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남부지방법원 2012.8.30.선고 2011가합20882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1가합20882 손해배상 ( 기 )

원고

별지 ( 생략 ) 기재와 같음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구도일

피고

1. 한국방송공사

대표자 사장 김이이이

2. 조이

피고들 주소 서울 영등포구

송달장소 서울 영등포구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종우

변론종결

2012. 6. 28 .

판결선고

2012. 8. 30 .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300, 000, 000원 및 이에 대한 2011. 10. 7. 부터 이 사

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 % 의 각 비

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 한국방송공사는 2011. 7. 20. 부터 2011. 10. 6. 까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각 21 : 50경부터 23 : 10경까지 24회에 걸쳐 ' 공주의 남자 ' 라는 드라마 ( 이하 ' 이 사건 드라마 ' 라 한다 ) 를 제작하여 방송하였고, 피고 조ㅇㅇ는 위 드라마 대본을 쓴 작가이다 .

나. 이 사건 드라마는 조선시대에 일어난 계유정난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문종의 딸인 경혜공주와 그의 남편 정종, 신숙주의 아들 신면이라는 실존인물들을 등장시키고 , 세조 ( 세조, 이하 ' 세조 ' 라고만 한다 ) 의 딸로 설정된 세령공주와 김종서의 아들로 설정된 김승유라는 허구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위 인물들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복수를 그리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

다. 원고들은 모두 신숙주와 신면의 후손들인데, 이 사건 드라마가 신숙주와 신면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

[ 인정근거 ]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2. 일반론

가. 방송드라마는 대본 작가 및 연출자 등을 비롯한 제작진들의 상상력에 기초하여 가상적인 인물들이 전개해 나가는 이야기를 영상화한 창작물로서 기본적으로는 등장인물과 내용이 허구임을 전제로 하지만, 작품의 현실감을 더하고 시청자의 흥미와 감동을 유발하기 위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하는 경우 ( 이하 ' 역사드라마 ' 라고 한다 ) 가 있다 .

나. 이러한 역사드라마도 의사표현의 매개체이자 예술 장르의 일종이므로 그 제작 및 방영에 대해서는 헌법상 언론 · 출판의 자유 또는 예술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을 받는다. 다만 예술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권리와 명예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되고, 따라서 역사드라마가 근거 없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소재로 된 역사적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 때에는 그 유족이 자신의 명예 또는 망인에 대한 경애, 추모 감정 등의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

다. 한편 역사드라마의 경우 역사적 사실은 당대에 있어서도 그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아니한데다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 실체적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관계로 이를 소재로 드라마를 창작, 연출함에 있어 명백하여 다툼이 없거나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는 단편적 사실만을 묶어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전개해 가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을 것이어서, 그 필연적 현상으로 연출자 등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작가적 해석 및 평가와 예술적 창의력을 발휘하여 허구적 묘사를 통해 객관적 사실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마련이고, 합리적인 시청자라면 역사드라마가 역사적 사실의 서술을 주로 하는 기록물이 아닌 허구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드라마인 경우에는 이를 당연한 전제로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상, 위 허구적 묘사가 역사적 개연성을 잃지 않고 있는 한 그 부분만 따로 떼어 역사적 진실성에 대한 증명이 없다 .

는 이유로 허위라거나 역사적 인물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다8341, 8358 판결 ) .

라. 나아가 영리적 목적 하에 일반 대중을 시청자 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드라마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드라마 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다소간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으며, 또한 이를 접하는 시청자로서도 드라마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 유지하면서 드라마를 시청할 것인 점도 그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 (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다3483 판결 ) .

마. 따라서 역사드라마가 그 소재로 된 역사적 인물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허위 사실을 적시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예술적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해 달성되는 가치의 이익형량은 물론, 위에서 본 역사드라마의 창작물로서의 특성에 따르는 여러 사정과 드라마의 주된 제작목적, 드라마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인지 아니면 배경인지 여부, 실존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과 가상인물에 의한 허구적 이야기가 드라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드라마상에서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이 결합된 구조와 방식, 묘사된 사실이 이야기 전개상 상당한 정도 허구로 승화되어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오해되지 않을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도8411 판결 등 참조 ) .

바. 이처럼 역사드라마에 의한 인격권 침해 여부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것을 허구로 받아들이는지 여부가 주요한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드라마를 방영하기 전에 부가하여 상영되는 자막에 드라마의 내용이 허구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명시하여 일반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의 내용이 실제 사실관계와 다르다는 점을 용이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등 드라마 내용을 실제상황과 혼동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 .

3. 인격권 침해를 판단함에 있어서 전제가 되는 이 사건 드라마의 특징1 ) 인정사실가 ) 이 사건 드라마는 약 500년 전의 조선시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앞서 본 허구적 인물인 세령공주와 김승유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사건 드라마는 위와 같은 허구적인 인물들 사이의 사랑을 중

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실존인물인 신면과 허구적 인물인 김승유를 죽마고우로 설정함과 동시에 신면과 김승유가 세령공주의 사랑을 두고 반목하는 사이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허구성은 문종의 딸이자 단종의 누이인 경혜공주가 세령공주와 절친한 사이였다든가, 경혜공주의 남편이 되는 정종과 신면, 김승유가 모두 죽마고우였다는 설정에서도 보인다 .

나 ) 이 사건 드라마에서 세조의 집권을 윤리적인 이유에서 반대하는 세조의 딸인 세령공주는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세조 측으로부터 살해당한 김종서의 아들인 김승유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공주로서의 특권을 모두 포기하고 노비 신분으로 전락한다. 이 사건 드라마는 이처럼 각 개인들이 놓인 시대적 배경을 통해 그 극적 긴장감과 애틋함을 극대화하는데, 이를 위해 한때 김승유의 친구였으며 세령공주를 사모하는 신면이 세조의 편에 서서 세조의 집권에 반대하는 김승유와 세령공주를 탄압하는 형식으로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나아가 신면은 세조의 편에 서서 그 지시를 받아가며 세조에 반대하는 경혜공주와 정종을 비롯한 무리들을 체포하고 색출하는 역할을 한다 .

다 ) 이 사건 드라마에서 서로 사랑하는 김승유와 세령공주의 아버지는 각각 김종서와 세조로서 세조의 집권 여부를 두고 극심히 대립하는 사이라는 점에서 그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나아가, 신면의 아버지인 신숙주가 김종서와 세조 사이의 갈등에서 세조의 편을 노골적으로 든다는 설정으로 삼각관계에 놓인 세 인물들의 관계 속에는 그 인물들의 아버지들 간의 갈등이 대를 이어 투영되는데, 이 사건 드라마는 이와 같은 대를 이은 갈등이라는 소재를 통해 김승유, 세령공주, 신면 사이의 사랑과 갈등에 관한 극적 흥미를 유발하고자 하고 있다 .

라 ) 한편 이 사건 드라마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여 위와 같은 허구적인 이야기를 창조해냈다는 점을 감안하여 1회 방송 전에 " 본 드라마는 극적 재미를 위해 역사적 인물 및 사건들에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 라는 자막을 3초간 방송하였으며, 13회부터 24회까지는 " 본 드라마는 극적 구성과 재미를 위해 역사적 인물 및 사건들에 상상력을 더하여 재창조한 가상의 이야기이며, 특히 등장인물에 관한 드라마의 내용은 실제 역사기록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는 자막을 짧게는 4초에서 길게는 9초간 방송하였다 ( 15회, 20회, 22회, 24회 각 4초간, 13회, 14회, 16회, 17회, 18회 , 19회, 21회, 23회 각 5초간, 12회 8초, 11회 9초 ) .

[ 인정근거 ] 갑 제8호증 ( 가지번호 포함 ) 의 각 영상, 이 법원의 검증결과 2 ) 판단가 ) 이 사건 드라마와 같이 드라마의 소재가 된 인물이 사망한 지 수백년의 시간이 흐른 경우 객관적인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그 진실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

나아가, 그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망인의 유족은 존재하지 않고 먼 후손들만이 망인에 대한 추모의 정을 갖고 있을 뿐인데, 이런 후손들의 추모의 정은 유족들의 그것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근래에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여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어 허구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른바 팩션 ( faction : 사실을 뜻한 fact와 허구를 뜻하는 fiction의 합성어 ) 형태의 예술작품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어 이는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 장르의 영역을 형성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이러한 역사적 소재에 대한 각색이라는 형식의 예술형태는 헌법상 보장되는 예술의 자유에 의해 보다 두 텁게 보호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드라마는 문제가 된 역사적 사건을 겪은 자들 혹은 그들의 유족이 생존해 있는 역사적 드라마와 비교하였을 때 극적 긴장감을 더하기 위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각색이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하겠다 .

나 ) 또한,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드라마는 계유정난과 세조의 집권이라는 몇 가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제외하면 그 중심적 인물과 이야기인 세령공주와 김승유 사이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전적으로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에 의존하여 창작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드라마이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알 수 있으며, 일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드라마는 드라마 방영에 앞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구성한 허구라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고지하였으므로 세령 공주와 김승유의 사랑 이야기가 허구로 창조된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 원고들은 위 자막이 방영된 시간을 볼 때 시청자들이 이를 읽지 못하였을 것이고 , 드라마의 모든 회의 방영에 앞서 상영되지 않았으므로 위 자막을 통해 시청자들이 이 사건 드라마가 허구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비록 일부 자막방송의 경우 일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그 내용을 전부 읽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다는 점, 2회부터 12회까지는 드라마 방영 전에 위 자막내용을 방송하지 않은 점이 인정되나 위 자막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이 사건 드라마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허구의 내용이라는 자막의 취지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보이고, 계속 이어지는 드라마의 특성상 일부 회차에서 자막방송을 하지 않았다 하여 시청자들의 이 사건 드라마의 허구성에 대한 인식 여부가 달라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 .

다 ) 나아가 이 사건 드라마에서 신면이라는 인물을 묘사하는 것은 김승유와 세령공주 사이의 허구적 사랑에 죽마고우와의 삼각관계라는 요소를 더하여 극적인 긴장감을 더하기 위한 요소로 활용되는 장치에 그치고, 그가 하는 역할은 이들의 사랑의 극적 긴장감과 애틋함을 더하기 위해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

따라서 신면은 비록 실존 인물이기는 하나, 이 사건 드라마 속에서는 오히려 위와 같은 허구적인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로서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하여 창조된 인물로서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 사건 드라마에서의 신숙주라는 인물 또한 이 사건 드라마의 중심적인 이야기 구성이 ' 대를 이은 갈등 ' 이란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설정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이 사건 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은 주로 이 사건 드라마의 허구적 이야기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역할을 하는 데에 그치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드라마의 주된 이야기가 허구라는 사실을 아는 시청자들은 그 주된 이야기의 흥미를 위해 그 허구적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신면이나 신숙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각색되었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다 .

라 ) 이처럼 이 사건 드라마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므로 비록 이 사건 드라마에서 묘사된 내용이 역사적 진실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를 섣불리 명예훼손 성립의 전제가 되는 ' 사실의 적시 ' 로 볼 수는 없는바, 이하에서는 앞에서 본 일반적 법리 및 이 사건 드라마의 특징을 전제로 하여 원고들의 개별적 주장을 판단하기로 한다 .

4. 원고들의 개별적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허위사실 적시 여부

1 ) 계유정난에 관한 신숙주와 신면의 역할 부분가 ) 원고들의 주장 요지

이 사건 드라마는 신숙주가 계유정난을 전후하여 세조 편에서 위법, 부당하게 정사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고 나아가 계유정난과 관련하여서도 마치 신숙주와 신면이 계유정난에 깊이 관여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신숙주는 이 사건 드라마에서 묘사한 것처럼 정사를 부당하게 처리를 한 적도 없고, 신숙주와 신면은 계유정난에 관여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드라마는 위와 같은 묘사를 통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신숙주와 신면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였고 이로써 원고들의 신숙주, 신면에에 대한 추모, 경애의 정이 침해당했다 .

나 ) 인정사실 ( 1 ) 이 사건 드라마 4회에서는 관상감주부 박수천이 경혜공주와 김승유의 궁합수가 서로를 태워 죽이는 궁합이라고 올리는데, 이는 한명회가 경혜공주와 김승유의 결혼을 방해하기 위하여 박수천을 협박하여 허위로 올린 것이다. 그런데 신숙주는 위와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관상감의 다른 관원들에게 알아본 바에 의하여도 박수천이 올린 궁합이 진실된 것이라고 거짓 보고한다 .

( 2 ) 이 사건 드라마 4회에서는 김승유가 경혜공주를 희롱하였다는 죄로 문종으로부터 친히 추국을 당한다. 이 사건 드라마 5회에서는 김승유의 아버지인 김종서가 아들 김승유를 살리기 위하여 문종에게 자신이 김승유의 벌을 대신하여 사직하겠으니 사직을 허락하여 달라고 청한다. 이는 김종서를 견제하려는 세조의 계획에 따른 것인데 , 신숙주는 그 과정에서 일관되게 세조의 편에 서서 김승유를 참형에 처하라느니, 김종서의 사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밝힌다 . ( 3 ) 이 사건 드라마 7, 8회에서는 계유정난 당일 살해할 사람들의 명부가 담긴 살생부가 등장하는 자리에 신숙주가 참여하게 되는데, 이로써 신숙주는 계유정난의 계획에 대해 알게 되고, 그 후 계유정난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모의 자리에 계속 참여하는 등 신숙주가 계유정난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 사건 드라마 8회에서는 계유정난을 계획하는 자리에 신면이 도착하자 한명회가 신면에게 경혜공주 사저의 내금위 병사를 모두 죽이라는 지시를 내리고 신면은 이를 실행하겠다고 한다 . ( 4 ) 이 사건 드라마 9회는 계유정난 당일을 그리고 있다. 단종은 경혜공주 사저에 잠시 기거하게 되어 단종을 호위하는 내금위 병사들이 경혜공주의 사저를 경호한다 .

신면은 한밤중에 자신의 부하들과 경혜공주의 사저를 경호하는 내금위 병사들을 모두 죽이고 세조의 출입을 막는 환관도 죽여 세조와 단종을 대면케 한다. 세조는 단종에게 역모를 꾸민 김종서를 죽였으며, 역적을 꾸민 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세조를 반대하는 대신들을 모두 경혜공주 사저로 불러 모으라는 어명을 내리도록 한다. 신면은 단종의명에 따라 경혜공주 사저에 들어온 대신들 맞이한 후 이들의 죽음을 지켜본다. 신숙주도 계유정난 당일 계유정난이 실행되는 모습을 보고받으면서, 김종서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보고를 듣고 안타까워한다. 이처럼 이 사건 드라마는 신면과 신숙주가 계유정 난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 ( 5 ) 이 사건 드라마 11회에서 신숙주는 세조에 반대하는 안평대군을 사사해야 한다고 단종에게 상소하고, 이 사건 드라마 15, 16회에서는 신숙주가 세조에게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어서 양위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우선 양위를 거절하는 모습을 취해야 한다는 등 그 구체적인 절차를 조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사건 드라마 19회에서 신숙 주는 단종을 폐위하는 상소를 올리겠다고 말한다 . ( 6 ) 조선왕조실록에는 계유정난 당일 신숙주가 참여하였다는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에는 신숙주는 계유정난 이후 계유정난에 참여한 공을 인정받아 정난 2등 공신으로 정해졌고, 신숙주가 단종에게 안평대군을 사사하라고 청한 적이 있으며, 신숙주가 이전에 단종을 명분으로 세워 역모가 꾸며진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단종도 편히 살게 할 수 없다고 세조에게 조언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신숙주는 세조가 집권한 후에도 세조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남았다 . ( 7 ) 신면은 계유정난 당시 16세의 청소년이었으며 21세에 관직에 처음 임명되어 30세가 되던 해 ( 1467년, 세조 13년 ) 에 죽을 때까지 우부승지, 도승지, 함길도 관찰사 등의 요직을 거치며 세조의 신하로 남았다 .

[ 인정근거 ]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갑 제8호증의 2, 3, 4, 5, 6, 8의 각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다 ) 판단 ( 1 ) 이 사건 드라마가 묘사한 시대적 배경이 무려 500여 년 전이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가리기 어려워 작가로서는 이 사건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역사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사실들을 허구적으로 창조하여 각색할 수 있고, 그와 같은 각색이 의도적 악의의 표출에 이르거나, 역사적 개연성을 잃지 않는 한 헌법상 예술의 자유에 의해 허용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 ( 2 ) 우선 이 사건 드라마에서 계유정난 전후의 신숙주에 대한 묘사 부분을 판단한다. 이 사건 드라마가 신숙주에 관하여 역사적으로 기록된 것 이상으로 세조 편에서 정사를 처리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 것은 이 사건 드라마의 중심으로 설정된 허구적 이야기가 ' 대를 이은 갈등 ' 이라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고 위와 같은 묘사가 의도적 악의의 표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신숙주가 세조 집권 후에도 세조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남았었다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데,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 신숙주가 계유정난 전후에 세조 편에 서서 정사를 처리하였다는 묘사가 역사적 개연성을 잃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드라마에서 계유정난 전후에 신숙주가 세조 편에 서서 부당히 정사를 처리하였다거나 세조의 왕위 계승을 조언 했다는 등의 설정은 작가에게 허용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각색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달리 이 사건 드라마의 위 묘사내용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인 신숙주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거나 신숙주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 한편 계유정난 이후에 신숙주가 단종에게 안평대군을 사사하도록 청하고, 세조에게 단종 폐위 상소를 올린 것은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오는 기록들인바, 이러한 묘사들은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 ) . ( 3 ) 다음으로 이 사건 드라마에서 계유정난을 묘사한 부분을 판단한다. 이 사건 드라마의 허구적 인물들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사건은 ' 계유정난 ' 이라는 역사적 사건인 점은 거듭 본 바와 같다. 이 사건 드라마의 허구적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신면과 그의 아버지인 신숙주가 계유정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는 설정은 세조의 집권에 반대하는 세령공주와 김승유와의 비극적 사랑의 극적 긴장감을 더하기 위한 설정으로 판단되며 신숙주와 신면에 대한 어떤 악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신숙주가 세조 집권 후 세조의 충실한 신하로 남았고, 신숙주가 계유정난 이후에 2등 공신에 책봉되었다는 점 등을 살펴볼 때, 신숙주가 계유정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는 묘사가 역사적 개연성을 잃은 묘사라고 볼 수도 없다 .

신면의 경우 계유정난이 일어났을 때 16세의 어린 청소년이었으므로 계유정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는 묘사의 역사적 개연성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으나, 이 사건 드라마에서 신면이라는 인물은 뒤에서 볼 바와 같이 김승유와 세령공주라는 허구적 인물들 간의 사랑의 극적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작가에 의해 새로이 창조된 허구적 인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신면도 세조에 충성을 다한 신하였으므로 그가 계유정난에 참여하였다는 설정이 역사적 개연성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을 종합하면 신면이 계유정난에 참여하였다는 묘사가 역사드라마에서 작가에게 허용된 각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

위와 같은 점들에 더해, 이 사건 드라마가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각색되었다고 미리 고지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계유정난에 신숙주와 신면이 깊숙이 관여하였다는 묘사는 역사드라마에서 작가에게 허용된 각색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고 달리 이 사건 드라마의 위 묘사내용이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인 신숙주와 신면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거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

2 ) 신면과 세령공주의 관계 부분가 ) 원고들의 주장 요지

신면이 사실은 18세 때 이미 결혼을 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드라마는 신면이 가상의 인물인 세령공주의 사랑을 구걸하는 듯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신면의 명예를 훼손하여 원고들의 신면에 대한 추모, 경애의 정을 침해하였다 .

나 ) 인정사실 ( 1 ) 이 사건 드라마 5회에서 신숙주와 세조는 자신들의 자식인 신면과 세령공주를 혼인시키려고 하는 장면이 나오기 시작하고, 이 사건 드라마 6회부터 신면은 세령공주에 대한 애정의 감정을 키워나간다. 이 사건 드라마 7회에서 신면은 세령공주가 김승유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화가 나 술을 마시는 장면이, 이 사건 드라마 12회에서 신면은 세령공주에게 자신을 받아들일 것을 청하며 내켜하지 않는 세령공주를 억지로 포옹하는 장면이, 이 사건 드라마 19회에서 신면은 세령공주에게 김승유를 죽이고 세령공주는 자신과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 사건 드라마 21회에서는 신면이 세령공주에게 자신과 있는 것이 그렇게도 싫으냐면서 김승유와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사건 드라마는 이와 같이 김승유 , 세령공주, 신면 사이의 삼각관계를 기초로 한 애정사를 다루는데, 신면은 세령공주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얻지 못하는 역할로 그려진다 . ( 2 ) 그러나 신면은 1455년 18세가 되던 해에 내금위 정호의 딸 영광 정씨와 결혼한 사이이다. 신면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신면이 주로 어떠한 관직을 거쳤는지, 신면이 도승지에 재직할 당시 세조가 도승지에게 명한 어명이 무엇인지에 관한 자료에 국한되어 있고, 신면의 개인적인 성품이나 그의 일상적 생활태도 등을 알 수 있는 역사적 자료는 없다 .

[ 인정근거 ]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3, 4, 6, 10의 각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다 ) 판단

살피건대, 역사드라마의 내용이 허구로 승화되어서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오해되지 않을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의 전제가 되는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

세령공주라는 인물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허구적 인물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그렇다면 신면이 허구적인 인물을 사랑하는 것으로 묘사된 것도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허구로 보아야 하고, 이 사건 드라마 방영에 앞서 방송된 자막에 비추어보면 신면이 세령공주를 사랑한다는 설정은 일반 시청자들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오해하지 않을 정도의 허구로 승화되었다고 볼 것이다. 이처럼 신면이 비록 역사적으로 실존하는 인물이기는 하나 그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제한적이라는 점에 비추어볼 때, 그를 허구적 인물로 재창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역사드라마 작가의 예술의 자유의 영역에서 용인된다고 할 것이다 . 더 나아가, 신면이 가상의 여인을 사랑하였으나 그 여인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는 허구적 설정이 역사적 인물인 신면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위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드라마가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인 신면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거나 신면의 인격권이 침해당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 3 ) 계유정난 이후 신면의 역할 부분가 ) 원고들의 주장 요지

이 사건 드라마는 신면이 계유정난 이후에도 세조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르면서 자신의 죽마고우인 정종, 김승유를 비롯하여 세조에 반대하는 무리들을 체포하고, 참형에 처하게 하는 한편, 세조의 권력 안정을 위해 헌신하는 역할로 그리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므로 신면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

나 ) 인정사실 ( 1 ) 이 사건 드라마 10회에서 신면은 세조를 향해 달려드는 김승유를 저지하여 그가 체포되는 데에도 역할을 담당하고, 세조를 반대하는 자들을 가둔 감옥을 지키고 있으며, 계유정난 다음날 세조에 반대하는 종친인 안평대군은 체포하여 간다 . ( 2 ) 이 사건 드라마 17회 ~ 18에는 단종이 폐위되는 경위가 그려지는데, 김승유는 단종 폐위에 있어 명나라의 재가가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명나라 사신 환영회 당일에 세조에 반대하는 거사를 일으키기로 모의하였다. 이 사건 드라마 18회에서 신면은 명나라 사신 환영회 당일의 치안을 위해 부하들에게 성삼문과 정종을 체포하라고 지시하고, 명나라 환영회 당일 거사하려는 김승유의 군사들과 격렬하게 싸운다 . ( 3 ) 이 사건 드라마 19회에서 신면은 성삼문 등을 형장으로 끌고 가 참형에 처하고, 이 사건 드라마 22회에서는 정종에 대한 참형 집행에 있어 신면이 경비를 담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

( 4 ) 한편 이 사건 드라마 7회에서 신면은 세조가 김승유와 김종서를 죽일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자 번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 사건 드라마 19회에서는 정종의 안위를 걱정하는 태도를 보이며 더 이상 정종의 계획에 대해 추궁하지도 않고, 이 사건 드라마 24회에서는 김승유를 대신하여 죽는 모습까지 보인다 . ( 5 ) 신면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신면이 주로 어떠한 관직을 거쳤는지, 신면이 도승지에 재직할 당시 세조가 도승지에게 명한 어명이 무엇인지에 관한 자료에 국한되어 있고, 신면이 실제 이 사건 드라마에서 묘사한 것과 같은 일들을 하였는지를 입증할 자료는 없다 .

[ 인정근거 ] 갑 제8호증의 5, 9, 10, 11호의 각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다 )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신면은 이 사건 드라마 작가에 의해 재창조된 허구적 인물로 보아야 하는데 이러한 허구적 묘사는 역사적 개연성을 잃지 않고 있는 한 그 부분만 따로 떼어 역사적 진실성에 대한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허위라거나 역사적 인물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단정하여서는 안 되고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다8341, 8358 판결 ), 의도적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예술의 자유의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다. 그런데 신면이 세조의 충성스러운 신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봤을 때, 이 사건 드라마에서 신면이 세조의 권력 안정을 위해 세조의 지시를 받아 앞서 인정한 것과 같은 행동을 하였다는 묘사가 역사적 개연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 .

나아가 이 사건 드라마는 신면, 김승유, 세령공주 사이의 삼각관계에서 신면이 김승유, 세령공주와는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그 극적 긴장감을 더해가는데, 위와 같은 묘사들은 이러한 설정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신면이 세조의 편에 서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반복되는 묘사이다. 특히, 이 사건 드라마에서 신면은 자신이 택한 정치적 입장 때문에 한때 친구였던 자들을 체포하고, 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바, 이를 통해 보면 신면에 대한 이 사건 드라마의 묘사가 의도적 악의의 표출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신면에 대한 위와 같은 묘사들은 역사드라마에서 작가에게 허용된 범위 내의 각색이라고 볼 것이므로 원고들 주장의 위 드라마 내용만으로는 이 사건 드라마가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인 신면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거나 신면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

4 ) 신면의 사망 관련 부분가 ) 원고들의 주장 요지

신면은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다가 전사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드라마는 신면이 김승유를 체포하기 위해 세조 또는 한명회의 지시로 세령을 미끼로 김승유를 유인한 후, 체포에 저항하는 김승유와 칼싸움을 하다가 한명회의 부하가 쏜 화살에 맞아 사망한 것처럼 허위로 묘사하여 신면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

나 ) 인정사실 ( 1 ) 이 사건 드라마 22회에서 세조는 신면에게 세령공주를 이용하여 김승유를 잡으라고 하자 신면은 잠시 고뇌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에 동의한다. 이 사건 드라마 23회에서 한명회는 신면에게 세령공주를 미끼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신면은 언짢은 기색을 보이나 김승유를 체포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음을 알고 이에 동의한다 .

( 2 ) 이 사건 드라마 24회에서 신면과 김승유는 칼싸움을 하다가 한명회의 부하가 신면과 김승유 모두를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김승유가 신면을 살리려고 하자 신면은 이를 거절하면서 김승유를 향해 밀려드는 화살 앞에 몸을 내던져 김승유의 목숨을 구하고 대신 죽는다 . ( 3 ) 역사적 실존인물로서의 신면은 30세가 되던 해 ( 1467년, 세조 13년 ) 에 함길도 관찰사의 직책을 수행하면서 호족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다가 전사하였다 .

[ 인정근거 ]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11, 12의 각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다 ) 판단

그러나 김승유와 세령공주가 허구적 인물인 만큼, 신면이 세령공주를 미끼로 하여 김승유를 체포하려고 하였고, 김승유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한명회의 부하가 쏜 화살에 맞아 숨졌다는 묘사 또한 허구로 판단되며, 위와 같은 묘사는 모두 이 사건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김승유와 세령공주 사이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 설정된 것이고 이 사건 드라마 방영에 앞서 방송된 자막에 비추어 일반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오해되지 않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

더 나아가 위 드라마 내용에서 신면은 세령공주를 미끼로 김승유를 체포하려는 제안에 대하여 고민을 하다가, 결국 죽마고우인 김승유를 보호하기 위해 화살을 대신 맞는 듯한 묘사가 나오는데, 위와 같은 묘사내용이 신면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드라마의 위 장면들만으로는 이 사건 드라마가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인 신면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거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 .

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 나. 원고들의 인격권 침해 여부

원고들이 신숙주의 16대 내지 20대손들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이 사건 드라마가 신숙주, 신면에 대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신숙주, 신면의 유족이 아닌 후손들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도 살펴본다 . 1 ) 망인의 명예 및 인격권에 관한 법률규정사자의 인격권과 관련하여 저작권법 상 규정이 있는바, 저작권법 제128조는 저작자의 사망 후 인격적 이익의 보호를 규정하면서 저작자가 사망한 후에 그 유족 ( 사망한 저작자의 배우자 · 자 · 부모 · 손 · 조부모 또는 형제자매를 말한다 ) 이나 유언집행자가사자의 저작인격권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저작권법 제39조는 저작재산권의 경우 사망한 후 70년간 존속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 저작인격권이나 저작재산권도 사망한 후 무한대로 보호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

또한, 언론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2항은 사망한 사람의 인격권이 침해당한 경우 그 구제절차는 유족이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동조 제3항은 위 유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비속, 형제자매 또는 그와 같은 순위의 유족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동법 동조 제5항은 사망 후 30년이 지나면 위와 같은 구제절차를 수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언론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도 사망한 사람의 인격권에 대한 보호는 일정한 시간과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는점을 알 수 있다 .

이처럼 우리 법은 사자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그에 대한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인적 범위를 유족으로 한정함과 동시에 유족이라 하여도 일정한 시간이 지날 경우 구제절차를 밟지 못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유족이 아닌 후손들의 경우에는 망인의 명예가 훼손되었거나 인격권이 침해되었다 하여도 특별

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 .

2 ) 망인의 명예 및 인격권 보호와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고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도 한계가 있어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한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19038 판결 ). 그런 망인의 유족을 넘어서 후손들의 망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도 법적으로 보호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망인의 인격권 침해에 대한 후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될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후손의 수도 많아져 손해배상의 범위는 지나치게 확대될 것이다 .

그렇다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오히려 표현의 자유는 더욱 위축되는 결과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및 표현의 자유에 상당한 위축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

3 ) 망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의 법적 보호가치 여부

나아가, 망인이 인격권 침해를 당했을 경우 유족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 근거는 망인에 대한 유족의 경애, 추모의 정이 침해되었다는 이유에서이다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다8341, 8358 판결 등 참조 ). 이러한 유족들의 경애, 추모의 정이 법으로 보호될 가치가 있는 근거는, 유족들이란 망인의 가장 가까운 자들로서 우리 헌법이 보호하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망인과 함께 생활을 하며 망인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형성시켰을 것이므로 그들의 망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은 일반인들의 그것에 비해 특별하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망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수백년의 시간이 흘러 망인을 생전에 만나보지 못하였던 후손들은 망인과 특별한 관계를 맺은 적도 없으며, 더 나아가 망인과 그러한 후손들 사이의 관계가 우리 법상 특별히 보호되는 관계도 아니다. 예컨대, 우리 사회에서 조상에 대한 후손들의 추모, 경애의 정을 이어나 가는 단체는 종중인데, 종중은 임의적인 사적 단체에 불과하고 특별한 법적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망인에 대한 유족의 경애, 추모의 정에 비해 후손의 경애, 추모의 정이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는 반드시 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대를 더해갈수록 망인에 대한 후손들의 구체적인 기억이나 망인이 후손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후손들의 망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줄어든다고 볼 수밖에 없다 . 4 )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① 망자의 명예 및 인격권에 관한 우리 법률 규정은 망자의 인격권의 보호를 구할 수 있는 자의 범위와 그 시간적 범위를 제한하고 있고, ② 망자의 인격권 침해에 대하여 유족을 넘어선 후손들의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부당히 침해당할 우려가 있으며, ③ 망인에 대한 유족의 경애, 추모의 정과 후손들의 경애, 추모의 정은 본질적으로 그 성질이 다르다는 점을 종합하면 , 이 사건 드라마가 신숙주, 신면에 대한 인격권을 침해하였다 하여도 그들이 사망한 날로부터 수백 년이 흐른 뒤의 후손들인 원고들의 신숙주, 신면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이 위법하게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

6. 결 론

결국,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판사

재판장 판사 유승룡

판사지창구

판사하정훈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