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검사
유태석
변 호 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형태외 2인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이한호는 KBS 주말 대하드라마 ‘서울1945’의 작가, 피고인 1은 위 드라마의 연출가인바, 공모하여 2006. 1. 7.경부터 같은 해 9. 10.경까지 사이에 매주 토요일, 일요일 21:30~22:40경 방영된 ‘서울1945’에서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를 방영함에 있어 사실은 피해자 망 이승만 전 대통령과 피해자 망 장택상 전 국무총리가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로서 여운형 암살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또한 장택상이 친일 경찰인 박○○를 통해 정판사 사건을 해결한 사실도 없으며 박○○를 정판사 사건 해결의 최대 공로자로 이승만에게 소개하는 등 친일파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1. 드라마 34회에서 정판사 사건(공산당 지폐위조 사건)과 관련하여 조선공산당 간부 이현상이 “하~참 한민당이나 이승만은 친일 자본가 놈들 돈으로 흥청망청 쓴다는데 우리 당은 해방일보 찍을 종이 값도 부족하니”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하고, 드라마 35회에서는 장택상 수도청장이 친일경찰 박○○에게 “자네 별호가 공산당 때려잡은 도사견 아닌가, 난 위조지폐단 배후가 공산당이라고 믿네, 한번 때려잡아 보게, 자네 인생이 달라질 줄 아는가”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하고, 계속하여 정판사 사건이 해결된 직후 장택상이 돈암장의 이승만 박사를 방문하여 박○○를 이승만 박사에게 소개하며 “이번 정판사 사건 해결의 최대 공로자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하여 장택상, 이승만이 친일파로서 친일 경찰인 박○○를 통해 정판사 사건을 해결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2. 드라마 38회에서는 돈암장의 이승만 박사 자택에서 장택상과 박○○, 친일파 문○○ 등이 식사를 함께 하는 도중에, 이승만 박사가 “입맛이 없다.”고 말하며 수저를 놓자 장택상이 “박사님 걱정을 해결하여 드리는 것이 저희가 할 일이 아닙니까”라고 말하고, 그 옆에 있던 박○○가 “공산당은 캐도 캐도 안 캐지는 쑥뿌리와 같은 것들입니다. 법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해결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하자 이승만 박사가 “여운형 안 되겠어, 여운형 안 되겠어”라고 방영하여 이승만이 여운형의 암살을 암시적으로 지시하는 듯이 묘사하고, 계속하여 수도청으로 돌아온 장택상이 박○○에게 “박사님이 말씀하신 이상 우리도 다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자, 박○○가 “박사님이 가장 우려하신 것은 여운형이 아닙니까. 박사님을 위해서도 한민당을 위해서도 여운형은 죽어 주어야 합니다. 송진우 선생도 그리 가셨는데 여운형이라고 그리 가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으로 방영하여 박○○가 이승만의 암시적 지시에 부응하기 위하여 여운형을 암살하려고 하는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피해자들이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이고, 정판사 사건도 피해자들이 친일파로서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친일경찰 박○○를 시켜 해결한 것처럼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인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판단
가. 예술의 자유와 사자 명예훼손
헌법 제22조 제1항 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방송드라마도 창작 내지 예술의 자유의 보호대상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19038 판결 참조). 다만, 예술의 자유도 무제한적 기본권은 아니므로, 위 기본권의 행사로 타인의 권리 또는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될 한계가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취지에서 형법 제308조 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드라마를 비롯한 작품이 그 소재가 된 역사적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였는지 여부는 ‘예술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이라는 모순, 충돌하는 두 법익을 비교, 형량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인데,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고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도 한계가 있어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한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인 점, 역사적이고 공적인 인물에 대한 다양한 시각에서의 평가와 비판은 균형 있는 역사인식을 도출하기 위한 여론형성을 위해서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예술활동의 자유는 역사적 인물인 망인의 인격권의 보호보다 우선하여 보호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아울러 방송드라마와 같은 작품 속에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에는, 드라마의 성격, 적시된 사실의 내용, 자료의 신빙성은 물론, 예술의 자유로 인하여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의 비교형량, 드라마가 픽션으로 승화된 정도, 그 역사적 인물이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 작가의 의도 등을 참작하여 사소한 부분이 아닌 드라마 전체를 기준으로 역사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나. 전제 사실(드라마의 성격 및 인물의 비중)
피고인들, 공소외 1, 2에 대한 검사 작성의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기재 및 증인 공소외 3, 4의 각 진술에 의하면, 위 ‘서울1945’ 드라마는 일제시대 및 해방 전후기를 배경으로 하여 가상의 젊은이 4명의 사랑과 우정, 이념적 대립과 가족애 등을 중심축으로 한 멜로드라마인 사실 및 이승만, 장택상은 위 주인공들 사이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배경인물로 등장하며, 총 71회 중 28, 29회 때에야 등장하고 등장 횟수도 28회 내지 30회 정도에 불과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판단
피고인들은 드라마에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의 장면이 방영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 34회에서 조선공산당 간부 이현상이 “하~참 한민당이나 이승만은 친일 자본가 놈들 돈으로 흥청망청 쓴다는데 우리 당은 해방일보 찍을 종이 값도 부족하니”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한 점에 대하여 보건대, 위와 같은 말은 이현상의 일방적인 추측성 주장만을 두고 어떠한 구체적인 허위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하여 이승만이 친일파로 적시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드라마 35회에서 장택상 수도청장이 친일경찰 박○○에게 “자네 별호가 공산당 때려잡은 도사견 아닌가, 난 위조지폐단 배후가 공산당이라고 믿네, 한번 때려잡아 보게, 자네 인생이 달라질 줄 아는가”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하였고, 계속하여 정판사 사건이 해결된 직후 장택상이 돈암장의 이승만 박사를 방문하여 박○○를 이승만 박사에게 소개하며 “이번 정판사 사건 해결의 최대 공로자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한 점에 대하여 보건대, 박○○가 친일경찰로 설정된 허구의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택상이 박○○에게 정판사 사건을 해결하라고 하는 것이나 이승만에게 박○○를 소개한 사실이 허구임은 드라마의 성격상 당연히 전제되는 것이고, 게다가 박○○가 친일경찰이라고 하여 드라마의 전개상 그에게 사건해결을 지시하도록 설정된 장택상이나 박○○를 소개받는 것으로 설정된 이승만이 친일파라는 도식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 아니어서,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장면을 두고 어떠한 구체적인 허위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하여 장택상, 이승만이 친일파로 묘사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예술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이라는 두 법익을 비교, 형량함에 있어 예술활동의 자유는 역사적 인물인 망인의 인격권의 보호보다 우선하여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점, 사소한 부분이 아닌 드라마 전체를 기준으로 역사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는 점에 근거하여, 드라마 38회에서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이 방영된 점에 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의 검증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박○○가 “박사님이 가장 우려하신 것은 여운형이 아닙니까. 박사님을 위해서도 한민당을 위해서도 여운형은 죽어 주어야 합니다. 송진우 선생도 그리 가셨는데 여운형이라고 그리 가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라고 말하자, 연이어 장택상이 “이보게... 자네, 그게,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사람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구만! 일 치를 사람 아닌가!”하고 말한 장면이 방영된 사실, 38회 전체 구성은 여운형과 이승만, 박헌영 등 당시 정치지도자들의 노선 관련 갈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주된 테마로 삼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공소사실과 같은 장면만으로는 이승만, 장택상이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라고 적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 외 달리 피해자들이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이고, 정판사 사건도 피해자들이 친일파로서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친일경찰 박○○를 시켜 해결한 것처럼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