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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9. 23. 선고 93도919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공1994.11.1.(979),2902]
판시사항

가. 피해자가 종중인 경우 횡령죄 성립의 전제요건

나. 종중이 횡령죄의 피해자로 특정되기 위하여는 그 공동선조를 반드시 확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횡령죄는 위탁이라는 신임관계에 반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또는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임야를 횡령하였다고 인정하려면 피고인과의 위탁관계가 있는 종중이 실재하여야 하고, 그 종중과의 사이에 위탁이라는 신임관계가 있어야 한다.

나. 피해자인 종중의 실체가 확인될 수 있는 이상, 피고인이 종중으로부터 임야를 명의신탁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면 피해자는 그 종중으로 특정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종중의 공동선조를 반드시 확정하여야만 횡령죄의 피해자가 특정된다고 할 수는 없으며, 검사가 석명한 종중의 공동선조가 사실과 다르다면 법원으로서는 심리한 결과 공동선조를 바로잡을 수도 있다.

피 고 인

피고인 1 외 5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공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초계주씨정랑공파 제1종중으로부터 충남 천원군 목천면 신계리 산 64 임야 44,050㎡를 명의신탁받아 공동 소유명의자로서 이를 관리·보관하던 중 1988.12.26. 16:00경 이를 타인에게 매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요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종중은 공동선조를 정하는 방법에 따라 다층적으로 성립할 수 있어피해자인 종중을 특정하기 위하여는 그 종중의 공동선조가 특정되어야 하고, 횡령죄는 피해자와 피고인들 사이에 위탁이라는 신임관계가 있어야 하므로, 피고인들을 횡령죄로 처단하기 위하여는 피해자인 위 종중의 공동선조를 확정하여 그 종중을 특정하고 이 사건 임야가 그 종중의 소유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며, 나아가 명의신탁 당시에 그 종중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조직을 갖추어 명의신탁이라는 위탁관계를 설정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후, 검사는 공소장에서 피해자를 초계주씨정랑공파 제1분파종중이라고 기재하고 공판과정에서 위 종중의 공동선조는 주택후라고 석명하고 있으나, 그 거시의 증거에 의하여도 위 종중의 공동선조는 초계주씨 16세(17세의 오기로 보인다)인 설이라거나 21세인 기방 또는 23세인 택후라고 하는 등 내용이 엇갈리고 있어 공동선조를 확정하는 방법으로 위 종중을 특정할 수도 없고, 그 종중이 명의신탁 당시 활동에 필요한 조직을 갖추고 피고인들과 위탁관계를 설정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며, 그리고 이 사건 임야가 위 종중의 소유라고 볼 증거가 없음은 물론 검사가 석명한 주택후를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의 소유라고 보기는 더욱 어려우므로, 결국 이 사건 임야의 소유관계가 불명확하고 위탁신임관계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2. 횡령죄는 위탁이라는 신임관계에 반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또는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를 횡령하였다고 인정하려면 피고인들과의 위탁관계가 있는 종중이 실재하여야 하고, 그 종중과의 사이에 위탁이라는 신임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임 은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다( 당원 1983.4.12. 선고 83도195 판결 참조).

그러나, 종중은 원래 공동선조의 분묘수호, 제사봉행, 종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하고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의 남자를 종원으로 하여 구성되는 종족의 자연발생적 집단이므로 그 성립을 위하여 특별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바, 원심이 명백히 배척하지 아니한 주창종, 주관종의 각 진술과 초계주씨세보의 기재 기타 기록상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일제시대 이전부터 충남 천원군 목천면 일대에 연고를 둔 초계주씨 일족들이 이 사건 임야와 같은 리 산43의 1, 산45의 1, 산53의 1, 같은 면 지산리 산26 각 임야상에 선조들의 묘 수십 기를 수호하고 매년 10.16.경이면 함께 모여 시제를 지내면서 종중재산의 관리 등 대소사를 논의해 왔는데, 시제를 올리는 가장 윗대선조는 17세(정랑공파 2세) 설이고 그 아래로 21세 기방, 23세 택후 등이 있으며, 현재 그 종원은 40여명에 이르고 이를 초계주씨정랑공파 제1분파종중으로 부르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에 의하면 위 종중은 이미 고유의 의미의 종중으로 성립하여 실재해 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종중의 실체와 활동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종중은 위탁행위가 있었다는 당시에도 시제시에 종원들의 결의 등을 통하여 종중 소유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등 업무집행을 위한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피해자인 종중의 실체가 확인될 수 있는 이상, 피고인들이 종중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명의신탁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위 종중으로 특정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위 종중의 공동선조를 반드시 확정하여야만 횡령죄의 피해자가 특정된다고 할 수는 없으며, 검사가 위 종중의 공동선조는 주택후라고 석명하였다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심리한 결과 공동선조를 바로잡을 수도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횡령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고 위탁관계를 확정할 수도없다고 판단한 것은 횡령죄의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3. 이 사건 토지의 소유관계에 관하여, 원심이 명백히 배척하지 아니한 주창종, 주관종의 각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임야는 오래전부터 선조들의 묘를 설치 관리해온 위 종중의 소유로서, 임야조사 당시 종손인 공소외 1의 명의로 사정을 받아 1929.3.26.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는데, 공소외 1이 공소외 황상목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고 근저당권을 설정하자 종원들 중 형편이 나았던 공소외 2가 이를 대신 변제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였고, 이에 위 종중은 그 대신 종중 소유이던 위 지산리 산26 임야를 그에게 이전하여 주는 한편 1929.5.17. 공소외 1이 다시는 이 사건 임야를 처분하지 못하도록 그중 6분의 5 지분을 공소외 2, 3, 4, 5, 6의 명의로 이전함으로써 공소외 1과 더불어 6인의 공유로 등기하여 놓았고, 그 후 임야소유권이전등기등에관한특별조치법이 시행되자 1971.11.19. 이미 사망한 소유명의자들을 그 아들들 명의로 교체하여 등기함에 있어 반드시 그들의 장남으로 하지 않고 임야 가까이에 거주하는 차남들을 포함시키는 한편 공소외 6의 아들은 외지에 나가있어 명의자에서 제외하기로 하여 원심 공동피고인(사망) , 피고인 2, 3, 4, 공소외 7의 5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고, 1973.4.9. 공소외 8이 문서를 위조하여 원심 공동피고인, 피고인 2 명의의 지분을 자신의 아들인 피고인 5에게로 이전하였다가 다툼이 생기자 1980.2.7. 종전 명의자 5인 및 피고인 5의 6인 균등지분으로 정리하였고, 1986.4.11. 공소외 7의 사망으로 그의 지분은 아들인 피고인 1에게 상속등기가 이루어졌으며, 위 1971.11.19. 등기시에 명의자에서 누락된 공소외 6의 아들인 피고인 6이 명의자들을 상대로 지분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하자 대부분의 명의자들이 청구를 인낙하여 1987.12.29. 최종적으로 피고인들( 원심 공동피고인 포함) 전원의 공동소유명의로 등기가 이루어진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임야는 위 종중으로부터 피고인들에게 명의신탁되었다는 것이고, 위 신계리의 이장을 지낸 김흥수, 이태성과 이 사건 임야를 관리한 황건성도 모두 이 사건 임야는 초계주씨종중의 소유라고 진술하고 있으며, 이 사건 임야와 같은 리 산43의 1, 산45의 1, 산53의 1, 위 지산리 산26 각 임야의 등기부등본(공판기록 1377면 이하), 저당권등기 관계서류(수사기록 59면 이하), 1987.1. 작성된 일부 피고인들 명의의 위임장(수사기록 206면 이하)의 각 기재도 이에 부합하는바, 위 증거들과 이 사건 임야의 관리현황, 그 등기가 경료되어 온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야가 위 종중의 소유로서 피고인들에게 명의신탁된 것이라고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이 위 종중에 있었는지의 여부를 좀더 심리하여 확정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이 사건 임야가 종중의 소유로 설정된 경위에 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만을 들어 이를 배척하고 말았음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4. 결국 원심판결은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인하고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으므로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이 점을 탓하는 상고논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용득(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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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3.2.26.선고 91노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