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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4. 24. 선고 91다25444 판결
[환어음금][공1992.6.15.(922),1672]
판시사항

가. 독일 어음법 제17조(우리 어음법 제17조 와 동일) 소정의 악의의 항변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나. 법원이 문서제출명령신청에 대해 아무런 판단 없이 판결을 선고한 경우 판단유탈로 볼 것인지 여부(소극)

다. 문서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일방 당사자의 이익을 위하여 작성되거나 당사자들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문서가 아니고, 위 문서에 의한 입증사항이 당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원심이 문서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데 잘못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독일의 갑회사가 우리 나라의 을에게 공사자재 및 용역 등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 대금의 85%에 해당하는 금원과 이자 등에 대하여 갑회사가 수취인 위 회사, 지급인 을, 지급지 독일 함부르크로 된 환어음을 발행하고, 위 환어음을 을이 인수하면 갑회사는 독일의 수출신용회사 병으로부터 위 환어음을 담보로 수출자금을 융자받는 이른바 헤르메스금융대출(Hermes Loan)을 받아 우선 물품을 공급한 후 을이 위 환어음의 소지인에게 위 어음금을 지급함으로써 물품대금을 결제하도록 약정하고 그에 따라 을이 위 환어음을 인수하고, 갑회사의 주거래은행인 독일의 정은행이 위 환어음을 소지하게 된 경우에 있어, 정은행으로서는 갑회사와 을 사이에 위 환어음을 이른바 헤르메스금융의 담보로만 사용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었음은 알았다고 보여지나 위 헤르메스금융의 대주가 병으로 한정된다거나 또는 위 환어음의 결제금액을 위 헤르메스금융의 변제에 우선 충당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하며, 오히려 위 헤르메스금융이란 위 헤르메스신용보험회사가 제공하는 보험에 부보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갑회사의 을에 대한 수출대금채권을 담보로 하는 융자 일반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였으리라고 여겨지므로 정은행이 독일 어음법 제17조(우리 어음법 제17조 와 동일) 소정의 어음 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면서 어음을 취득한 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나. 법원이 문서제출명령신청에 대하여 별다른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한 경우 이는 법원이 문서제출명령신청을 묵시적으로 기각한 취지라고 할 것이니 이를 가리켜 판단유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 문서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일방 당사자의 이익을 위하여 작성된 문서라거나 당사자들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문서가 아니므로 상대방에게 그 제출의무가 있다고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문서에 의하여 입증하고자 하는 사항이 상대방과 제3자 사이의 실질관계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당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원심이 위 문서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데 잘못이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바이어리쉐 하이포테켄 운트 베흐셀은행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진억 외 3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동양고속 소송대리인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전석진 외 1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독일연방공화국(이하 독일이라고만 한다) 뮌헨시에 소재한 카하카 안라겐 테크닉 유한회사(이하 카하카회사라고만 한다)가 수취인 위 회사, 지급인 소외 우창건설주식회사(피고가 흡수합병하여 소송을 수계하였다. 이하 우창이라고만 한다), 지급지 독일 함부르크로 된 환어음을 발행하여 소외 우창이 이를 모두 인수하였고, 원고가 위 환어음 중 5매의 적법한 소지인으로서 각 적법하게 지급제시를 하였으나 지급이 거절된 사실을 인정하고, 원고가 인수인인 위 우창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에게 위 환어음금을 청구하는 이 사건에 있어, 그 준거법은 섭외사법 제37조 제1항에 의하여 그 지급지의 법률인 독일의 어음법이라고 판단하고, 나아가 위 우창이 환어음을 인수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위 카하카회사는 위 우창에게 공사자재 및 용역 등을 독일화 금 17,300,000 마르크(DM)에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위 대금의 85퍼센트에 해당하는 금 14,705,000 마르크 및 그에 대한 연 15퍼센트의 비율에 의한 6월분의 이자 상당액의 금융비용에 상당하는 카하카회사 발행의 환어음을 우창이 지급인으로부터 인수하면 카하카회사는 독일의 소외 아카아 아우스푸르크레디트게젤샤프트 엠베하(수출신용유한회사, 이하 수출신용회사라고만 한다)로부터 위 환어음을 담보로 수출자금을 융자받는 이른바 헤르메스금융을 대출받아 우선 물품을 공급한 후 위 우창이 위 환어음의 소지인에게 위 환어음금을 지급함으로써 물품대금을 결제하도록 약정하였고 그에 따라 우창이 위 환어음을 인수하게 된 사실을 확정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의 항변, 즉 원고는 위 카하카회사의 주거래은행으로서 위와 같이 이 사건 환어음이 위 헤르메스금융의 담보로서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다른 채권의 담보로 이 사건 환어음을 취득하였으므로 독일 어음법 제17조(우리 어음법 제17조 와 동일한 내용이다) 소정의 위 우창을 해할 것을 알면서 어음을 취득한 자이고, 또 위 우창이 결제한 위 환어음금은 위 카하카회사의 위 헤르메스금융을 우선적으로 변제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우창이 결제한 환어음금 중 일부를 원고가 위 헤르메스금융 외의 카하카회사에 대한 다른 채권의 변제에 충당하였으므로 그 범위 내에서는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환어음의 결제금액으로는 헤르메스금융을 우선적으로 변제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할뿐만 아니라 원고가 헤르메스금융의 담보 아닌 다른 금융의 담보로서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하는 것이 반드시 우창을 해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위 카하카회사의 주거래은행으로서, 위 카하카회사와 우창 사이에 이 사건 환어음을 이른바 헤르메스금융의 담보로만 사용하기로하는 특약이 있었음은 알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위 헤르메스금융의 대주가 위 수출신용회사로 한정된다거나 또는 이 사건 환어음의 결제금액을 위 헤르메스금융의 변제에 우선 충당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었다는 사실을 원고가 알았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한다.

즉 위 우창과 카하카회사 사이에서는 위 헤르메스금융의 대주는 위 수출신용회사에 한정하는 것으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하여도(원고도 이 사실을 자인하고 있다) 위 양자 사이의 계약서(을 제1호증의 2, 3)에는 그와 같은 취지의 명시적인 기재가 없을뿐만 아니라, 원고와 위 카하카회사 사이의 담보계약서(을 제16호증)의 기재에 이 사건 변론의 전취지를 보태어 보면, 원래 헤르메스금융(Hermes Loan)이라는 용어가 독일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고 다만 헤르메스란 독일정부를 대리하여 독일에서 다른 나라로 수출을 하는 자와의 사이에, 위 수출업자가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독일정부가 그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업무로 하는 독일의 신용보험회사 이름으로서, 이 사건에서도 위 헤르메스신용보험회사는 위 카하카회사와 위 우창에 대한 수출대금 중 14,705,000 마르크에 관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카하카회사는 위 보험금 청구권 및 위 우창이 인수한 환어음을 담보로 하여 위 수출신용회사로부터 금 9,555,000 마르크를, 원고로부터는 금 4,250,200 마르크를 융자받았으며 그에 따라 위 보증서에 의하여 독일정부에 대하여 보험금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원고 및 수출신용회사의 카하카회사에 대한 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원고에게 양도되었고 위헤르메스보험회사도 이 양도에 동의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입장에서는 위 카하카회사와 우창 사이의 계약에서 언급하고 있는 헤르메스금융의 대주가 위 수출신용회사로 한정된다거나 위 환어음의 결제금액으로는 위 카하카회사의 위 수출신용회사에 대한 채무를 우선적으로 변제하기로 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하였으리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위 헤르메스금융이란 위 헤르메스신용보험회사가 제공하는 보험에 부보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위 카하카회사의 우창에 대한 수출대금채권을 담보로 하는 융자 일반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였으리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한 조치는 결과에 있어서 정당하고, 원고가 독일 어음법 제17조 소정의 피고를 해할 것을 알면서 이 사건 환어음을 취득한 자라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그 실질관계에 들어가 위 카하카회사의 위 수출신용회사에 대한 미변제채무가 얼마인지를 따져 볼 필요도 없다고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가 1988.6.1.의 원심 제6차 변론기일에서 원고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였다가 그 후 2차례에 걸쳐 그 내용을 변경하여 최종적으로는 그신청의 대상을 위 카하카회사가 위 수출신용회사 및 원고를 지급인으로 하여 발행한 약속어음(이는 위 수출신용회사 및 원고를 수취인으로 하는 약속어음의 오기라고 보인다)과 원고가 위 수출신용회사로부터 차입한 헤르메스금융에 관한 은행장부원장 또는 은행장부기록 및 원고가 카하카회사에게 대출해 준 수출금융에 관한 은행장부원장 또는 은행구좌기록으로 한정하였는바, 원심이 그에 대하여 별다른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나, 이는 원심이 피고의 문서제출명령신청을 묵시적으로 기각한 취지라고 할 것이니 이를 가리켜 판단유탈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고, 또 위의 문서들이 피고의 이익을 위하여 작성된 문서라거나 원고와 피고와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문서라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원고에게 그 제출의무가 있다고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위의 문서에 의하여 피고가 입증하고자 하는 사항은 위 카하카회사와 원고 또는 위 수출신용회사와의 실질관계에 관한 것이어서 이 사건 환어음금 청구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니 원심이 피고의 위 문서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데 어떤 잘못이 있다고도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이상의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박우동 김상원 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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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민사지방법원 1991.6.12.선고 87나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