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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6. 28. 선고 94다2787 판결
[손해배상(기)][공1994.8.1.(973),2092]
판시사항

가. 도시가스 계량기의 점유자가 가스공급업자인지 가스사용자인지 여부

나. 피해자측의 과실로 볼 수 있는 경우

판결요지

가. 계량기에 대하여 가스사용자의 점유를 전혀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 가스공급업자도 또한 가스사용자와 함께 계량기에 대하여 직접 지배하면서 이를 점유관리하고 있었다 할 것이고, 오히려 계량기의 보수, 관리에 관련하는 한에 있어서는 가스사용자보다도 가스공급업자가 보다 직접적, 구체적인 지배를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 가스공급업자는 민법 제758조 제1항 소정의 점유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민법 제763조, 제396조 소정의 피해자의 과실에는, 피해자 본인의 과실만이 아니라, 사회공평의 이념상 피해자와 신분상 내지는 생활상 일체로 볼 수 있는 관계에 있는 자의 과실도 이른바 피해자측의 과실로 포함된다.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1 외 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도영

피고, 피상고인겸 상고인

주식회사 동부해양도시가스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희원

피고보조참가인

금호전기주식회사

주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부분 중 재물손괴 손해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와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기각된 부분의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한 판단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공작물을 직접적, 구체적으로 지배하면서 사실상 점유관리하는 점유자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고, 위 점유자는 그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입증하지 않는 한 그 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당원 1993.3.26. 선고 92다10081 판결 참조).

한편 도시가스공급사업은 항상 사람의 생명, 재산 등을 침해하는 사고발생의 위험성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도시가스사업법(이하 법이라 한다)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 한하여 독점적으로 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허가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제3조 내지 제10조), 나아가 허가를 받은 가스사업자는 시·도지사의 승인을 얻은 공급규정에 따라 가스를 공급하여야 하며(제20조 제1항, 제21조), 위 공급규정에는 반드시 가스사용시설에 관한 가스사업자와 가스사용자간의 안전책임에 관한 사항과 가스공급시설 및 가스사용시설에 대한 비용의 부담액이 적정·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제20조 제2항, 시행규칙 제21조 제3항에 따른 [별표 8] 제12호) / 가스사업자에게 가스사용시설에 대한 위해방지조치(제28조), 안전관리자 채용(제29조), 안전교육(제30조), 보험가입(제43조) 등 가스보안을 위한 여러 가지 행정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일반가스공급업자인 피고 회사는 1988.1.21. 원고 1과 사이에 순천시 (주소 생략) 소재 황금백화점 2층 중 약 15평에서 같은 원고의 처인 망 소외 1이 경영하는 ‘영스넥’에 전라남도지사에 의해 승인된 피고 회사의 공급규정에 따라 도시가스를 공급하여 주기로 하는 도시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 가스계량기를 포함하여 가스사용자가 직접 사용하는 가스사용시설의 신설, 수리 및 개조 등의 공사는 피고 회사가 시공하고(공급규정 제5조 제6호, 제14조 제2호), 내관(옥내, 외내관) 및 가스계량기에 대하여는 가스사용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여 그의 소유로 하되, 그 관리는 피고 회사가 하며(공급규정 제16조 제1호, 제2호, 제3호), 한편 가스사용자인 원고측도 가스누설을 감지할 때에는 즉시 입구의 콕크, 기타 콕크 및 가스전을 폐쇄하고 피고 회사에 통지하고 / 가스사용시설 일체에 대하여 관리자의 입장에서 위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사전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하는(공급규정 제38조)등의 약정을 한 후, 그 시경 위 공급규정에 따라 위 원고로부터 공사비를 받아 내관 및 피고보조참가인 회사로부터 공급받은 이 사건 계량기 등의 가스사용시설을 설치한 다음, 위 음식점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면서 위 가스계량기를 보수, 관리하여 왔고 / 가스사용자인 원고측은 위 가스계량기가 위 음식점 실내에 설치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그 용도가 가스사용량을 측정하는 것으로서 이를 만질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미경험자로서 취급하기 어려운 가스의 위험성 때문에 이를 임의로 옮기는 것은 물론, 고장 등으로 점검을 요하는 경우에도 스스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 회사에 연락하여 그 직원이나 그 가스관리대행업소의 직원이 보수하여 왔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계량기에 대하여 가스사용자인 원고측의 점유를 전혀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도 또한 원고측과 함께 위 계량기에 대하여 직접 지배하면서 이를 점유관리하고 있었다 할 것이고, 오히려 위 계량기의 보수, 관리에 관련하는 한에 있어서는 원고측 보다도 피고 회사가 보다 직접적, 구체적인 지배를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는 민법 제758조 제1항 소정의 점유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의 판단은 그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결국 피고가 이 사건 계량기의 점유자로 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므로,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한 판단

가스계량기는 위험한 물건인 도시가스가 항시 누출될 위험이 있는 가스사용시설로서 반드시 법령의 기준에 맞도록 직사광선 또는 빗물을 받을 우려가 없는 곳으로서 옥외에 설치하되, 다만 옥외설치가 현저히 곤란하여 옥내에 설치하는 경우에는 수시로 환기가 가능한 곳을 선정하여 이를 설치, 보존하여야 하는바{1993.3.6. 법률 제45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법 제12조 제5항, 법시행규칙 제12조 제2항에 따른 1992.4.15. 동력자원부령 제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별표 4] 제2호 (8)목},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이 사건 계량기를 옥외가 아닌 옥내에 설치하면서도, 수시로 환기가 되지 아니하는 위 음식점의 실내에 설치한 후 이를 관리하여 왔다는 것이므로, 그 손해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의 면책항변에 관한 판단을 유탈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나, 동 피고의 항변이 배척될 경우임이 명백한 이상 이러한 원심의 잘못은 판결결과에 영향이 없어 원심판결의 파기이유는 되지 아니한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 제3점 및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민법 제763조, 제396조 소정의 피해자의 과실에는, 피해자 본인의 과실만이 아니라, 사회공평의 이념상 피해자와 신분상 내지는 생활상 일체로 볼 수 있는 관계에 있는 자의 과실도 이른바 피해자측의 과실로서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당원 1991.11.12. 선고 91다30156 판결 참조), 손해배상사건에 있어서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당원 1992.5.22. 선고 91다37690 판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 2는 피고의 주장과 같이 위 망인의 피용자도 아니고 미성년자도 아니기는 하나, 위 망인과 동거하는 아들일 뿐만 아니라, 위 망인이 경영하는 위 음식점의 일을 도와 주기도 하여 왔는데, 위 사고 당일에도 위 음식점의 일을 도와 주기 위하여 위 망인을 자신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위 음식점까지 동행하여 갔다가 불을 밝히려고 1회용 라이터를 켜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위 망인이 사망하였다는 것이므로, 위 원고의 위와 같은 과실은 위 망인과의 위와 같은 신분관계 내지는 생활관계로 보아 피해자측의 과실로서 위 망인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도 참작하여야 할 것이고, 또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피해자측의 과실비율을 50%로 평가한 것이 현저히 낮거나 높거나 하여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4) 피고의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한 판단

불법행위로 인하여 물건이 훼손되었을 때의 통상의 손해액은 수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그 수리비가 되고,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훼손 당시의 교환가치(시가)가 된다고 할 것이다(당원 1994.1.28. 선고 93다4949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위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주방시설 및 가전제품이 훼손되어 그 수리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그 훼손 당시의 교환가치(시가)가 통상의 손해액이라고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 사건 주방시설 및 가전제품에 대한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훼손 당시의 교환가치가 아닌 수리비 또는 구입 당시의 교환가치 상당을 그 기준으로 한 것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5) 이에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부분 중 재물손괴 손해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와 원고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고 상고기각된 부분의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만운(재판장) 김주한 김석수(주심) 정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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