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재개발조합이 조합원총회의 결의 없이 한 보류건축시설의 처분의 효력
나. 쌍무계약의 무효로 서로 취득한 것을 반환하여야 할 경우에도 민법 제536조를 준용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도시재개발법 제23조 제3항 제8호, 제43조에 의하면 재개발조합이 보류건축시설 등을 처분할 때에는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재개발조합이 조합원총회의 결의 없이 한 보류건축시설의 처분은 그 효력이 없다.
참조조문
가. 도시재개발법 제23조 제3항 제8호 , 제43조 나. 민법 제2조 , 제536조
원고, 피상고인
흑석제1구역제1지구주택개량재개발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세중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조언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3, 피고 4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1, 피고 2의 상고를 각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위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피고 3, 피고 4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이유에서, 서울 관악구 (주소 생략) 일대 토지 229필지에 주택개량재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원고 조합이 시공회사인 소외 현대산업개발 주식회사로 하여금 건축하게 한 660세대분의 아파트 중 원심판결 별지목록 기재 제3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 등 13세대분의 아파트는 도시재개발법 제43조 등의 규정에 의하여 보류건축시설로 지정된 것인데, 원고 조합의 이사들인 소외 1, 소외 2가 이 사건 아파트 등 보류건축시설을 적법하게 일반분양하는 것처럼 하여 임의로 처분하기로 공모한 후 그 판시와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소외 3(기록에 의하면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과 원고 조합 사이의 아파트분양계약서를 작성하여 줌으로써 위 소외 3은 일반분양대금 상당을 원고 조합 구좌에 입금시킨 것이라고 인정하여 위 소외 1, 소외 2는 이 사건 아파트 등에 관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위 소외 1은 상근총무이사로서 아파트분양 등 원고 조합의 업무전반을 총괄하던 자이고, 위 소외 2는 상근이사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감독업무 등 조합업무 전반을 총괄하던 자라는 것이며, 한편 기록에 의하면, 원고 조합의 조합장은 비상근이어서 위 소외 1 등에게 그 도장을 맡겨 실질적으로 위 소외 1 등으로 하여금 사무를 처리하게 하여 왔음을 알 수 있는 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위 소외 1 등은 원고 조합을 위하여 분양계약 등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므로, 원심이 위 소외 1 등이 전혀 분양계약을 체결할 지위에 있지 아니하면서도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위 소외 3과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판시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아파트의 처분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결의가 없었기 때문에 위 분양계약의 효력이 인정될 수 없는 이상 위와 같은 원심의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여 원심판결에 이유불비, 이유모순,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는 소론 논지는 결국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나) 제2, 3점에 대하여
도시재개발법 제23조 제3항 제8호, 제43조에 의하면 재개발조합이 보류건축시설 등을 처분할 때에는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원고 조합의 정관이나 서울특별시의 주택개량재개발사업업무지침에도 이와 같은 내용의 규정이 있다), 재개발조합이 조합원총회의 결의 없이 한 보류건축시설의 처분은 그 효력이 없다 할 것인 바, 위 소외 1 등이 보류건축시설인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위 소외 3과 분양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원고 조합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은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하고 있는 바와 같으므로, 위 분양계약은 무효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경우 설사 소론과 같이 표현대리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위 현대산업개발 주식회사의 ○○○○부 과장으로 근무하던 위 소외 3이 위 재개발아파트에 대한 일반분양이 이미 끝난 후 그 현장에서 근무하던 위 회사 이사의 소개로 위 소외 1 등에게 청탁하여 일반분양의 형식으로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소외 3이 위와 같은 법령상의 제한이 있음을 알지 못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위 소외 3으로서는 어차피 원고에 대하여 위 분양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같은 취지로 보이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위 도시재개발법 등의 규정이나 법령에 의한 대표권의 제한에 위반한 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다) 제4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유권에 기한 원고의 명도청구에 대하여, 위 피고들이 위 소외 3의 승낙을 얻어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은 원고 조합의 이사이던 위 소외 1 등이 직무와 관련하여 불법행위를 한 것이므로 원고 조합은 위 소외 3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시가 상당을 배상할 의무가 있고 이는 위 소외 3 또는 위 피고들의 이 사건 아파트 명도의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항변함에 대하여, 위 소외 1 등의 행위에 대한 원고 조합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하여도 그 채무가 이 사건 아파트 명도의무와 견련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 보면, 위 피고들이 시가 상당 손해배상의무와의 동시이행을 주장한 것은 원고가 위 소외 1 등이 전혀 분양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총회의 결의가 없었다는 점에 있어서도 위 분양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그와 같이 주장하였던 것으로서, 분양 당시 이 사건 아파트의 시가는 위 소외 3이 납입한 분양대금을 상회하였음을 알 수 있는 바, 이러한 점들로 보면 위 피고들의 위 주장에는 만일 조합원총회의 결의가 없다는 이유로 위 분양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면 그 분양대금 반환의무와의 동시이행을 주장한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한편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규정한 민법 제536조의 취지는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합당하기 때문이며, 동조가 민법 제549조에 의하여 계약해제의 경우 각 당사자의 원상회복의무에 준용되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 쌍무계약이 무효로 되어 각 당사자가 서로 취득한 것을 반환하여야 하는 경우에도 동시이행관계가 있다고 보아 민법 제536조를 준용함이 옳다 할 것인바(당원 1993.9.10. 선고 93다16222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위 분양계약이 무효라고 한다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원고의 분양대금 반환의무와 위 소외 3의 명도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위 소외 3으로서는 원고에 대하여 동시이행 항변권을 행사하여 위 분양대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할 권리를 갖게 되고, 따라서 위 피고들도 그 주장과 같이 위 소외 3의 승낙을 얻어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라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소외 3의 동시이행 항변권을 원용하여 위 소외 3이 위 분양대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사용할 권리를 갖게 된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피고들의 주장 취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나머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를 배척한 것은 동시이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2. 피고 1, 피고 2의 상고를 본다.
위 피고들은 상고이유서를 제출하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상고장에도 아무런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으므로 위 피고들의 상고는 기각을 면하지 못한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3, 피고 4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 1, 피고 2의 상고는 이를 각 기각하며, 이 부분 상고비용은 위 피고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