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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이혼및위자료][공1999.4.15.(80),661]
판시사항

[1] 민법 제840조 제3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의 의미

[2]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의미

[3] 혼인생활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권 유무(소극)

[4] 부부간의 동거·부양·협조의무와 이혼사유와의 관계

판결요지

[1] 민법 제840조 제3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고 함은 혼인 당사자의 일방이 배우자로부터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중대한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한다.

[2]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3]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4]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 정당시되는 결합으로서 부부 사이에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민법 제826조 제1항 ), 혼인생활을 함에 있어서 부부는 애정과 신의 및 인내로써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고, 혼인생활 중에 그 장애가 되는 여러 사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부부는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며, 일시 부부간의 화합을 저해하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되는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부부간의 동거, 부양, 협조의무는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일생에 걸친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혼인의 본질이 요청하는 바로서, 부부 사이에 출생한 자식이 없거나 재혼한 부부간이라 하여 달라질 수 없는 것이고, 재판상 이혼사유에 관한 평가 및 판단의 지도원리로 작용한다고 할 것이며,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사유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권택)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완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관계와 판단은 다음과 같다.

원고(1934. 3. 26.생)는 40세 넘어서까지 피아노 개인교습을 하며 독신으로 지내고 있던 중 사별(사별)한 전처와 사이에 2남 4녀를 두고 홀몸으로 지내면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던 피고(1925. 4. 27.생)를 만나 1977. 11. 12. 혼인신고를 마친 후 피고 전처 소생 자녀들 중 장녀를 제외한 나머지 2남 3녀를 출가시키는 등 원만한 혼인생활을 하였으나 피고와의 사이에 자식을 출산하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혼인생활 중 수시로 친구들과 만나 마작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등으로 밤늦게 귀가하면서도 원고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자신은 골프를 치는 등 여러 가지 취미생활을 하면서도 원고가 동창회나 합창모임에 나가는 등 혼자 외출하는 것을 싫어하였으며, 원고와 사소한 의견대립이라도 있게 되면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고 고함을 지르고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도 당장 내리라고 호통을 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는, 1981. 9.경 술에 취하여 처가에 대한 험담을 하였는데 원고가 그 해명을 요구하자 원고를 밀어버리고, 1984. 11.경에는 피고 전처 소생 자녀들이 평소 원고에게 잘못하였기 때문에 원고가 그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면서 원고와 자녀들 모두 집 밖으로 내쫓았으며, 1987. 4. 및 5.경에는 결혼한 장남 부부가 원·피고와 함께 살지 않으려는 것은 계모인 원고 때문이라면서 원고를 폭행하는 등 분풀이를 하고, 1988. 7. 30.경에는 피고 전처 소생 차남 부부 사이에 불화가 생기자 원고만 편히 지낸다면서 화를 내고 원고를 폭행하였으며, 1994. 4. 4.경에는 원고가 혼인 전에 모은 돈으로 매수해 둔 아파트에 대한 매수자금의 출처를 의심하면서 원고에게 '주머니를 둘, 셋씩 찬 여자'라고 하였고 원고가 이를 따지자 원고를 폭행하여 흉부타박상을 입혔으며, 원고의 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원고의 오빠가 1994. 2.경 사망하자 원고가 치매증세가 있던 친정 어머니를 집으로 데려와 돌보게 되었는데 피고는 원고의 이와 같은 사정을 배려하지 아니한 채 생활비로 매월 60만 원 정도만 지급하면서 원고가 생활비 부족에 불만을 나타낸다는 이유로 1995. 1. 4.에는 원고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바람에 넘어져 우측 제5수지 열상의 상처까지 입히는 등 혼인생활 중 여러 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다.

원고는 자신의 이와 같은 처지에 대하여 전처 소생의 자녀나 시누이 등에게 하소연하기도 하였으나 그들이 자신을 이해하여 주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 나머지 1995. 6. 26.경 모시고 살던 친정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와 피고와 계속 별거하고 있다(원고의 친정 어머니는 1996. 5. 22.경 사망하였다).

한편, 원고는 피고 전처 소생의 장남인 소외인이 결혼한 뒤 그 처에게 소외인이 다른 여자와 혼인할 뻔 했었던 일에 대하여 말해주기도 하고, 소외인이 1986. 11.경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자 피고는 소외인에게 그 명의의 아파트를 매각하여 사업자금으로 사용하라고 하는데도 원고는 이민가는 사람은 맨손으로 시작해야 성공한다고 하였으며, 소외인이 1987.경 일시 귀국하였을 때 피고가 소외인 부부와 함께 살기를 원하자 원고는 소외인을 불러 함께 살면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원심은,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할 것인데, 거기에는 피고 전처 소생 자녀들을 진심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특별한 계기 없이 집을 나온 원고에게도 그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나, 보다 근본적이고도 주된 책임은 혼인기간 중 출산한 자식도 없이 생활하는 원고를 배려하지 아니한 채 사소한 의견대립이라도 있게 되면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려고 하면서 고함을 지르고 원고를 밀어버리는 등 독선적으로 행동하여 온 피고에게 있다고 보고, 이는 민법 제840조 제3호 , 제6호 에 정하여진 재판상 이혼원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혼청구를 인용함과 아울러 피고에 대하여 이혼에 따른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명하고 있다.

2. 채증법칙 위반의 점 등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이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특별한 이유설시 없이 피고측 증인들의 증언을 모두 배척하고 있으나, 법원이 증거가치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그 이유까지 설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유만으로 원심판결에 채증법칙 위반이나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이혼원인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민법 제840조 제3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고 함은 혼인 당사자의 일방이 배우자로부터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중대한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 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9 판결 ), 제6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며 ( 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므24 판결 ,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결 ),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 대법원 1989. 6. 27. 선고 88므740 판결 , 1993. 4. 23. 선고 92므1078 판결 , 1997. 5. 16. 선고 97므155 판결 등).

한편,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 정당시되는 결합으로서 부부 사이에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민법 제826조 제1항 ), 혼인생활을 함에 있어서 부부는 애정과 신의 및 인내로써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고, 혼인생활 중에 그 장애가 되는 여러 사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부부는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며, 일시 부부간의 화합을 저해하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 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므4 판결 , 1995. 12. 22. 선고 95므86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부부간의 동거, 부양, 협조의무는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일생에 걸친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혼인의 본질이 요청하는 바로서, 부부 사이에 출생한 자식이 없거나 재혼한 부부간이라 하여 달라질 수 없는 것이고, 재판상 이혼사유에 관한 평가 및 판단의 지도원리로 작용한다고 할 것이며,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사유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 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 ).

나.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피고는 별거하기 전 약 18년간의 혼인생활을 하면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부부 및 전처 소생 자식들과 사이의 갈등과 불화도 있었지만, 피고는 원고가 친구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노래를 부르거나 할 때 원고의 친구들을 함께 데리고 나가서 식사 대접을 하기도 하였고(원고는 합창을 취미생활로 하고 있었다), 피고 전처 소생의 장남은 가끔 합창 발표회에 참가하는 원고를 자동차로 모시고 간 적도 있는 사실, 피고가 원고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별로 많지 않은 일정금액(1993년 이후 60만 원)만을 주었으나, 이는 부부의 부식비 정도의 용도이고 그 외 주식비, 관리비, 제세공과금 등은 모두 피고가 별도로 지출하였으며, 원·피고는 부부동반으로 1년에 국내 2~3 차례, 국외 1-2 차례 여행을 다녔고, 피고 전처 소생 자식들이 1994. 2.경 서울 강남 소재의 중국식당에서 친지 30여 명을 초청하여 원고의 회갑연까지 주선한 사실, 피고는 원고의 가출 이후 5-6회 정도 원고를 찾아가 귀가를 종용하였고 대전에 거주하는 원고의 절친한 친구를 찾아가 원고를 잘 설득시켜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도록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 사실을 알 수 있으며, 한편 원고는 1995. 6.경 부부 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자는 피고의 제의를 거절하고 피고 혼자 해외여행을 나가있던 중인 같은 달 25. 짐을 챙겨 가출한 이래 내심 피고로부터 재산상의 보장을 바라면서 피고와의 동거를 거부하는 사실을 알아 볼 수 있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 아래서 위에서 본 법리와 원·피고의 연령, 혼인계속의 의사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혼인생활의 전체적 상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원심이 인정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일련의 독선적 행동이 혼인관계의 지속을 요구함이 가혹한 정도의 폭행, 학대, 또는 중대한 모욕으로서 민법 제840조 제3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하여 원·피고 사이의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됨으로써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설사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주된 책임은 부부 사이 및 전처 자식들과의 갈등과 감정상의 대립을 해소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아니한 채,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피고가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가출하여 내심 피고에 대하여 재산상의 보장을 바라면서 피고와의 동거를 거부하는 등 부부간의 기본적 신의와 혼인의 도덕성에 배치되는 행태를 보인 원고에게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재판상 이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조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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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7.2.21.선고 96르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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