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경우
[2] 공장의 신축부지로 사용하기 위하여 매입한 토지가 농지의 전용을 제한하는 법령에 의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공장의 부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매계약을 체결한 매수인의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 주장을 배척한 사례
[3] 선이행해야 할 중도금 지급의무가 계약상의 잔금지급기일을 도과한 경우,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 제공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매수인이 토지에 대한 전용허가를 받기 위하여는 구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한 사업계획의 승인을 받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곧바로 벽돌공장을 지을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하여도, 그러한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지나지 않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을 때 한하여 의사표시의 내용의 착오가 되어 취소할 수 있다.
[2] 매수인이 공장의 신축부지로 사용하기 위하여 토지를 매입하였는데, 그 토지가 개간농지로서 농지의 전용을 제한하는 법령에 의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공장의 부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수인이 알고 있었고, 또 그 토지가 곧바로 공장의 부지로 전용될 수 있다는 것을 당사자들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지 않은 경우, 부지의 전용이 매매계약의 동기가 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매수인의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 주장을 배척한 사례.
[3]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아 원매도인에게 매매잔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서는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갖추어 매수인에게 제공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었고, 매수인도 그러한 사정을 알고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던 경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서류의 제공의무는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이 선행되었을 때에 매수인의 잔대금의 지급과 동시에 이를 이행하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의무는 당초 계약상의 잔금지급기일을 도과하였다고 하여도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의 제공과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광일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만운)
피고,피상고인
최종식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규운)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심판결 첨부 별지목록 기재 각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 중 같은 목록 기재 제1 내지 7기재 토지는 소외 박영덕, 같은 목록 제8, 9기재 토지는 박영덕의 동생인 소외 박영수의 소유였는데, 피고 및 소외 신하순, 최영숙, 최영남(이하 피고 등 4인이라 한다)은 1988. 12. 16. 이 사건 토지를 박영덕으로부터 대금 184,124,000원에 매수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의 일부로 합계 금 120,000,000원을 지급한 후,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의 가등기를 경료한 사실, 그 후 소성벽돌의 제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원고 회사는 1990. 6. 19. 벽돌공장의 신축부지로 사용할 목적으로 피고 등 4인을 대표한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대금 281,430,000원에 매수하면서, 계약금 50,000,000원은 계약 당일에, 중도금 100,000,000원은 같은 달 30.에 각 지급하고, 잔금 131,430,000원은 같은 해 7. 15.에 소유권이전등기절차에 필요한 서류와 상환으로 지급하되, 매도인인 피고가 위약하였을 때에는 계약금 배액 상당을 매수인인 원고에게 배상하고, 매수인인 원고가 위약하였을 때에는 매도인인 피고에 대한 계약금반환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약정을 포함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위 계약에 따라 원고가 위 계약 당일에 피고에게 계약금 50,000,000원을 지급한 사실, 그런데 이 사건 토지의 원매도인인 박영덕은 1991. 10.경 피고 등 4인이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대전지방법원 강경지원에 그들을 상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같은 목록 제1 내지 7기재 토지에 관한 피고 등 명의의 위 가등기의 말소등기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 도중 1992. 10.경 소송외 합의가 이루어져 박영덕, 박영수와 피고 등 4인 사이의 위 매매계약은 합의해제되고, 피고 등 4인은 박영덕, 박영수로부터 위 매매계약상 지급한 금원을 반환받은 후 피고 등 명의의 위 가등기를 말소하여 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여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토지가 구 농지확대개발촉진법에 의한 개간농지로서 공장용지로 전용이 불가능한 토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고 피고를 기망하였으며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원고의 착오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는 1981. 11. 12.자로 구 농지확대개발촉진법에 따라 개간 준공된 개간농지인 사실, 피고와 함께 이 사건 토지를 박영덕으로부터 매수한 신하순이 1990. 2.경 이 사건 토지 중 같은 목록 제1, 2 기재 토지에 관하여 논산군을 경유하여 농업외 전용허가신청을 하였는데, 그 관할청인 충청남도지사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한 사업계획승인신청과 함께 농지전용허가를 신청하면 일괄처리가 가능하므로 이를 보완하라는 취지로 위 신청을 반려한 바 있는 사실,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피고도 원고가 벽돌공장을 설립하기 위하여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원고 회사의 전무인 소외 김창호는 이 사건 매매계약 전에 논산군청 등에 농지인 이 사건 토지 상에 벽돌공장을 지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알아본 사실이 인정되는 점, 원고 회사는 농촌지역인 김제군 황산면 진흥리와 전남 함평군 월야면 월야리에도 벽돌공장을 소유하고 있어 농촌지역에 공장을 지을 경우 필요한 행정절차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토지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구 농지확대개발촉진법 제53조 제1항 에 따라 농지전용이 가능하고, 이 사건 토지가 개간 준공 후 10년이 경과한 1991. 11. 12. 이후부터 구 농지보전및이용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에 따라 농지전용이 가능하며,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22조 제1항 에 의하면 같은 법 제21조 제1항 에 의한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면 농지전용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피고는 이 사건 토지가 구 농지확대개발촉진법에 의한 개간농지로서 공장용지로 전용이 불가능한 토지임에도 이를 숨기고 공장용지로 전용이 가능한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였다거나 원고가 착오로 이 사건 토지 상에 벽돌공장 건립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시행중이던 구 농지확대개발촉진법(1994. 12. 22. 법률 제4823호 농어촌정비법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법률) 제53조 제1항 에 의하면 같은 법에 의하여 개발된 농지를 농업 이외의 목적으로 전용하고자 할 때에는 농수산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53조 제4항 에 의하면 같은 법에 의하여 준공인가를 받은 후 10년이 경과한 개발농지의 전용 및 이용 등 관리에 관하여는 농지의보전및이용에관한법률의 규정에 의하도록 되어 있고, 구 농지의보전및이용에관한법률(1993. 6. 11. 법률 제4552호로 개정되기 전의 법률) 제4조 제1항 에 의하면 농지를 전용하고자 하는 자는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농수산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구 중소기업창업지원법(1991. 12. 14. 법률 제4419호로 개정되기 전의 법률) 제21조 제1항 , 제22조 제1항 제11호 , 제13호 에 의하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및 농어촌지역의 중소기업의 창업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시장, 군수, 구청장(서울특별시·직할시의 구청장에 한한다)의 승인을 얻은 때에는 구 농지의보전및이용에관한법률 제4조 의 규정에 의한 농지전용의 허가, 구 농지확대개발촉진법 제53조 의 규정에 의한 개발농지의 전용허가 등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 농지확대개발촉진법에 의하여 준공인가를 받은 개발농지라고 하더라도 구 중소기업창업진흥법에 의한 사업계획의 승인을 받거나 구 농지확대개발촉진법 또는 구 농지의보전및이용에관한법률에 따라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으면 공장용지로의 전용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원고 회사의 전무로서 원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김창호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 사건 토지를 답사하고 관할 관청인 논산군청을 찾아가 이 사건 토지 상에 벽돌공장을 지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까지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이 사건 토지가 구 농지확대개발촉진법에 의하여 준공인가를 받은 개발농지라는 점 및 이 사건 토지 상에 공장을 짓기 위하여는 관할 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전용허가를 받기 위하여는 구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한 사업계획의 승인을 받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곧바로 벽돌공장을 지을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하여도, 그러한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지나지 않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을 때 한하여 의사표시의 내용의 착오가 되어 취소할 수 있다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위와 같은 동기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다.
원심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의 기망이나 원고의 착오로 인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오해·심리미진·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등은 당초 박영덕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면서 매매잔대금 64,124,500원을 지급하지 못하여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하거나 자금을 융통하여 이를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소유권이전등기는 넘겨받지 못한 채 가등기만을 한 상태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이러한 사정은 원고도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알았던 사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계약금만으로는 박영덕에게 지급할 매매잔대금에 미치지 못하여 피고는 원고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아 그 일부를 박영덕에게 매매잔대금으로 지급하여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교부받아야만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지급일에 원고에게 이를 제공할 수 있던 관계로,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피고는 중도금을 지급받은 다음 15일 경과 후 잔대금의 수령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교부하기로 약정한 사실, 그런데 원고가 중도금 지급기일인 1990. 6. 30. 매도인인 박영덕이 중도금 지급장소에 나오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중도금의 지급을 거절할 뿐만 아니라, 공장 설립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닌데도 불가능하다는 구실을 내세워 매매대금 중 20,000,000원의 감액을 요구하는 등 하면서 대금지급을 지체하므로, 피고는 1990. 7. 5. 잔대금 지급기일인 7. 15.까지 중도금을 지급할 것을 촉구하고, 7. 11. 중도금은 7. 15.까지, 잔대금은 7. 30.까지 지급할 것을 최고하고, 7. 19.에는 다시 지급기일을 유예하여 중도금은 7. 25.까지, 잔대금은 8. 10.까지 지급할 것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파기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지한 뒤, 최종적으로 7. 31.에는 계약의 해제통보를 하기에 이른 반면, 원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회신이 없다가 8. 6.자로 쌍방이 8. 10.까지 상환이행하자는 답변을 하였으나, 피고는 8. 9. 그 거절의 의사를 통고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아 박영덕에게 매매잔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서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갖추어 원고에게 제공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었고, 원고도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이어서,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서류의 제공의무는 원고의 중도금 지급이 선행되었을 때에 원고의 잔대금의 지급과 동시에 이를 이행하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중도금 지급의무는 당초 계약상의 잔금지급기일을 도과하였다고 하여도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의 제공과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원고가 중도금을 불이행하자, 피고는 잔금지급기일 이전에 중도금의 지급을 최고하였을 뿐 아니라, 두 차례에 걸쳐 중도금과 잔대금의 지급기일 사이에 여전히 15일간의 간격을 두고 그 지급기일을 늦추어 지급을 최고하였음에도 원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늦추어진 중도금 지급기일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이를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면, 그 해제는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매매계약의 이행과 해제에 관한 법리오해·이유불비·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