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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8.17. 선고 2020구합89582 판결
불합격처분취소
사건

2020구합89582 불합격처분취소

원고

*

피고

한국산업인력공단

변론종결

2021. 6. 15.

판결선고

2021. 8. 17.

주문

1. 피고가 2019. 9. 25. 원고들에 대하여 한 제36회 관세사 제2차 시험 불합격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당사자 지위

피고는 관세사법 제26조, 관세사법 시행령 제30조 제2항에 따라 관세청장으로부터 관세사시험의 시행과 관련된 업무를 위탁받은 기관이고, 원고들은 피고가 2019. 6. 22. 실시한 제36회 관세사 2차 시험에 응시하였으나 불합격 처분을 받은 사람들이다.

나. 관세사시험의 구조

1) 관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관세사 1차 시험, 2차 시험을 모두 통과하여야 한다. 1차 시험의 출제과목은 관세법개론, 무역영어, 내국소비세법, 회계학 총 4과목이고 각 과목별로 40문항씩 객관식으로 출제된다. 1차 시험은 과목별로 100점이 만점이고, 각 과목마다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하여야 합격자로 결정된다.

2) 2차 시험의 출제과목은 관세법, 관세율표 및 상품학, 관세평가, 무역실무 총 4과목이고, 각 과목별로 6문항씩 주관식 논술형으로 출제된다. 1번 문제의 배점은 50점이고, 2번부터 6번까지의 문제 배점은 각각 10점씩이다. 2차 시험 또한 1차 시험과 마찬가지로 과목별로 100점이 만점이고 각 과목마다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하여야 합격자로 결정된다.

합격점수를 얻은 자가 관세사법 시행령 제10조 제3항에 따라 공고된 최소합격인원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최소합격인원의 범위를 한도로 하여 매 과목 40점 이상을 득점한 사람 중 전 과목 평균득점에 의한 고득점자 순으로 추가 합격자가 결정된다.

다. 이 사건 시험의 시행과 원고들에 대한 불합격 처분

1) 피고는 2019. 6. 22. 제36회 관세사 2차 시험을 실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험’ 이라 한다).

2) 원고들은 이 사건 시험에 응시하였으나 모두 전 과목 평균 60점을 취득하지 못하였고, 원고들 중 원고 A, B, C는 이 사건 시험과목 중 관세평가 과목에서 40점 이상을 취득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2019. 9. 25. 피고로부터 이 사건 시험에 대한 각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3) 원고들이 이 사건 시험에서 취득한 점수는 아래 표와 같다.

라.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1) 이 사건 시험에 응시하였던 수험생들 중 일부가 관세평가 과목 1번부터 4번 문제, 관세율표 및 상품학과목 2번 문제가 사설 학원의 모의고사 문제와 완전히 동일하다는 취지로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하였고, 일부 수험생은 관련 출제위원들을 형사고소하였다.

2)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는 이 사건 시험의 출제위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였고, 이 사건 시험 관세평가 과목의 출제위원 甲이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후 관세사시험 전문학원인 ◇◇◇ ◇◇◇◇학원(이하 ‘이 사건 학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乙로부터 이 사건 학원의 모의고사 문제들을 건네받아 그 중 4문제를 일부 문구만 수정하여 이 사건 시험 관세평가 과목의 1번부터 4번까지의 문제로 그대로 출제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는 이 사건 시험 관세율표 및 상품학 과목 출제위원 丙이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후 위 乙로부터 이 사건 학원 모의고사 문제들을 건네받은 다음 그 중 1문제를 일부 문구만 수정하여 이 사건 시험 관세율표 및 상품학 과목의 2번 문제로 그대로 출제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이에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는 2020. 8. 31. 甲, 丙, 乙 등을 위계공무집행방해, 한국산업인력공단법위반 등으로 기소하였고, 현재 형사재판이 제1심 계속 중이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0고단****).

마. 전심절차

원고들은 관세평가 과목 1번부터 4번 문제, 관세율표 및 상품학과목 2번 문제는 출제위원들이 이 사건 학원의 모의고사 문제를 건네받아 출제한 것이므로 출제행위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고, 관세평가 과목 5, 6번 문제에는 문제내용 및 채점 과정 명백한 오류가 있으니, 이 사건 각 처분은 취소되어야 하고 각 해당 문항은 모두 재채점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각 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모두 기각결정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6,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에는 각 가지번호를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시험 중 관세평가 과목 1번부터 4번 문제(이하 통틀어 ‘쟁점 1 문제들’라 한다), 관세율표 및 상품학과목 2번 문제(이하 ‘쟁점 2 문제’라 한다)는 출제위원들이 이 사건 학원의 모의고사 문제를 건네받아 그대로 출제한 것이므로, 출제행위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출제한 것으로 위법하고, 관세평가 과목 문제 5, 6번(이하 ‘쟁점 3 문제들’이라 한다)에는 문항에서 제시한 거래상황의 일부 내용이 불분명함에도 출제자의 해석에 따른 답안만 정답으로 처리하는 등 명백한 오류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위법하게 출제된 쟁점 1, 2 문제들에 대하여는 모두 만점처리를 하여야 하고, 쟁점 3 문제들에 대하여는 재채점을 하여 점수를 다시 산정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구제조치를 하지 않은 채 원고들에 대하여 모두 불합격으로 처리하는 이 사건 각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

나. 판단

1) 일반적으로 행정행위로서의 시험 출제업무에서, 출제 담당위원은 법령 규정의 허용범위 내에서 어떠한 내용의 문제를 출제할 것인가, 그 문제의 문항을 어떤 용어나 문장형식을 써서 구성할 것인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재량권을 가진다. 다만 그 재량권에는 그 시험의 목적에 맞추어 수험생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출제의 내용과 구성에서 적정하게 행사되어야 할 한계가 내재되므로 그 재량권의 행사가 그 한계를 넘을 때에는 그 출제행위는 위법하게 된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7누13771 판결, 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3960 판결 참조).

2) 쟁점 1 문제들의 출제행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존재하는지

위 법리를 토대로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쟁점 1 문제들의 출제행위는 시험 출제업무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쟁점 1 문제 중 50점 배점이 되어 있는 1번 문제의 경우, 이 사건 학원 2017년도 모의고사 문제 1번과 비교하여 볼 때, 문항에서 제시하는 거래상황의 내용과 구체적 수치가 완전히 동일한데다, 그 거래상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답을 묻는 개별 문항의 내용도 개별 문항별 배점을 특정한 것 외에는 사실상 동일하다고 보인다.

② 쟁점 1 문제들 중 각 10점 배점이 되어 있는 2번 내지 4번 문제를 보아도, ⅰ) 2번 문제의 경우 제시된 거래내역 7가지 중 6개가 이 사건 학원 2018년도 모의고사 문제와 구체적인 수치까지 동일하고 개별 문항의 내용은 사실상 동일하며, ⅱ) 3번 문제의 경우 제시된 2가지 사례의 내용이 이 사건 학원 2018년도 모의고사 문제와 완전히 동일하고, 개별 문항의 내용은 사실상 동일하며, ⅲ) 4번 문제의 경우 이 사건 학원 2019년 모의고사 문제와 문항 내용이 사실상 동일하다. 이 문제들 역시 개별 문항별 배점을 특정한 것 외에는 이 사건 학원에서 출제된 2017년~2019년 모의고사 문제들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보인다.

③ 쟁점 1 문제들의 출제위원인 甲은 이 사건 시험 관세평가 과목 출제위원으로 위촉된 후 2019. 6.경 출제센터에 입소하면서, ‘강의, 시험 등에 출제된 문제를 출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였고, 문제 출제 이후에는 ‘학원 모의고사 문제 등과 동일한 문항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내용이 적한 체크리스트를 받아 ‘모두 확인하였다’는 취지로 서명하였다.

④ 위와 같이 쟁점 1 문제들은 이 사건 학원의 최근 모의고사 문제들과 사실상 동일하게 출제되었고, 그 배점 비중이 관세평과 과목 총 배점의 80%에 이르며, 이로써 이 사건 학원 모의고사 문제 및 답안을 학습한 경험이 있는 응시자는 그렇지 않은 응시자에 비하여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서 이 사건 시험을 치렀을 것이고,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취득하기 용이하였을 것이다. 이 사건 시험이 기본적으로 개별 응시자의 평균점수를 기준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절대평가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완전한 절대평가는 아니고 상대평가의 성격도 일부 가지고 있다), 위와 같이 특정 집단만 지나치게 유리해지는 방식으로 상당수 문제를 출제한 것은 공개경쟁시험이 갖추어야 할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2) 쟁점 2 문제의 출제행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존재하는지

앞서 본 법리를 도태로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쟁점 2 문제의 출제행위는 시험 출제업무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① 쟁점 2 문제와 이 사건 학원의 2019년 6월 모의고사 문제는 다음과 같다.

② 쟁점 2 문제에서 보기로 제시하는 8가지 소자(elements)는 이 사건 학원의 위 모의고사 문제의 보기와 약간의 표현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동일한 물품들로 보인다. 또한 개별 문항의 내용을 보아도 ⅰ) 수동소자에 해당하는 품목을 고르라는 것은 서로 동일한 문항으로 볼 수 있고, ⅱ) 쟁점 2 문제의 문항 중 ‘HS 4단위 호’를 쓰라는 것은 위 모의고사 문제의 문항 중 ‘분류 세 번’을 쓰라는 것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③ 쟁점 2 문제 출제위원인 丙은 2019. 6.경 출제센터에 입소하면서 ‘강의, 시험 등에 출제된 문제를 출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였고, 문제 출제 이후에는 ‘학원 모의고사 문제 등과 동일한 문항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내용이 적한 체크리스트를 받아 ‘모두 확인하였다’는 취지로 서명하였다.

④ 위와 같이 이 사건 시험 직전에 출제된 이 사건 학원 모의고사 문제와 사실상 동일한 문제가 출제됨으로써 위 모의고사 문제와 답안을 학습한 경험이 있는 응시자는 그렇지 않은 응시자에 비하여 쟁점 2 문제에서 더 높은 득점을 취득할 수 있는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쟁점 2 문제의 출제행위 역시 공개경쟁시험이 갖추어야 할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어서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3) 쟁점 3 문제들의 문제 내용 등에 명백한 오류가 있는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쟁점 3 문제들의 문제내용 등에 원고들이 주장한 바와 같은 오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시험 중 관세평가 과목에 관한 쟁점 1 문제들, 관세율표 및 상품학 과목에 관한 쟁점 2 문제의 출제행위에는 재량권 행사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로서는 해당 문제들에 대한 응시자들의 점수를 보정하거나 공정한 방식으로 해당 과목의 재시험을 치르는 등으로 출제행위의 위법을 사후적으로나마 시정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원고들은 해당 과목들 중 관세평가 과목을 제외하고는 40점 이하의 과락 점수를 받은 과목이 없다. 피고가 그러한 조치 없이 해당 문제들의 출제행위가 적법하다는 전제에서 그 채점 결과에 따라 원고들에 대하여 불합격으로 처리하는 이 사건 각 처분을 한 것은 모두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각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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