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처분문서와 보고문서의 구별 기준
[2] 당사자가 서증으로 제출한 감정의견의 채용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3] 원고가 법원의 감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개인적으로 손해사정회사에 의뢰하여 작성한 손해사정서를 서증으로 제출한 사안에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경험칙에 반하는 내용으로 작성된 위 손해사정서를 그대로 채용하여 물품 멸실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어떤 문서를 처분문서라고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증명하고자 하는 공법상 또는 사법상의 행위가 그 문서에 의하여 행하여졌어야 하고, 그 문서의 내용이 작성자 자신의 법률행위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법률행위를 외부적 사실로서 보고·기술하고 있거나 그에 관한 의견이나 감상을 기재하고 있는 경우에는 처분문서가 아니라 보고문서이다.
[2] 감정의견이 반드시 소송법상 감정인신문 등의 방법에 의하여 소송에 현출되지 않고 소송 외에서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가 작성한 감정의견이 기재된 서면이 서증의 방법으로 제출된 경우라도 사실심법원이 이를 합리적이고 믿을 만하다고 인정하여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는 것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지만, 원래 감정은 법관의 지식과 경험을 보충하기 위하여 하는 증거방법으로서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감정인으로 지정하여 선서를 하게 한 후에 이를 명하거나 또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공공기관·학교, 그 밖에 상당한 설비가 있는 단체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 등 권위 있는 기관에 촉탁하여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가 서증으로 제출한 감정의견이 법원의 감정 또는 감정촉탁에 의하여 얻은 그것에 못지않게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전문가에 의하여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사정이 있거나 그 의견이 법원의 합리적 의심을 제거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쉽게 채용하여서는 안 되고, 특히 소송이 진행되는 중이어서 법원에 대한 감정신청을 통한 감정이 가능함에도 그와 같은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채 일방이 임의로 의뢰하여 작성한 경우라면 더욱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3] 원고가 법원의 감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개인적으로 손해사정회사에 의뢰하여 작성한 손해사정서를 서증으로 제출한 사안에서, 3~4년 전에 제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행에 민감한 모조장신품 등의 가액이 물가상승률만큼 상승하는 것으로 전제하는 등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경험칙에 반하는 내용으로 작성된 위 손해사정서를 그대로 채용하여 물품 멸실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202조 [2] 민사소송법 제202조 , 제334조 , 제335조 , 제338조 , 제341조 [3] 민사소송법 제202조 , 제334조 , 제335조 , 제338조 , 제34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7. 6. 23. 선고 87다카400 판결 (공1987, 1236) [2]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44674 판결 (공1992, 1543)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별 담당변호사 유철환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민 담당변호사 신영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1의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와 피고 1 사이에 작성된 이 사건 제1계약서에 ‘이사화물 운송보관 계약서’라고 표시되어 있고, 그 내용 중에는 ‘보관비 완불’이라는 문구와 아울러 ‘보관기간(6/26-8/26)’이 명시되어 있는 점, 피고 1이 운영하는 ○○익스프레스의 주요약관내용 중에는 ○○익스프레스를 포장, 일반, 보관 전문업체로 소개하고 있고, 약관 제8조에서 정한 운임 등의 청구에 의하면 ‘보관이사의 경우 보관료 청구도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이에 따른다’라고 기재되어 있어 피고 1은 일반이사, 포장이사 외에 보관이사도 취급한 것으로 인정되는 점, 만약 피고 1이 원고를 대신하여 피고 2와 사이에 이 사건 물품에 관한 보관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계약명의자는 원고로 기재함이 마땅함에도 이 사건 제2계약의 명의자가 피고 1의 직원인 소외 1 명의로 작성되어 있는 점, 피고 2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경찰에서 진술할 당시에 물품의 보관의뢰를 받음에 있어 이삿짐 업체와 직접 거래를 한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1 사이의 이 사건 제1계약에는 이 사건 물품의 운송뿐만 아니라 그 보관을 위임하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 1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어떤 문서를 처분문서라고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증명하고자 하는 공법상 또는 사법상의 행위가 그 문서에 의하여 행하여졌음을 필요로 하고, 그 문서의 내용이 작성자 자신의 법률행위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법률행위를 외부적 사실로서 보고·기술하고 있거나 그에 관한 의견이나 감상을 기재하고 있는 경우에는 처분문서가 아니라 보고문서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87. 6. 23. 선고 87다카40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가 작성한 을나 제1호증은 그 문면상 “ 피고 2와 체결된 이 사건 제2계약은 원고가 직접 계약을 해야 하는데 원고가 바빠서 피고 1에게 심부름을 시킨 것이다”라는 취지로서 이 사건 제2계약의 체결경위에 관한 원고의 기억 또는 관념을 기재한 것일 뿐 이에 의하여 피고 1이 증명하고자 하는 원고의 어떤 법률행위가 행하여진 것이 아님이 분명하여 이를 처분문서라고 할 수는 없고, 나아가 위 서증의 기재만으로 원고가 피고 1에 대하여 이 사건 물품의 멸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한 것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고 2의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 2와 소외 2 사이에 간판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서가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 2는 실질적으로 소외 2 등의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소외 2 등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이 사건 화재에 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 위반이나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피고 1의 상고이유 제3점 및 피고 2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감정의견이 반드시 소송법상 감정인신문 등의 방법에 의하여 소송에 현출되지 않고 소송 외에서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가 작성한 감정의견이 기재된 서면이 서증의 방법으로 제출된 경우라도 사실심법원이 이를 합리적이고 믿을 만하다고 인정하여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는 것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지만 (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44674 판결 등 참조), 원래 감정은 법관의 지식과 경험을 보충하기 위하여 하는 증거방법으로서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감정인으로 지정하여 선서를 하게 한 후에 이를 명하거나 또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공공기관·학교, 그 밖에 상당한 설비가 있는 단체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 등 권위 있는 기관에 촉탁하여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민사소송법 제334조 , 제338조 , 제341조 등 참조), 당사자가 서증으로 제출한 감정의견이 법원의 감정 또는 감정촉탁에 의하여 얻은 그것에 못지않게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전문가에 의하여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사정이 있거나 그 의견이 법원의 합리적 의심을 제거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쉽게 채용하여서는 안 되고, 특히 소송이 진행되는 중이어서 법원에 대한 감정신청을 통한 감정이 가능함에도 그와 같은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채 일방이 임의로 의뢰하여 작성한 경우라면 더욱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나. 원심은,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물품의 멸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그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원고가 제1심소송 계속 중에 법원의 감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개인적으로 손해사정회사에 의뢰하여 작성한 다음 서증으로 제출한 손해사정서(갑 제10호증)를 그대로 채용하여 이 사건 물품의 멸실 당시의 가액을 288,372,066원으로 인정하였다.
다. 그러나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위 손해사정서의 기재를 보면, 위 손해사정서를 작성한 손해사정사는 이 사건 물품 중 재고자산(동산), 즉 원고가 보유하고 있던 각종 모조장신품(액세서리 등)의 멸실로 인한 손해를 ‘원부자재의 매입금액에 가공, 조립비 및 각종 세금 등 일반관리비를 합산한 금액에서 이윤을 제외한 제조원가’로 산정한다고 하면서(기록 142쪽), 구체적인 평가기준으로 ‘품목별로 최초 제작 당시에 작성된 제조원가 산정서상의 가격에 한국은행에서 고시한 물가변동에 따른 물가지수를 반영하여 사고 당시의 평균 제조원가를 산출하였고, 거래처로부터 제출받은 매입·매출 확인서 및 시장조사를 통해 소비자 가격 대비 제조원가가 17.6%임을 확인 후 위 제조원가가 적정하다고 판단되어 최종 제조원가로 산정하였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선 위 손해사정서 전체를 살펴보더라도, 위와 같은 가액 산정의 기초로 삼았다는 ‘최초 제작 당시에 작성된 제조원가 산정서’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하여 그것이 구체적으로 누가,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작성된 것인지 그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위 손해사정사가 최초 제조원가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거래처로부터 제출받았다는 매입·매출확인서(기록 219~233쪽)를 살펴보더라도, 위 각 매입·매출확인서는 원고가 위 모조장신품 등을 제작할 당시에 주고받은 세금계산서 등 거래증빙자료가 아니라 위 손해사정을 앞두고 거래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는 취지로 작성, 교부받은 것에 불과하여 그 신빙성에 의문이 들 뿐만 아니라, 그 기재 자체로도 구체적인 거래 시기가 표시되어 있지 않고 단가도 일정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갑 제2호증의 기재와 남양주세무서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원고는 1998. 7. 2.경부터 모조장신품 등을 제조하는 ‘ □□실업’을 운영하였으나 2004. 2. 9. 2003년 귀속분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이후에는 부가가치세 납부실적이 전혀 없다가 2007. 5. 4. 폐업신고까지 하였다는 것이므로, 위 모조장신품 등은 이 사건 화재일인 2007. 7. 3.을 기준으로 적어도 3~4년 정도 전에 제조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인데, 위와 같이 거래 시기조차 기재되어 있지 않은 매입·매출확인서로 어떻게 최초 제작 당시의 제조원가의 적정성을 확인하였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편, 위 손해사정서는 이 사건 물품 중 집기비품과 가재도구에 대해서는 재조달원가에 사용기간에 따른 감가수정을 하는 방법(복성식 평가법 또는 원가법)으로 가액을 평가하면서도 유독 위 재고자산(동산)에 대해서는 ‘최초 제조원가에 물가지수를 반영하는 방법’으로 그 가액을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손해사정서의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방법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위 재고자산의 가액(교환가치)이 최초 제조 당시보다 이 사건 화재일 무렵에 상승하였을 것이라는 점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데, 비록 위 재고자산이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감가(감가)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고, 더욱이 위 재고자산이 유행에 민감한 모조장신품 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3~4년 전에 제조된 물품의 가액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가상승률만큼 상승한다고 전제하는 것은 명백히 경험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이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경험칙에 반하는 내용으로 작성된 손해사정서를 그대로 믿어 이 사건 물품의 멸실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자유심증주의에 위배하여 경험칙에 어긋나는 사실을 인정하였거나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그러므로 피고 1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