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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9. 5. 선고 94도3033 판결
[절도][공1995.10.15.(1002),3456]
판시사항

상사와의 의견 충돌 끝에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한 다음 평소 피고인이 전적으로 보관, 관리해 오던 이른바 비자금 관계 서류 및 금품이 든 가방을 들고 나온 경우, 절도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상사와의 의견 충돌 끝에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한 다음 평소 피고인이 전적으로 보관, 관리해 오던 이른바 비자금 관계 서류 및 금품이 든 가방을 들고 나온 경우, 불법령득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서류 및 금품이 타인의 점유하에 있던 물건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 사

변 호 인

변호사 김미화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기록에 의하면, 공소사실 기재의 이 사건 서류와 금품은 공소외 보험 회사 강남지점의 영업과장인 피고인이 정상적인 보험형태에서 벗어나 보험계약자에게 일정기간 후 은행금리 이상의 이자를 붙여서 지급하는 이른바 금융형 보험상품의 영업업무를 취급하면서 위 영업과 관련한 접대비, 수수료, 성과급 등을 지급한 내역을 기록한 장부와, 위와 같은 금원지출에 충당하기 위하여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현금 및 피고인이 예금주로 된 예금통장 등으로서, 위 장부는 위 회사의 정상적인 회계장부나 그 부속서류가 아니고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금품 또한 실질적으로는 위 회사의 소유이긴 하나 회계장부상으로는 이미 위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지출된 것으로 처리된 이른바 비자금에 해당하는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이진화가 위 지점의 지점장으로 새로 부임하기 이전부터 위 서류와 금품을 전적으로 관리하면서 수시로 집에 가져가 정리하기도 하였고, 특히 외부에서 감사가 나올 때에는 이를 숨기기 위해 피고인의 집에 보관하기도 하였으며, 이 사건 발생 무렵에는 업무인수인계 관계로 거의 매일 집으로 가져간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까지도 위 금융형 보험상품에 관한 인수인계를 마치지 못하고 있었는데, 위 피해자로부터 위 업무인수인계의 지연과 피고인의 노동조합활동과 관련하여 질책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사표를 써서 제출한 다음 위 서류와 금품이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위 회사를 나갔으나, 위 사표에는 제출일과 서명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은 위 사표제출 후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터잡아 보건대 피고인의 사직서 제출은 진정으로 위 회사를 사직할 의사에서 제출하였기보다는 위 이진화와의 의견 충돌 끝에 항의의 표시로 제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서류와 금품이 든 위 가방을 들고 나간 것은 여전히 위 회사를 위한 보관자의 지위에서 한 행위로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물건에 대한 범죄인 절도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할 것이고, 설령 피고인에게 이 사건 서류와 금품을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위 이진화나 위 회사를 곤란하게 할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며, 또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전적으로 이 사건 서류와 금품을 관리해 온 이상 위 서류와 금품이 피고인과 지점장인 위 이진화의 공동점유하에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서류와 금품이 든 위 가방을 들고 나감으로써 이를 절취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 할 것이고, 거기에 논하는 바와 같이 절도죄에 있어 타인의 점유 및 불법영득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는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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