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5.9.선고 2006가합66611 판결
2006가합66611손해배상(기)·(병합)손해배상(기)
사건

2006가합66611 손해배상 ( 기 )

2006가합73756 ( 병합 ) 손해배상 ( 기 )

원고

1. 장○○

서울 종로구 창성동 21 - 49 401호

2. 이○○

서울 종로구 이화동 1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변호사 배호성

피고

한국방송공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8

대표자 사장 정연주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혁, 임상혁

변론종결

2007. 4. 11 .

판결선고

2007. 5. 9 .

주문

1. 원고들의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

청구취지

피고는 각 원고들에게 100, 001, 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

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 % 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

이유

1. 쟁점

장택상의 3녀인 원고 장○○, 이승만의 양자인 원고 이○○는 피고가 제작, 방송한 드라마인 ' 서울 1945 ' ( 이하 이 사건 드라마라 한다 ) 에서 장택상, 이승만에 대한 허위사실이 적시되었음을 이유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다투고 있는 이 사건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

㉮ 이 사건 드라마에서 이승만, 장택상이 친일경찰출신인 극중 가상인물 박창주를 통하여 여운형을 암살하도록 배후에서 지시한 것처럼 묘사됨으로써 허위사실이 적시되었는지 여부 ( 쟁점 ⑦ )

나 이 사건 드라마에서 이승만이 친일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그들로부터 돈을 받아 사용하고 미군정의 후원을 받은 것처럼 묘사된 부분이 허위사실의 적시로서 망인의 인격권을 훼손하였는지 여부 ( 쟁점 )

㉰ 이 사건 드라마에서 이승만이 가상인물인 친일파 문정관의 딸 문석경을 수양딸로 삼는 것으로 묘사된 부분이 허위사실의 적시로서 망인의 인격권을 훼손하였는지 여부 ( 쟁점 ㉰ )

2. 일반론

가. 헌법 제22조 제1항은 "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 고 규정하고 있다. 예술의 자유는 창작소재, 창작형태 및 창작과정 등에 대한 임의로운 결정권을 포함한 예술창작활동의 자유와 창작한 예술작품을 일반대중에게 전시 · 공연 · 보급할 수 있는 예술표현의 자유 등을 포괄하는 것인데, 이러한 예술의 자유도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권리와 명예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특히나 예술작품이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할 경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소재가 된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피해자는 그 예술작품의 창작자를 상대로 그로 인한 침해의 금지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만일 그 인물이 사망하였다면, 그 유족이 망인의 인격권 침해로 인해 자신들의 명예, 명예감정 또는 망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동일한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예술작품이 그 소재가 된 역사적 인물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는 ' 예술의 자유 ' 와 ' 개인의 인격권 ' 이라는 모순, 충돌하는 두 법익을 비교, 형량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인데, 일반적으로 시간이 경과할수록 객관적인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진실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적 사실의 실체를 알고자 하는 일반대중의 욕구는 증대되어 가는 반면 , 소재가 된 망인에 대한 유족의 추모감정은 점차 약화되어 가는 경향이 있는 점, 역사적이고 공적인 인물에 대한 다양한 시각에서의 평가와 비판은 균형있는 역사인식을 도출하기 위한 여론형성을 위해서도 더욱 장려되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예술활동의 자유는 역사적 인물인 망인의 인격권의 보호보다 우선하여 보호될 필요가 있다 .

나. 일반적으로 방송사에서 제작, 방송하는 드라마도 작가와 프로듀서를 비롯한 제작진들의 상상력에 의하여 가상적인 인물들이 전개해 나가는 이야기를 영상화한 창작물로서 헌법상 권리인 예술의 자유의 보호대상에 포함된다. 드라마에서도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인물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최근에는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어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문화예술의 한 기법인 소위 팩션 ( faction : 사실을 뜻하는 fact와 허구를 뜻하는 fiction의 합성어 ) 기법이 드라마 등 예술의 각 분야에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위와 같은 기법이 사용된 드라마에서 역사적 인물에 대한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해 그 인격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 즉 ① 드라마의 근본적인 제작목적이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정면으로 재조명하는 것인지 여부, ② 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존인물이 중심인물인지 배경인물인지 여부, ③ 실존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과 가상인물에 의한 허구적 이야기가 드라마 내에서 각 차지하는 비중, ④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이 결합된 구조와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드라마에 허구적 요소가 가미된 정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즉 허구적 요소보다 사실적 요소가 강조된 소위 논픽션 ( nonfiction ) 역사드라마의 경우에는 허위사실의 적시 여부에 대하여 비교적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나, 반대로 사실적 요소보다 허구적인 요소가 더 많은 드라마의 경우에는, 시청자들이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강하게 인식하면서 드라마를 시청하므로 드라마의 모든 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그 판단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고, 비록 드라마에서 허위사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다소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단순히 약간의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러한 불명확하고 모호한 묘사만으로 실존인물에 대한 허위사실이 적시되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

다. 또한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역사적 진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어느 정도 공익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그 드라마의 작가나 제작자가 소재로 삼은 역사적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으로 수긍할 정도의 근거자료 또는 정황이 있고, 적시된 사실이 왜곡이나 억측이 아닌 그러한 근거자료 또는 정황에 기초하여 허용될 수 있는 상당한 추측, 풍자 내지 과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 그 적시된 사실이 중대한 허위로서 고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을 수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침해하였다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이 같은 드라마에서 실존인물의 배역이 직접 하는 대사나 행동이 아니라 그 실존인물과 대립적인 입장에 있는 다른 인물의 대사를 통하여 그 실존인물에 대한 사실이 묘사될 경우, 이는 그 실존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니고 당시 그와 대립적인 입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눈으로 본 그 실존인물에 대한 추측 또는 평가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

라. 나아가 드라마에서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이 결합되어 이야기가 전개됨에 있어서 그들을 통해 묘사된 사실이 상당한 정도로 허구로 승화되어 일반시청자들의 입장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오해되지 않을 정도에 이른다면, 비록 그들 사이의 이야기가 실제사실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를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다 .

이와 같은 관점에서 아래에서는 먼저 이 사건 드라마의 성격을 살펴보고 허위사실의 적시 여부 및 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다 .

3. 판단 .

가. 이 사건 드라마의 성격이 사건 드라마는 일제시대 및 해방전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어린 시절 같은 마을에서 성장하였지만 출신계층과 이념적 성향을 달리하는 허구의 가상인물들, 즉 김해경 ( 한은정 분 ), 최운혁 ( 류수영 분 ), 이동우 ( 김호진 분 ), 문석경 ( 소유진 분 ), 박창주 ( 박상면 분 ), 문동기 ( 홍요섭 분 ) 등을 중심인물로 설정하여 그들 간의 사랑과 우정, 이념적 대립과 가족애 등을 그린 드라마이다. 이 사건 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로는 이승만, 장택상, 여운형, 김구, 김일성, 박헌영 등이 있는데, 총 71회분에 이르는 이 사건 드라마의 전체 방영분 중 이승만, 장택상은 제29회분에 이르러서야 처음 등장하고, 위 실존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의 횟수도 위 중심인물들에 비하여 현저히 적으며, 이들은 위 중심인물들간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배경인물로 등장한다 .

[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17 내지 22호증, 을 제14호증의 1 내지 30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하 이 사건 드라마의 대사나 장면에 대한 사실을 인정할 경우 위 인정근거를 원용하되, 그 기재를 생략하기로 한다. ]

나. 쟁점 ㉮에 대한 판단 ( 1 ) 인정사실

원고들이 이 사건 드라마에서 여운형 암살사건의 배후에 이승만, 장택상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별지1의 기재와 같고, 피고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한 부분은 별지2의 기재와 같다 . ( 2 ) 판단

별지1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드라마에서 친일경찰출신인 박창주가 해방이후 수도경찰청장이었던 장택상을 찾아가 경찰로 다시 채용되고 조선정판사 사건1 ) 의 해결과정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이승만과 접촉한 이후 그와 가깝게 지내다가, 이승만이 여운형을 비롯한 좌익세력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는 것을 듣고는 극우단체의 인물을 사주하여 여운형을 암살한 다음, 암살의 배후를 추궁하는 여운형의 측근 최운혁에게 " 빨갱 이 놈들에게서, 소련 놈들에게서 남조선을 지켜내는 분들이다. 나를 경찰청 보안과장 자리까지 끌어올리신 분들이고, 내게 조직을 만들 자금과 거사 자금을 내주신 분들이다. 네놈이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는 분들이다 " 라고 대답을 하고, 최운혁이 인민일보에 " 미군정과 이승만의 분단 정책이 결국 남북통합을 주장하며 좌우합작을 성사하고자 하셨던 몽양 여운형 선생의 죽음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할 수 있겠다 " 라는 내용의 기고문을 싣는 것으로 묘사되며, 경찰의 방조 아래 여운형이 암살되었다는 취지의 나레이션도 나온다. 위 장면들만 본다면, 이 사건 드라마의 시청자들이 여운형의 암살을 사주한 박창주의 배후에 이승만 또는 장택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다 .

그러나, 별지2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드라마에서 장택상은 여운형 암살사건 이전에 수 차례에 걸쳐 박창주에게 여운형의 처리에 관하여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취지로 경고하고, 이승만과 한민당을 위해서는 여운형이 죽어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박창주를 보고는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그를 질책하는 모습도 보이며 ( 원고들은 이 사건 드라마에서 장택상이 박창주의 위와 같은 말을 듣고 싫지 않은 기색을 보이는 것처럼 묘사되었다고 주장하나, 그 부분의 영상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주장과 같이 묘사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 여운형 암살사건 이후 그 수습과정에서도 이승만과 장택상은 그의 암살과 전혀 무관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이 사건 드라마의 전체적인 전개과정에다가 다음의 사정, 즉 ① 극중 박창주가 여운형의 암살 배후를 묻는 최운혁에게 위와 같은 대답을 한 것은, 평소 독단적이고 저돌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박창주가 자기 스스로의 결단에 따라 여운형 암살을 지시하고도 자신과 대립적인 지위에 있었던 최운혁이 계속적인 추궁을 해오자 마치 자신의 배후에 거대한 세력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위세를 과장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어 위와 같이 대답한 것이라고 해석될 여지도 있는 점, ② 경찰의 방조 아래 여운형이 암살되었다는 취지의 나레이션도, 여운형 암살사건 발생 직전에 혜화동 사거리 파출소 부근에서 트럭 한 대가 갑자기 달려와 여운형이 탄 리무진의 통행을 가로막고 바로 이어 암살범 한지근이 나타나 여운형을 저격한 다음 도주하는 과정에서 그를 뒤쫓던 경호원 박성복 이 오히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 최태화에 의해 공범으로 오인되어 체포됨으로써 결국 현장에서 암살범을 체포하지 못하게 되었던 당시의 정황 등에 비추어 경찰이 여운형의 암살을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어 온 사정 ( 갑 제3호증의 1의 기재 ) 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③ 최운혁이 인민일보에 위와 같은 내용의 기고문을 싣는 것으로 묘사된 부분 또한 당시 여운형을 지지하던 좌익진영이 여운형 암살에 관한 입장과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이를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는 힘든 점, ④ 이 사건 드라마에서 이승만이나 장택상이 직접적으로 여운형의 암살을 지시하는 장면이 나오지도 않는 점, ⑤ 이 사건 드라마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존인물에 의한 역사적인 사실보다는 가상인물들에 의한 허구적인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인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드라마에서 마치 이승만, 장택상이 박창주를 통하여 여운형을 암살하도록 지시한 것처럼 허위사실이 명확하게 적시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위와 같이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허구를 기본으로 하는 이 사건 드라마의 성격상 예술적 표현으로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이다 .

다. 쟁점 나에 대한 판단 ( 1 ) 인정사실

원고 이인수가 이 사건 드라마에서 이승만이 친일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그들로부터 돈을 받아 사용하고 미군정의 후원을 받은 것처럼 묘사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

( 가 ) ① 조선공산당원들이 위조지폐를 제조하고 있던 조선정판사 안에서 조선공산 당원인 이관술이 " 허어, 참. 한민당이나 이승만은 친일 자본가 놈들 돈으로 흥청망청한 다는데. 우리 당은, 해방일보 찍을 종이 값도 부족하니. .. " 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 ( 제34회분 ), ② 조선정 판사 사건 이후 이동우가 조선공산당을 비난하자 최운혁이 조선공산당의 처지를 옹호하면서 " 한민당이나 이승만 박사 쪽은 친일파들이 갖다 바치는 돈이 넘쳐나겠지. 친일파 돈으로 조직을 키우고, 신문을 찍고, 우익단체를 후원하고 ! 조선공산당은 어떠냐 ? 당을 운영할 자금도 없고, 신문 찍을 종이조차 허덕인다. " 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 ( 제35회분 ), ③ 일제시대 때 친일자본가인 것처럼 묘사된 가상인물 이인평의 비서가 이인평에게 " 군정청 관재처에 전주 고무신 공장 불하 이자와 이차 불하 대금을 냈습니다. 돈암장2 ) 에도 일금 오만원을 최강욱 비서관님3 ) 에게 전했구요 " 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 ( 제39회분 ) ( 나 ) ① 해방 후 이승만의 귀국에 대해 박헌영을 비롯한 조선공산당원들이 대화를 나누던 중 이현상이 " 이승만이 누군가 ! 과거의 유물 이씨 조선의 친족이네. 시대의 유물을 데려와 대체 어쩌자는 건가, 미군정은 ? " 이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 ( 제29회분 ), ② 최운혁이 강의를 하던 당시 경성제대 강의실내에서 한 학생이 " 이승만 박사께서 귀국하자마자, 미군정이 인민위원회를 해산하란 지시를 내렸습니다 " 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 ( 제30회분 ), ③ 최운혁, 이동우, 문동기 등이 만나 당시 민족지도자들인 이승만, 여운형 , 박헌영의 회동을 추진하자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던 중 이동우가 " 이 박사님은 미군정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 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 ( 제30회분 ), ④ 최운혁, 이동우, 오철 형4 ) 이 김구의 귀국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최운혁이 " ( 이승만 박사는 ) 누구보다, 미군정과 가까운 분이다. 이박사님이 하지 사령관에게 간곡히 권했다면, 백범 주석께서 , 임정요인들과 더 일찍 귀국하셨을 수도 있을 게다. 설사 일찍 환국하시는 게 안됐다 해도, 그렇게 초라하게 귀국하시지 않도록, 환영식은 준비해 주실 수 있었다 " 라는 대사를 하고, 뒤이어 오철형이 " 이승만 박사는 음흉한 반동이야 ! " 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 ( 제31회분 ) ( 2 ) 판단

살피건대, 을 제2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해방 이후 이승만의 주도 아래 조직된 보국기금실행위원회가 1945. 12. 12. 대한경제보국회라는 이름으로 공식 발족된 이후, 대한경제보국회는 1946. 4. 경 당시 미군정 사령관인 하지의 정치고 문이자 이승만의 개인 고문이었던 굿펠로우 대령을 통하여 미군정의 승인을 얻어 조선은행으로부터 2, 000만 원을 대출받은 다음 그 중 1, 000만 원을 이승만에게 정치자금으로 기부한 것 ( 특히 하지는 이승만과의 연락을 담당하던 스텍 중위에게 위와 같이 모금된 자금은 이승만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어떠한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였다 ) 을 비롯하여 이승만 등 우익진영의 정치자금조성에 상당부분 기여한 사실, 그런데, 당시 대한경제보국회의 간부진에는 민규식, 박기효 등 친일경력이 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던 사실, 이승만은 해방 이후 하지의 끈질긴 요청 끝에 맥아더 사령관의 전용기를 통해 조선으로 귀국한 사실 등이 인정되고, 그 외에 안철현 , 서중석 등 여러 역사학자들의 논문에서도 이승만이 해방 이후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미군정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는 취지의 서술들이 다수 존재한다 ( 을 제4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 .

그렇다면, 이처럼 이승만이 친일경력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부터 일부 정치자금을 제공받았고 그 과정 등에서 미군정으로부터 다소의 후원을 받았을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근거자료와 정황들이 존재하는 이상, 앞서 본 위 장면들에서 극중 다른 인물들 ( 특히 최운혁, 이현상, 오철형은 이승만과 대립되는 입장에 있었던 인물들 이다 ) 의 대사를 통해 위와 같이 다소 과장되고 추측적인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 근거자료와 정황에 기초하여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의 표현일 뿐 왜곡이나 억측 또는 중대한 허위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그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

라. 쟁점 ㉰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드라마에서 이승만이 극중 가상인물인 친일파 문정관의 딸 문석경을 수양딸로 삼는 부분이 나오는 것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

이 사건 드라마에서 문석경은 극중 가상인물인 친일파 문정관의 딸로 태어나 유복하게 유년시절을 보낸 후 아버지의 사망 등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완전히 몰락할 위기에 처하였다가 이승만과의 만남과 교류를 계기로 다시 권력과 명예를 얻고자 하는 야망과 질투의 화신으로 그려지는 가상인물이고, 이승만은 적어도 문석경에게 있어서만큼은 문석경의 이러한 욕구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적인 존재로서 배경인물의 기능만 하고 있을 뿐 역사적 인물로서 크게 부각되어 있지는 않다. 이 같은 이 사건 드라마의 전체적인 전개과정 및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의 결합방식에 비추어 볼 때, 이승만과 문석경 사이의 이야기는 상당한 정도로 허구적인 이야기로 승화됨으로써 일반시청자들의 입장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오해되지 않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마땅하므로, 비록 그러한 허구적인 이야기가 실제 사실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는 없다 .

가사 그것이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드라마에서 이승만은 문석경으로부터 친일파인 문석경의 아버지가 사망한 사정 등을 전해 듣고는 " 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지. 자네 아버님이 친일을 한 것은 결코 잘했다 말할 순 없다만, 그래도 함께 보듬고 갔어야 하는 것을. .. 소련과 공산당은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너무 많이 죽였어 " 라고 말하는 대사 ( 제35회분 ) 등을 통해 친일파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동시에 밝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어, 이승만이 문석경의 처지를 가엽게 여겨 그를 수양딸로 삼게 되는 극적인 설정으로 인하여 원고 이○○의 주장처럼 이승만이 주책없고 흉물스럽게 그려지거나 친일파와 손잡고 대한민국을 건국하는 것처럼 묘사됨으로써 이승만의 인격권이나 그 유족의 추모의 정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

판사

재판장 판사 한창호

노태홍

이종훈

주석

1 ) 조선공산당이 위조지폐를 발행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건

2 ) 당시 이승만의 거처

3 ) 극중 이승만의 비서관으로 등장하는 인물

4 ) 최운혁, 이동우의 친구로서 조선공산당 활동을 하는 극좌적인 성향의 극중 가상인물

별지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