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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5.23.선고 2011도9501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에대한준강간등)
사건

2011도9501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 장애인에 대한준강간등 )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B ( 국선 )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2011. 7. 1. 선고 2011노139 판결

판결선고

2013. 5. 23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1.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한 것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 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므로, 증거판단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에 있어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 있어 심증형성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에 의할 수도 있는 것이며, 간접증거는 이를 개별적 · 고립적으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모든 관점에서 빠짐 없이 상호 관련시켜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치밀하고 모순 없는 논증을 거쳐야 한다.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 참조 ).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974 판결 참조 ),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참조 ) .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0. 9. 27. 19 : 30경 대전 동구 C 옆 인도에서, 정신지체장애 1급으로 보행기구를 의지하여야만 보행할 수 있는 신체장애를 가진 중증장애인인 피해자 D ( 여, 22세 ) 이 혼자 의자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피해자를 강제추행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에게 " 집이 없냐 ? " 고 말을 걸면서 피해자의 신체 및 정신상의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하여 등뒤에서 피해자를 껴안고 양손으로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고 주무르는 등 피해자를 강제추행하였다는 것이다 .

피해자는 사건발생 다음 날 대전 원스톱지원센터에서 영상녹화를 하면서 피고인이 자신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피고인의 행동을 목격한 제1심 증인 E의 진술도 대체로 이에 부합한다.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간질환자처럼 몸을 떨면서 넘어지려고 하여 넘어지지 않게 피해자의 앞에서 붙잡아 주었다고 변소하였다 .

제1심은 피해자와 증인 E의 진술을 증거로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 부위에 손을 댄 사실, 119 구조대원이 곧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서 피고인이 자리를 떠난 사실,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동에 대하여 매우 분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 이 사건 당시의 시각이 저녁 무렵이어서 간질 발작이나 이와 유사한 상태에 있는 장애인이 보호자 없이 혼자 있는 경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때라고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장소가 은밀한 곳이 아니라 공개된 곳이어서 추행을 하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닌 점, 피해자의 상태 및 과거 병력, 피고인과 피해자의 대화내용, 피고인이 자신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휴대전화를 피해자에게 주어 피해자의 집에 전화하게 한 점, 피고인과 피해자 어머니의 전화통화 내용, 119 신고내용, 피고인이 소리친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가 간질 발작을 하거나 간질 발작과 유사하게 볼 정도로 피해자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을 보고 피해자를 도와주기 위하여 피해자를 부축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피해자가 오해하여 뿌리치는 과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신체접촉이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으며,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한 일부 주변 사람들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추행하는 것으로 오해하였고, 피고인은 119 구조대원이 곧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서 안심하고 위와 같은 오해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119 구조대원이 도착하기 전에 그 자리를 떠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그와 같은 가능성을 수긍할 만한 상황이 상당히 존재함에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만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

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판시한 여러 가지 가능성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

나.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정신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인 피해자는 사건 당일 사각형 휠체어에 의지하여 혼자서 병원에 갔다 오다가 다리가 아파 잠시 쉬기 위하여 C 옆 인도에 있던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당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특이한 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 집이 없냐 ? " 고 물어보면서 접근하여 피해자를 뒤쪽에서 부둥켜안으면서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진 사실, 피해자는 하지말라고 소리치며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고 , 이러한 과정에서 휴대폰, 휠체어 등이 어지럽게 흩어지게 되었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이 " 저렇게 하면 안된다. " 고 쑥덕거린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제대로 앉도록 도와주지는 않은 채 계속 피해자의 가슴부분을 부둥켜안고서 주위 사람들에게 " 사람이 넘어졌는데 어떻게 그냥 보고 갈 수 있느냐 ? " 고 고함을 친 사실, 그 무럽 그곳을 지나가던 E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모습을 보고 119 구급대에 신고를 한 후 피해자에게 " 아가씨 조금만 기다리세요. " 라고 말한 사실, 피고인은 이 말을 듣자 곧바로 피해자를 내려 놓고 도망가듯이 무단횡단을 하여 그곳을 벗어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

다. 먼저 피해자가 정신지체 장애로 인하여 몸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거나 떨리고 , 보행기구에 의존하지 않으면 제대로 보행할 수 없으며, 피해자의 발음을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아듣기 어려운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잠시 쉬기 위하여 C 옆 인도에 있던 의자에 앉아 있었을 뿐 당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특이한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피고인이 준 휴대전화로 집에 전화하여 통화할 정도의 피해자가 간질 발작을 하거나 간질 발작과 유사하게 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도와주기 위하여 피해자를 부축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인 의문의 제기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당시의 시각이 저녁 무렵이었고 중증장애인인 피해자가 보호자 없이 혼자 있었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라. 다음으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 집이 없냐 ? " 고 물으면서 접근한 후 피해자를 뒤 쪽에서 부둥켜안으면서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졌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동에 대하여 피해자가 매우 분개하였으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이 " 저렇게 하면 안된다. " 고 쑥덕거린 점, 피고인은 피해자를 제대로 앉도록 도와주지는 않은 채 계속 피해자를 부둥켜안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피고인의 행동은 피해자를 도와주려는 자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피해자가 오해하여 뿌리치는 과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신체접촉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 역시 합리적인 의문의 제기라고 보기 어렵다 .

마. 또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돕기 위하여 피해자를 부둥켜안고 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 사람이 넘어졌는데 어떻게 그냥 보고갈 수 있느냐 ? " 고 고함을 치면서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을 탓할 정도였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상태가 안정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확인하고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여지는데, 오히려 E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모습을 보고 119 구급대에 신고를 한 후 피해자에게 " 아가씨 조금만 기다리세요. " 라고 말을 하자 피고인은 곧바로 피해자를 내려 놓고 도망가듯이 무단횡단을 하여 그곳을 벗어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오해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에 그 자리를 떠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

바. 한편 피고인이 자신의 휴대폰을 피해자에게 주어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하였고, 피해자의 어머니와 통화를 한 점, 이 사건 발생장소는 인적이 드물거나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상당히 있는 식당 옆 인도로서 대로변이고 공개된 장소이며, 저녁 무렵이긴 하나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이라 사람들 눈에 띄기 쉬운 곳인 점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신체움직임이 늦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의사표현에 제약이 있는 지체장애인인 점을 고려하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사. 따라서 원심이 판시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고, 이 사건 범행 당시의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이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 구체적인 행위의 모습, 당시 주위의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중증장애인인 피해자의 신체 및 정신상의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도와주기 위하여 피해자를 부축하였을 가능성, 그 과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신체접촉이 이루어졌을 가능성, 피고인이 오해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그 자리를 떠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의 증명력에 관하여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어긋나는 판단을 함으로써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이상훈 ,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김용덕

주 심 대법관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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