취하여진 것만으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사유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이와 다른 견해에서 위 가압류는 장래 발생될 주식반환청구권에 대한 정지조건부 가압류로서 그 조건이 성취되기 전에는 가압류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고 따라서 기한의 이익도 상실되지 아니한다는 등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 또한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위 서주산업이 위 피고에게 위 각 주식에 관한 질권을 설정하여 담보로 제공함에 있어, 위 피고가 질권을 실행할 수 있는 경우에는 법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전통지 없이 일반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 시기, 가격 등에 의하여 위 주식을 처분할 수 있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피고로서는 위 약정에 따라 경매절차 등 법률이 정하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고, 한편, 채권자가 그 담보권을 실행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 시기, 가격 등에 의하여 위 주식을 처분할 수 있기로 약정한 경우에 그 채권의 범위 내에서만 담보권을 실행할 것인가 또는 모든 담보권을 실행하고 그 매득금에서 그 채권을 공제한 나머지를 채무자에게 반환함으로써 정산할 것인가의 여부는 채권자가 그 담보권 실행을 위한 범위 내에서 결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으로서, 만일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방법이 위와 같은 약정 내용에 따른 범위를 일탈하는 경우에 채권자에게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함은 별론으로 하고, 그 담보권 실행행위 자체가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그 밖에 달리 그 취득자가 담보권자에 적극 가담하여 소액의 피담보채권을 변제받기 위하여 그 피담보채권액을 훨씬 초과한 수량 또는 금액의 담보를 처분한 것이라고 인정되지도 아니하므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한솔상호신용금고, 대한생명, 한일은행, 상업은행, 영남종합금융, 경수종합금융의 각 해당 주식에 대한 담보권 실행에 대하여도 앞서와 마찬가지 이유로 이를 적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바, 기록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정귀호(주심) 김형선 조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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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6.3.27.선고 91나62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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