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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5. 26. 선고 93다50130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5.7.1.(995),2241]
판시사항

매매계약의 해제권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한 사례

판결요지

토지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하자 매도인이 계약체결 후 3년 가까이 매수인의 중도금 및 잔금지급의무의 지체를 문제삼지 않은 채 사업계획허가서의 제출을 요구하면서 오로지 매매계약상 "허위진술, 부실한 증빙서류의 제시, 담합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토지를 매수하였을 때"의 해제사유만을 문제삼고 있다가 항소심의 제5차변론기일에 이르러 갑자기 계약상의 "중도금이나 잔금의 납부를 30일 이상 지연하였을 때" 사전통고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들어 중도금 및 잔금지급의 지체를 이유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매수인으로서는 대금을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이 대금을 수령하지 않으리라는 정당한 신뢰를 가지게 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매도인이 매수인의 그러한 신뢰를 저버리고, 예고 한번도 하지 아니한 채, 대뜸 중도금 및 잔금지급의무의 지체를 들어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선샤인관광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제도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한국수자원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종태

주문

각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이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원심판결의 별지 제1목록 기재 각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중 원심판결의 별지 제3목록 기재 토지는 농지이고, 원심변론종결일까지 위 토지에 대한 농지매매증명을 갖추고 있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토지가 충주댐 간접보상토지로 피고가 매수한 토지이고, 관광시설로 전용이 가능하므로 농지개혁법상 농지매매증명이 필요 없게 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충주댐 간접보상토지라는 사실만으로는 위 별지 제3목록 기재 토지가 경작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한편 관광시설로의 전용이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으므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1989. 3. 23. 피고로부터 국토이용관리법상 토지거래 신고지역인 이 사건 토지 168필지 면적 합계 234,308㎡를 필지별로 대금을 정하여 대금합계 금 182,250,300원(계약보증금 18,300,000원, 제 1, 2차 중도금 및 잔금은 각 54,650,000원)에 매수하고, 위 계약보증금은 계약당일, 제1차 중도금 및 그 때까지의 매매대금 잔액에 대한 연 11.5%의 비율에 의한 이자 금 19,674,036원은 1990. 3. 22. 제2차 중도금 및 위 이자 금 13,116,024원은 1991. 3. 22. 잔금 및 위 이자 금 6,561,612원은 1992. 3. 22. 각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위 계약당일 피고에게 위 계약보증금 18,300,000원을 지급한 사실, 피고는 충주다목적댐 건설 당시 취득한 충주시, 충북 중원군, 제원군, 단양군 내의 간접보상토지 2,220필지1,934,048㎡를 처분하기로 하고, 1989. 1. 21. 국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 및 이들기관으로부터 공공목적 또는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으로 인정받아 선정된 사업시행자를 제1순위 매수자격자로 공고하였는데, 원고가 학생들의 현장교육시설 및 야외수련장 등 청소년수련원을 건설한다는 목적으로 제천시 및 단양군 교육장의 선정 또는 추천을 받아 그 중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매수신청을 하자 피고는 원고가 제1순위 매수자격자라고 인정하고 위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위 매매계약 제12조 제1항 제1호는 "원고가 허위진술, 부실한 증빙서류의 제시, 담합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토지를 매수하였을 때"는 피고가 최고(사전통고)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실, 매매계약이 체결된 직후에 단양군 교육장은 1989. 3. 25.경, 제천시 교육장은 1989. 4. 6.경 각 원고를 위 사업시행자로 선정 또는 추천한 의사표시를 취소 또는 철회하였고, 한편 피고는 1989. 6. 30.경부터 원고가 제시한 위 사업시행이 계약의 존속요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수차에 걸쳐 관계당국의 허가를 얻은 사업계획허가서의 제출을 요구하였으나 원고가 사업계획허가를 받기 위하여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원고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거나 적어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사용승락이 있어야 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관계당국의 허가를 얻기 위하여는 이 사건 토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 후 약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이유로 위 사업계약서를 제출하지 못하자, 피고는 1990. 3. 2.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사용을 승낙하면서 같은 달 20.까지 사업계획허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원고가 위 날짜까지 이를 제출하지 못하자 1990. 4. 9. 위 매매계약 제12조 제1항 제1호를 근거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통보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에 원고의 의사와 상관없이 위 교육장들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선정 또는 추천이 철회되었다 하여 원고가 "허위진술, 부실한 증빙서류의 제시, 담합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토지를 매수하였을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또한 원고가 시행하려한 청소년수련원의 건설을 조건으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계약 후 일정기간 내에 사업허가서를 제출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었다거나 이를 해제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정지조건부 매매계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요컨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을 다투는 것이거나 원심이 인정한 것과는 다른 사실을 전제로 원심판결을 흠잡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또한 이 사건 소송계속 중이던 1993. 3. 16. 원고가 위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을 지체하자 원고가 중도금이나 잔금의 납부를 30일 이상 지연하였을 때에는 피고가 최고(사전통고)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위 매매계약 제12조 제1항 제3호를 근거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위 매매계약체결 후에 이 사건 토지의 현경작자들에 의하여 민원이 야기되자 원고에게 계약상 근거도 없는 사업계획허가서의 제출을 요구하면서 이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1990. 4. 9.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를 통보한 점, 원고가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자 계약의 해제와 함께 당국과의 협의 불성립 등의 이유로 계약의 이행을 거절하여 오다가 아무런 최고도 없이 갑자기 대금지급의무의 지체를 이유로 해제한 점, 원고의 대금지급의무가 선이행의무이기는 하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과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과는 대가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한 점, 원고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하는 데에 법률상 난점이 있어서 피고(원심판결의 원고는 피고의 오기로 보인다)가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었음을 강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원고에게 2억 원을 초과하는 거액인 대금 전액을 미리 지급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잘못 해석하여 중도금 및 잔금지급의무를 지체한데 대하여 지연손해금을 부과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가 위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단 한번의 최고도 없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위 해제주장을 배척하였다.

살피건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자, 피고가 원심 제5차 변론기일인 1993. 3. 16.에 이르기까지 3년 가까이 원고의 중도금 및 잔금의무의 지체를 문제삼지 않은 채 사업계획허가서의 제출을 요구하면서 오로지 위 매매계약 제12조 제1항 제1호의 해제사유만을 문제삼고 있다가 갑자기 위 1993. 3. 16.에 중도금 및 잔금의 지체를 이유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피고의 위와 같은 태도로 보아 원고로서는 그가 대금을 지급하더라도 피고가 대금을 수령하지 않으리라는 정당한 신뢰를 가지게 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그러한 신뢰를 저버리고, 예고 한번도 하지 아니한 채, 대뜸 위 사유를 들어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로 판시한 원심판결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계약해제권의 행사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피고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한 판단

산림법 제111조 제1항(법률 제4206호)은 산림을 경영하고자 하거나 산림경영외의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임야를 매수하고자 하는 자는 임야매매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조항은 1990. 1. 13. 신설된 조항으로서 부칙 제1조에 따라 공포 후 6월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은 1989. 3. 23.자로 체결되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거기에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석명권불행사 또는 임야매매증 성질에 관한 해석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5. 그러므로 각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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