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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9. 19. 선고 2007노1981 판결
[사자명예훼손][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정규영

변 호 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형태외 1인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는 KBS 주말 대하드라마 ‘서울1945’의 작가, 피고인 1은 위 드라마의 연출가인바, 공모하여 2006. 1. 7.경부터 같은 해 9. 10.경까지 사이에 매주 토요일, 일요일 21:30~22:40경 방영된 ‘서울1945’에서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를 방영함에 있어 사실은 피해자 망 이승만 전 대통령과 피해자 망 장택상 전 국무총리가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로서 여운형 암살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또한 장택상이 친일 경찰인 박○○를 통해 정판사 사건을 해결한 사실도 없으며 박○○를 정판사 사건 해결의 최대 공로자로 이승만에게 소개하는 등 친일파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① 드라마 34회에서 정판사 사건(공산당 지폐위조 사건)과 관련하여 조선공산당 간부 이현상이 “하~참 한민당이나 이승만은 친일 자본가 놈들 돈으로 흥청망청 쓴다는데 우리 당은 해방일보 찍을 종이값도 부족하니”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하고, 드라마 35회에서는 장택상 수도청장이 친일경찰 박○○에게 “자네 별호가 공산당 때려잡은 도사견 아닌가, 난 위조지폐단 배후가 공산당이라고 믿네, 한번 때려잡아 보게, 자네 인생이 달라질 줄 아는가”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하고, 계속하여 정판사 사건이 해결된 직후 장택상이 돈암장의 이승만 박사를 방문하여 박○○를 이승만 박사에게 소개하며 “이번 정판사 사건 해결의 최대 공로자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하여 장택상, 이승만이 친일파로서 친일 경찰인 박○○를 통해 정판사 사건을 해결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② 드라마 38회에서는 돈암장의 이승만 박사 자택에서 장택상과 박○○, 친일파 문경석 등이 식사를 함께 하는 도중에, 이승만 박사가 “입맛이 없다.”고 말하며 수저를 놓자 장택상이 “박사님 걱정을 해결하여 드리는 것이 저희가 할 일이 아닙니까”라고 말하고, 그 옆에 있던 박○○가 “공산당은 캐도 캐도 안 캐지는 쑥뿌리와 같은 것들입니다. 법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해결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하자 이승만 박사가 “여운형 안 되겠어, 여운형 안 되겠어”라고 방영하여 이승만이 여운형의 암살을 암시적으로 지시하는 듯이 묘사하고, 계속하여 수도청으로 돌아온 장택상이 박○○에게 “박사님이 말씀하신 이상 우리도 다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자, 박○○가 “박사님이 가장 우려하신 것은 여운형이 아닙니까. 박사님을 위해서도 한민당을 위해서도 여운형은 죽어 주어야 합니다. 송진우 선생도 그리 가셨는데 여운형이라고 그리 가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으로 방영하여 박○○가 이승만의 암시적 지시에 부응하기 위하여 여운형을 암살하려고 하는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피해자들이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이고, 정판사 사건도 피해자들이 친일파로서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친일경찰 박○○를 시켜 해결한 것처럼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인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방송드라마와 같은 작품 속에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에는 드라마의 성격, 적시된 사실의 내용, 자료의 신빙성은 물론, 예술의 자유로 인하여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의 비교형량, 드라마가 픽션으로 승화된 정도, 그 역사적 인물이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 작가의 의도 등을 참작하여 사소한 부분이 아닌 드라마 전체를 기준으로 역사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공소사실 제1항에 대하여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장면을 방영한 것만으로는 어떠한 구체적인 허위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하여 이승만, 장택상이 친일파로 묘사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공소사실 제2항에 대하여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장면을 방영한 것만으로는 이승만, 장택상이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라고 적시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해자들이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이고, 정판사 사건도 피해자들이 친일파로서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친일경찰 박○○를 시켜 해결한 것처럼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검사의 항소이유 요지

예술의 자유도 무제한적 기본권은 아니므로, 위 기본권의 행사로 타인의 권리 또는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될 한계가 있다 할 것이고, 이 사건과 같은 방송드라마가 역사적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였는지 여부는 ‘예술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이라는 모순, 충동하는 두 법익을 비교, 형량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드라마는 단순하게 허구를 그린 멜로드라마가 아닌 한국 현대사를 방영하는 대하드라마인 점, 이승만, 장택상 등 실존 인물을 드라마 전개의 중심부에 배치하고 그들 사이의 대립되는 이해관계, 입장 등이 드라마 전개에 있어 중요한 배경이 되는 점, 가상인물에 의한 허구적 이야기가 드라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실존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이 드라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큰 점, 여운형이 암살당하는 장면 등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나레이션을 삽입하여 피해자들이 여운형 암살에 개입한 것처럼 묘사하여 그 역사적 사실성을 부각시킨 점 등 이 사건 드라마의 성격, 적시된 사실의 내용, 역사적 인물이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면, 이 사건 드라마의 방영으로 망인인 이승만, 장택상의 명예가 훼손된 것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당심의 판단

가. 망인(망인)을 모델로 한 역사드라마에 있어 명예훼손 여부의 판단 기준

(1)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22조 가 보장하는 예술의 자유는 창작소재, 창작형태 및 창작과정 등에 대한 임의로운 결정권을 포함한 예술창작활동의 자유와 창작한 예술작품을 일반대중에게 전시·공연·보급할 수 있는 예술표현의 자유 등을 포괄하는 것이고, 방송드라마도 창작 내지 예술의 자유의 보호대상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나, 이러한 예술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권리와 명예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되고, 특히 이 사건처럼 망인을 모델로 한 드라마에 있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모델이 된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08조 에 의하여 처벌될 수가 있다.

(2) 특정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충돌이 있게 되는바,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중 어느 것을 더 보호하여야 할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신빙성 등은 물론,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의 이익형량, 드라마가 독자적인 세계를 이루어 픽션으로 승화된 정도, 그 실제 인물이 주인공인지 주변인물인지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 작가의 명예훼손 또는 비방의 의도의 유무 등을 아울러 참작하여 사소한 부분이 아닌 드라마 전체를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망인을 소재로 한 역사드라마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 즉 ① 드라마의 주된 제작목적이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재조명하는 것인지 여부, ② 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존인물이 중심인물인지 배경인물인지 여부, ③ 실존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과 가상인물에 의한 허구적 이야기가 드라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④ 드라마상에서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이 결합된 구조와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드라마에 허구적 요소가 가미된 정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허구적 요소보다 사실적 요소가 강조된 소위 논픽션(nonfiction) 역사드라마의 경우에는 허위사실의 적시 여부에 대하여 비교적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나, 반대로 사실적 요소보다 허구적인 요소가 더 많은 드라마의 경우에는 시청자들이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강하게 인식하면서 드라마를 시청하므로 드라마의 모든 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그 판단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고, 비록 드라마에서 허위사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다소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단순히 약간의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러한 불명확하고 모호한 묘사만으로 실존인물에 대한 허위사실이 적시되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드라마에서 실존인물의 배역이 직접 하는 대사나 행동이 아니라 그 실존인물과 대립적인 입장에 있는 다른 인물의 대사를 통하여 그 실존인물에 대한 사실이 묘사될 경우, 이는 그 실존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니고 당시 그와 대립적인 입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눈으로 본 그 실존인물에 대한 추측 또는 평가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하고, 드라마에서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이 결합되어 이야기가 전개됨에 있어서 그들을 통해 묘사된 사실이 상당한 정도 허구로 승화되어 일반시청자들의 입장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오해되지 않을 정도에 이른다면, 비록 그들 사이의 이야기가 실제사실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를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드라마의 성격

이 사건 드라마는 일제시대 및 해방전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어린 시절 같은 마을에서 성장하였지만 출신계층과 이념적 성향을 달리하는 허구의 가상인물들, 즉 김○○, 최○○, 이○○, 문○○, 박○○, 문동기 등을 중심인물로 설정하여 그들 간의 사랑과 우정, 이념적 대립과 가족애 등을 그린 드라마이고, 이 사건 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로는 이승만, 장택상, 여운형, 김구, 김일성, 박헌영 등이 있는데, 총 71회분(1회당 50분)에 이르는 이 사건 드라마의 전체 방영분 중 이승만, 장택상은 제29회분에 이르러서야 처음 등장하고, 실존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의 횟수도 중심인물들에 비하여 현저히 적다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은 중심인물들간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배경인물로 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 판단

(1) 우선, 공소사실 제1항 중 드라마 34회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장면에 대하여 보건대, 위 장면은 이승만의 배역이 직접 하는 대사나 행동이 아니라 이승만과 한민당과 대립적인 입장에 있는 조산공산당 간부인 이현상의 대사를 통하여 이승만에 대한 묘사가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승만에 대한 추측 또는 평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정도만으로 이승만이 친일파적인 행위를 하였다고 하는 어떤 구체적인 허위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다음으로, 공소사실 제1항 중 드라마 35회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장면에 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드라마가 주로 가상인물들을 중심인물로 설정한 허구적 요소가 강한 드라마이고, 박○○ 역시 드라마상에서 친일경찰로 설정된 허구의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자들로서는 장택상이 박○○에게 정판사 사건을 해결하라고 하는 것이나 이승만에게 박○○를 소개한 것을 쉽사리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더구나 박○○가 친일경찰이라고 하여 드라마의 전개상 그에게 사건해결을 지시하는 것으로 설정된 장택상이나 박○○를 소개받는 것으로 설정된 이승만 역시 친일파라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도 아닌 점, ② 이 사건 드라마에서 이승만은 문○○으로부터 친일파인 문○○의 아버지가 사망한 사정 등을 전해 듣고는 “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지. 자네 아버님이 친일을 한 것은 결코 잘했다 말할 순 없다만, 그래도 함께 보듬고 갔어야 하는 것을... 소련과 공산당은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너무 많이 죽였어”라고 말하는 대사(35회분) 등을 통해 친일파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동시에 밝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어 있는 점 등 이 사건 드라마의 성격과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보면, 특정 한 장면의 일부에 불과한 위 장면의 방영만으로 이승만과 장택상이 친일파로서 친일 경찰인 박○○를 통하여 정판사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등 어떤 구체적인 허위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마지막으로, 공소사실 제2항에 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장면에 연이어서 박○○가 “박사님이 가장 우려하신 것은 여운형이 아닙니까. 박사님을 위해서도 한민당을 위해서도 여운형은 죽어 주어야 합니다. 송진우 선생도 그리 가셨는데 여운형이라고 그리 가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라고 말하자, 연이어 장택상이 “이보게... 자네, 그게,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사람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구만! 일 치를 사람 아닌가!”하고 말한 장면이 방영된 사실, ② 또한 이 사건 드라마에서 장택상은 여운형 암살사건 이전에 수차례에 걸쳐 박○○에게 여운형의 처리에 관하여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취지로 경고하고(드라마 39회), 여운형 암살사건 이후 그 수습과정에서도 이승만과 장택상은 그의 암살과 전혀 무관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묘사된 사실(드라마 39회, 41회), ③ 이 사건 드라마 38회의 전체 구성은 여운형과 이승만, 박헌영 등 당시 정치지도자들의 노선 관련 갈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주된 테마로 삼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드라마에서 이승만이나 장택상이 직접적으로 여운형의 암살을 지시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이 사건 드라마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존인물에 의한 역사적인 사실보다는 가상인물들에 의한 허구적인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공소사실과 같은 장면만으로는 피해자들이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이고, 정판사 사건도 피해자들이 친일파로서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친일경찰 박○○를 시켜 해결한 것처럼 묘사하는 등 어떤 구체적인 허위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조치는 옳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결론

따라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태악(재판장) 김정석 권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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