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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4추514 판결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미간행]
판시사항

[1] 지방자치단체가 법률의 위임이 없더라도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규율하는 특정사항을 규율하는 국가의 법령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 조례가 적법하기 위한 요건

원고

경기도지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마당 담당변호사 이재철 외 8인)

피고

경기도의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명 담당변호사 유헌주 외 2인)

변론종결

2016. 9. 28.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 2. 13. ‘경기도 상권영향평가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에 관하여 한 재의결은 효력이 없다.

이유

1. 이 사건 조례안의 재의결과 그 내용의 요지

갑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13. 12. 20. 그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경기도 상권영향평가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하 ‘이 사건 조례안’이라고 한다)을 의결하여 2013. 12. 23. 원고에게 이송하였고, 원고는 2014. 1. 7. 이 사건 조례안이 법령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그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14. 2. 13. 이 사건 조례안을 그대로 재의결하였다.

나. 이 사건 조례안은 지방자치법 제9조 에 따른 경기도지사의 권한 범위에서 경기도 내 특정지역의 대규모점포 설치·운영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고 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경기도 상권영향평가위원회를 설치·운영함으로써 지역 내 대·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과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제1조), 이 사건 조례안에서 정한 상권영향평가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상권영향평가’란 경기도 내 특정지역의 대규모점포 설치·운영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평가하고, 특히 대규모점포의 출점으로 인해 기존 지역 상권에 미치는 피해의 정도를 예측하여 이를 회피·제거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

2) 경기도지사는 시장·군수의 신청에 따라 대규모점포의 설치·운영에 관한 상권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대규모점포의 설치·운영이 2개 이상의 시·군 지역 상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때에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고,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할 때에는 경기도 상권영향평가위원회의 심의에 회부하여야 한다(제4조).

3) 경기도 상권영향평가위원회는 도·소매업 관련 업무 담당 공무원, 경기도의회가 추천하는 사람 등으로 구성하되, 경기도지사가 회부한 사항에 관하여 전문용역기관에 상권영향평가를 의뢰하고, 그 상권영향평가 보고서에 근거하여 심의한 결과를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하여야 한다(제5조).

4)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상권영향평가위원회가 보고한 내용에 비추어, 대규모점포의 설치·운영이 지역 내 대·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과 지역 상권의 활성화를 저해하거나 이에 관한 입점예정업체의 상생계획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때, 또는 대규모점포의 설치·운영이 2개 이상의 시·군 지역 상권에 영향을 미쳐 관련 시·군 간 협의가 필요할 때에는 해당 시·군에 의견개진과 권고 등을 할 수 있고, 경기도 상권영향평가위원회는 경기도지사에게 위와 같은 의견개진 등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때 경기도지사는 해당 시·군에 적극적으로 의견개진과 권고 등을 하여야 한다(제6조).

5) 경기도 상권영향평가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관련 분야의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고, 경기도 소속 직원이 아닌 사람이 경기도 상권영향평가위원회에 출석하여 자문하는 때에는 ‘경기도위원회실비변상조례’에 따라 예산의 범위에서 자문비용 등을 지급할 수 있다(제7조).

2. 이 사건 조례안이 법령의 위임 없이 제정된 것이어서 무효인지 여부

가. 원고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에 시·도지사가 기초자치단체장에게 대규모점포의 설치·운영으로 인한 상권영향평가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하거나 권고할 수 있다고 볼 위임 규정이 없는데도, 이 사건 조례안이 법률에 아무런 위임이 없는 사항을 정하고 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 지방자치법 제22조 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는 그 내용이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거나 벌칙에 관한 사항이 아닌 한 법률의 위임이 없더라도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추3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조례안은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법령에서 정한 상권영향평가와 별개로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상권평가위원회로부터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한 정책자료를 제공받고 이를 근거로 시장·군수에게 의견개진과 권고를 하는 내용이므로,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3호 (차)목 , 같은 호 (카)목 , 같은 조 제4호 (거)목 지방자치법 시행령 [별표 1]에서 시·도의 자치사무로 예시한 지역산업의 육성과 지원, 소비자 보호, 지역경제의 육성과 지원에 관한 것이고, 이러한 사무가 전국적으로 통일적 처리가 요구되는 사무라고 보이지 아니하며, 그 비용도 경기도의 자체예산으로 집행할 것이 예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 조례안은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에 관한 사항을 그 내용으로 삼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안은 관련 법률에 위임이 있어야 하는 기관위임사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경기도의 자치사무에 관한 것이고, 이 사건 조례안이 법령의 위임근거 없이 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조례안이 법령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

가. 원고는, 유통산업발전법 제8조 , 제11조 , 제12조의2 ,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제6조의5 제2항 등에서 대규모점포의 등록과 상권영향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에 속하고, 이에 관한 회의체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두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조례안이 도·소매업 관련 업무 담당 공무원과 경기도의회가 추천하는 사람 등 경기도지사의 의견을 반영할 가능성이 큰 사람으로 구성된 상권영향평가위원회를 두고, 경기도지사가 의견개진 또는 권고의 방식으로 그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전달하여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실질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법령의 내용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자치조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제정할 수 있어서 법령에 위반되는 조례는 효력이 없지만, 조례가 규율하는 특정사항을 규율하는 국가의 법령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에도 조례가 별도의 목적에 기초한 것으로서 그 적용에 의하여 법령 규정이 의도하는 목적과 효과를 전혀 저해하지 않을 때, 또는 양자가 동일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법령이 각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의 실정에 맞게 별도로 규율하는 것을 용인하는 취지라고 해석되는 때에는 그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조례안은 원고가 중소기업육성 등의 업무를 위하여 대규모점포의 설치가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하는 사무에 관한 것이고, 대규모점포개설 희망자가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법령에 따라 등록신청 시 제출하는 상권영향평가서에 관한 것이 아니다. 경기도지사가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것만으로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에 법률적 영향이 발생하지 않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상권영향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근거로 해당 시·군에 대규모점포 설치·운영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거나 권고를 하더라도 지방자치법 제166조 에 따른 의견개진이나 권고의 효력을 상회하는 구속력을 인정할 근거가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조례안이 유통산업발전법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에서 정한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안에 관하여 이와 반대되는 해석을 전제로 하여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법령에 위배된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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