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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9. 5. 선고 94도710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허위공문서작성,허위공문서작성행사][공1995.10.15.(1002),3453]
판시사항

가. 구 관세법 제137조 제1항 에 의한 세관장의 수출, 수입 또는 반송 면허의 대물적 효력

나. 구 관세법 제7조 제1항 별표 관세율표 제9류 제0910호 소정의 혼합물의 분류 기준

다. 수입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고춧가루 95%에 생강가루 5%를 혼합하여 만든 물품이 구 관세법 제7조 제1항 별표 관세율표 제9류 제0910호의 혼합물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라. 구 관세법 제7조의2 소정의 사전회시의 법적 성질

판결요지

가. 구 관세법(1993.12.31. 법률 제46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7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수출, 수입 또는 반송의 면허는 수출입 신고가 있는 경우에 세관장이 수출입 신고자에 대하여 보세구역에 반입한 물품에 대한 일반적 수출입금지를 해제하는 대물적 허가의 성질을 띤 처분으로서, 수출입 신고서에 기재된 물품 또는 이와 동일성이 있는 물품에 대하여 그 효력이 미치므로, 그 반입 물품이 수출입 신고서에 기재된 물품이거나 동일성이 있는 물품인 경우에는 구 관세법 제181조 에 규정된 무면허수출입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통일상품명및부호체계에관한국제협약 부속서인 품목분류표 및 그에 기한 구 관세법 제7조 제1항 별표 관세율표 제9류 주1의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그 제9류의 다른 호에 해당하는 물품을 2종 이상 혼합하여 만든 혼합물은 당해 호에 해당하는 물품의 주요한 특성을 유지하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제0910호(세번 0910.91)의 혼합물로 분류되어야 하고, 다만 그 일방이 혼합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미량인 경우에는 이를 혼합물로 볼 수 없는바, 위 제9류의 다른 호에 해당하는 2종 이상의 물품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혼합되었을 때 제0910호의 혼합물로 분류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위 협약이나 구 관세법에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는 혼합된 각 물품의 혼합 비율, 양, 성질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혼합물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다. 수입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고춧가루 95%에 생강가루 5%를 혼합하여 만든 물품은 그에 혼합된 고춧가루와 생강가루의 혼합 비율, 양, 성질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고춧가루(제0904호)와 생강가루(제0910호)의 혼합물로 봄이 상당하므로, 구 관세법 제7조 제1항 별표 관세율표 제9류 주1의 나 규정에 의하여 품목번호 제0910호(세번 0910.91)의 혼합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한 사례.

라. 관세법 제7조의2 에 규정되어 있는 사전회시 제도는 품목분류의 혼란으로 야기될 수 있는 수출입에 따른 통관절차상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수출입을 하고자 하는 자로 하여금 관세청장으로부터 사전회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그 사전회시는 통관절차상의 품목분류에 있어서 세관장을 기속할 뿐 그 신청인에 대하여 직접 공법상의 권리를 취득하게 하거나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행정처분은 아니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손제복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 1 및 2와 공모공동하여 그 판시 일시경 중국 신흥공사 청도공사로부터 고춧가루 95%에 생강가루 5%의 혼합한 물품 45톤(이하 이 사건 수입물품이라 한다)을 반입한 후, 동래세관 양산출장소에 수입자동승인품목인 세번 0910.91.0000의 혼합양념 45톤을 수입하는 것처럼 수입신고를 하여 혼합양념에 대한 수입면허를 받아 통관함으로써 수입제한승인품목인 중국산 고춧가루 45톤 시가 금 160,752,360원(물품원가 금 78,929,400원) 상당을 수입면허 없이 수입하였다고 함에 있는바, 이에 대하여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 등이 고춧가루는 농수산물유통공사(농림수산부장관의 오기로 보인다)의 수입추천을 받아야만 수입할 수 있는 수입제한승인품목이지만, 거기에다 역시 수입제한승인품목인 생강가루를 섞어 만든 혼합물은 수입자유승인품목으로 된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수입물품을 반입한 후, 동래세관 양산출장소에 세번 0910.91.0000의 혼합양념을 수입하는 것처럼 수입신고를 하여 이를 통관시킨 후, 위 공소외 1로 하여금 출고케 하여 그 전량을 김치제조용 고춧가루로 처분한 사실을 인정한 후, 구 관세법(1993.12.31. 법률 제46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조 제1항 은 관세의 세율은 별표 관세율표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 품목분류방식에 관하여 우리 나라는 관세협력이사회가 1983.6. 채택한 통일상품명및부호체계에관한국제협약(이하 H.S.협약이라 한다)에 가입함으로써 1988년경 부터 이 H.S.품목분류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위 협약 및 그에 기한 위 관세율표상의 품목분류상 제9류 커피, 차, 마태 및 향신료의 부문에서 품목번호(Heading Number)를 제0901호에서 제0910호까지 분류하고 있고, 그 중 고추는 제0904호(세번은 0904.20이며, 나아가 분쇄한 고추의 세번은 0904.20.2000임)란에 생강은 제0910호(세번은 0910.10임)란에 각 분류하고 있으나, 한편 같은 유의 제0190.91호란에 “혼합물(이 유의 주1. 나에 규정한 것)”을 규정하고 있고, 이에 관한 주에서는 “1. 제0904 내지 제0910호의 물품의 혼합물에 대하여는 다음에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규정한 뒤, “가. 같은 호에 해당하는 물품의 2종 이상의 혼합물은 당해 호에 분류한다. 나. 다른 호에 해당하는 물품의 2종 이상의 혼합물은 제0910호에 분류한다. 제0904호 내지 제0910호의 물품(또는 가 또는 나에 규정한 혼합물)에 다른 물품을 첨가한 것은 그 결과로서 생긴 혼합물이 당해 호에 해당하는 물품의 주요한 특성을 유지하는 한 그 분류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며, 그러하지 아니한 기타의 혼합물은 이 유에 분류하지 아니하고, 혼합조미료로서 사용되는 것은 제2103호에 분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 관세율표 제9류 주1의 나 규정에 따라 일응 이 사건 고춧가루와 생강가루의 혼합물은 제0910호에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나, H.S.분류체계가 구 관세법 제7조 에 의하여 관세율산정을 위한 관세율표로 채택된 이상 그 적용을 위한 1차적인 해석 권한은 우리 나라 정부에 있으며, 관세청이 고춧가루와 생강가루의 혼합물을 고춧가루로 사전회시한 바 있으므로, 위 관세율표 해석에 있어서는 수입자의 의사와 수입 이후의 판매과정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품목을 분류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에서와 같이 피고인등이 고춧가루와 생강가루가 수입제한승인품목인데 반해 그 둘을 섞은 혼합물은 이러한 수입규제가 미치지 아니함을 이용하여 고춧가루를 수입할 의사로서 위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적은 양의 생강가루(5%)를 혼합함으로써 고춧가루로서의 주된 특성이 유지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수입후에도 이를 전량 고춧가루로 판매하였다면 이는 위 주에서 다른 호의 물품을 혼합한 것이 아니라 고춧가루에 희석제등과 다를 바 없는 이물질인 생강가루를 섞은 것으로 보아 위 관세율표상 제0910호에 해당하는 혼합물이 아닌 제0904호에 해당하는 고춧가루로 분류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고춧가루에 해당하는 위 물품을 수입하면서도 수입신고서에 혼합물이라 기재하여 이를 반입한 피고인의 행위는 무면허수입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6조 제4항 제2호 , 구 관세법 제181조 제1호 를 적용하여 처단하였다.

2. 당원의 판단

구 관세법 제137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수출, 수입 또는 반송의 면허는 수출입신고가 있는 경우에 세관장이 수출입신고자에 대하여 보세구역에 반입한 물품에 대한 일반적 수출입금지를 해제하는 대물적 허가의 성질을 띤 처분으로서, 수출입신고서에 기재된 물품 또는 이와 동일성이 있는 물품에 대하여 그 효력이 미치므로 (당원 1983.12.13. 선고 83도2193 전원합의체판결; 1986.3.25. 선고 86도148 판결; 1988.9.27. 선고 88도249 판결 각 참조), 그 반입물품이 수출입신고서에 기재된 물품이거나 동일성이 있는 물품인 경우에는 구 관세법 제181조 에 규정된 무면허수출입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고 할 것이다.

한편 H.S.협약 부속서인 H.S.품목분류표 및 그에 기한 구 관세법 제7조 제1항 별표 관세율표 제9류 주1의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그 제9류의 다른 호에 해당하는 물품을 2종 이상 혼합하여 만든 혼합물은 당해 호에 해당하는 물품의 주요한 특성을 유지하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제0910호(세번 0910.91)의 혼합물로 분류되어야 하고, 다만 그 일방이 혼합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미량인 경우에는 이를 혼합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위 제9류의 다른 호에 해당하는 2종 이상의 물품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혼합되었을 때 제0910호의 혼합물로 분류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H.S.협약이나 구 관세법에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는 혼합된 각 물품의 혼합비율, 양, 성질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혼합물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석할 때 이 사건과 같이 위 관세율표 제9류에 속하는 수입제한승인품목을 수입하고자 하는 수입업자가 그 물품에 대한 수입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그 물품에 위 제9류에 속하는 다른 호의 물품을 혼합하여 만든 수입자동승인품목인 제0910호의 혼합물을 수입하는 등 위 제9류 주1의 나 규정을 악용할 우려가 없지는 아니하나,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할 수 없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제0910호의 혼합물의 개념에 대한 해석으로써 제0910호의 혼합물에 대하여 수입제한승인품목으로 고시하지 아니한 입법의 미비를 보완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는 입법의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공소외 3, 신용준에 대한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와 수입신고서 및 수사기록(15면)에 첨부되어 있는 HS 종합편람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등은 이 사건 수입신고 당시 상공부장관의 수출입 공고에 의하여 품목번호 제0904호에 분류되어 있는 고추와 제0910호에 분류되어 있는 생강은 모두 수입제한승인품목으로 고시되어 있으나, 품목번호 제0910호에 분류되어 있는 고추와 생강의 혼합물은 수입제한승인품목으로 고시되어 있지 아니하여 수입자동승인품목으로 되어 있음을 알고, 고추에 대한 수입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고춧가루 95%에 생강가루 5%를 혼합한 이 사건 수입물품을 보세장치장에 반입한 후, 이 사건 수입신고서의 품명란에 “혼합양념, 고추와 생강의 혼합물(MIXED SPICE, MIXTURE OF RED PEPPER & GINGER)”로, 세번부호(품목번호)란에 “0910.91-0000”으로 각 기재하고, 동래세관 양산출장소장에게 그 수입신고서를 제출하여 그 신고대로 수입면허를 받아 이를 통관하였는데, 피고인과 공범인 위 공소외 1이 농산물도매상인 공소외 신용준에게 이 사건 수입물품중 25톤을 매도함에 있어 이를 알선한 공소외 3은 수사기관에 대하여 당초에는 자신이 이를 매수하여 고추장 공장에 이를 납품하려고 하였으나, 고추장공장에서 이 사건 수입물품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그 매입을 거부하여 다른 농산물도매상인 위 신용준에게 그 매매를 알선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위 신용준도 수사기관에 대하여 이 사건 수입물품을 고춧가루로 판매하기는 하였으나 생강 냄새가 나서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하여 오히려 손해를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수입물품은 그에 혼합된 고춧가루와 생강가루의 혼합비율, 양, 성질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고춧가루(제0904호)와 생강가루(제0910호)의 혼합물로 봄이 상당하므로, 위 관세율표 제9류 주1의 나 규정에 의하여 품목번호 제0910호(세번 0910.91)의 혼합물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수입물품은 그 수입신고서에 기재된 물품이거나 동일성이 있는 물품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인 등의 위와 같은 수입행위는 무면허수입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관세법 제7조의2 에 규정되어 있는 사전회시 제도는 품목분류의 혼란으로 야기될 수 있는 수출입에 따른 통관절차상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수출입을 하고자 하는 자로 하여금 관세청장으로 부터 사전회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그 사전회시는 통관절차상의 품목분류에 있어서 세관장을 기속할 뿐 그 신청인에 대하여 직접 공법상의 권리를 취득하게 하거나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행정처분은 아니므로 (당원 1984.5.22. 선고 83누485 판결 참조), 피고인 등이 관세청장에게 이 사건 수입물품에 대하여 사전 회시 신청을 하여 관세청장으로부터 이 사건 수입물품이 위 관세율표상의 품목번호 제09라.20호의 고춧가루로 분류된다는 회시를 받았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수입물품이 고춧가루와 생강가루의 혼합물로서 품목번호 제0910호에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도 고춧가루로서의 특성을 상실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이를 제0904호의 고춧가루로 분류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 등의 위 수입행위가 무면허수입죄에 해당한다고 한 조치는 관세법상의 품목분류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이유모순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죄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고,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 부분은 이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으로 선고하여야 할 경우이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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