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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2011 판결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실화][공1991.1.1.(887),136]
판시사항

유조차운전사가 석유구판점의 위험물취급주임의 지시를 받아 유조차의 석유를 구판점 탱크로 급유하다가 탱크주입구에서 급유호스가 빠지는 바람에 화기에 인화되어 화재가 발생한 경우 운전사의 업무상과실 유무(소극)

판결요지

소방법 제18조 , 같은법시행규칙 제54조 , 소방시설의 설치, 유지및위험물제조소등시설의기준에관한규칙 제279조 제6호 에 비추어 보면 유조차의 석유를 구판점의 지하 석유탱크에 공급하는 작업은 위험물취급주임의 참여하에 하여야 하고, 작업자는 그의 보완에 관한 지시와 감독하에 일을 하여야 하는 것이며, 그 보안에 관한 책임은 위험물취급주임에게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 유조차의 운전사에게 위험물취급주임의 지시 없이도 석유가 제대로 급유되는지, 어떠한 사유로 인하여 급유장애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급유가 끝날 때까지 그와 함께 또는 그와 교대로 급유호스가 주입구에서 빠지려고 할 때는 즉시 대응조치를 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유조차운전사가 석유구판점의 위험물취급주임의 지시를 받아 유조차의 석유를 구판점 탱크로 급유하다가 급유호스가 탱크주입구에서 빠지는 바람에 분출된 석유가 화기에 인화되어 화재가 발생한 경우 운전수가 위험물취급주임이 탱크주입구 부분을 이탈하였음을 보고서도유조차 운전석에 앉아 다른 일을 보고 있었다고 하여 운전사에게 화재발생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석용진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백유사 석유구판점(이하 위 구판점이라고 한다)은 당국으로부터 제4류 위험물판매취급허가를 받은 위험물판매취급소이고, 임차경영인인 공소외 성석영은 위 구판점의 위험물취급 주임으로 당국에 선정, 신고된 자이며, 피고인은 부일석유주식회사 소속 부산 7가6250호 4.5톤 유조차의 운전사로서 위 유조차에 석유 30드럼을 싣고 운전하여 위 구판점에 이르렀다는 것이고, 위 성석영은 위 구판점의 지하석유탱크에 위 석유를 공급받기 위하여 위 구판점에 비치해 두고 사용해 오던 급유호스(내경 5센티미터, 외경 5.5센티미터, 길이 5미터 가량)의 한쪽 끝부분을 피고인으로 하여금 위 유조차의 커플링(급유배출구)에 연결하게 하고 자신은 위 급유호스의 다른 한쪽 끝부분을 위 구판점의 지하석유탱크(깊이 약 1.5미터)의 주입구(직경 9센티미터 가량) 속에 집어넣은 다음 위 차량의 운전석에 앉아 있던 피고인에게 신호를 보내어 위 유조차에 설치된 급유장치인 석유주입펌프 기어와 급유속도조절장치인 슬로우보턴을 가동하게 하여 위 유조차에 싣고 온 30드럼(6000리터)의 석유를 공급받게 되었다는 것이며, 이 때에 위 성석영은 위 구판점의 사무실 안에 피워져 있던 석유난로를 끄지 아니하고, 위 유조차의 커플링과 지하석유탱크의 주입구 사이의 거리가 3미터 정도밖에 떨어지지 아니하여 2미터가량이나 여유가 남아있던 위 급유호스의 한쪽 끝부분을 위 지하석유탱크의 주입구속에 너무 얕게 집어 넣었을 뿐만 아니라, 급유 도중 위 지하석유탱크주입구에 집어넣은 위 급유호스에 대하여 아무런 고정장치도 취하지 아니한 과실로, 급유개시후 약 6분이 경과할 무렵 위 지하석유탱크주입구에 깊이 넣어지지 아니한 급유호스의 한쪽 끝부분이 그 주입구를 빠져나와 튕기면서 그 급유호스 끝부분으로 계속 분출된 석유가 위 구판점내 사방으로 비산되어 위 사무실 안에 피워놓은 석유난로에 인화되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위 성석영과 공소외 김정애, 김인근이 사망하였다는 것이다.

2. 소방법 제18조 에 의하면, 위험물판매취급소의 위험물취급주임 또는 위험물취급자는 내무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위험물 취급에 관한 보안, 감독을 하여야 하고( 제2항 ), 위험물취급주임 또는 위험물취급자를 선임한 제조소 등에 있어서는 이들의 참여 없이 위험물을 취급하여서는 안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제3항 ), 내무부령인 같은법시행규칙 제54조 는 위험물취급주임 또는 위험물취급자의 보안, 감독업무를 규정함에 있어, 위험물을 취급할 때에는 그 작업이 소방법 소정의 시설기준 및 화재예방규정에 적합하도록 작업자에 대하여 필요한 지시와 감독을 하는 일( 제1호 )과 기타 위험물취급에 있어서는 보안에 관하여 필요한 감독을 하는 일( 제5호 )등을 들고 있고, 또한 내무부령인 소방시설의설치,유지및위험물제조소등시설의기준에관한규칙 제279조 제6호 에는 위험물을 차량에 주입 또는 싣거나 내릴 때에는 반드시 위험물취급주임 또는 위험물취급자의 참여하에 하여야 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이로 미루어 보면 위와 같이 위 유조차의 석유를 위 구판점의 지하석유탱크에 공급하는 작업은 위험물취급주임인 위 성석영의 참여하에 하여야 하고, 작업자는 그의 보안에 관한 지시와 감독하에 일을 하여야 하는 것이며, 그 보안에 관한 책임은 위험물취급주임인 위 성석영에게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면 이는 위 성석영의 업무상과실에 기인하는 것일 것이며, 나아가 유조차의 운전사에 불과한 피고인에게 위 성석영의 지시 없이도 석유가 제대로 급유되는지, 어떠한 사유로 인하여 급유장애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급유가 끝날 때까지 위 성석영과 함께 또는 그와 교대로 계속 급유과정을 잘 살펴보고 있다가 만약에 급유호스가 주입구에서 빠지려고 할 때는 즉시 대응조치를 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실무관행도 유조차의 운전사는 위험물판매취급소에 이르러 석유저장탱크에 석유를 주입하는 경우 반드시 위험물취급주임 또는 위험물취급자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운전사 독단적으로 이를 행할 수 없으며, 위와 같은 급유과정에 있어서의 유조차 운전사의 정위치는 유조차의 운전석인 것이고,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도 피고인은 위 성석영의지시에 따라 그가 들고 온 급유호스의 한쪽 끝을 위 유조차의 커플링에 연결하고, 그 다른 한쪽 끝을 위 성석영이 위 구판점의 지하석유탱크주입구에 집어 넣는 것을 확인하고 위 성석영의 신호에 따라 위 유조차의 운전석에 앉아서 석유주입펌프기어와 슬로우보턴 등 급유장치를 가동시킨 뒤 위 성석영으로부터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위 운전석에 대기하면서 위 석유공급으로 인한 거래명세표를 작성하고 있었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위 성석영이 위 주입구 부분을 이탈하였음을 보고서도 위 유조차의 운전석에 앉아 다른 일을 보고 있었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위 화재발생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따라서 원심이 이와 같은 견해에 터잡아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과실범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덕주(재판장) 윤관 배만운 안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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