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매매의 목적물과 대금이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을 것이 매매계약의 성립요건인지 여부(소극)
나.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법상 계약을 체결하면서 예산회계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그 계약 또는 예약의 효력(=무효)
판결요지
가.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
원고, 상고인
한국주택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승영
피고, 피상고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범열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그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 ( 당원 1986.2.11. 선고 84다카2454 판결 참조).
그러나 원심 제2차 변론기일에 진술된 원고의 1992. 8. 24.자 준비서면에 의하면, 원고는 1988. 12. 30.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선급금을 납부함으로써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기록 제526정), 원고주장의 위 매매계약 성립 당시 시행중이던 지방재정법(1988.4.6. 법률 제4006호로 전개된 것) 제63조 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하여 이 법 및 다른 법령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예산회계법 제6장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른 준용조문인 구 예산회계법(1989.3.31. 법률 제4102호로 전개되기 전의 것) 제70조의6 제1항 , 제2항 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을 하고자 할 때에는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지체상금 기타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여 그 담당공무원과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구 지방재정법 시행령(1988.5.7. 대통령령 제12445호로 전개되어, 1990.11.6. 대통령령 제131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제70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여 준용되는 구 예산회계법시행령(1989.12.29. 대통령령 제12866호로 전개되기 전의 것)제75조 제2항 에 의하면 계약서에는 담당공무원이 반드시 기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역시 위 구 지방재정법시행령 제70조 제1항 제5호 에 의하여 준용되는 위 구 예산회계법시행령 제116조 에 의하면 수의계약의 경우에도 계약목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일정한 방법으로 평가한 예정가격을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각 규정의 취지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인과 사법상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위 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이행하여야 할 것이고, 설사 지방자치단체와 사인간에 사법상의 계약 또는 예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위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계약 또는 예약은 그 효력이 없다 할 것이다( 당원 1989.4.25. 선고 86다카2329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피고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매매에 관하여 위 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위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요건과 절차가 이행되지 아니한 이상,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이 서울목동지구택지개발사업지구내에 점포신설용지를 할애하여 달라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2개 용지를 원고 은행의 점포용지로 할애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통지하면서, 위 용지의 예상매매대금을 납부할 것을 고지하였고, 그 후 건설부장관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택지공급승인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수는 없고, 설사 원고 주장의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그 효력이 없어 원고로서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위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러한 이치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사용을 승낙하고, 이에 기하여 원고가 이 사건 제1부동산 지상에 건물을 건축하였다고 하더라도 결론에 영향이 없는 것이다.
원심의 설시는 다소 미흡하나, 결론적으로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석명권불행사로 인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