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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2018.7.11.선고 2018노51 판결
강도살인
사건

2018노51 강도살인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김공주(기소), 박재영(공판)

변호인

법무 법인 율강

담당 변호사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2018.1.9.선고2017고합452 판결

판결선고

2018. 7. 11.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피해자의 재물을강취하고피해자를살인하지않았다. 원심이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증인 B의 일부 법정진술을 증거로 채택한 것은 위법하다. C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 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2 ) 양형부당

원심의 형(무기징역)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 검사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법리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 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 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다만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 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 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다. 여기서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 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 의문 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 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 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172 판결,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2도11591 판결 등 참조).

또한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 접증거만에 의하여 유죄를 인정할 수 있고, 살해의 방법이나 피해자의 사망경 위에 관한 중요한 단서가 일부 멸실된 경우라 하더라도 간접증거를 상호 관련 하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도2658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범행방법, 피해자의 구체적인 사망경위 등 공소 사실을 직접 인정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원심이 적시한 증거 중 피 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원심 증인 B의 일부 법정진술을 제외한 나머 지 증거들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간접사실 및 관련 정황들, 즉 피고인이 피해자의 통장으로 예금 을 인출하고 피해자의 적금을 해지한 점, C이 피고인과 함께 마대자루를 옮 긴 점 , 피고인의 당시 어려운 경제적 상황, 피고인이 유사 수법의 범행을 저 지른 점, 피고인의 변소 내용이 신빙성 없는 점 등을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 으로 고찰하여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물 을 강취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 되었다고 인정되고, 이에 대하여 여러 의문을 제기하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들은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에 불과하여 합 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및 변호인이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피 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원심 증인 B의 일부 법정진술을 제외한 나머 지 증거만으로도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증거능력 없는 전문진술을 증거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원심의 이와 같은 잘못은 판결 에 영향이 없어 파기사유가 되지 아니한다( 유사취지 대법원 2000. 6. 15. 선 고 99도110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1) 피고인이 피해자의 통장으로 예금을 인출한 점

① 피고인은2002.5.22.12:18경부산 사상구 괘법동 소재 O0은행 사 상지점에서 피해자의 보통예금 통장을 이용하여 예금 296만 원을 인출하였 다(이하 '1차 인출'이라고 한다).

② 피고인은경찰에서 1차 인출 당시 은행 CCTV에 찍힌 사진은 본인이 아니고 그 은행에 간 적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다가, 피고인의 전 배우자 , 고교 동창, 회사 동료, 자주 가던 술집 여종업원, 동거하였던 여자 청소년들 이 모두 하나같이 CCTV에 찍힌 사진이 피고인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자,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에 이르러 그 사진이 본인이 맞다고 시인하였다.

③1차 인출당시의 CCTV 영상에 따르면, 피고인은현금지급기로 가서 돈을 인출하려고 하였으나, 2회에 걸쳐 비밀번호가 틀려서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현금지급기에 비밀번호를 눌러 확인한 다음, 창구로 가서 예 금을 인출하였다.

④ 피고인은피해자로부터 통장 비밀번호를알아내었다고 보는 것이 경 험칙에 부합한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 피해자의 가방을 습득하여 그 안 에 있던 피해자의 신분증과 수첩에 기재된 피해자의 휴대폰 번호를 조합하 여 3번 만에 예금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었다고 진술하였으나, 본인의 수첩 에 본인의 휴대폰 번호를 적어 놓는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일 뿐 아니라, 피 해자의 주민등록번호는 '******-*******', 휴대폰 번호는 '***-***-****'이어 서 두 번호의 조합으로는 3번 만에 예금통장 비밀번호인 '6267'을 도저히 알 아낼 수 없다.

⑤ 피고인은수사기관에서 두번호의 조합으로비밀번호를다시알아내 보라고 요구받았는데 '6267'이라는 번호를 맞추지 못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은 피해자의 수첩에 기재되어 있던 피해자 부모의 생년월일을 토대로 비밀번호 를 알아내었다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그러나 사건 당시 22세의 성인이 자신 의 부모 생년월일을 수첩에 적어 놓는 것 또한 극히 이례적이다.

⑥ 평소 돈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 피해자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피고인 에게 이유 없이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 주었을 가능성은 없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 또는 협박을 하여 비밀번호를 알아내었음을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

2) 피고인이 피해자의 적금을 해지한 점

피고인은 1차 인출 후 D에게 피해자의 적금을 해지하도록 부탁하였고, D은 E와 함께 2002. 6. 12.(피고인의 1차 인출로부터 약 20일이 지남) 부산 덕천동 소재 OO은행에 들어가, 은행 창구에서 피해자의 적금통장, 신분증을 이용하여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적금을 해지하고, 수고비를 제외한 나머지 돈을 피고인에게 주었다. 당시 현장 부근에 피고인도 있었다. 통장 및 신분증을 분실하였고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예금이 인출되었다는 것까지 안 사람이라면 은행에 분실 신고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러한 사정을 알 았을 피고인이 D에게 적금을 해지하도록 요청하였다는 것은, 피해자가 분실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피고인이 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3)C이 피고인과 함께 마대자루를 옮긴 점

① 피해자는 2002. 5.31. 흙복부에 14개소(창구가 연결된 자창이 있어 실제는 17개소 이상의 자창으로 추정됨) 의 자창을 입은 상태로 살해되어 마 대자루에 담긴 채 부산 명지동 소재 해안 안벽 아래 해상에서 발견되었다. 마대자루 안 사체는 양 발목, 무릎, 손이 청테이프로 묶인 상태로 검은 비닐 에 담겨져 있었고, 검정 비닐은 청테이프로 감겨져 있었다 .

② 경찰은피고인을용의자로지목한 뒤 피고인의 청소년 성매매 입건 기록을 통해 피고인이 2002년 7월경 가출 청소년인 F을 성매매 시킨 사실을 확인하고, F을 조사하였다. F은 성은 생각나지 않고 가술리에 사는 'G'이라 는 1984년생 정도의 언니가 피고인을 소개시켜 줘서 2002. 6. 10 . 한국과 미 국의 월드컵 축구 경기가 있기 전인 2002년 6월 초순경 부산 사상터미널 부 근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생활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경찰이 'G'이라는 언 니도 피고인과 같이 생활하였는지 묻자 , F은 "처음 만난 날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이 그 언니에게 돈을 주는 것을 보았는데, 제가 '왜 돈을 주냐' 고 물었 더니, 피고인이 '빌린 것 준다' 고 하였고, 그 언니는 2~3일 같이 있다가 말도 없이 가버렸다" 고 진술하였다. 그 밖에 F은 당시 피고인과 생활하던 모습, 성 매매 경위, 피고인의 생활 습관, 성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③ 경찰은 창원시 의창구 OO면 00리에 사는성불상의'G'을 특정하기 위하여 00면 소재 00초등학교에 조회하여 1984년생 C을 찾았고, C의 사진 을 전송받은 F은 C이 피고인과 함께 살던 'G' 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C 은 2017. 7.20. 경찰에서 최초 조사를 받으면서 , 경찰이 부산 사상터미널 인 근 괘법동에서 살았던 기억을 묻자 , '괘법동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그 동네에 사는 오빠 집에서 지냈던 기억이 난다. 그 오빠는 채팅으로 알게 되었고 나 이는 30대 초중반이며 그 집에서 좀 살았다는 느낌은 있는데 얼마나 있었는 지 모르겠다. 2층에서 살았던 거 같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이 F의 진술 을 바탕으로 C을 특정하게 된 경위가 자연스러운 점, F, C의 진술이 구체적 인 점, 뒤에서 보는 C이 피고인의 주소지를 현장 방문한 결과 등에 비추어 보면, C은 2002년 5월경 일정 기간 피고인과 같은 집에서 살았던 것이 분명 하다.

④ C은최초 경찰 조사시 피고인이 차량의 뒷좌석이나트렁크에 마대자 루 같은 것을 싣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기억이 없다고 하다가, 경찰이 계속 추궁하자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을 하였다.

○한번은마대자루를 옮기는데, 제가 들어준 사실은있다. 그 오빠가 저에게 화난 목소리로 좀 들어라는 식으로 말하고, 저하고 그 오빠하고 둘이 서 노란색의 평범한 마대자루를 같이 들고 트렁크에 실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어디론가 가서 그오빠가 평평한 곳에 차를대고 트렁크에 서 그 마대자루를 내릴 때 제가 같이 들어 준 기억이 난다.

○ 마대자루는 딱딱한느낌이 아닌 약간 물컹하다는 느낌을받았다, 일 반 물건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그오빠가 무서워서 마대자루 안에 무엇이 돌었는지 물어 보지 않 았다. 잘못 말하여 맞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가시골에서 살았지만, 현재까지 한 번도 마대 자루를들고운반했 거나 차에 싣거나 한 적은 없다. 그때가 처음이고 마지막이다.

○ 마대자루를 옮길 즈음에는 그 오빠와 단둘이 살 때이고F은없었다.

⑤ 이후경찰은 피고인이 2002년 5월경 거주하던 부산 OO동 -**에 C을 데려갔고, 비록 피고인이 거주하던 건물은 철거되어 없지만, C은 주변에 남아있는 괘법파출소, 어린이 놀이터, '사상익스프레스' 간판 등을 살펴보면 서 이 곳이 자신이 살던 곳이 맞고, 철거 전 건물을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망사 철문( 일명 자바라) 이 있었고, 화장실 냄새가 심하게 났다는 등의 기억 을 떠올렸다.

⑥ 결국 C은O0동오빠와 살던2002년 5월경00동오빠의 요구로 마 대자루를 함께 옮긴 사실이 있고 , 그 00동 오빠는 F, C의 진술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분명하므로, C은 2002년 5월경 피고인의 요구로 내용물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무거운 마대자루를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다 피해자는 2002. 5. 21. 오후 9시경 이후 실종되었고, 사망 추 정시간은 2002. 5. 22. 오전이며,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통장 비밀번호를 알 아내어 1차 인출한 일시는 2002 . 5. 22. 오후 12시경이고, 피해자의 사체는 2002. 5. 31. 마대자루에 담긴 채 발견된 점을 종합하면, C은 피고인의 요구 로 피해자의 사체가 담긴 마대자루를 옮겼을 개연성이 높다.

⑦ C이수사기관및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 집에서 살았던기간, 마대자 루를 옮긴 시각, 장소 , 방법 등에 대하여 다소 불명확하게 진술을 한 사정은 있다. 하지만 C이 15년여 전의 상황에 관하여 정확한 기억을 되살린다는 것 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는 과거의 일을 기억하는 과정에서 기억 의 한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반면에 C이 괘법동 오빠의 지시 에 따라 마대자루를 옮겨 차에 실었다는 진술 자체는 최초 경찰 조사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점, 경우에 따라서는 공범으로 몰릴 수 있는 본인에게 유리할 것이 없는 사실을 자발적으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C의 위와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위와 같이 기억상의 한계에서 비롯된 일부 부정 확한 진술 부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C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는 없다.

⑧ 또한, C은 최초 경찰 조사시, '패법동 오빠'가 피고인인지는 불명하 고 , 괘법동 오빠가 빨간색 투스카니를 운전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즉 C은 최초 경찰 조사시 마대자루를 옮기라고 요구 한 사람이 피고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단지 여성인 자신이 마대자루를 트렁크에 실었다는 특이한 기억을 떠올렸을 뿐이다. C이 피고인을 무고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꾸며내었다고 볼 수 없다.

⑨ C은수사를거듭할수록 마대자루를옮긴 장소 등에 대하여 점차 구 체적으로 진술하였다. 이는 아주 오래된 특이한 경험에 대한 기억을 재생하 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인다. 물론 반대로 변호인이 지적하는 대로 C의 이러한 진술은 C에 대한 최면조사가 이루어지고, C에게 피고인의 사진, 사체 가 담긴 마대자루 사진을 보여주었으며, C이 피고인이 다니던 공장 등을 둘 러본 이후에 한 진술이므로 기억의 왜곡과 오염이 있을 개연성도 있다. 하지 만 괘법동 오빠의 요구로 마대자루를 옮겼다는 최초 진술 자체에는 그러한 왜곡과 오염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괘법동 오빠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여러 정황상 피고인이 분명하다.

⑩ C의 언어표현, 지각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기는하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결함이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4) 피고인의 당시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던 점

피고인은 2001. 2.1.부터 부산 강서구 OO동소재 OO라는공장에서 일 하다가 2002. 3. 30.경 퇴사하여 이 사건 당시에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피 고인은 당시 상당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도 일정한 수입 없이 가출청 소년 성매매 알선과 도박을 하면서 카드깡과 카드론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피고인이 1차 인출에 이어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여자 까지 섭외하여 피해자의 적금을 해지하고 돈을 찾아간 점에 비추어 보아도 피고인의 당시 어려운 경제적인 상황을 추단할 수 있다. 피고인의 이러한 경 제적 곤궁을 이 사건 범행의 동기로 충분히 볼 수 있다.

5 ) 피고인의 유사 범행과 성향

① 피고인은2003년3월경 야간에 고급승용차를 혼자 운전하는 여자들 을 상대로 금품을 강취할 것을 수차례 예비하고, 젊은 여성 피해자에게 다가 가 미리 준비한 흉기인 과도를 목에 들이대며, 그 피해자의 입과 손발을 청 테이프로 묶어 반항을 억압한 다음 돈을 강취하고, 강간하려고 하는 등의 범 죄를 저질러 2004. 1. 20. 부산고등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 다.

② 이 사건의피해자도 청테이프로손발이 묶여져 있었고, 하의는 벗겨 져 있었으며, 다발성 자창을 입었다.

③ 피고인의 지인들은피고인이 평소에도 폭력적이었다고 진술하고 있

6) 그 밖의 정황

①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 당시 주거지인 부산 사상구 O0동***-**과 피해자가 일하던 H과는 약 700~ 800미터 거리에 불과하다. 피해자는 2002. 5. 21. 오후 9시 이후 퇴근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마주쳤을 가능성이 충 분히 있다.

② 피고인으로부터2013년 10월경 빨간색 투스카니 승용차를매수한 사 람은 차량 인수 후 1년이 지날 무렵 뒷좌석의 인조 가죽 시트를 벗겨내고 조명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던 중 검붉은색 얼룩 자국이 마치 오래 전에 피가 묻어 있다가 마른 것과 같은 색깔과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 다 .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그 투스카니를 타고 다녔다. C은 피고인의 빨간색 차에 마대자루를 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③ 피고인의 휴대폰에는 주로'로또당첨번호'나 지역 위치 등을 검색한 기록이 있는데 2016. 5. 3. 18:21경에는 '살인 공소시효'를, 2016. 5. 21. 00:55경에는 '살인 공소시효 폐지'를 검색한 적이 있다.

④ 피고인은수사기관에서' 최고의 선택을하면 양쪽으로 형량이 어떻게 되겠느냐', '검사님에게 선처의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봐달라'고 말한 적이 있 다(원심에 제출된 2017 . 11. 14.자 변호인의견서). 아무리 수사기관의 집요한 자백 요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중형이 불가피한 강도살인을 저지르지도 않 았는데도 형량과 관련하여 수사기관과 거래를 하였다는 점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7) 피고인의 신빙성 없는 변소

형사소송에서 범죄사실에 대한증거는 검사가 제시하여야 하는 것이고 피고인은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것을 강제당하지 않게 되어 있는 만큼 피고인의 변소가 불합리하여 거짓말 같다고 하여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을 불리하게 할 수는 없다. 다만 그 변소가 수긍할 만한 합리성이 있는지는 그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 즉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에 대한 탄핵으 로서 유효하게 기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중요한 고려요소 가 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경찰에서 1차 인출 당시 은행 CCTV에 찍힌 사진은 본인이 아니고 은행에 간 적이 없다는 취지로 극구 부인하다가 , 피고인의 전 배우자, 고교동창 , 회사 동료, 자주 가던 술집 여종업원, 동거하 였던 여자 청소년들이 모두 하나같이 CCTV에 찍힌 사진이 피고인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자,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에 이르러 그 사진이 본인이 맞다고 시인하였다.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번호를 조합하여 3번 만에 예금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냈다고 변소하나, 이와 같이 알 아낼 확률은 극히 희박하여 그 변소는 신빙성이 없다.

③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얼굴이 나온 강도살인 용의자 수배 전단지가 붙었을 때 그러한 사실을 알았지만 문제가 되면 돈을 주면 되니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단순히 가방을 습득한 것에 불과한데도 그보다 훨씬 중한 범죄인 강도살인 용의자 로 수배되었다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에 자수하는 등의 행위 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러한 피고인의 변소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 렵다.

8) 제3자에 의한 범행 가능성 등 변호인이 주장하는 사정

① 변호인은 이00을 유력한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피해자를 잘 아는 이00이 이 사건 당시 자신의 행적 , 피해자와의 전화 통화 여부, 피해자를 이 사건 즈음 만났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거짓 진술을 하고 있고, 피해자의 실종 후 피해자와 연락한 적이 없으며, 39시간 동안 휴대폰과 인터넷을 사용 하지 않았고, 특수강도 전력 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러한 미심쩍 은 사정만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볼 여러 유력한 간접 증거들을 함부로 배척할 수는 없다.

② 변호인은, 피해자 사체를 부검한 결과 사망 당시피해자가알코올을 섭취한 상태였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인의 2002. 5. 22 . 12:18경 1차 인출 후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면 피해자는 납치 후 반나절이 지나도록 계속적으로 술 에 취해 있었다거나 사망 직전까지 피고인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인데 이 는 일반 경험칙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은 행에 가기 전에 피해자가 이미 사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1차 인출 당시 비밀번호 오류가 나자 피고인이 은행 밖에 나가서 피해자로부터 비밀번호를 다시 알아낸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은행에 가기 전에 이미 피해 자로부터 비밀번호를 알아내었을 개연성도 있다. 이 경우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은 긴장해서 두 차례 비밀번호를 잘못 눌렀고, 긴장을 풀기 위해 잠시 은행 밖에 나갔다가 들어온 것에 불과하였을 수도 있다. 피해자는 실종된 지 약 10일 만에 해안에서 부패된 채 발견되었으므로 사망시각을 정확히 알 수 는 없으나, 피해자의 부검 결과 사망추정시간이 2002. 5. 22. 새벽인 점도 이 러한 추측에 부합한다.

3.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선고하였을 경우와 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은 있다 .

하지만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흉기로 협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로 부터 재물을 강취하고 예리한 흉기(칼로 추정)로 피해자의 가슴 등을 수십 회 찔러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절대성을 지 닌 것으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결코 용서될 수 없고, 특히 피고인이 저지 른 위와 같은 잔혹한 범행은 생명의 존중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 관을 훼손하고 사회공동체의 결속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므로 엄 벌에 처함이 마땅하다.

피해자는 위와 같은 범행 방법에 비추어 볼 때 극도의 공포감과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유족들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변명으로 일관하 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과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 수단 및 방법, 피해 정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과 이 사건 범행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고 달리 작량감경할 사유는 없 는 점,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 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 함이 타당한 점(대법원 2015. 7. 23 .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을 종합해 보면, 앞서 본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심 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다거나 파기해야만 할 정도로 가볍다고 보기 어렵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판사

신동헌 (재판장)

김정우

엄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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