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다33975 판결
[물품대금][공1994.5.1.(967),1177]
판시사항

유가증권과 같은 외관을 갖춘 백지 상태의 제품출고요청서를 교부한 석유회사에게 불법행위의 방조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석유회사가 유류인도청구권이 표창된 유가증권과 같은 외관을 갖춘 제품출고요청서를 백지 상태로 교부한 경우 그 제품출고요청서를 이용하여 금원을 편취한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인정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용호석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덕선

피고, 상고인

우전석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헌발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소외 우전석유 주식회사(이하 우전석유라고 함)가 피고와 실질적 유류판매계약을 체결하지도 아니한 상태에서 피고로부터 유류의 종류 및 수량을 기재하지 아니한 백지상태의 제품출고요청서를 다량으로 교부받고 있음을 기화로 원고에게 위와 같은 제품출고요청서에 유류의 종류 및 수량을 임의로 기재하여 교부하는 방법으로 유류판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금을 교부받은 행위는, 원고에게 그 기재 상당의 유류를 인도하여 줄 수 없는 상태인데도 인도하여 줄 수 있는 듯이 기망하여 그 대금상당액을 편취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며, 피고는 유류인도청구권이 표창된 유가증권과 같은 외관을 갖춘 다량의 제품출고요청서를 유류판매계약이 체결되지도 아니한 상태에서 백지상태로 우전석유에 교부함으로써 우전석유뿐만 아니라 제3자도 위 제품출고요청서를 소지하면 유류를 인도받을 수 있다는 듯한 외관을 만들어 내어 우전석유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방조하였다 고 할 것이고, 설사 위 제품출고요청서가 거래의 신속과 편의를 위하여 고안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다량의 제품출고요청서를 백지상태로 우전석유에 교부함으로써 우전석유가 피고와 실질적인 유류판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여 제3자에게 유류를 인도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그 제품출고요청서에 유류의 종류와 수량을 임의로 기재하여 교부하고 대금을 지급받는 방법으로 대금상당액을 편취할 수 있으므로, 피고에게는 우전석유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예방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에는 위법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없다.

제2점에 대하여

우전석유가 원고에게 피고와의 실질적 유류판매계약을 체결함이 없이 이 사건 제품출고요청서를 교부하는 방법으로 유류를 판매하고 대금을 지급받는 행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인 한, 원고가 우전석유에 대하여 유류판매계약에 기한 유류인도청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그 유류를 인도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 원고는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우전석유에 지급한 대금상당액의 손해를 입고 있다고 할 것이다. 논지도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김상원 박만호 박준서(주심)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