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 이창우)
피고, 항소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원 외 1인)
변론종결
2013. 7. 17.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4,697,126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인정사실
다음 사실은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2006. 12. 12.경 피고와 사이에 주피보험자를 원고, 종피보험자를 망 소외 1(대법원판결의 소외인), 보험수익자를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으로 하는 별지 목록 기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망 소외 1의 직업은 대학생이었다(직업급수 1급).
나. 망 소외 1은 2012. 5. 20. 05:32경 (차량번호 생략)호 봉고III를 운전하다가 대구 동구 신평동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부산기점 92.13km 지점(동대구분기점)에 이르러 동대구분기점 부산방향 램프웨이로 진입하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사망하였고(이하 ‘이 사건 보험사고’라 한다), 이 사건 보험사고 발생 당시 망인은 방송장비 렌탈, 방송(촬영)장비 서비스, 제조업에 종사 중이었으나(직업급수 2급), 피고에게 위와 같은 직업 변경사실을 통지하지는 아니하였다.
다. 원고는 2012. 6. 4.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하여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주식회사 해성화재특종손해사정에게 이 사건 보험사고에 대한 손해사정을 의뢰하였는데, 손해사정사 소외 2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과의 면담 등의 조사한 후 2012. 8. 1. 중간보고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위 중간보고서에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망 소외 1의 직업은 ‘○○○(방송장비 렌탈) 대표’이고, 그와 같이 망 소외 1의 직업이 변경된 경위 등이 조사되어 있었다.
라. 피고는 2012. 8. 13.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 보통약관(이하 ‘이 사건 약관’이라 한다) 제25조 제1항에 의하면 피보험자의 직업이 변경된 경우 피고에게 지체 없이 이를 알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고 또는 망 소외 1이 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약관 제26조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한다는 내용을 통보하여 위 통보가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마. 피고는 망 소외 1의 법정상속인인 소외 3(부친), 원고(모친), 소외 4(배우자)에게 보험금으로 24,697,126원이 감액된 27,831,910원을 지급하였다. 소외 3, 4는 2012. 8. 21.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 청구권을 양도하고 그 무렵 피고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였다.
마. 이 사건 보험계약 보통약관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25조 (계약 후 알릴 의무)
①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계약을 맺은 후 피보험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자가용 운전자가 영업용 운전자로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는 등의 경우를 포함합니다)하거나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직접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서면으로 회사에 알리고 보험증권(보험가입증서)에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② 피고는 제1항에 따라 위험이 감소된 경우에는 그 차액보험료를 돌려드리며, 위험이 증가된 경우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③ 제1항의 통지에 따라 보험료를 더 내야 할 경우 피고의 청구에 대해 계약자가 그 지불을 게을리 했을 때, 피고는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되기 전에 적용된 보험요율(이하 ‘변경전 요율’이라 합니다)의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후에 적용할 보험요율(이하 ‘변경후 요율이라 합니다)에 대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합니다. 다만, 변경된 직업 또는 직무와 관계없는 사고로 발생한 손해에 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④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직업 또는 직무의 변경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아니하였을 경우 변경후 요율이 변경전 요율보다 높을 때에는 회사는 동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제3항에 의해 보상됨을 서면으로 통보하고 이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제26조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
① 피고는 아래와 같은 사실이 있을 경우에는 손해의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2. 뚜렷한 위험의 증가와 관련된 제25조(계약 후 알릴 의무) 제1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때
② 제1항 제1호에도 불구하고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피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2. 피고가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상 지났거나 또는 보장개시일부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아니하고 2년(건강진단을 받은 피보험자의 경우에는 1년)이 지났을 때
⑤ 제1항 제2호에 의한 계약의 해지가 손해발생 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손해를 제25조(계약 후 알릴 의무) 제3항 또는 제4항에 따라 보상하여 드립니다.
2.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의 보험금 청구에 대하여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감액된 보험금을 지급하였는바, 이 사건 약관 제25, 26조의 내용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의 설명의무의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원고 등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약관 제25, 26조에 관한 설명을 들은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약관 제25, 26조의 내용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하여 그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그 보험금을 삭감할 수는 없다. 설령 위 약관 조항의 내용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보더라도, 피고는 원고가 2012. 6. 4. 피고에게 망 소외 1의 직업을 명시하여 보험금을 청구하였을 때 그 직업 변경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할 것인데, 피고는 그로부터 해지권 행사기간인 1개월이 경과한 2012. 8. 13.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이러한 해지의 의사표시는 상법 및 이 사건 약관의 규정에 어긋난 것으로 원고에게 아무런 효력이 없다.
3. 판단
가. 상법상 제652조 의 통지의무 내지 이 사건 약관의 계약후 알릴 의무에 대한 판단
먼저, 원고에게 상법 제652조 에 의한 통지의무 내지 이 사건 약관의 계약후 알릴 의무의 발생여부 및 그 의무위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상법 제652조 제1항 은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만일 이를 해태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통지의무의 대상으로 규정된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이란 그 변경 또는 증가된 위험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말한다고 할 것인데(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25268 판결 참조), 손해보험에 있어 피보험자가 특별한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학생(대학생)의 신분에서 방송장비 렌탈, 방송(촬영)장비 서비스업 종사자로 그 직업 및 직무가 변경된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직업 변경에 따라 보험의 인수 여부와 보험료율이 달리 정하여지는 것이어서 그 직업 변경사실은 그러한 사항이 계약 체결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이라고 할 것이어서 이는 상법 제652조 의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 해당하고, 이 사건 약관 제25조 제1항이 명시적으로 ‘피보험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한 경우’에 그 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후 망 소외 1의 직업이 변경된 사실은 상법 제652조 및 이 사건 약관 제25조 제1항에 규정된 통지의무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후 망 소외 1의 직업이 변경됨에 따라 원고 또는 망 소외 1은 이를 지체 없이 피고에게 통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피고에게 알리지 아니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 또는 망인은 상법 제652조 에서 정한 통지의무 내지 이 사건 약관에서 정한 계약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다.
나. 이 사건 보험약관에 따른 명시·설명의무의 이행 여부
일반적으로 보험자 및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및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으므로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대법원 1992. 3. 10. 선고 91다31883 판결 , 1996. 3. 8. 선고 95다53546 판결 , 1997. 9. 9. 선고 95다45873 판결 등 참조), 보험자에게 이러한 약관의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그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보험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32564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약관에서 특별히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피보험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게 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지체 없이 이를 원고 회사에 알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망 소외 1의 직업 변경사실이 상법 제652조 제1항 의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손해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직업은 보험사고의 발생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보험요율의 증감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에 해당하므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직업이 변경될 경우 이를 보험자에게 통지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인바, 위 계약후 알릴 의무에 관한 약관 조항은 상법 제652조 에서 이미 정하여 놓은 통지의무를 운전자보험에서 구체적으로 부연한 정도의 규정에 해당하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어서 그에 대하여는 보험자인 원고에게 별도의 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 또는 망 소외 1이 상법 제652조 에서 정한 통지의무 내지 이 사건 약관에서 정한 계약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보험자인 피고는 그 설명의무의 이행여부와 상관없이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 피고의 해지권 행사의 적법 여부
손해보험보통약관에서 보험계약자가 계약 후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있음에도 보험자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통지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를 보험계약의 해지사유로 규정하는 한편 보험자가 그러한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이 지났을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경우, 이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의 해지 원인이 존재하고 해지하고자 하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음에도, 해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를 지속시킴으로써 보험계약자를 불안정한 지위에 처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로서, 해지권 행사기간의 기산점은 보험자가 계약 후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있는 사실을 안 때가 아니라 보험계약자가 위와 같은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을 보험자가 알게 된 날이라고 보아야 하는바(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다23743, 23750 판결 취지 참조), 갑 제2호증의 2, 제7,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2012. 5. 20.자 교통사고보고(실황조사서)에 망인의 직업으로 ‘기타전문직’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원고가 2012. 6. 4. 피고에게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그 보험금청구서에 망인의 ‘직장명’란에 ‘회사원’을, ‘하시는 일’란에 ‘영화기획사’를 기재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실만으로 피고가 위 보험금청구서를 접수할 당시 위와 같은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고, 적어도 피고가 손해사정사로부터 중간보고서를 제출받은 2012. 8. 1.에 이르러서야 원고의 위와 같은 의무 위반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가 그로부터 1개월이 경과하기 전인 2012. 8. 13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그 무렵 그 의사표시가 도달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되었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가 위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을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 것이 적법한 이상, 이 사건 약관 제26조 제5항, 제25조 제3, 4항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보험사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변경전 요율의 변경후 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삭감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조치의 부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 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보험계약 내용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