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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2. 13. 선고 89도2205 판결
[살인][공1990.4.1.(869),705]
판시사항

가. 임의성 있는 자백의 증명력에 대한 판단방법

나.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그 범행동기가 석연치 않고, 그 진술내용이 다른 정황증거와의 관계에서 모순되는 등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

판결요지

가. 피고인의 자백이 임의성이 있어 그 증거능력이 부여된다 하여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까지도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고 자백이 증명력을 갖추기 위하여는 그 진술내용이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나.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그 범행동기가 석연치 않고, 그 진술내용이 다른 정황증거와의 관계에서 모순되는 등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달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검사작성의 2차례에 걸친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상세히 자백하고 있는데 기록에 비추어 피고인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때 고문을 당하여 임의성이 없는 자백을 하고 그 임의성이 없는 상태가 검사의 조사단계에까지 계속되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검사 앞에서의 자백을 임의성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주장은 이유없다.

그러나 피고인의 자백이 임의성이 있어 그 증거능력이 부여된다 하여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까지도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고 자백이 증명력을 갖추기 위하여는 그 진술내용이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 이므로 이 점에 관하여 피고인의 검사앞에서의 자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1. 범행동기

피고인은 검사 앞에서 창녀생활을 하는 공소외인과 1년쯤 동거생활을 하면서 정이 들어 그녀에게 같이 나가서 살림을 차리자고 해왔는데 그 집에 같이 사는 피해자 가 공소외인에게 여러차례 피고인을 비방하면서 이를 방해한데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 사건 범행 이틀전에 피고인에게 심한 욕설을 하여 피해자를 죽이기로 결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공소외인은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 자기는 피해자로부터 피고인과 살림나는 것을 반대하는 말은 들은 일이 없고 피고인도 평소 피해자에게 나쁜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그밖에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심한 욕설을 한 것을 듣거나 본 사람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그와 같은 욕설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곧 그로부터 수일이 지난 후의 이 사건 범행동기로 삼는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2. 범행방법과 범행도구

피고인은 1988.12.3. 공소외인과 싸운 후 그녀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아서 도망갔는지를 확인하려고 같은 집 빈방에 있는 옷장 속의 그녀의 옷을 보러갔다가 그 옷장밑에 있는 전기다리미를 발견하였고 이 사건 범행때 그 다리미가 생각나서 그것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압수된 전기다리미는 앞부분 끝이 뽀족하고, 각이 예리한 쇠붙이임을 알 수 있는데 의사 김주일의 시체감정서에 의하면 비교적 둔체에 의하여 과격되었다고 추정된다는 것이고 기록에 있는 사진에 나타난 상처의 모양이나 깊이로 보아 그것이 전기다리미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피고인은 범행후 전기다리미에 묻은 피를 휴지 2장으로 닦았다는 것이고 그 휴지가 압수되어 있음은 기록상 명백하나 기록에 나타난 피해자의 상처의 정도나 다리미의 구조로 보아 다리미의 몸체 특히 손잡이 부분에 감긴 전기줄 등에도 피가 많이 묻어 있었을 터인데 휴지 2장으로 이를 닦아 내고 그 다리미에는 폭 1미리미터, 길이 4미리미터의 혈흔만 남아 있었다는 것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

3. 범행후의 정황

공소외인의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그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12.6. 11:00경까지 피고인과 함께 방에 있었는데 아무런 낌새도 눈치채지 못하였다는 것이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그 방에 들어가 시체를 확인까지 하고 그 다음날 11:00경 파주군 장탄면에 있는 이종사촌집에 가면서 그 거처까지 알려 주었다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도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범인으로 보기에는 매우 부자연스럽다 할 것이다.

4. 피고인의 학력, 경력 및 생활환경 등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947년생으로 국민학교 2학년을 중퇴하여 겨우 자기 성명밖에 쓸줄 모를 정도인데다가 본처와는 1982.경 이혼하고 자녀들의 거처마저 모르는 형편에서 혼자 일정한 주거나 직장도 없이 막노동을 하거나 친척집 또는 사창가에서 기식하며 살아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생활환경 등에 미루어 자포자기 끝에 허위의 자백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이렇게 볼때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은 그 범행동기가 석연치 않을뿐만 아니라 그 진술내용이나 다른 정황근거와의 관계에서 모순되는 점이 있고 여기에 피고인의 학력, 경력, 생활환경 등을 보태어보면 그 진술의 진실성과 신빙성이 의심스러워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고, 그밖의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원심이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에 관하여 그 증명력이 있다고 보고 그 자백과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범죄사실을 인정한 것은 자백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주장은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우만(재판장) 김덕주 윤관 배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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