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다271797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융평
담당변호사 김형택, 조재우
피고상고인
A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석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7. 9. 26. 선고 2017나32354 판결
판결선고
2018. 7. 12.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C는 2005. 10. 2.부터 'D'라는 상호로 자영업을 하던 중 2010. 10. 22. F 주식회사[이하 'F(주)'라 한다]를 설립하였는데, 'D'와 F(주) 모두 도·소매업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대표자도 C로 동일하였다.
(2) 피고는 'B'이라는 상호로 냉동수산물 가공 및 도·소매업을 하면서 2008. 7.경부터 2011. 4. 말경까지 'D'에 식자재 물품을 판매하다가 2011. 5.경부터는 F(주)를 거래상대방으로 하여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3) 원고는 2011. 4. 12. C(상호: D)와 사이에 신용보증금액을 8,100만 원, 신용보증기간을 2011. 4. 12.부터 2011. 10. 11.까지, 채권자를 E은행으로 각 정하여 구매자금 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고, 같은 날 C에게 보증금액을 8,100만 원, 대출예 정금액을 9,000만 원, 보증비율을 90%로 각 기재한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였다.
(4) C는 E은행과 사이에 C가 판매업체로부터 받은 세금계산서를 토대로 E은행에 대출신청을 하면 E은행이 직접 판매업체에 대출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e-구매자금대출(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약정을 체결하면서 위 신용보증서를 제출하였다.
(5) 이 사건 대출은 구매업체와 판매업체가 'Market Place(이하 'MP'라 한다)' 업체의 중개를 통해 전자상거래계약을 체결하고 MP 업체를 거쳐 은행에 판매 대금의 추심의뢰를 하는 기업 간의 전자상거래방식(Business to Business)으로 실행되도록 되어 있었고, 이에 C와 피고는 모두 MP 업체인 'G'의 인터넷 사이트(이하 '이 사건 MP 사이트'라 한다)에 회원 가입을 하였다.
(6) C는 2011. 6. 1. 이 사건 MP 사이트에 접속하여 매매계약일을 '2011. 6. 1.', 매매거래금액을 '1,900만 원', 세금계산서 발행일을 '2011. 6. 1.', 세금계산서 발행금액을 '1,900만 원', 구매기업 대표자명을 'D'로 입력하여 매매계약서(이하 '이 사건 제1 매매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피고는 이에 관하여 지급승인(이하 '이 사건 제1 지급승 인'이라 한다)을 한 다음 2011. 6. 3. E은행으로부터 1,900만 원을 지급받았다. (7) C는 2011. 7. 8. 이 사건 MP 사이트에 접속하여 매매계약일을 '2011. 7. 8.', 매매거래금액을 12,500만 원', 세금계산서 발행일을 '2011. 7. 8.', 세금계산서 발행금액을 '2,500만 원', 구매기업 대표자명을 'D'로 입력하여 매매계약서(이하 '이 사건 제2 매매계약서'라 하고, 이 사건 제1 매매계약서와 통틀어 '이 사건 각 매매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피고는 이에 관하여 지급승인(이하 '이 사건 제2 지급승인'이라 하고, 이 사건 제1 지급승인과 통틀어 '이 사건 각 지급승인'이라 한다)을 한 다음 같은 날 E은행으로부터 2,500만 원을 지급받았다.
(8) 그런데 C가 E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변제하지 않는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2. 3. 12, 위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E은행에 대출원리금 83,584,346원(= 원금 80,997,345원 + 이자 2,587,001원)을 변제하였다. 나. 그런 다음 원심은, ① C와 E은행 간에 체결된 이 사건 대출약정에 의하면 E은행은 D에 재화를 공급한 업체에 대하여만 기업구매자금대출의 형태로 판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거래당사자는 D가 아닌 F(주)인 점, ② 피고는 C가 D를 거래당사자로 하여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대출을 신청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 사건 각 지급승인을 함으로써 F(주)로부터 받아야 하는 물품대금을 변제받기 위하여 마치 D에 물건을 판매한 것처럼 E은행을 기망한 점, ③ C는 D가 피고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발행받은 것처럼 이 사건 각 매매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였고, 판매업체이자 세금계산서 발행자인 피고는 이 사건 각 지급승인을 함으로써 E은행으로서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매매계약서의 기재가 실제 거래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E은행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C와 공동하여 E은행을 기망하여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대출금을 받았고, 이러한 불법행위와 원고가 대위변제한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기망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거래당사자 중 일방에 의한 고의적인 기망행위가 있고 이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그러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사회통념상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법률행위를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4다6264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채택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1) 2008. 7.경부터 'D'를 운영하는 C에게 식자재 물품을 판매한 피고는 C의 납품 요청이 있으면 수시로 시흥시 H에 있는 C의 사무실에서 C의 직원 I에게 그 물품을 인도하여 왔는데, 2011. 1.경 31,288,700원 상당의, 같은 해 2.경 23,633,500원 상당의, 같은 해 3.경 26,451,500원 상당의, 같은 해 4.경 25,143,800원 상당의 식자재 물품을 각 공급하고, 매월 말일에 공급받는 자를 '상호: D, 성명: C'로 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왔다.
(2) 그런데 C가 2011. 4. 말경 피고에게 2011. 5. 이후의 물품거래의 거래상대방을 자신이 운영하는 F(주) 앞으로 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다. F(주)의 사업장 소재지는 '시흥시 H'로 D의 사업장 소재지와 동일하였고, 피고는 2011. 5.경과 같은 해 6.경 위 H의 사무실에서 이전과 동일하게 C의 직원에게 물품을 인도하는 방법으로 식자재 물품을 각 공급하였다. 다만, C의 요청에 따라 공급받는 자를 F(주)로 하여 2011. 5. 31, 공급가액을 24,581,030원으로 한 세금계산서 (이하 '이 사건 제1 세금계산서'라 한다)와 2011. 6. 30. 공급가액을 26,131,110원으로 하는 세금계산서(이하 '이 사건 제2 세금계산서'라 한다)를 발행하였다.
(3) 이 사건 매매계약서의 내용은 C가 이 사건 MP 사이트에 접속하여 입력을 한 것이고, 위 사이트에 접속을 하여 승인을 하면 물품대금이 지급된다는 C의 말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지급승인을 한 것이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에서 드러나는 피고와 C와의 거래관계, 세금계산서상의 명의가 변경된 경위, 이 사건 지급승인이 이루어진 과정 등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2011. 5.경과 같은해 6.경에도 C와 거래하고 있다고 여겼을 뿐이고, 이 사건 지급승인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E은행을 기망하여 대출금을 편취한다는 의사가 피고에게 있었다고 볼 수 없다.
(1) 피고는 2011. 5.경 24,581,030원 상당의, 2011. 6.경 26,131,110원 상당의 식자재 물품을 종전과 동일하게 C의 직원인 I에게 인도함으로써 이를 실제 공급한 다음, 2011. 6. 3. 19,000,000원을, 2011. 7. 8. 25,000,000원을 각 지급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지급승인을 한 것에 불과할 뿐, 아무런 실물거래가 없었음에도 C와 공모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다.
(2) 피고는 2011. 5. 31. 이 사건 제1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다음, 그 다음 날인 2011. 6. 1. 이 사건 제1 지급승인을 하였고, 2011. 6. 30. 이 사건 제2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후 8일이 경과한 2011. 7. 8. 이 사건 제2 지급승인을 하였다. 이러한 점과 아울러 C 또는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거래상대방을 C로 하는 때에는 E은행으로부터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거래상대방을 F(주)로 하는 때에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면, C로서는 세금계산서상 공급받는 자의 명의를 굳이 F(주)로 변경하지 아니한 채 종전과 동일하게 거래하였을 것임이 비교적 분명하고, 피고 또한 F(주)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달라는 C의 요청을 거절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각 지급승인을 함으로써 피고가 C와 공동하여 물품대금을 변제받기 위하여 E은행을 기망을 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물품대금의 수취경위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조재연
대법관고영한
주심대법관김소영
대법관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