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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0도11754 판결
[무고·위계공무집행방해(예비적죄명:경범죄처벌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특정되지 않은 성명불상자에 대한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참조판례

[1]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도2414 판결 (공2010상, 1087) [2]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073 판결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김준배 외 2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8. 14. 선고 2019노378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어야 할뿐더러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한다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도2414 판결 등 참조).

한편 특정되지 않은 성명불상자에 대한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공무원에게 무익한 수고를 끼치는 일은 있어도 심판 자체를 그르치게 할 염려가 없으며 피무고자를 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073 판결 참조).

2.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중 무고 부분(이하 ‘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이라 한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의 아버지 공소외인은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며 피고인 명의의 농협은행 계좌를 사용하고 있다. 피고인은 2018. 11. 무렵 위 계좌와 연결된 통장을 재발급받아 2018. 11. 29.부터 2019. 2. 1.까지 합계 1,865만 원을 몰래 인출해 유흥비 등으로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2019. 2. 8. 공소외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의정부시에 있는 의정부경찰서 민원실에서 ‘농협은행 계좌에서 본인도 모르는 출금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2018. 11. 29.부터 의심됩니다. 본인의 통장은 아버지와 회사 관리부장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한 통장입니다. 두 분 다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간헐적인 출금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2019. 2. 1.에도 출금이 이루어진 듯합니다. 본인의 예금거래 내역서와 함께 제출하오니 출금자의 신원을 밝혀주세요.’라고 기재한 고소장을 제출하고, 같은 날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같은 취지로 진술하여 수사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이 위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한 것이므로 다른 사람이 위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한 사실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하였다.

나. 원심은 공소장의 변경 없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무단 출금자의 신원을 밝혀 달라는 취지로 자신의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의정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위 경찰서 관할지역 회사에서 계좌 관리를 하는 관리부장에게 의심이 가도록 진술도 하였다. 피고인의 고소 보충 진술에 따라 위 관리부장을 비롯한 다른 사람이 자칫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의 신고로 수사권이 발동함으로써 장래에 신고행위의 피무고자가 특정될 수도 있고, 그 결과 피고인의 신고로 인하여 부당하게 수사절차의 대상이 되지 않을 법적 이익을 침해받는 사람이 존재하게 되므로, 이를 자기무고나 허무인에 대한 신고라고 할 수는 없다. 피고인에게 적어도 타인이 형사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결과의 발생에 대한 목적과 미필적인 인식이 있었다고 볼 것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검사는 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과 같이 특정되지 않은 ‘성명불상자’를 무고한 것만으로도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기소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이 제출한 고소장 기재 내용과 고소 보충 진술을 통해 피무고자가 ‘관리부장 등’으로 특정되었다고 보았는데, 이는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거나 공소사실에 적시된 바 없는 사실을 일부 추가하여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유죄판결의 이유로서 명시되어야 하는 범죄사실이 공소사실에 기재되지 아니한 새로운 사실을 인정하거나 행위의 내용과 태양을 달리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비록 그에 대하여 공판절차에서 어느 정도 심리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특정되지 아니한 ‘성명불상자’에 대한 무고죄는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관리부장 등’에 대한 무고행위와 그 행위의 내용과 태양이 서로 달라서 그에 대응할 피고인의 방어행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원심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에는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 부분은 앞서 본 이유로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원심판결의 위계공무집행방해의 점에 대한 이유무죄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과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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