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공무상 질병에 있어서 공무와 질병간의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
나. 하수처리관리소 근무직원이 횡단성 척수염에 걸렸으나 원인병원체와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았고 같은 직원들 중에 전례도 없어 불결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질병으로 볼 수 없다 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을 정당하다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공무원연금법 제35조 제1항 소정의 공무상 질병이라 함은 공무원의 공무집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말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공무원으로 채용 당시의 건강상태, 그 근무장소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의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근무장소에서의 근무시간, 그 질병이 근무장소의 작업환경 등의 공무상 원인이 아닌 다른 사유로 유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공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하수처리관리소 근무직원이 횡단성 척수염에 걸렸으나 원인병원체와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았고 같은 직원들 중에 전례도 없어 불결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질병으로 볼 수 없다 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을 정당하다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인제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80.7.1.부터 피고 산하 용호하수처리관리소 지방기계원으로 기계정비실에 근무해 왔는데, 위 하수처리관리소는 평소 심한 악취가 나는 등 불결한 작업환경이고, 특히 매년 4월부터 6월까지 사이에 실시되는 정기정비작업시에는 파손된 기계 및 분뇨관을 교체하거나 고장난 기계를 수리하고 분해 조립하는 과정에서 심한 악취가 나고, 심지어 분뇨를 뒤집어 쓰거나 분뇨가 입에 들어가는 일도 있는 사실, 원고는 채용이래 2년마다 실시된 신체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가 위 정기정비작업 기간중이던 1989.6.2.경 척추부분에 통증이 와 치료를 받던 중 같은 해 9.26. 횡단성 척수염으로 진단받았는데, 위 발병 무렵 근무 중에 특별히 외상을 입은 일은 없었으며, 위 하수처리관리소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현재까지 원고와 같은 질병에 걸린 사람은 없는 사실, 한편 횡단성 척수염은 특정 질병명이 아니고 척수의 일부분 또는 횡단면 전체를 침범하는 병변이 있을 때 생겨나는 증상의 군(군)을 말하는 것으로, 그 발병원인으로는 바이러스, 세균, 진균, 기생충 등에 의한 감염, 교원성 질병 및 염증성 질병 등이 있으며, 그 감염경로는 원인병원체가 직접 피부나 점막을 뚫고 침입하는 경우, 입과 소화기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 공기를 통해서 호흡기로 침입하는 경우 및 이, 벼룩, 진드기와 같은 매개충을 통해서 침입하는 경우 등 원인병원체에 따라 다양하며, 외상이나 수술 등을 포함한 육체적인 스트레스 등도 선행요인 또는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바, 원고의 경우 여러가지 원인검사에서도 특별한 원인질환이 밝혀지지 아니하여 그 감염경로 또한 밝혀지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이 사건 질병의 원인병원체와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아니한 이상 분뇨처리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분뇨속에 존재하는 병원체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몸속에 침입하여 횡단성 척수염을 발병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한의학협회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질병이 원고의 작업환경으로 인하여 발병하였거나 악화되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평소 건강하던 원고가 이 사건 질병에 걸렸다고 하여 특별한 원인이 없으면 근무환경 때문에 감염되었다고도 볼 수 없으며, 달리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하여 피고의 이 사건 공무상 요양불승인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2. 공무원연금법 제35조 제1항 소정의 공무상 질병이라 함은 공무원의 공무집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말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공무원으로 채용 당시의 건강상태, 그 근무장소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의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근무장소에서의 근무시간, 그 질병이 근무장소의 작업환경 등의 공무상 원인이 아닌 다른 사유로 유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등의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공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원 1992.5.12. 선고 91누 10022 판결 ; 1993.10.12. 선고 93누9408 판결 참조).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원고는 약 9년 동안 위 하수처리관리소 기계정비실에서 근무해 오던 중 위 횡단성 척수염이 발병하였는바, 위 질병은 바이러스, 세균, 진균, 기생충 등의 병원체가 직접 피부나 점막을 뚫고 침입하거나 입과 소화기 또는 공기를 통한 호흡기를 통해 침입하는 방법으로도 감염될 수 있는데, 원고가 근무한 위 기계정비실은 특히 매년 4월에서 6월 사이에 실시되는 정기정비기간 중에는 심한 악취가 나고 분뇨를 뒤집어 쓰거나 분뇨가 입안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고, 원고의 이 사건 질병도 위 정기점검기간 중에 발병하였으며, 원고는 위 발병시까지에는 매 2년마다 실시되는 신체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아니한 건강한 상태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질병이 원고의 위 기계정비실 근무와 아무런 상관이 없이 발병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 또한 없는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평소 건강상태나 위 기계정비실의 작업환경 및 그 발병시기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질병은 위 기계정비실의 불결한 작업환경 때문에 유발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질병은 공무집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의 이 사건 질병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공무원연금법 제35조 제1항 소정의 공무상 질병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이 점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하겠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